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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일리아스』, 『오디세이아』에 비견되는 동양 최고(最古)의 대서사시 중 하나인 『라마야나』가 청소년용으로 처음 쓰여 비룡소에서 출간되었다. 인도 신화라는 이름 아래 여러 인도 신화를 축약하고 짜깁기하여 출간된 이전의 책들과 달리 『라마야나』는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어 그 의의를 더한다. ‘라마가 걸어간 길’이란 의미를 가진 『라마야나』는 『베다』, 『마하바라타』와 함께 힌두교의 경전이자 재미있는 영웅전으로, 신화로 인도와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신들의 신 비슈누가 코살라 왕국의 왕 다샤라타의 아들 라마로 환생하여 하늘의 신들을 괴롭히고 지상을 악으로 물들이는 악귀들의 제왕 라바나를 물리치는 동안의 모험담을 담은 작품이다.
친숙하게 다가오는 동양의 신화 라마야나의 작가 김재민은 현직 고등학교 지리 교사로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인도 신화를 집필하기 위해 애써 왔다. 작가는 처음 동남아시아와 인도를 여행했을 때 비슷한 생김새의 조각들과 그림,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진행되는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등의 전통극 등을 보며 호기심과 함께 답답함을 느꼈고, 그때부터 수년 간에 걸쳐 십여 차례 동남아시아와 인도를 방문하며 자료를 모으고 결국 이 년여에 걸쳐 라마야나를 새롭게 썼다. 글 작가의 이러한 노력과 더불어 이 책을 빛내 주는 그림은 인도 화가 바드리 나라얀의 것이다. 바드리 나라얀은 인도에서 수십 차례 개인전을 가졌고, 사원 하나를 자신의 작품으로 장식할 정도로 인도에서 손꼽히는 화가로 인도의 신화와 민담을 널리 알리기 위해 그것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회화 작품을 완성하였다. 그리고 이 작품은 프롤로그를 포함해 총 열 장의 큰 주제 아래 에피소드마다 작은 단원을 두어 많은 분량이지만 지루하지 않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라마의 모험의 경로를 담은 지도와 다샤라타 왕의 가계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한 것과 더불어 굉장히 많은 등장인물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인물 및 용어 해설 등 부록을 마련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했다. 이렇게 비룡소의 『라마야나』는 그동안 서양의 신화에 가려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동양 문화의 뿌리인 동양의 신화를 우리의 청소년들이 좀 더 쉽고 친숙하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는 데 그 의의를 두고 있다. 아시아의 문화를 아우르는 동양의 고전 천백 년을 구전되어 오던 이야기를 7장 24,000구절이란 어마어마한 분량의 산스크리트어 대서사시로 집대성해 낸 사람은 바로 ‘발미키’이다. 발미키는 기원전 약 3세기경의 인물로 인도인들에게 인류 최초의 시인이요, 시선(詩仙)으로 추앙받고 있다. 산스크리트어로 지어진 대서사시 라마야나는 매우 세련되고 아름다워 후세의 문학과 예술에 매우 큰 영향을 끼쳤으며 오늘날에까지 인도와 동남아 여러 나라의 대중들 속에 생생히 살아 숨쉬고 있다. 그 예를 들자면, 태국의 왕은 현재에도 ‘라마’라고 불리고, 태국의 왕궁과 왕실 사원은 라마야나(태국의 라마야나는 라마키엔이라 불린다.) 이야기를 담은 벽화와 조각들로 장식되어 있다. 또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네팔,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의 사원에서는 라마야나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이야기로 부조와 상을 만들어 장식해 놓았다. 더 나아가 라마의 가장 충실한 원숭이 부하 하누만을 모델로 중국의 서유기가 탄생하였다. 이렇듯 서양의 신화에 조금도 뒤짐 없이 아시아 문화의 한 줄기를 차지하고, 아시아 각국에서 도덕과 윤리의 상징으로 민중의 존경을 받고 있는 동양의 신화, 라마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청소년에게 알려 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한 나라를 이끌어 가는 도덕이자 사상 왕에 대한 백성들의 존경심, 부모의 말에 순종하는 자식, 남편과 아내 간의 사랑과 이해, 왕에게 충성하는 부하, 성자를 받들고 보호하는 왕과 귀족 등 이 모든 것은 라마야나에서 이야기하는 주된 주제들이다. 이들은 모두 ‘다르마(Dharma)’라는 힌두교의 기본 사상에 비롯된 것들로 우리의 개념으로 표현하자면, 도덕, 법, 윤리 등에 해당한다. 라마야나 안에서 종종 이야기되는 환생과 업보, 전생이란 개념이 있다. 이는 전생에 얼마나 다르마를 지키며 살아왔느냐에 따라 내가 다음 생에 무엇으로 환생할지, 설사 거지로 태어났다 하더라고 그것은 내가 전생에 다르마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업보로 그렇게 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이 사상은 라마야나와 같은 경전이자 옛이야기를 통해 십억 인구의 인도가, 지구상 유일하게 계급 제도가 살아 있는 인도가, 극심한 빈부격차를 가진 인도가 별 탈 없이 굴러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최고 계급인 브라만으로 태어나든, 가장 천한 계급인 수드라로 태어나든 또 하인을 수십 명 거느린 부자로 태어나든, 불구이거나 거지로 태어나든 인도인들에게는 불평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현세에서 공덕을 쌓아 다음 생에 복을 받으면 되니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