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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7
제1권 9 제1장 11 제2장 85 제2권 167 제1장 169 제2장 227 작품 해설 293 작가 연보 319 |
Friedlich Hold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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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문은 음악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외적 특징은 편지들의 나열로 구성된 서간체 소설이라는 점이다. 주인공이 자신의 감정을 진솔하게 토로하는 자기 고백적 성격이 강한 편지 형태의 소설인 서간체 소설은 낭만주의 시대에 특히 유행했는데, 독일 시인 괴테의《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영국 작가 리처드슨의《파멜라》, 프랑스 사상가 루소의《신 엘로이즈》등이 대표적이다.《그리스의 은자 히페리온》은 주인공 히페리온이 독일인 친구 벨라르민에게 보낸 과거를 회상하는 편지들과 연인 디오티마와 주고받은 편지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으로《그리스의 은자 히페리온》은 히페리온이 성장해나가며 자아를 형성하고 세상과 화해하는 과정이 전개된다는 점에서 18세기 말에 독일 문단에서 유행하던 괴테의《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와 같은 교양소설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고 볼 수 있지만, 탄탄한 서사구조 위에 풍성하게 채워진 섬세한 서정적 표현들 덕분에 차별성을 갖는다. 시인 횔덜린이 타고난 심미안으로 아름답게 표현하고 인물들의 감정을 절절히 전달한 이 작품은 소설이 아니라 산문으로 쓰인 ‘확장된 형태의 서정시’라고도 평가된다. 고귀한 존재일수록 고통의 깊이 또한 깊은 법 소설은 이미 모든 것을 경험하고 고향인 그리스로 돌아온 히페리온이 벨라르민에게 자신의 인생을 고백하면서 시작된다. 어린 시절 히페리온은 스승 아다마스와 고대 그리스의 유물들이 묻힌, 과거 영화로웠던 아테네의 폐허를 방문하여 고대 그리스 문명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당시 그리스는 오스만제국의 식민 지배를 받고 있었는데, 마침 그리스 해방전쟁이 발발하자 히페리온은 친구 알라반다의 부추김과 연인 디오티마의 독려에 힘입어 살기 좋은 시대를 건설하기 위해 호기롭게 참전한다. 그러나 동포들까지 학살하고 약탈하는 그리스 해방군의 모습에 환멸을 느끼고, 큰 부상을 당한 탓에 후송되고 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알라반다와의 이별과 디오티마의 죽음이라는 크나큰 고난과 맞닥뜨린 히페리온은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독일로 가보지만 그곳의 저속하고 비열한 삶을 견디지 못한다. 다시 그리스로 돌아온 그는 여전히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과 푸르고 성스러운 대지, 굽이치며 바다로 흘러드는 강물을 바라보며 마음을 치유하고, 홀로 자연에 거하며 자연과 하나가 되는 은자가 된다. “싸움이 한창일 때 화해의 싹은 이미 돋아나고, 갈라졌던 모든 것은 다시 합쳐지기 마련이다” “그렇다, 잊어라, 고통과 시련에 시달리고 수천 번 분노한 마음이여, 이 세상에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다시 돌아가라, 네가 출발한 지점으로, 자연의 품속으로, 변함없고 고요하며 아름다운 자연의 품속으로.”(13쪽) 이 작품에 등장하는 디오티마라는 여인은 플라톤의《향연》에서 소크라테스에게 사랑과 아름다움에 관한 진리를 설파하는 여사제에게서 이름을 따온 인물이다.《그리스의 은자 히페리온》에서 그녀는 히페리온이 닿을 수 없는 천상의 존재로서 미美의 완벽한 원형을 상징한다. 디오티마는 또한 작가 횔덜린의 실제 연인이었던 주제테 곤타르트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인물로, 횔덜린은 주제테의 죽음 이후 정신 착란 징후를 보인 바 있다. 소설 속에서 히페리온은 사랑했던 연인 디오티마의 죽음이라는 큰 비극을 겪은 뒤에 절망을 딛고 고난의 경험을 내적으로 승화하며 스스로를 완성한다. 신성이 가득한 공간인 자연을 칭송하면서 고통을 맛보아야만 다른 환희를 이끌어낼 수 있고, 자신의 세계를 완성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그렇게 하여 완성된 히페리온의 세계는 모든 것이 하나로 완벽히 조화를 이루는 세계다. “하나 된, 영원한, 타오르는 생명이야말로 모든 것이다”라는 히페리온의 결론은 작품 속에서 디오티마가 인용하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서로 다름 속의 하나 됨’에 공명한다. 만물이 서로 나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인 의미에서는 결국 하나로 조화를 이룬다는 의미이며, 그것은 또한 아름다움의 본질이기도 하다. 인간의 아름다움은 고통에서 출현한다.“인간의 가슴에서 이는 파도는, 만약 그 오래된 침묵의 바위가, 운명이 막아서지 않았다면 그렇게 아름답게 거품을 내며 치솟지 못했을 것이고 정신으로 화하지 못했을 것이다.” 고통이 없는 것은 운명에서의 해방을 의미하지만, 사실 그것은 잠든 젖먹이와 같은 상태다. 고통 없는 성숙은 없다. 고통은 인간을 더 성숙한 상태로 이끌어준다. 아래로부터 위로 올라가는 것이다. (〈작품 해설〉313쪽) 횔덜린은《그리스의 은자 히페리온》에서 모든 불행한 경험들과 갈등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성숙한 인간의 비전을 제시한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하고, 변화를 통해 영원히 지속될 수 있으며, 자연은 모든 고통을 치유해주는 영원한 단 하나의 생명이라는 히페리온의 독백은 200년의 시간차를 뛰어넘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 책에 대한 찬사 “이 산문은 음악이다. 녹아내릴 듯 부드러운 소리들이 고통스러운 불협화음에 좌절되다 결국 어둠 속으로 사그라지는 애가다.” _프리드리히 니체 “줄거리가 있는 소설이 되려고 애쓰는, 각각 독립된 비할 수 없이 참되고 아름다운 서정시.” _에두아르트 뫼리케 “모든 비가들 중에서 가장 멋진 비가.” _아힘 폰 아르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