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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 Ae-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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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빗자루가 떨어졌다
현대 그림책의 또 하나의 거장 크리스 반 알스버그가 비교적 초기에 작업한 이 책 《빗자루의 보은》(원제:Widow's broom)은 마법의 힘을 잃은 빗자루가 어느 과수댁의 집에 떨어진 뒤 마을 사람들의 모함을 이겨내고 행복하게 잘살았다는 아주 단순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반 알스버그는 이 단순한 이야기 구조 속에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글과 세밀하면서도 초현실적인 그림으로 타자를 대하는 인간들의 잔인한 면모를 담았다. 마녀의 빗자루가 하늘을 날다가 느닷없이 마녀를 태운 채로 추락하기 시작한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마법의 힘을 잃은 것이다. 빗자루는 어느 과수댁의 채마밭에 떨어졌는데 이 빗자루가 저 혼자 비질을 하고 집안일도 척척 해 낸다. 그러니 식구들을 잃고 외로이 힘겹게 살아가는 과수댁으로서는 빗자루가 참 반갑고 빗자루로서는 비록 마법의 힘은 잃었지만 과수댁의 집에서 빗자루의 본분을 다하면서 살아갈 수 있으니 참으로 잘되었다. 그러나 이야기는 그렇지 않다. 빗자루가 일하는 모습을 본 과수댁의 이웃 남자가 빗자루를 요망한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자기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존재를 그냥 두지 못하는 마음과 집안일을 잘하는 빗자루를 가진 사람이 자기가 아니라 과수댁이라서 생겨나는 질투의 마음 때문이다. 남자는 빗자루를 그대로 두었다가는 큰일 난다고 마을 사람들을 선동하고 남자의 증오는 사람들의 마음에 전염된다. 이제 빗자루는 ‘공공의 적’이 된 것이다. 이웃 남자는 마을 사내 여럿을 데리고 과수댁을 찾아온다. 사내들을 막을 힘이 없는 과수댁은 조용히 빗자루를 내줄 수밖에 없다. 사내들은 빗자루를 끌어내어 마치 마녀를 화형에 처하는 것처럼 불태워 버린다. 빗자루가 무슨 잘못을 했나? 빗자루는 무엇을 잘못하였을까? 마을 사람들의 눈에 빗자루는 그 존재 자체가 잘못이다. 자기와 다른 것, 이해할 수 없는 것, 말로 설명되지 않는 것, 그것은 보통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사악함과 같은 말이다. 인간들의 역사를 통틀어 무수하게 자행되어 왔던 타인에 대한 핍박은 대부분 이것으로 설명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작가는 마녀의 빗자루를 대하는 과수댁과 이웃 남자의 태도를 대비하여 보여주면서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누리고 있는 자는-이웃 남자는 ‘남성’이고 부인과 아들들이 있다-타자를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보통의 그림책에서 볼 수 있는 예쁜 그림과는 달리 조금은 그로테스크한 그림, 표면적으로는 ‘빗자루와 과수댁의 통쾌한 복수’이지만 그 심층에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타자’에 대한 이유 없는 증오와 그 증오가 사회적으로 증폭되는 양상이 담긴 이야기. 그것이 《빗자루의 보은》을 초등학생 그림책으로 분류하여 펴내는 이유이다. 물론 어른들의 마음 속에도 작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십년 전 크게 사랑받았던 영화 “주만지”와 지난 연말 배우 톰 행크스와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함께 작업하여 주목을 받았던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의 원작자이기도 한 크리스 반 알스버그는 영화적 서사성이 담긴 이야기를 잇달아 그림책으로 펴내어 할리우드 영화감독들이 눈독을 들이는 이야기꾼이 되었다. 이 작품 또한 책으로 발표된 지 수년이 지난 뒤에 영화화가 결정되어 내년쯤에는 우리나라의 개봉관에서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