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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겹치면
신연선
핀드 2025.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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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구름이 겹치면

추천의 글∥조해진
추천의 글∥오은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껏 서울에 살고 있다. 국문학을 전공했고, 출판사 홍보 기획자, 온라인서점 MD로 일했다. 팟캐스트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대본을 썼고, 책 소개 코너 ‘어떤,책임’에서 ‘캘리’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읽고 쓰는 일을 가장 중요한 정체성으로 삼고 있다. 읽은 뒤 변형되는 시선과 쓴 뒤 발생하는 질문을 사랑한다. 특히 문학을 읽고 쓰는 일은 한 도시에서 평생을 지낸 빈약한 세계에 공간과 깊이를 더하는 귀하디귀한 자양분임을 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읽고 쓰면서, 세상 하나뿐인 털친구 후추와 자주 행복해하며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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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6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326g | 120*188*17mm
ISBN13
9791199022942

책 속으로

내가 보는 것은 사람들의 어깨 근처에 있는 것으로 양쪽 어깨를 빙 둘러 두툼한 목도리처럼 걸쳐져 있는, 가끔은 활짝 펼쳐지기도 하는 무언가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점에서 그림자와 같으면서도 크기와 형태, 색깔이 죄 달랐다. 와중에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모습을 바꾸었다. 파도처럼 물결치면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면서 살아 움직였다. 뭐랄까, 그것은 온기 없는 불꽃처럼 보였다. 종잡을 수 없는 안개의 난폭한 춤처럼도 보였다.
--- p.13

구름은 무한의 이야기 상자였다. 세상을 그리는 지도였고, 엄마가 화를 내며 내게 입힌 상처를 잊게 하는 마법의 알약이었다. 나는 구름 덕분에 주위의 세계와 안전하게 연결될 수 있었다. 내게만 있는 특별한 장난감처럼, 구름이 있는 한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어도 되었다.
내 생애 가장 포근하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 p.18

그런 구름이 휘몰아칠 땐 나를 생각해. 내가 옆에 있다고. 우리 둘을 제외한 모두가 집으로 돌아간 교실에서 천천히 가방을 싸던 바인이 그 말을 하며 짓던 표정을 선명히 기억한다. 연약하면서도 단단한 표정을 하고, 바인은 나를 똑바로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내가 옆에 있어.
--- p.41

따뜻한 집, 소박한 밥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 안에 내가 있었다. 이 안에. 내가 있다. 다시는 할 수 없을 것 같던 평안한 시간 안에. 이 두 사람과 함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눈물이 차올랐다.
--- pp.132-33

서인은 종이에 꾹꾹 눌러 적듯 말을 이어나갔다. 이 상처를 어떤 것으로 만들지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고. 상처가 걸림돌처럼 느껴지겠지만 결국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상처 입은 채로도 잘 살고 싶다고. 힘껏 주변을 돌보고, 아플 땐 함께 울고, 이런 상처가 나쁜 흉으로 퍼지지 않게 하고 싶다고.
--- p.172

바인의 구름이 그 소리와 같은 박자로 춤을 췄다. 그 바람에 우리의 구름이 조금 겹쳐졌다. 나는 바인을 따라 큰 소리로 웃으면서 생각했다. 우리가 손을 꼭 잡은 이 순간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고.
--- p.231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니 바인과 서인이 손을 흔들며 걸어오고 있었다. 나도 돌아서서 인사를 했다. 생생하게 살아 있는 공원과 두 사람이 어딘지 닮았다. 봄을 잃어버린 대신 여름을 사랑하게 될 것 같다.

--- p.244

출판사 리뷰

“언니는 멈춰 있는 게 아니에요.
충전을 하고 있는 거죠. 불안해하지 마세요.”

『구름이 겹치면』은 “세상에 노크하기 위해, 우리가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현실의 접힌 페이지를 조심스레 펼쳐 보이”는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소설이다.”(조해진, 추천의 글) 사회의 불의 앞에서 선뜻 용기 내지 못하는 우리에게,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우리에게, 같이 한 발 내디뎌보자고 손을 내민다. 뜨거운 태양볕 아래 붉은 열기를 짙게 머금고 있는 능소화처럼 덥더라도 함께 땀 흘리며 길을 걸어보자고 말한다. 『구름이 겹치면』은 그렇게 서로를 “잇고 응원하는 소설이다.” 신연선의 “리듬감 있게 이어지는 문장” 속에서는 “한 명 한 명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겠다는 작가의 곡진한 마음이 느껴”진다. “구름이 겹치면 새로운 무늬가 나타난다.”(오은, 추천의 글) 앞으로 신예 작가 신연선이 펼쳐낼 소설이라는 구름이 어떤 모양으로 겹쳐질지 자못 기대된다.

