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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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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헤겔의 무엇이 중요한가? 9
맑스와 한 세트로 말해진 헤겔│새로운 ‘헤겔상’의 출현│현대 사상 맥락에서의 참조

제1장 ‘역사의 종언’과 ‘인간’ 15

‘역사의 종언’ 17
‘냉전의 종언’과 철학적 테제│맑스주의의 패배라는 ‘종언’│헤겔 역사 철학의 요점

코제브가 본 헤겔: ‘정신’이란 무엇인가? 23
‘역사의 종언’을 둘러싼 해석│‘정신’의 발전 운동과 자기반성의 도식│이성의 ‘보편성’ 문제와 ‘진보’의 얽힘│‘역사’에는 손대지 않았던 철학자들│경험적 사회 과학 방법론과의 연결

‘자유’를 추구하는 투쟁 31
‘공동체’와 자기실현│‘절대정신’에 대한 견해│‘자유’에서의 자기실현 가능성│홉스와 루소의 ‘자유’│‘시민 사회’에 근대적 의미를 부여하다│‘일반적 이념’과 ‘법’, ‘인륜’, ‘국가’│현실의 투쟁과 소모전도 긍정

‘역사’의 종언과 나폴레옹 40
계몽 사상가와 프랑스 혁명│독일에서 발전한 자유주의│헤겔=코제브의 귀결

‘역사’가 끝난 후 47
미국을 ‘계급 없는 사회’로 형용│‘인간성’을 상실하고 ‘동물성’으로 회귀│‘포스트 역사’에도 ‘인간’이 존속할 가능성│무역사적으로 형성된 또 하나의 인간성

또 하나의 ‘역사의 종언’ 방식 54
하버마스의 헤겔 이해│리오타르는 ‘역사’를 하나의 ‘이야기’로 삼았다│하버마스와 리오타르의 상이점│언어 철학적 문제

제2장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 61

‘주인/노예’의 투쟁이란? 63
인간의 정신세계 내에서만의 존재│인간 상호 관계에서의 ‘주인’과 ‘노예’│‘신체’와 ‘정신’의 통일│‘주인’의 ‘정신’적 주체로서의 자각

‘주인/노예’ 관계에 숨어 있는 모순 70
‘노예’의 양면성│‘주인에 대한 공포’가 ‘지혜의 시작’│헤겔의 ‘노동’론│인간의 ‘자기+타자’ 의식의 발전

‘노동’을 둘러싼 투쟁 77
‘인정’과 ‘자기의식’│‘욕망’하는 것이야말로 자유로운 ‘인간적 자아’의 조건│‘투쟁’으로부터 ‘역사’가 시작된다│‘역사의 종언’ 테제는 ‘주인/노예’ 변증법의 귀결

‘주인/노예’의 ‘계급투쟁’ 83
‘주인’보다 자기의 일을 더 잘 알고 있다│‘주인’에 대한 요구 │인정을 둘러싼 투쟁사의 종언│국가에서 ‘공민’으로서 ‘인정’

‘인정’과 ‘죽음’ 90
‘정신’과 ‘교양의 세계’의 이중화│‘절대적 자유’의 위태로움│‘순수한 일반의지=절대적 자유’의 위험│종교의 본질을 철학적 앎에 의해 파악│‘인간’의 ‘종언’을 둘러싼 중요한 주제

‘주체성’=‘종속성’ 97
‘인간으로서의 삶’을 버리다│푸코가 알린 ‘인간의 종언’│‘규율 권력’에 의한 ‘신민’│‘불행한 의식’과 ‘양심’│푸코가 문제로 삼은 ‘욕망’의 한정

‘주체’의 행로 107
‘주체’의 불안정화│‘절대지’의 존재│‘절대지’의 역설적 성격│지젝의 라캉 재해석

제3장 인정론과 공동체 115

헤겔과 윤리 117
보수적 이미지의 도덕 철학│‘계몽의 변증법’에 대한 철학의 저항

헤겔과 아도르노 121
‘노동’과 ‘욕망’을 둘러싼 문제 계열│‘시민 사회’의 ‘비동일성’을 평가│‘동일성’은 가상인가?│‘동일성’을 고집하게 하는 현상을 ‘물화’라고 불렀다│거짓된 ‘동일성’의 완성에 손을 빌려주다

규정된 부정 129
‘부정=규정’을 스피노자로부터 배우다│자세하게 ‘규정’하고 구별하다│헤겔 변증법의 재구축│‘규정된 부정’이라는 전략적 태도│아도르노와 포퍼의 대립점

