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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바셀미 저 / 김상률 역
책세상 200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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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문고 세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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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저자 : 도널드 바셀미(1931~1998)
비평가들로부터 포스트모던 문학비평 및 문화이론의 선구자, 미국 단편문학의 확산에 크게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미니멀리즘이라는 용어가 생기기도 전에 그러한 방식의 실험적 창작을 시도했으며, 언어 자체와 언어 사용의 어려움이라는 문학적 주제에 천착했다. 포스트모더니즘 이론가들은 ‘미국의 보르헤스’라고 평했지만 스스로는 실험적인 모더니스트로 분류되길 원했다. 어린 시절부터 제임스 조이스, 사무엘 베케트 등의 모더니즘 거장들에 심취했으며, 첫 단편집『돌아오시오, 캘리거리 박사Come Back, Dr. Caligari』로 명성을 얻었고,『다소 비정상적인 화력 엔진The Slightly Irregular Fire Engine』이라는 아동 문학 작품으로 1972년 ‘전미 도서상’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는『백설 공주Snow White』,『죽은 아버지The Dead Father』,『천국Paradise』,『왕The King』 등의 장편 소설과『죄스러운 즐거움Guilty Pleasures』 등의 논픽션이 있다.
역자 : 김상률
한양대학교에서 디킨스Charles Dickens로 석사 학위를 〈랠프 앨리슨의 탈식민 상상력〉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뉴욕 주립대에서 <탈식민 지식인 리처드 라이트―폭력의 글쓰기>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숙명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공저로 『탈근대의 담론과 권력비판』, 『20세기 미국소설의 이해 1』, 『강과 삶과 문학』이 있다. 탈식민주의와 페미니즘 문학에 주된 관심을 갖고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4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45쪽 | 297g | 128*205*20mm
ISBN13
9788970134789

책 속으로

백설 공주는 창문에서 머리를 들어 올려 밖으로 늘어뜨렸던 길고 검은 머리카락을 안으로 끌어올렸다.
“끝내 아무도 이 머리를 잡고 올라오지 않았어. 이 한 가지 사실이 모든 걸 다 설명해주지. 나는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났어. 때를 잘못 타고 태어난 거지. 저기에 서서 입을 벌리고 멍청히 바라만 보고 있는 사람들은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야. 그리고 오지 않거나 적어도 올라올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지.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바로 이 세상 그 자체는 결코 왕자를 보내줄 수 없기 때문이지. 적어도 세상은 이야기의 바른 결말을 제공해줄 만큼 문명화될 수는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구차한 도덕주의를 넘어 주체적인 여성으로 거듭나는 백설 공주
아름답고 지적이지만 만사가 지루할 뿐인 백설 공주는 권태로운 일상과 가부장적 억압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현대 여성을 상징한다. 한편 빌딩을 청소하고 유아용 식품을 만들어 팔면서, 가끔씩 사창가를 찾는 일곱 난쟁이는 야망과 로맨스를 잃어버린 현대 남성들의 초상이다. 백설 공주가 자신의 왕자님이라고 믿었으나 그럴 만한 의지와 배짱을 갖고 있지 못했던 폴Paul은 미국 사회의 취약한 리더십을 상징하며, 공주를 강렬히 욕망하던 호고Hogo는 백인 주류사회로의 진입을 꿈꾸는 유색인종을 대변하는데 그 역시 죽은 난쟁이 빌Bill의 빈 자리를 채울 또 한 명의 난쟁이에 불과하다.
이처럼『백설 공주』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도덕의식을 결여하고 있다. 그러나 도덕, 영웅, 낭만적 사랑의 부재 속에서야, 백설 공주는 자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적극적으로 욕망하는 페미니스트 여성을 표상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기다림에 지친 공주를 하늘나라로 돌려보냄으로써, 가부장적 사회가 오랫동안 상상해왔던 백설 공주의 신화를 깨끗이 지워버리는 것이다.

바셀미가 당신에게 던지는 당혹스러운 질문들
백설 공주가 소설과 소설 아닌 것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지점은 무엇보다 이 작품의 메타픽션적인 성격이다. 특히 1부 마지막 부분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질문’은 기존의 소설 텍스트 속에서 결코 만나보지 못했던 파격이다. 작가는 지금 책을 읽고 있는 독자에게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논평을 요구한다. 이러한 황당한 질문들에 당신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1.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마음에 드나요? 예( ) 아니요( )
2. 기억하고 있는 동화 속의 백설 공주와 이 백설 공주는 닮았나요? 예( ) 아니요( )
……
14. 당신은 이 책을 어떻게 읽나요? 서서( ) 누워서( ) 앉아서( )
15. 당신은 사람들이 더 많은 어깨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예( ) 아니요( ) 두 짝의 어깨?( ) 아니면 세 짝?( )

백설 공주를 포스트모던하게 뜯어 붙이는 방법
바셀미는 이제까지 현실reality을 구성한다고 여겨졌던 시간, 공간, 언어의 구조 등이 이미 해체되어버렸으므로, 현실의 혼돈에 대응하는 방식은 ‘혼돈 그 자체를 인정하고 나아가 텍스트 상에서 더 깊은 시대적 혼돈을 창조’하는 것뿐이라고 이야기한다. 따라서『백설 공주』는 인과적 플롯을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단편적인 일화들을 시작도 끝도 없이 파편적으로 연결시키는 콜라주 기법을 과감히 도입함으로써 의미를 상실해버린 세계에 한 발 더 가까워지려 한다.
또한『백설 공주』는 작품 속에서 작가의 주관이나 통일된 주제를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의미들을 동시에 제시함으로써, 독자 스스로 능동적인 읽기와 해석의 과정을 통해 이야기의 의미를 재구성해낼 것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이 소설에서 어떤 이들은 현대 소비자본주의의 병폐를, 어떤 이들은 대중 정치가 지닌 문제점을 볼 수 있을 테고, 심지어 또 다른 이들은 미국 사회의 인종문제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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