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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그림할망이 그려낸 삶의 감동] 평균 연령 84세, 지난 삶의 순간을 한 붓 한 붓 담아낸 제주 그림할망들의 그림과 시. 일상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사물과 화가들의 삶이 어우러져, 다른 그림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은 감동을 전한다. 바람보다 순수한 제주의 언어는 진실한 붓질로 승화되어 책장 속에 고스란히 스며든다. - 안현재 예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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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제주 그림할망 1 숨이 또깍 또까 차더라도 2 여기 초록 방석에 앉아서 쉬어라 3 가슴이 살락살락 탈랑탈랑 감사의 글 부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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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아홉 명의 제주 그림할망들이 빚어낸 그림과 시, 그리고 저의 감상을 담았습니다. ‘찐 애순이’ 할망들은 책이 나오면 이불 속에 넣고 주무십니다. 이번 책도 분명 할망들과 함께 이불 속으로 들어가겠지요.
저는 오늘도 그림할망들이 캔버스를 들고 올레길을 돌아 낮은 지붕 아래 촌집을 오가는 풍경을 떠올립니다. 독자 여러분이 이 책을 펼치며 고되지만 찬란히 빛나는 순간들을 그려보시길 바랍니다. ---「들어가며」중에서 작가는 올해 89세. 30호 캔버스 두 개를 붙여 땅에 눕히고 밭일하듯 허리를 굽힌 채 한 땀 한 땀 점을 찍어 망사리를 그려냈습니다. 해녀들이 손으로 망사리를 엮듯 실제 망사리의 크기로 캔버스에 삶을 짜내었습니다. 삶의 반짝임이 그곳에 오래도록 머뭅니다. ---「어멍이 한 망사리 솜뿍」중에서 어둑한 저녁, 엄마의 무릎을 베고 눕습니다. 몸을 기대어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 묵묵한 손이 머리를 쓰다듬고 온화한 얼굴이 주위를 조용히 감싸안습니다. 마당의 나무가 지친 삶을 보듬고, 돌담 앞 화분이 작지만 꺼지지 않는 생명을 응원합니다. 그 뒤로 비단 같은 무지개가 반짝입니다. 엄마의 손길처럼 조용히 빛을 비춥니다. ---「엄마 앞피 누우난」중에서 우영팟할망의 스케치북에는 텃밭이 통째로 들어 있습니다. 감자, 콩, 양배추가 조용히 말을 걸어옵니다. 할망은 나누고 돌보는 마음으로, 풍요로운 밭처럼 이야기를 키워갑니다. ---「내가 살아오면서 봄이 된 것은」중에서 오늘도 밭에 양배추를 심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자꾸 울컥합니다. 엄마가 보고 싶습니다. 차마 말로 뱉지 못한 슬픔이 양배추 한 겹 한 겹에 포개져 자라납니다. 진한 초록 양배추 주위가 온통 그리움으로 물듭니다. “엄마 보고십다.” 엄마를 향한 노랗고 분농한 그리움이 초록의 양배추 속으로 천천히 말려 들어갑니다. ---「양배추 속 마음」중에서 할머니가 속곳 깊숙한 곳에 소중히 감춰두었던 무언가를 꺼냅니다. 그 앞에 앉은 손녀가 두 팔로 할머니의 속곳을 빠르고 민첩하게 가려줍니다. 그저 두 팔로 마음을 전하면서 얼굴이 벌겅해집니다. 불할망은 여기서도 크게 나서지 않습니다. 그저 그림 왼쪽 구석에 피어난 작은 꽃 한 송이가 되어 이 순간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할망 돈」중에서 “엄마, 이때도록 고생했는데 앞으로 잘 사십서.” 우라차차할망의 응원은 계속됩니다. 이 응원은 자신의 엄마를 향한 것이자, 엄마인 자신을 향한 것입니다. 꼭 깊숙이 숨겨온 속내인 양 새까만 밤에 조용히 속삭여봅니다. 여태 고생했다고, 잘 살라고. ---「엄마 이때도록」중에서 붉은 스카프를 뒤집어쓴 여자가 남자의 손을 끌고 선박 검표원에게서 달아납니다. 무화과할망은 그녀에게 무화과 무늬 원피스를 입혀주었습니다. 