현대의 ‘인정’론 137
정치사상에서의 ‘인정’ 문제│테일러의 유연한 자유주의│‘주인과 노예’의 변증법과 루소 형의 ‘평등한 존엄’

초기 헤겔의 ‘인정’론 143
호네트가 참조한 『인륜의 체계』│세 가지 차원의 인정이 축│미드의 사회 환경 속에서의 자기 발달론│새로운 사회 이론의 전개 가능성

규범과 역사 149
로티의 ‘프래그머티즘’으로부터의 관점│‘정신’ 발전론과의 거리│브랜덤의 규범 형성과 ‘화용론’│주체성의 역사적 발전을 강조│하버마스의 보편적 의사소통론│도덕의 보편성

‘안티고네’를 둘러싼 투쟁 159
‘법 대 도덕’ 또는 ‘실정법 대 자연법’│‘공동체적 심정’과 ‘범죄’를 저지르는 자│고차적 관점에 서서 ‘종합’│버틀러의 정신 분석적 해석│탈오이디푸스적인 윤리의 가능성

제4장 ‘역사’를 보는 관점 167

헤겔에게서 ‘역사’와 ‘철학’ 169
역사를 참조하여 앎의 체계를 구축│미래는 불확정이라는 문제│‘절대지’의 취급

‘우리에 대해’ 174
‘앎’의 대상이 ‘의식’의 내용인 경우│‘경험’에서 ‘우리’의 입장이 형성된다│의식의 본질을 둘러싼 문제를 제기

‘우리’의 내력과 행로 180
‘모든 것을 아는 이야기꾼’에 대한 헤겔의 역설│??정신현상학??이 보여주는 순환 구조│가다머의 ‘지평 융합’

‘우리에 대해’의 실천 186
‘이성적인 것=혁명의 이상’│키르케고르와 하이데거의 입장│하버마스의 리터와 로티 비판│헤겔의 형이상학화와의 결별

관찰자와 행위자 193
아렌트와 헤겔의 역사관│비코와 헤겔은 ‘역사가이자 철학자’│‘기술자’ 관점을 지닌 ‘역사가’ 맑스│‘주시자’인가 ‘행위(참여)자’인가?

역사의 폐허에 대한 눈길 200
헤겔=맑스 계열 역사 철학에 대한 비난│벤야민적이고 넝마주의적인 역사가상│파농의 ‘주인/노예’의 변증법에 대한 언급│‘헤겔이 쓸 수 없었던 것’

후기를 대신하여―‘이유’가 상실될 때 209
헤겔의 현대 사상에서의 위치│‘이유의 공간’론을 둘러싼 논의

옮긴이 후기 215

저자 소개 2

나카마사 마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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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aki Nakamasa,なかまさ まさき,仲正 昌樹

1963년 히로시마 현에서 태어났다. 도쿄 대학 총합문화연구과 지역문화연구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현재 가나자와 대학 법학과 교수다. 대학원 시절 독일 만하임 대학에서 수학했으며, 법철학, 정치사상, 독일 문학을 연구하고 있다. 사상가들의 복잡한 사유의 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일반인이 알기 쉽게 풀어내는 작업으로 정평이 나 관련 강의와 저술 작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변화를 위한 독립 이론지’ 『상황情況』의 편집위원이었다. 독일 근대 철학에서 영미권의 현대 자유주의 정치사상에 이르는 분야에서 여러 권의 해설서를 펴냈고, 그간 다룬 사상가만 해도 루소, 베버, 하이데거,
1963년 히로시마 현에서 태어났다. 도쿄 대학 총합문화연구과 지역문화연구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현재 가나자와 대학 법학과 교수다. 대학원 시절 독일 만하임 대학에서 수학했으며, 법철학, 정치사상, 독일 문학을 연구하고 있다. 사상가들의 복잡한 사유의 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일반인이 알기 쉽게 풀어내는 작업으로 정평이 나 관련 강의와 저술 작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변화를 위한 독립 이론지’ 『상황情況』의 편집위원이었다.

