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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다』
『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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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일지
이 책을 출간하는 데 10년이나 걸렸다. 2014년 벨기에 출판사 lannoo가 펴낸 이 책을 나는 그해 만났다. 유연하면서 힘 있는 드로잉에 매료된 나는 이 책을 책장에 고이 두고 종종 꺼내 보면서 잉그리드 고돈을 열망했다. 톤 텔레헨이 왜 이 그림들에 빠져 아트북을 기획하고 수년 동안 집필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그러다 그림에서 비롯한 내용이 궁금했다. 나는 마치 눈을 감은 채 코끼리를 더듬듯, 몇 년간 네덜란드어 원문 내용을 얼추 파악한 끝에야 2020년 LOB의 첫 책으로 계약했다. 그런데 왜 4년 동안 안 냈을까? 안 낸 게 아니라 못 냈다. 예술과 철학이 결함한 이 책을 ‘얼추’ 정도론 오롯이 편집할 수 없었으니까. 그림책과 예술책의 이미지 내러티브는 물론 네덜란드어 행간 사이 호흡마저 번역 가능한 번역가를 찾는 데 2년, 번역 초고에서 17차 교정지까지 주고받는 동안 다시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여기까지가 이 책의 출간이 늦어진 대외적이고 공식적인 이유이다. 비공식적이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편집자로서 이 책을 마주할 때마다 두려웠다. 멋진 그림에 덜컥 욕심을 냈지만 한 글자도 모르는 네덜란드어는 항상 내 심장을 조여와 답답했고, 원서의 특별한 제작 사양 때문에 견적을 할 때마다 내 간은 콩알만 해졌다. 트레싱지 자켓에 문켄 표지, 적색 샤인트레싱지 본문 사철, 비비컬러 면지에 헤드밴드까지! 공교롭게도 내가 아는 가장 비싼 제작 사양들이었다. 글자 하나 돔보 하나 틀리면 지옥행 특급열차일 게 뻔했지만 그럼에도 불구, 지난 10년 동안 나를 감탄하게 하고 박수하게 하고 환장하게 한 이 책을! 두 거장의 예술과 철학을 여러분께 선보이고 싶었다. 안미란 번역가님과 수십 통의 메일과 문자와 전화, 화상 통화와 줌까지 동원해 교열을 마친 나는 어느새 강철 심장이 되었고, 콩알만 하던 간은 배 밖으로 나왔다. 발행인이 아니라 편집자로서 차원이 다른 용기가 필요했는데 그 용기를 내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고민과 불안을 떨치고 어떤 결심과 큰 용기 끝에 이 책을 선보이는 지금, 비로소 잘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