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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너에게서 무언가를 앗아갔다면 11
감사의 말 161 옮긴이의 말 163 인용문들에 대한 설명 166 |
Naja Marie Ai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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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였을 때 너는 오후에 목련나무 아래 요람에서 낮잠을 잤다. 초록 숲에서. 깨어나면 나뭇잎을 올려다보았지. 네가 옹알이를 했는데 마치 노래하는 것처럼 들렸어. 흔들리는 빛, 푸른 나뭇잎 사이로 빗발치는 빛.
--- p.30 나는 제정신이 아니다 --- p.31 언어가 불가능하다 언어는 내 아이와 함께 죽었다 예술적이기가 불가능하다 예술이 불가능하다 썩은 예술은 원하지 않는다 예술에 문장 구조에 구토한다 어린아이처럼 단문을 쓴다 다 해 본다 내가 쓰는 모든 것은 선언 나는 글자를 혐오한다 더 이상 쓰기 싫다 불타는 혐오를 쓴다 내 분노는 방향도 없이 둔탁하다 나는 총알이 장전되어 있다 아무도 물렁물렁한 허접쓰레기를 가지고 가까이 오지 마 --- p.34 애도가 완수해야 할 작업이라는 생각은 역겹다. 다시 건강해지기 위해 애도라는 작업을 완수해야 한다는 생각은 나를 분노하게 해. --- p.64 칼 일이야. 창문에서 떨어졌어. 칼 일이야. 나는 울면서 어머니와 큰아들에게 외친다. 창문에서 떨어졌어. 죽었어. 당장 택시를 불러야 돼. 그가 말했어. --- pp.43-44,60,73 오늘은 잿빛이다. 거실은 고요하다. 우리는 매일을 죽음과 함께 보낸다. 내가 언제 다시 글 쓰는 데 힘을 쏟을 수 있을지. 힘이 너무나 많이 소모된다. 현존, 집중력, 에너지가. 아름다움은 내 언어를 떠났다. 내 언어는 상복을 입고 있다. 나는 무엇에도 관심이 없다. --- pp.74-75 모든 것이 너였다 너였고 네 육체였어 묘사할 수 있는 언어가 없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계속 살아가란 말인지 --- p.89 모든 것이 비현실적이다. 언어는 의미를 잃었다. 쇼크의 언어 --- p.96 어떻게 한 사람이 자기 자신이면서 동시에 아닐 수 있는지 이해하려고, 나는 정신 질환에 대해 읽어 보았다. 네가 자살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네 몸이 너를 5층 창밖으로 던졌는지를 이해해 보려고 했어. 네 몸이 너를 5층 창밖으로 던졌을 때, 너는 네 안에 있지 않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몰랐겠지. --- p.99 그 대신 나는 하루하루의 삶을 종이처럼 얇게 느낀다. 실제로 그렇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대한 모든 일상적인 감각이 이렇게 단절되고 나면 앞에는 거대한 공허함이 남는다. --- p.102 우리는 아이들 같다. 속수무책. 친구들은 온갖 방법으로 우리를 도와준다. 친구들은 우리를 구해 주러 온다. 그들은 다정하게 우리를 앞으로 이끈다. 한 순간에서 다음 순간으로. 희미하고 어두운 그 몇 주일. --- pp.102-103 나는 목격자들이 네가 “동물처럼 떨어졌다”, “인형처럼 떨어졌다”, “하늘에서 날아왔다”, “떨어지며 큰 소리를 냈다”라고 한 진술을 읽고, 목격자들이 네 발목과 엉덩이와 무릎에서 뼈가 삐져나온 것을 보았다는 진술을 읽는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읽고 한 번 더 읽는다.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든 세부를 다 알고 싶다. 나는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 해. 물론 알아야지. 너는 내 아이잖니. --- pp.105-106 상실감의 바탕인 사랑이 상실 자체보다 크기를, 또한 그 사랑이 사랑과 공감을 만들어 내기를 희망해야 한다. --- p.145 나중에 나는 복싱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세 번 복싱을 하러 간다. 힘껏 치고 힘껏 찬다. 기술을 단련한다. 나는 이전의 어느 시기보다 복싱을 잘한다. 내 몸은 강인해진다. 나 자신이라는 미지의 두려운 불확실성에 두꺼운 껍질을 씌운다. --- p.149 계획을 세울 수 없으면 미래를 상상할 수 없다. 아무것도 상상할 수 없다. 상상력이 작동하지 않는데 글을 쓸 수는 없다. 글을 쓰는 것을 상상하는 것이다. 글을 쓰는 것은 시간을 가로질러 글쓰기를 통해 여행하는 것이다. 시간을 창조하는 것이다. --- p.154 죽은 아이를 생각한다. 그의 시간과 그의 삶은 내 안에 들어와 있다. 나는 그를 낳았다. 나는 그의 죽음을 견뎌야 한다. 나는 암사자처럼 계속 그를 위해 싸울 것이다. 아무도 그에게 부당한 일을 하면 안 된다. 아무도 그를 잊으면 안 된다. 내가 살아 있는 한. 나는 지금도 그를 지킨다. 나는 살아 있는 아이들을 속속들이 알듯이 그를 잘 안다. 이것은 지극히 신체적인 느낌이다. 그는 내 안에 있다. 그는 내 몸 안에 있다. 나는 그의 존재를 내 안에 품고 있다. 나는 그를 내 몸 안에 품고 있다. 그가 내 뱃속에 있었을 때처럼. 하지만 이제 나는 그의 삶 전체를 품고 있다. 나는 네 삶 전체를 품고 있다. --- pp.157-1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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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아름다움과 잔인함. 사랑의 힘.”