독일 근대 철학에서 영미권의 현대 자유주의 정치사상에 이르는 분야에서 여러 권의 해설서를 펴냈고, 그간 다룬 사상가만 해도 루소, 베버, 하이데거, 베냐민, 아렌트, 롤스, 데리다 등 수십 명에 이른다. 저술 작업 외에도 한나 아렌트의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 『칸트 정치철학 강의』, 페터 슬로터다이크의 『인간 농장을 위한 규칙』 등을 일본 독자들에게 번역, 소개했다. 국내에 『왜 지금 한나 아렌트를 읽어야 하는가?』 『현대 미국 사상: 자유주의의 모험』이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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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건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관동대학교 VERUM교양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논리학》 《진리를 찾아서》 《철학의 시대》(이상 공저)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정치철학》 《조선사상사》 《헤겔 강의록 입문》 《미래 가능성》 《새로운 철학 교과서》 《트랜스크리틱》 《이성의 운명》 《헤겔 『논리의 학』 입문》 《제국적 생활양식을 넘어서》 《순수이성비판의 기초개념》 《학문론 또는 이른바 철학의 개념에 관하여》 《역사 속의 인간》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신화철학》 《칸트사전》 《헤겔사전》 《맑스사전》 《현상학사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건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관동대학교 VERUM교양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논리학》 《진리를 찾아서》 《철학의 시대》(이상 공저)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정치철학》 《조선사상사》 《헤겔 강의록 입문》 《미래 가능성》 《새로운 철학 교과서》 《트랜스크리틱》 《이성의 운명》 《헤겔 『논리의 학』 입문》 《제국적 생활양식을 넘어서》 《순수이성비판의 기초개념》 《학문론 또는 이른바 철학의 개념에 관하여》 《역사 속의 인간》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신화철학》 《칸트사전》 《헤겔사전》 《맑스사전》 《현상학사전》 《니체사전》 《유대 국가》 《헤겔의 서문들》 《헤겔 정신현상학 입문》 《헤겔과 그의 시대》 《객관적 관념론과 그 근거짓기》 《현대의 위기와 철학의 책임》 《독일 철학사》 《헤겔》 《헤겔 이후》 《이성의 운명》 《헤겔의 이성·국가·역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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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3월 25일
판형
반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19쪽 | 370g | 153*224*20mm
ISBN13
9791192986357

책 속으로

“계몽주의자들은 과학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자신들의 규칙에 의한 언어 놀이를 사회적 정통성의 유일한 원천으로 삼아 왔다. 그것은 과학적 언어 놀이에 종속되지 않는 다른 ‘이야기’를 비합리적인 것, 진실하지 않은 것으로서 배제하는 것이다. 과학적 담론이 어떻게 해서 정통성의 유일한 원천이 되는지 새삼스럽게 생각해 보면 분명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과학의 사회적 유용성이 광범위하게 인정되게 됨으로써 어느 사이엔가 종교나 전통적 관습, 예술 등, 다른 언어 놀이를 밀어내고 ‘보편성’을 획득해 갔다. 서구를 넘어서서 세계 속으로 그 영향이 확대되어 간다는 의미에서 ‘보편성’이기도 하다. 과학 그 자체가 발전하고, 그에 대응하여 좀 더 고도한 기술이 우리의 생활을 편리한 방식으로 변화시키는 동시에 그에 수반하여 개인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확실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과학ㆍ기술을 기준으로 하면 헤겔=코제브적인 ‘보편사’를 상정하는 것은 그다지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리오타르의 말을 빌리자면, 포스트모던 사회에서는 각종 매체에 의해 과학에 관한 정보가 사람들에게 널리 공유되어 과학 전문가와 대중이 지니는 지식의 차이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게 되는 동시에 과학의 각 부문, 각 연구 영역ㆍ주제마다 견해가 다르다는 것이 점차 분명해졌다. 과학의 성과에 의해 전쟁과 사고, 인체에 대한 해 등의 위험이 커지는 것은 널리 알려진 것이 되었고, ‘과학’이라는 이름만 대면 ‘정통성’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게 되었다. 보편적 ‘역사’가 역시 다양한 허구를 포함하고, 사람들의 관습적인 견해나 원망을 반영한 ‘이야기’였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드러나고 있다. 과학을 중심으로 하는 ‘근대’를 뒷받침해 온 법과 정치, 경제 등의 담론들은 미개한 부족 사회에서 해당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선조로부터 전승되어 온 ‘이야기’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것이 아닐까? 그것들은 다만 그 적용 범위가 클 뿐인 것이 아닐까? 리오타르에게 ‘역사’란 그러한 ‘큰 이야기grands recits’의 집합체에 지나지 않는다.”
--- 「제1장 ‘역사의 종언’과 ‘인간’」 중에서

