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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잃어버린 몸을 찾아서
들어가며 사타구니 밑에 거울 놓기 패인 몸 시계 방향의 틱톡 혼란의 기쁨 푸른 태양의 일격 ‘프레디’는 누구의 악몽인가 자기 연민 금지, 오십 살에는 금지 ‘예쁘다’의 예쁜 것 불편한 질문, 하나 해도 돼요? 자궁은 없습니다만 돌봄력, 초능력 외계인들의 공동체를 지구에 퀴어 재생산 권리 갇힌 몸 상하좌우 투룸분리 ‘믿는다’는 말이 나를 살찌울 때 자의적 자위 인터뷰, 질문과 대답 그리고 질문 몸의 쓸모 목소리 큰 몸 남성성의 모의(謀議)로부터 제노모프와의 전쟁 성별은 왜 복제되는가 접힌 몸 차별 없이 나란히 혼란의 나무 우리는 파치가 아니다 걱정 많던 사람, 혼자 울던 사람 희망이 없어도 죽지 않겠다 나를 위한 처방전 갑자기 인터넷이 끊기고 전자 제품이 먹통 되어도 깨달음의 몸으로 ‘그늘’이라는 이름의 빛 ‘수컷의 힘은 쓸모가 크다’고 적기 노는 몸을 찾아서 식물성의 몸을 배워보고 싶은 날 속죄의 몸 늙은 퀴어의 이름 호모 날레디 나가며 트랜스젠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
김비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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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내 몸을 혐오했다.
--- 「첫 문장」 중에서 몸과 나 사이, 어딘가에 내게 주어진 자리가 있을 것이다. 몸이 곧 나이고 내가 곧 몸인 사람들과 달리 나와 몸 사이엔 아뜩한 거리가 있다. 글쓰기는 그걸 메워보려는 끝나지?않은 애씀이다. 내 모든 혐오와 절망과 희망은 그 간극 속에 혼재되었기에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쓰는 삶을 살기로 한 내게 가장 큰 책임으로 다가온 건 바로 이 몸을 기록하는 것일 수밖에 없음을 새삼 느낀다. 나와 몸 사이를 헤매며 적고 적을 뿐이다. --- p.7 사타구니 밑에 밀어 넣었던 거울을 집어 올린다. 거울을 들어, 내 얼굴을 본다. 평생토록 숨겨진 두 다리 사이와는 반대로, 항상 드러나 있는 몸의 일부. 퇴고하고 싶지 않아도, 주름으로 낯빛으로 선명하게 고쳐 쓰고 있는 그 몸을 시작으로 준비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오천 원짜리 바디크림을 얼굴에 듬뿍 찍어 바른다. 점액질의, 반가운. --- p.16 당신의 성별이 무엇이든, 몸이 어떻게 생겼든, 속도가 얼마나 빠르든 느리든 상관없이, 어디서 만나도 반가울 '좋음'을 소중히 여기고 갖고 싶다. 겨우 낮은 담장밖에 뛰어넘을 줄 모르는 나약함이겠지만, 기꺼이 먼저 뛰어넘을 수 있는 힘으로. 언제든 이쪽으로 오시라, 나도 반가운 얼굴로 그쪽으로 가겠다. --- p.56 여성으로 살지만, 나는 여성의 몸을 모른다. 뒤집어 말하면, 그 어떤 여성보다 남성의 몸을 잘 아는 여성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남성의 몸을 보았거나 만졌거나 느낀 것이 아니라, 육체의 일부로 지니고 살았다. 피부와 피부가 연결된 자리, 음모가 돋아나기 시작한 자리. 마미손 장갑처럼 무해한 탄력성을 자랑하듯 놀랄 만큼 늘어나는 살갗의 자리. --- p.100 인간의 사회적 성별이란, ‘외투’ 같은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짐작한다. 계절에 따라 환경에 따라 바꿔 입어야 하는 피륙처럼, 인생의 시기에 따라 덜어내고 더해질 필요가 있는 게 바로 성별이거나 성별성이지 않을까? 때에 따라 자기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가능성을 점검하고, 그 시기에 알맞은 적절한 외투로 바꿔 입어야 한다. 사회적 요청은 요청일 뿐, 내 몸에 걸맞은 외투는 내가 제일 잘 안다. 