죽은 이들이 생전에 우리에게 준 사랑을 돌려주는 것에 관하여, 슬픔으로 인해 사랑이 파괴되어서는 안 된다는 희망에 관하여 나야 마리 아이트의 둘째 아들 칼 에밀은 친구 N과 함께 약간의 취기를 느끼고자 환각성 버섯을 먹었다. 그 효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그는 환각 속에 약물성 정신 이상을 일으켰고 그 상태에서 5층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이틀 후 그는 너무 많은 골절로 인해 사망했다. 처음에는 전혀 읽거나 쓸 수 없었다는 작가는 9개월 후 서서히 언어를 되찾았고, 사망 2년 후에 칼에 관한 책을 출간했다. 덴마크어 원제는 “죽음이 너에게서 무언가를 앗아갔다면 그것을 돌려주렴. - 칼의 책(Har døden taget noget fra dig sa giv det tilbage. - Carls bog)”이다. 2008년 쓴 시의 첫 줄에서 제목을 따 왔다. 아들은 2015년에 죽었지만, 이 시는 그가 열여섯 살일 때 쓰였다. 아래는 시의 전문이다. 죽음이 너에게서 무언가를 앗아갔다면 그것을 돌려주렴 죽은 이에게서 네가 받은 걸 돌려주렴 그가 살아 있었을 때, 그가 너의 심장이었을 때 그에게서 받은 걸 장미에게, 대륙에게, 겨울날에게, 모자에 가려져서 너를 쳐다보는 소년에게 돌려주렴 죽음이 너에게서 무언가를 앗아갔다면 그것을 돌려주렴 죽은 이에게서 네가 받은 걸 돌려주렴 너희가 비를 맞을 때 눈을 맞을 때 햇빛을 쬘 때 그가 살아 있어서, 마치 네가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는 무엇, 그 역시 잊어버린 그 무엇을 물으려는 듯 그 얼굴을 너에게 향했던 그때. 그것은 영원 영원히 먼 옛적 나야 마리 아이트는 이미 그가 한 살일 때, 그가 언젠가 자신을 떠나리라는 징조를 보았고, 이 시를 쓸 때 이미 그가 죽음의 어두운 모자 속에 숨어 있는 것을 알았고, 사고 직전에 그가 추락하는 꿈을 꾸었다. 그녀는 이런 언어적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시의 가장 아름다운 특성이자 위험하고 불길한 특성임을 말하며 다음과 같이 쓴다. “하지만 징조와 경고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실현되기 전까지는 해석할 수 없다. 나중에 되돌아보면서야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경고는 그저 표현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작가는 시에 담긴 예언에 대해 무력한 분노를 느끼면서도 “상실감의 바탕인 사랑이 상실 자체보다 크기를, 또한 그 사랑이 사랑과 공감을 만들어내기를 희망”해야 함을 깨닫는다. 그래서 죽음이 당신에게서 무언가를 앗아갔을 때 죽은 이가 당신에게 준 것, 즉 슬픔 속에 존재하는 그 사랑을 되돌려 주라고 말한다. 슬픔은 죽은 이에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며 받은 사랑을 전하는 것은 사랑을 보존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렇게 죽은 이들은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우리 곁에 있을 수 있다. 파괴된 언어가 자아낸 독창적인 시도, 상실에 관한 모든 문학적 가능성을 한 책에 담다. 깊은 슬픔을 겪는 타인에게 손을 내미는 단 한 권의 책 나야 마리 아이트는 상실과 슬픔에 관한 모든 문학을 찾는다. 조앤 디디온, 말라르메, 앤 카슨, 자크 루보, C. S. 루이스, 『길가메시 서사시』…… 그래서 이 책은 일기, 시, 회고록, 짧은 문장, 인용문 등 다양한 텍스트들이 모여 구성되었다. 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이별을 겪고 있을 때 이별에 관한 텍스트를 읽는 것.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 가능성과 돌파구를 향한 간절한 탐구. 불가능한 일에 접근하고자 하는 시도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죽은 아들에 대해 글을 써 보아도 형식은 산산이 부서진다. 칼에게 보내는 짧은 산문 조각들, 서정적인 구절은 무작위로 교차하며, 당일의 기억은 지독하게 반복되며 점점 형태를 복원해 간다. 현재의 파편은 과거와 현재의 기억 조각과 일기의 기록들로 흘러넘친다. 다른 문학에서 인용된 구절은 나야 마리 아이트 자신의 목소리와 얽힌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슬픔 속에서 단순한 일들을 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고 서술한다. 매일이 허물어지고 다시 지어진다. 꽃을 즐기고, 음식을 만들고, 내민 손을 받아들이며 일상의 힘이 서서히 깃드는 과정은 놀랍도록 감동적이다. 이는 2024년 발표해 삶을 채우는 고통스럽고 평범한 이야기 속에서 진실을 외치고 자신만의 서사를 펼쳐 나가는 장편 소설 『어두움의 연습』을 이해하는 힌트가 된다. 『죽음이 너에게서 무언가를 앗아갔다면』은 자기 치료에 머무는 책이 아니라 타인에게 다가가는 책이다. 제목처럼, 그녀는 죽음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앗아갔음에도 무언가를 돌려주는 법을 강력한 시의 언어를 빌려 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