“‘투쟁’에서 이긴 ‘주인’은 ‘노예’를 종속시켜 자기를 위해 ‘노동’하게 함으로써 ‘자연을 예속시키고, 그리하여 자기의 자유를 자연 속에 실현한다.’ ‘노예’ 쪽은 자연에 예속된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다만 ‘노예’의 ‘노동’은 ‘비물질적인 관념에 기초하여 자연을 변용시켜’ ‘인간적 욕망에 적합한 세계’, 요컨대 ‘비자연적이고 기술적이며 인간화된 세계를 창조하는’ 역할을 짊어지고 있다. 그렇게 하여 형성=교양화gebildet된 ‘세계’ 속에서야말로 ‘주인’으로 대표되는 인간적 욕망과 자율성이 길러진다. 그런 의미에서 ‘노예’도 ‘인간의 역사’의 존립에 불가결하다.

코제브=헤겔에 따르면 ‘인간은 언제나 주인이든가 노예이든가 어느 쪽이며, 주인과 노예가 존재하는 곳에서만 참된 인간은 있다’는 것이다. 권리와 위신Prestige의 인정을 둘러싼 ‘주인’과 ‘노예’의 대립, 어느 쪽이 ‘주인=승자’이고 ‘노예=패자’인가라는 긴장 관계로부터 (동물적 욕망에 머무르지 않고) 자유로운 주체이고자 하는 욕망이 태어나고 ‘역사’가 전진하는 것이다. 역으로 말하면, ‘주인’과 ‘노예’의 관계가 없어질 때 ‘인간’은 소멸하고 ‘역사’는 ‘끝난다.’ 코제브=후쿠야마의 ‘역사의 종언’ 테제는 ‘주인/노예’ 변증법의 귀결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주인/노예’ 관계는 단순한 이념이 아니라 역사의 현실적인 신분과 계급에 대응한다. 그리고 지배 계급과 노동의 담지자인 피지배 계급 사이의 대립 관계로부터 역사의 발전을 이야기하는 맑스주의의 계급투쟁 사관에도 대응한다.”
--- 「제2장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 중에서

“버틀러에 따르면 헤겔과 라캉은 같은 역할을 ‘안티고네’에게 배당하고 있다. 헤겔이 국가의 법에 대항하여 좌절하는 여성의 역할을 주는 데 반해, 라캉은 그녀의 욕망 대상을 조금 복잡하게 해석하고 있기는 하지만, 상징계의 법을 침범하고자 하여 좌절하는 여성의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어느 경우에도 그 좌절을 통해 ‘법’의 기능을 해명하기 위한 희생물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버틀러는 헤겔에 의한 해석에 대해 안티고네가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그에 의해 공동체의 법을 ‘인정’했다는 점을 문제로 삼는다. 버틀러가 지적하듯이 해당 구절에서 안티고네가 실제로 말하고 있는 것은 ‘만약 이 일(=크레온이 취한 조치)이 신의 눈에 좋은 것이라면, 나는 몹시 괴로워한 끝에 자신의 죄를 깨닫게(인정하게) 되겠지요’라는 것이다. 확실히 독일어의 〈anerkennen〉에 상당하는 〈suggignosko〉라는 동사가 사용되고 있지만, 그것은 조건부다. 더욱이 상당히 야유를 담은 조건이다. 안티고네 자신이 죄의 의식을 지니면서 폴리스의 법을 침범했다고 하는 헤겔의 해석에는 무리가 있다.”
--- 「제3장 인정론과 공동체」 중에서

“아도르노와 벤야민 등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연구에 몰두해 온 미국의 정치 철학자 수잔 벅-모스는 『헤겔, 아이티, 보편사』(2009)에서 ‘주인/노예’의 변증법에 대해 헤겔이 감히 ‘말하지 않은 것’에 주목하여 헤겔을 당시의 세계사에 결부시켜 논의하고 있다. 프랑스 혁명 당시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아이티에서는 인권 선언의 영향을 받은 흑인 노예에 의한 반란이 일어나고, 1804년에 역사상 최초의 흑인을 중심으로 한 공화국의 수립이 선언되었다. 이것은 당시 유럽의 지식인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헤겔도 당시 구독하고 있던 잡지로부터 이 혁명의 경위를 꽤 알고 있었을 것이다. 벅-모스는 『정신현상학』에서 ‘주인/노예’의 관계를 기술할 때 최근에 일어난 ‘노예’와 ‘주인’의 힘 관계의 역전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 리가 없다고 추론한다. 많은 헤겔 연구자는 헤겔이 아이티 문제에까지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언급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암묵적인 전제로 하고 있지만, 벅-모스의 말을 빌리자면, 그것은 연구자 자신의 편견이다. 실제로 『법철학 요강』의 246~248절에 걸쳐 시민 사회가 자기의 경제 활동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해외로 진출하고 식민지를 건설하게 되는 것을 화제로 하고, 그것을 자기의 인륜 체계 속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 「제4장 ‘역사’를 보는 관점」 중에서

