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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부사의 아들 성이성은 어떻게 이몽룡이 되었나
어렸을 때 조경남에게 글공부를 배운 남원부사의 자제 성이성은 1639년 암행어사가 되어 남원의 옛 스승을 찾아온다. 조경남은 자신을 찾아온 제자와 함께 광한루에서 밤새 이야기를 나눴고, 제자를 이 도령의 모델로 삼아 ‘원조(元祖) 춘향전’이라 할 최초의『춘향전』을 지었다. 이 날의 만남은 성이성의 암행어사 일기인『호남암행록(湖南暗行錄)』에 묘사되어 있다. 또한 성이성의 오대 후손 성섭(成涉)이 쓴『필원산어(筆苑散語)』의〈기선세유사(記先世遺事)〉에는 암행어사가 된 이몽룡이 변 사또의 잔치연에서 지었다는 한시와 동일한 시가 발견된다. “나의 고조께서 수의어사가 되었을 때 암행하여 한 곳에 이르렀는데, 호남 열두 고을 수령들이 크게 연회를 베풀고 있었다……
어사께서 곧 종이 한 장을 청하여 시를 쓰기를, ‘항아리 속의 아름다운 술은 천 사람의 피요, 쟁반 위의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촛물이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도 높구나’……여러 사또들이 돌려 보고서 의아해할 때에 서리들이 ‘암행어사 출두’를 외치며 곧장 들어오자 여러 사또들이 한꺼번에 모두 흩어졌다.” 그런데 이 시는 조경남이『속잡록(續雜錄)』에서, 명나라 장군 조도사(趙都司)가 광해군의 흥청대는 궁중 잔칫상을 보고 읊은 풍자시라고 소개한 바 있다. 조경남은 후에『춘향전』을 쓰면서 이 어사가 변 사또를 향해 부른 것으로 이 시를 허구화했고, 성 어사의 후손들은 허구 속의 이야기를 자신들의 선조 성이성의 실화라고 전하게 되었다. 약속을 위해서는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은 아름다운 인간, 춘향 오늘날 독자들은 춘향을 미모와 덕성을 갖춘 이 도령의 사랑스러운 연인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춘향전』은 춘향의 사랑과 수절만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다. 변 사또에게 굴복하지 않고 이몽룡과의 약속을 지킨 춘향은, 자신이 정한 약속을 위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은 아름다운 인간이다. 즉 원작자 조경남은『춘향전』을 통해, 천한 기생인 춘향도 목숨을 걸고 약속을 지켜 열녀가 되는 마당에 나라를 위해 목숨이라도 던져야 할 지체 높은 사대부들은 임병양란 동안에 그런 충성과 절의를 보여주지 못한 부끄러운 사실을 풍자하고자 한 것이다. 옥중에 갇힌 춘향이 곤장을 맞으면서 ‘열녀불경이부(烈女不更二夫)요, 충신불사이군(忠臣不事二君)’이라고 절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