“저는 그래서 능소화가 좋아요. 더위 같은 것, 타는 햇빛 같은 것 상관없이 나대로 살겠다고 하는 것 같아서요. 자기 꽃을 꿋꿋하게 피우겠다고 하는 것 같아서 좋아요.”

그 말을 듣는데 꽃 한 송이가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떨어져도 전혀 상하지 않았다. 여전히 꽃잎이 선명하게 붉었다. 그것을 계속 관찰했다. 보지 않으면 사라질까봐서.(237~38면)

처음핀드

다시없을 처음의 순간, 오래 기억될 작가의 첫 책
‘처음핀드’는 핀드가 발견하고 주목한 작가의 ‘첫 책’ 시리즈입니다.
새로이 만나는 작가, 장르를 불문한 오롯한 이야기를 찾아 선보입니다.

001 이재위 에세이 『오늘 파도는 좋아?』
002 전승민 에세이 『허투루 읽지 않으려고』
003 최리외 지음 『밤이 아닌데도 밤이 되는』
004 신연선 장편소설 『구름이 겹치면』
005 남선우 첫 책(출간 예정)

작가의 말


이토록 위험한 세상을 다들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어떻게 해야 매 순간 두려움에 떨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지? 그런 질문을 오래 품고 있었다. 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겁이 많아졌다.

한동안 웅크리고 지내다 무서워서 도망치기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눈앞에 얼굴들이 있었다. 그 얼굴들을 등대 삼아, 촛불 삼아 이야기를 썼다.

폭력으로 위축된 세계를 우정과 용기로 넓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넘어진 채 울기보다 일어서서 걷기로 결심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것은 나를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우리를 위한 것이었다. 취약한 우리, 아파하는 우리, 그럼에도 혹은 그러므로 함께하려는 우리. 우리는 그러니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무엇보다 악몽 없는 잠을 자고, 안전한 관계 안에서 함께 빵과 차와 밥을 나눠 먹고, 두려움 없이 산책을 하고, 원하는 공부를 하는 심심한 하루가 모두에게 당연하기를 바랐다.

2025년 6월
신연선

추천평

한 편의 소설이 우편처럼 도착했다.
한 명의 작가가 선물처럼 다가왔다.

세상에 노크하기 위해, 우리가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현실의 접힌 페이지를 조심스레 펼쳐 보이며 한 뼘 더 보자고 말 건네기 위해, 손잡아주고 보듬어주기 위해, 용기를 증여하기 위해, ‘언니’가 되어주기 위해, 함께 분노하고 함께 울기 위해.

기다리던 우편이, 받고 싶었던 선물이 이제 우리 눈앞에 있다.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소설 신연선의 『구름이 겹치면』을 함께 독해하자고, 지금도 혼자 울고 있거나 혼자 분노하고 있을 독자분들에게 나는 간절한 초대장을 보내고 싶다. - 조해진 (소설가)
이 소설은 상처 입은 자들이 그것을 힘입음으로 덧입는 이야기이다. 서로의 아픔을 알아본 이들은 위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함께 걸으면서, 어깨를 결으면서, 순간을 겹치면서 이들은 다가올 미래를 천천히 맞이한다. 열어젖히는 방식이 아니라 가만히 여는 방식으로, 기다리기도 하고 기다려주기도 하면서. 서로 돕는 일은 상처를 포개는 일이기도 하다. 포갠 상처에서는 천천히, 그러나 반드시 새살이 돋는다는 사실을 이들은 증명해낸다. 용기와 사랑이 전염될 때까지, 끈끈함과 질김이 끈질긴 연대가 될 때까지. 함께 잇고 입으면서 이들의 앞날을 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구름이 겹치면 새로운 무늬가 나타난다. 구름이 걷히면 말끔한 해가 떠오른다. 이야기가 끝나고 이제 삶이 시작될 차례다. - 오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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