출판사 리뷰

이 책을 발행하며: 다시 만난 헤겔!

도서출판 b가 야심차게 기획 발간하고 있는 ‘헤겔총서’의 11번째 권이 출간되었다. 나카마사 마사키 교수의 저서로, 이신철 선생이 번역한 『헤겔을 넘어서는 헤겔』(ヘ?ゲルを越えるヘ?ゲル, 講談社現代新書, 2018)이 그 책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헤겔 입문서 중 단연 독보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동안의 ‘정통’ 헤겔 입문서의 전형적인 구성이란 젊은 헤겔에 대한 프랑스 혁명의 영향이나 초기 헤겔의 그리스도교 신학과의 비판적 대결로부터 시작하여 대강 〈정신현상학〉(1807)→〈논리의 학〉(1821)→〈역사 철학 강의〉(1822~31)라는 순서로 헤겔의 체계가 점차 완성으로 향해 가는 과정을 그리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연대기적 헤겔’이 아닌 ‘주제적 헤겔’을 택하고, ‘헤겔 자신의 완성’이 아닌 ‘현대 철학자들의 담론 속 헤겔’을 택하며, ‘유기적 헤겔’이 아닌 ‘해체적 헤겔’을 담는다.

다시 말해, 이 책은 20세기 이후 현재까지의 철학 담론 속에 여전히 주요한 결절점으로 남아있는 헤겔의 여러 주제들, 곧 ‘역사의 종언’,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 ‘인정론’, ‘공동체론’, ‘역사를 보는 관점’ 등을 다룬다. 이러한 담론 주제들은 19세기 초에 헤겔이 던졌지만, 21세기인 지금까지도 우리가 인간과 사회와 역사를 사유할 때 절대 건너뛸 수 없는 핵심적 주제이자 새로운 사유를 가능케 하는 출발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이 책의 ‘정통적이지 않은’ 구성은 오히려 실사구시적으로 헤겔에 접근하여 이 세계의 문제를 사고하는 데 유용한 ‘도구 상자’로서 헤겔을 대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태도야말로 우리가 거대한 사상가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그들과 제대로 대면하기 위해 필수적인 태도이리라.

나카마사 교수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현대철학자들만 해도 사실 각자가 자기 영역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만치 않은 이들이다. 맑스, 코제브, 벤야민, 가다머, 하이데거, 아렌트, 파농, 아도르노, 포퍼, 리오타르, 푸코, 라캉, 데리다, 하버마스, 테일러, 로티, 버틀러, 브랜덤, 지젝 등등이 헤겔과 연관하여 소개되고 있다. 당연히 이들 철학자들의 이론 전부를 자세히 소개한다는 것은 입문서의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다. 하지만 좋은 입문서라면 각 철학자의 헤겔과 연관된 이론을 정확히 선정하고, 그 이론의 핵심을 파악하고, 헤겔과의 연관성을 정확히 그려내고, 그것의 현대적 의미를 정리하면서 새로운 질문을 제기해야 할 터이다. 나카마사 교수는 바로 그 일을 해낸다.

일본 가나자와대학 법학부 교수인 나카마사 마사키는 독일 근대철학에서 현대 자유주의 사상에 이르기까지 현대 철학의 다양한 흐름을 능란한 솜씨로 전달하는 데 있어서 최고의 탁월함을 가지고 있는 학자다. 그가 일본에서 펴낸 많은 ‘입문서’들은 이 점을 증명해 준다. 스스로 독창적 이론을 가진 철학자는 아니지만, 근현대 철학의 핵심을 파악해 이해 가능하게 전달해 주는 능력을 가진 학자가 바로 나카마사 교수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능력은 철학에 입문하려는 이들에게라면 어쩌면 가장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철학이라는 험한 산을 등정하려면 가장 영리한 입문 가이드가 필수적인 셈이다. 이 책은 헤겔에 대한 바로 그러한 입문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박사급 전문 철학 연구자보다는, 철학에 관심 있는 학부생, 철학이라는 산의 등정을 준비하는 대학원생, 철학을 통해 제대로 된 교양을 쌓으려는 대중에게 가장 알맞아 보인다.

