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성 작품 해설작가 연보
|
Nathalie Sarraute
나탈리 사로트의 다른 상품
위효정의 다른 상품
|
나탈리 사로트의 모든 작품은 결국 『향성』으로 수렴한다. ‘향성’이란 본디 식물이 외부 자극에 반응하여 일정한 방향으로 굽거나 움직이는 지향성을 가리키는 생리학 용어다. 사로트는 인간이라는 존재 역시 본질적으로 끊임없이 뭔가에 이끌리고, 또 외부 자극에 반응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내적 움직임을 발산한다고 보았다. 예컨대, 그는 향성이라는 개념을 우리 삶에 적용하여, 인간 내면에서 일어나는 비가시적인 작용을 드러내고자 했다. 그러므로 향성이란, 우리가 느끼고 표현하는 표면적 감정이나 말과 행위의 근원에 자리하는 어떤 것으로, 우리 의식의 경계에서 아주 빠르게 유동하는, 결코 규정할 수 없는 내면의 움직임이다. 사로트가 이러한 움직임에 천착한 까닭은, 사실상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 속에는 대개 이렇다 할 사건도, 독특한 성격이 두드러지는 인물도, 일관된 시점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인물과 사건,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라는 구체적 설정과 설명)을 전제하고 성립하는 기성의 소설이라는 장르는 인간 존재의 진상을 드러낼 수 없으며, 요컨대 거짓일 뿐이다. 그러나 소설적 도구 없이 현실을 그리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확고부동한 기반 없이, 그저 한없이 변화하는 과정 속에 가로놓인 우리의 관점으로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리하여 사로트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품고 『향성』이라는 작품을, 자기만의 고유한 답안을 내놓는다. 그는 향성을 표현하기 위해 이 작품 속에서 다채로운 시도를 선보이는데, 가령 보이지 않고 형언할 수도 없는 움직임을 다양한 비유적 이미지로 묘사하거나 대조적 요소들 사이의 역동적 관계를 부각하거나, 같은 단어를 여러 차례 반복하거나 비슷한 단어들을 길게 열거하는 등 당대의 문학은 물론, 오늘날에도 여전히 전위적인 기법을 과감히 실험한다. 이렇듯 언어의 성긴 망을 쉬이 빠져나가는 뭔가를 붙잡기 위해 분투해 온 사로트의 문학과 문체는 오늘날의 독자에게도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결국 『향성』은 사로트가 지닌 새로운 문학에 대한 열망의 소산으로, 그는 이 낯설고 무서울 정도로 대담한 글쓰기를 통해 무한히 역동하는 우리의 삶 자체를 가장 온전하게 포착해 내고자 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