꾸밈 시장이 필요한 자본주의의 요청에도 내 생활이나 환경에 걸맞은 외투는 내 선택이어야 한다. --- pp.128-129 연극 「물고기로 죽기」 대본을 쓰면서 나는 이 땅에 태어난 ‘성별적 비정상’ 목록 안에 처박힌 삶들을 위해 긴 유서를 썼다. 성별이 어떻게 비정상일 수가 있나, 두 가지 안에 욱여 넣으려고 할 때에만 비정상이 되고 마는 그 실체는, 오히려 과도하게 억압 받는 정상성이 아닐까. 나는 유서를 구상하고 쓰는 내내 나의 성별과 그 성별을 표현한다고 말해지는 몸과의 어긋남을 고민했다. --- p.1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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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외투’ 같은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50대 트랜스젠더 소설가 김비가 쓴 몸 에세이 혐오를 벗고 몸을 쓰다 50대 트랜스젠더 소설가 김비가 몸에 대한 이야기를 내어놓았다. 주어진 몸을 벗고 다른 몸을 입었지만 어디에도 머물지 못해 끝없이 옮겨 다녀야 했던 긴 시간을 기록한 『혼란 기쁨』은 몸 횡단기(橫斷記)이면서 여행기다. 이 책에서 김비는 몸 가로지르기를 통해 퀴어, 젠더, 늙음, 가난 그리고 글쓰기라는 영토를 누비며 낡고 부서진 한국 사회에 특별한 ‘외투’ 하나를 내어놓는다. 혐오와 폭력에 노출되어 평범한 삶을 누릴 권리를 빼앗겨왔지만 도망치거나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않고 맞서면서도 끌어안고자한 김비의 긴 여정은 우리에게 ‘끈질긴 자긍심’이라는 가치를 선물한다. 『혼란 기쁨』은 혼란에 빠진 이가 구한 기쁨을 세상 모든 몸에게 건네는 빛나는 헌사다. “나는 언젠가 ‘우리’라는 이름의 생존으로 기록될 것이다.” 김비는 오랫동안 ‘트랜스젠더 시민권’에 대해 이야기 해왔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사회 속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삶에 대한 요구는 ‘트랜스젠더로 자연사(自然死)’ 하기라는 작은 꿈을 실현하는 걸음과 이어져 있다. 어디에도 속할 수 없어 헤맴과 떠남을 되풀이 했던 긴 여정을 빼곡하게 담은 이 책은 한국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차별을 가로지르는 당당한 몸짓이다. 『혼란 기쁨』은 소설가 김비가 그 동안 어디에도 쓰지 않았던 몸 이야기로만 채웠다. 성전환 수술 후 마주한 혼란과 새로운 삶을 펼칠 수 있었기에 숨통 트였던 시간은 1부 ‘패인 몸’에 고스란히 담았다. 2부 ‘갇힌 몸’은 주어진 몸과 싸워온 긴 투쟁기로 읽을 수 있다. 김비는 육체적 디스포리아(불일치감)가 심한 트랜스젠더 가운데 한 사람으로, 누구보다 자신의 지정 성별을 거부해왔지만 몸에 대해 쓰며 ‘물러나며 가까워지기’를 시도한다. 이 두 이야기는 특정 성별의 몸을 거부하거나 버리기가 아니라 끝내 마주하고 껴안을 수 있는 방식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패인 몸’과 ‘갇힌 몸’은 성 확정 수술 이전과 이후가 여성과 남성이라는 성별로 나뉘지 않으며 스스로 무언가가 되고자 하는 저마다의 욕망이 모두에게 주어진 성별보다 강하고 끈질기다는 걸 말한다. 누구에게나 감춰진 몸이 있다. 부끄러운 몸이기도 하고, 소외된 몸이기도 하고, 잃어버린 몸이기도 하다. 3부 ‘접힌 몸’은 그 어떤 몸도 잃지 않겠다는 의지가 존중과 사랑에 가 닿고자 하는 도약에 관해 쓴 글이다. 김비가 오랫동안 연재한 신문 칼럼 제목이 ‘달려라 오십호(好)’였던 까닭과도 이어진다. 여자와 남자가 함께 있다. 부둥켜안고 있다고도 할 수 있고 한 몸에 여럿이 함께 어울려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어떤 몸도 혐오하거나 차별하지 않는 길로 나아간다면 혼란과 기쁨도 한 몸이다. 김비는 말한다. ‘나’는 ‘우리’로 살 수 있다고. 그리고 자연사를 꿈꾸는 50대 트랜스젠더 몸으로 증명하려 한다. ‘나’는 언젠가 ‘우리’라는 이름의 생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