그동안 도서출판 b의 ‘헤겔총서’는 헤겔의 원전에서부터 독일, 미국, 일본의 저명한 헤겔 연구자들이 쓴 독보적 연구들을 한국 독자들에게 선보여왔다. ‘헤겔총서’ 1번 바이저의 〈헤겔〉이 ‘정통적’ 헤겔 입문서라면 나카마사 마사키의 〈헤겔을 넘어선 헤겔〉은 다른 철학자들을 거쳐 다시 만난 헤겔을 소개하는 ‘비정통적 도구 상자’로서의 헤겔 입문서다. 헤겔에 관심이 있는 모두가 반드시 소장해야 할 진정 유용한 도구상자가 아닐 수 없다.

역자의 말

“우리는 이러한 나카마사 마사키의 논의를 읽어나가면서 한편으로는 ‘헤겔 이후’의 사상가들이 독자적인 헤겔 해석으로 헤겔 그 이상을 드러내고 헤겔을 넘어서고자 하고 있다는 인상을 얻게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한 인상을 확인해 나가는 어느 사이엔가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다양한 헤겔의 모습이 다시 되살아 나타난다는 기묘한 느낌을 지니게 된다.”

“사실 헤겔과 대결하는 ‘헤겔 이후’ 사상가들의 사유는 현대 철학에서 가장 풍요로운 움직임 가운데 하나이며, 그것은 우리에게 현대 사상으로 들어가는 하나의 가능한 길을 제시한다. 우리는 그 움직임을 헤겔에 대한 일련의 복잡한 반응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은 실존주의와 맑스주의 및 현상학으로부터 비판 이론과 포스트 구조주의 그리고 네오프래그머티즘의 헤겔과의 대결을 형성한다. 거기서 전면에 떠오르는 것은 불행한 의식, 주인/노예 변증법, 인정 투쟁이라는, 독일의 비판 이론뿐만 아니라 전후 프랑스 철학에서도 매우 풍요로운 결과를 가져온 주제들이지만, 또한 근대성의 문제, 인정 이론, 변증법의 해체도 헤겔 사유에 깊이 빚지고 있는 주제들이다. 다른 한편 헤겔은 분석 철학의 발전에 대체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지만, 이러한 상황은 최근 ‘분석적 신헤겔주의’의 출현과 더불어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우리는 이 경로에서 장 발의 실존주의적 헤겔주의와 알렉상드르 코제브의 하이데거-맑스주의적 헤겔 독해 그리고 헤겔에 대한 장-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적 비판과 헤겔적 실존주의에 대한 메를로퐁티의 설명, 그리고 포스트 구조주의 사상가 질 들뢰즈와 자크 데리다에 의해 표현된 헤겔에 대한 급진적 비판이라는 이른바 프랑스적 흐름, 즉 포스트 헤겔주의적인 차이의 철학을 구축하려는 복잡한 ‘해체’의 시도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나아가 비판 이론과 포스트 구조주의에서 발견되는 헤겔에 대한 비판을 통합하는 가운데 헤겔적 주제들을 생산적으로 전유하고자 하는 주디스 버틀러와 슬라보예 지젝과 같은 현대 사상가들과 로버트 브랜덤과 같은 ‘포스트 분석’ 철학에서의 헤겔 르네상스도 현대 사상과 헤겔이 맺는 연관의 풍요로움을 증명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서 헤겔의 불행한 의식과 주인/노예 변증법을 강조하고 헤겔 변증법을 차이의 철학으로 전환하려고 시도하는 한편의 흐름과 헤겔의 근대성 이론과 확장된 합리성 이론을 옹호하고 사회적 상호 주관성 이론의 부분으로서 인정을 강조하는 다른 한편의 흐름으로의 분화와 대결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헤겔 사유의 다원적이고 서로 충돌하는 본성에 관한 적절한 이해야말로 헤겔에 대한 접근의 올바른 길이라면, 우리는 헤겔 이후 헤겔을 둘러싼 서로 충돌하는 엇갈린 대결의 모습이야말로 화해를 준비하는 생산적인 투쟁이라는 헤겔적 사유의 또 다른 전개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옮긴이 해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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