신의 선물 같은, 두 사람의 사랑을 감추고 지켜주는 위장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사랑을 지켜준 할망이 이렇게 적었습니다. “나도…… 요망진 연애 한 번 해바쓰면 원이 업서요. 부럽따.” ---「다 컸으니까 결혼하지 Ⅲ」중에서 할망이 사랑을 떠올리고 말합니다. “둘이 좋아하니 머리에서 해바라기가 나왔수다. 아기도 나왔고.” 그림 속 해바라기는 사랑이 싹트는 순간 느껴지는 기쁨과, 서로를 향한 마음이 생명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상징합니다. 작고 유쾌한 고목낭할망이 그림으로 사랑과 생명을 피워냅니다 ---「두리 조아하난 머리에서 해바라기 나완」중에서 신나는할망은 재작년까지도 커다란 오토바이를 타고 밭을 누볐습니다. 밀짚모자를 쓰고 선흘의 흙길을 달리던 모습은 그 자체로 멋진 여성 농부의 초상이었습니다. 신나는할망의 멋진 오토바이가 아이에게 선물할 작은 세발자전거로 되살아납니다. “처음에 오토바이 무서웠지. 아이도 처음엔 무서울 테주.” 할망은 아이를 위해 정성껏 자전거를 그립니다. 바큇살 간격을 맞추고, 분홍색 안장을 칠하고, 손잡이에 반짝이는 술까지 달아줍니다. 덜거덕거리는 흙바닥에서도 아이의 웃음이 튀어 오르길 바라며. 〈세발자전거〉는 누군가의 첫 출발을 응원하는 따뜻한 선물 같은 그림입니다. ---「세발자전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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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선흘마을 할망들의 삶이 자연과 버무려져 그림으로 거듭났다. (…)
삶의 황혼길에 그림처럼 멋진 벗이 또 있을까?” ―최재천(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 “내가 가장 뜨거운 열정으로 세상을 사랑했던 그 모든 순간의 감수성을 일깨워주는 눈부신 책이다.” ―정여울(《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감수성 수업》 《끝까지 쓰는 용기》 저자) 이토록 깨끗한 책이 또 있었을까? 아홉 명의 제주 그림할망이 그려낸 눈물만큼 투명한 삶의 감동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이렇게 시작한다. 어느덧 노년에 접어든 ‘애순이’는 바다가 보이는 요양원에서 다른 노인들과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평생 그림을 그려본 적 없는 애순이는 무얼 그릴지 한참을 고민하다 이내 파란 크레파스를 집어 든다. 파란 바다가 스케치북을 가득 채워가면 어느새 화면이 전환되어 시청자는 애순이와 함께 유년 시절로 돌아간다. 1950년대 투명하고 거칠던 제주로 초대받는다. 단 한 장의 스케치북과 크레파스가 애순이의 폭싹 속은(매우 수고한) 인생 이야기의 첫 장을 열어 보인다. 그리고 여기, 애순이보다 조금 먼저 그림을 만나 인생 이야기를 풀어놓게 된 노년의 작가들이 있다. 바로 제주 선흘마을의 ‘찐 애순이’ 그림할망. 평생을 밭과 바다에서 골갱이(호미)를 휘두르고 점복(전복)을 찾아 헤매며 살아온 할머니들은 처음 붓을 쥐었던 때를 이렇게 회상한다. “마른 고목낭(고목나무)에서 꽃이 피는 것만 같았지.” 겨울 지나 봄은 그렇게 조용히 찾아왔고, 새 언어를 익힌 할머니들은 지난 삶을 새로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기리니까(그리니까) 배우는 기분이 들어.” “기리다 보니 커피를 잊어버리고 식어버렸다.” “새를 기리다 보니 엄마 보고 싶다. 그림 때문에 울어진다.” 눈물만큼 투명한 삶의 이야기가 펼쳐놓았다. 할머니들에게 물감을 쥐어준 사람은 이 책의 저자 예술감독 최소연이었다. 최소연은 할머니들의 낡은 창고가 꼭 뭇 여성 화가의 작업실과 다름없어 보였다고 말한다. 일찍부터 현장 참여형 예술을 주도해온 그는 2021년 본격적으로 할머니들의 창고를 그림 작업실로 개조하는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그림 그리기에 시큰둥한 할머니들을 매일같이 찾아가 지난밤의 안부를 묻듯 그림을 권했다. ‘그림이 할머니들의 삶을, 선흘마을의 삶을 펼쳐놓을 것이다.’ 