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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을 헤매다
박세현 저
열림원 2005.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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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판 시

책소개

저자 소개

저자 : 박세현
1953년 강원 강릉에서 태어나 1983년 『문예중앙』 여름호에 ?오랑캐꽃을 위하여? ?회화시간? 등 10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 『꿈꾸지 않는 자의 행복』(1987), 『길찾기』(1989), 『오늘 문득 나를 바꾸고 싶다』(1990), 『정선아리랑』(1991), 『치악산』(1996)과 논저 『김유정의 소설세계』(1998)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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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03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146쪽 | 216g | 128*205*20mm
ISBN13
9788970634470

책 속으로

구름들, 치악산 능선 타고 흐르던 시간에
몸을 앞세우고 구룡사에 다다르다
대웅전 섰던 자리에
저런! 한순간,
장엄스럽던 종교는 불타 버리고
불에 그을은 주춧돌만
익은 감자덩어리처럼 웅크린 채로
포복하듯이 햇살 속에 엎드려
미처 소진하지 못한 뜨거움 식히려
몸을 들썩이다
잿더미에 묻힌 풍경을 집었더니
바람소리, 무거운 쇳덩이몸을 버리고
맑은 얼굴, 느린 박자로
산문을 벗어나다
법당 어딘가를 일념으로 떠받치다
뜨거운 불 끝내 못 견디고 검게
녹아버린 대못 하나
외로운 아상(我相)을 게워내고
비로소 착해진 물건을 받쳐들며
묵념에 빠지다
아랑곳없이 산으로 몰려가는
단풍객들 헤치며 하산하려니
물소리에 젖은 단풍그림자
천천히, 내 안에서 불붙기 시작하다
--- ‘사경을 헤매다’ 전문

무엇보다도 박세현의 시 세계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시인의 정신을 이 단순한 힘과 아름다움에 도달하게 만든 깊은 자기성찰과 일상에 대한 반성의 태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절제된 자기성찰과 반성의 힘이 내면에 깊은 자연 친화력과 종교적 성향을 지니고 있는 시인으로 하여금 그 어떤 휘발성의 초월로도 인도하지 않고, 오히려 이 누추하고도 신산한 일상과 삶을 지극히 인간적인 시선으로 껴안게 만든다. 시집의 저변을 관류하는 풍자와 위트와 유머의 정신은 바로 이러한 삶의 긍정성의 한 형식일 터이다. 이러한 형식으로 말미암아 일상의 바깥으로 휘발하려는 공허한 초월성의 부정적 계기는 일상성을 전복하는 긍정적인 전화의 토대를 마련하게 되고, 또 초월의 통로가 차단된 맹목적인 일상성의 부정적 계기 역시 초월성의 빛 속에서 긍정적으로 재조명될 수 있었을 것이다. --- 김진수 해설 ‘일상적 초월의 한 양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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