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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조은수에게 고릴라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여러 해 전에 어린 유아를 위한 책에서 다른 동물이 되고 싶어하는 덩치가 크고 뚱뚱한 고릴라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그건 아주 짧고 경쾌한 말놀이 그림책이었다. 언젠가 제대로 고릴라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몇 해가 지나 정말로 고릴라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고야 말았다. 조은수의 책에는 글에서건 그림에서건 인간미와 유머가 빠지지 않는데, 『나야, 고릴라』에서는 목에 힘을 조금 두었다. 지금 작가가 하고 있는 고민을 멸종 위기에 있는 고릴라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동물원에 갇힌 고릴라의 눈과 마주친 적이 있는가? 그 눈은 인간의 모든 폭력성과 무자비함을 아주 잘 아는 듯했다. 그렇지만 뭘 어쩌겠냐는 눈빛이었다. 나는 그 슬픈 눈을 통해 이 세상의 모든 약자가 당하는 고통을 읽어 낸 듯하여 섬뜩했다. 고릴라의 눈을 잠깐이라도 들여다본 사람이면 알 것이다. '저 동물이 말을 못 한다고 해서 생각과 감정도 없는 건 아니구나.' 마찬가지로 이 세상에서 말 없이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이 그저 당한다고 해서 생각도 감정도 없는 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사실을 잊어 버린 것 같다. 아파도 소리 지르지 않는 동물이나 약자는 그저 우리 안에 가둬 둔 채 경쟁과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전력을 다해 달리고 있는 게 우리 현대 문명의 모습이 아닌가? 고릴라의 눈이 그 끔찍한 문명을 슬프게 바라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