그는 믿었고, 또 바랐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 할머니들은 네 차례 단체 전시를 마친 작가가 되었고, 선흘마을은 공동체 문화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제주의 명소가 되었다. 그의 믿음과 바람이 이루어졌다. 신간 《살다 살다 봄이 된 것은》은 애순이 아이유의 방문으로 화제가 된 2025년 전시 〈폭싹 속았수다, 똘도, 어멍도, 할망도〉에 전시된 할머니들의 작품과 예술감독 최소연의 해설을 엮은 책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할머니들은 전보다 더 깊숙한 과거로 돌아갔다. 슬픔의 눈물과 환희의 눈물이 넘실거리는 과거 속에서 할머니들은 많이 울었고, 그 많은 눈물이 할머니들의 그림 속으로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삶의 감동이 눈물만큼 투명하게 담겼다. 그리고 모퉁이에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어린 날의 자신과, 독자를 향한 응원을 눌러 담았다. “울지 마라. 복이 돌아와. 다시 살아진다.” 그림 속에서 자아를 찾아 신이 된 할머니들 할머니들은 그림을 그릴 때도 그들의 삶이 그러했듯이 정직했다. 당신들은 오직 자신이 겪은 일상의 재료로만 이야기를 꾸렸다. 마치 그러지 않고서는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없다는 듯이 바당(바다), 점복(전복), 뭉개(문어), 배추 등을 그려나갔다. 일상의 사물만으로도 할머니들은 삶의 기쁨과 슬픔을 능히 이야기할 수 있었다. 실제 그런 삶이었다. 더없이 진실한 붓질이 계속 이어졌다. 저자 최소연은 한 가지 소재에 천착하는 할머니들의 그림 활동을 관찰하던 어느 날 새로운 관점을 얻었다. 그녀들을 마치 온갖 사물에 깃드는 동양의 신과 같이 바라보게 된 것이다. 그날로 할머니들에게 걸맞은 신명을 붙이기로 했다. 최소연은 호명의 힘을 알고 있었다. ‘화가’라는 호명이 할머니들을 기꺼이 화가로 서게 했듯이, 새 신명이 할머니들을 여신으로 서게 해주리라 믿었다. 그렇게 우영팟(텃밭)을 그리던 김옥순 할머니는 ‘우영팟할망’이, 소막(소 막사)을 그리던 강희선 할머니는 ‘소막할망’이 되는 등 할머니들에게 새 이름이 주어졌다. 할머니들의 작가 세계에 신화가 입혀진 것이다. 바람보다 깨끗한 언어로 그려낸 제주 할망의 그림과 시 총 3부로 구성된 《살다 살다 봄이 된 것은》은 신이 된 할머니 아홉 분의 작품을 담고 있다. 1부는 고된 노동을 견디게 한 가족에 대한 사랑을, 2부는 현생의 고단함에 지쳤을 모든 이에게 전하는 응원을, 3부는 젊은 시절 가슴을 뛰게 했던 찬란한 순간을 이야기한다. 이 책의 묘미는 활기찬 그림과 함께 메시지를 전하는 할머니들의 바람보다 깨끗한 언어 감각을 느껴보는 데 있다. 마치 동시처럼 순수하게 쓰인 할머니들의 제주어를 읽고 있으면 살아서 펄떡이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뭉개를 잡으난 얼마나 기쁘냐.” “배추는 초록하다.” “사랑은 어두운 디서 이루어지는 거.” “어디로 뛰나 내가 알아. 가슴이 탈랑탈랑 뛴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섬 언어만의 활력은 유구한 독서 경험을 가진 독자에게도 신선한 감각을 일깨워줄 것이다. 끝으로 책 말미에서 한창 그림 작업 중인 할머니들의 ‘선흘 그림작업장’과 ‘할머니 미술관’ 현장 사진을 만나볼 수 있다. 창고나 막사를 개조한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버젓한 시설들을 통해 선흘마을의 공동체 생활이 이 프로젝트로 하여금 얼마나 큰 변화를 맞이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오늘도 할머니들은 그곳에 모여 진지한 각오로 팔 토시를 찬다. “캔버스를 땅에 눕히고 밭일하듯 허리를 굽힌 채 한 땀 한 땀 점을 찍어” 그림 그리기에 열중이다. 최재천 교수와 정여울 작가의 강력 추천 삶과 자연이 어우러진 삶에서 깨어나는 눈부신 일상의 감수성 일찍이 그림할망들과 저자 최소연의 활동에 응원을 보낸 이들도 적지 않다. 