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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열정 고독 마을 입구 열쇠 일요일 手 동물원 밥 산책 일식 휴일 제야 누에가 노래한다 모란시장에서 복수 소행성 에로스에 대하여 홍수 제2부 달 늪 장미원 물 흰벽 속으로 축제 연등 나팔 미궁 만남 구름의 창 신촌에서 원숭이를 보았네 2월 저녁식사 불운 동물원 2 부엌 어떤 풍경 골목 제3부 소풍 고독 2 소풍 2 북어를 일별(一瞥)하다 모독 꽃집 여자 푸른 슬리퍼 정오 송년파티 소문 광장 얼굴 첫 페이지 은행나무 아래를 지나간 사람 저녁 횡단보도 슬픔 공원 제4부 몰락 분홍신을 추억함 귀환 어떤 강 희망 구두를 버리다 아귀 숲 어항 내가 본 것 새점을 치는 노인 우포늪 지하도 입구에서 십이월의 書架 늪 2 아무도 보지 못한 풍경 해설·고독의 유물론·이광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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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안에서 졸다 눈뜨면 불쑥, 어떤 손이 다가온다. 무거운 고개를 처박고 침 흘리며 졸고 있던 나를 뚫어지게 보며 움푹한 손 내밀고 있는 노파. 창 밖에는 가물가물 빈 등(燈)이 흐르고 헛되이 씹고 또 씹던 질긴 시간을 열차가 거슬러 갈 때, 내가 마신 수천 드럼의 물과 불, 수만 톤의 공기와 밥알들 그리고 보이지 않는 혓바닥으로 무수히 핥아댄 더러운 손. 환멸의 등은 꽃처럼 발등에 떨어지고 움켜쥔 손바닥에서 타오르던 길은 뜨거운 머리카락처럼 헤쳐진다. 살얼음 낀 공중변소 깨진 거울 앞에서 천천히 목을 졸라보던 손, 이제 검은 넥타이는 풀어지고 딱딱한 벽돌처럼 혀는 굳어 있다.
그러니 이 지리멸렬의 세계여, 내민 손을 거두어라. 찌그러진 심장을 움켜쥔 누추한 손을 이제 그만 접어라. 젖은 이마에 등을 켜고 열차가 터널을 빠져나갈 때 천장에 매달린 가죽 손잡이 한꺼번에 흔들리고 세계의 지루한 목구멍이 찬란하게 드러난다. 악착같이 손 내밀고 있는 노파의 구부러진 등 힘껏 떠밀고 나는 어둠으로 꽉 찬 통로를 달려간다. 눈과 귀를 틀어막고 입에 물고 있던 무수한 칼 쨍강쨍강 뱉어내며. 팽팽하게 당겨진 검은 피륙의 시간을 찌익 가르며 열차는 광폭하게 달린다. --- 「手」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