제주에 거주하는 유명인과 연예인을 비롯해 육지에서도 수많은 관객이 그들을 보기 위해 선흘마을을 찾았다. 특히 최재천 교수는 이번 신간 《살다 살다 봄이 된 것은》에 대해 “제주 선흘마을 할망들의 삶이 자연과 버무려져 그림으로 거듭났다”라며 삶과 자연이 버무려진 끝에 나온 할머니들의 그림에 대해 호평했고, 정여울 작가는 “내가 가장 뜨거운 열정으로 세상을 사랑했던 그 모든 순간의 감수성을 일깨워주는 눈부신 책이다”라고 말하며 제주에서 평생을 나고 자란 할머니들의 투명한 감수성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살다 살다 봄이 된 것은》은 문학을 읽지 않아도 얼마든지 삶을 문학적으로 살아낼 수 있음을 증명한다. 아홉 할머니들의 그림과 시는 우리의 언어가 인간의 언어이기 앞서 자연의 언어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자연의 언어는 숲과 바다, 그리고 구름처럼 자유롭다. 할머니들의 언어는 속세에 진 빚이 하나도 없다는 듯 홀가분히 거닐고 헤엄치고 날아다닌다. 책장을 펼치면 이토록 순수한 제주의 언어가 독자의 마음속으로 고개를 들이밀 것이다. 삶의 고단함 속에서도 끝내 삶을 긍정하고야 마는 힘을 전해줄 것이다. 〈폭싹 속았수다〉는 이렇게 끝난다. 어느덧 노인이 된 문학소녀 애순이에게 딸 금명이가 책을 한 권 선물해준다. 바로 애순이의 시를 엮은 시집. 애순이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그 시집을 가슴에 묻는다. ‘찐 애순이’ 제주의 아홉 그림할망 역시 다르지 않다. 제 이름이 적힌 책을 이불 속에 고이 모셔두고 저마다 비단 같은 꿈을 꾼다. 마음이 아파도 몸이 아파도 살아야지 무사 밭을 놀령 시니(놀리면 쓰나) 씨를 뿌리난(뿌리니까) 초록 씨가 나완(나와) 씨가 잘 나면(잘 자라면) 마음이 편난하다(편안하다) ―초록할망 홍태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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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선흘마을 할망들의 삶이 자연과 버무려져 그림으로 거듭났다. 평생 밭을 일구거나 물질을 하던 거친 손으로 그린 그림들이라 죄다 삐뚤빼뚤하다. 그래도 색채는 마티스보다 더 강렬하고 이야기는 불턱처럼 정겹다. 삶은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다. 삶의 황혼길에 그림처럼 멋진 벗이 또 있을까? -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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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가장 어울리는 빛깔은 무엇일까. 기쁨에 가장 어울리는 형태는 무엇일까. 매 순간 드라마틱하게 변화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색깔을 쓸 수 있을까. 이 책을 보면 ‘마음을 그린다는 것’ ‘마음을 그림의 색채와 형태로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매일 바라보는 일상 속 작은 사물들을 통해 아픈 마음, 그리운 마음, 벅찬 마음까지 소담스럽게 표현하는 제주 그림할망들의 순수한 열정이 우리의 잃어버린 감수성을 일깨운다. 내가 가장 어여뻤을 때, 내가 가장 여린 마음을 지닌 소녀였을 때, 내가 가장 뜨거운 열정으로 세상을 사랑했던 그 모든 순간의 감수성을 일깨워주는 눈부신 책이다. ‘다시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하고 걱정하는 당신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 정여울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감수성 수업》 《끝까지 쓰는 용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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