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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실의 사계절
김효선
낮은산 2025.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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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추천의 글

프롤로그 엄마와 나는 물에서 새롭게 만났다

오춘실의 봄

2020년 종로 “독하니까 먹고 살았쟈!”
2020년 종로 “내가 알아.”
1978년 영등포 “두근두근해.”
2021년 마포 “오춘실의 세상이네.”
2021년 마포 “추워서 허리가 땡겨.”
2021년 마포 “처음 들어왔을 땐 여기가 뛰었어.”
1984년 안양 “좋으니까 살았겠지.”

오춘실의 여름

2021년 마포 “어디가 아프셔?”
2021년 마포 “요즘은 수영하는 게 제일 즐거와.”
1985년 안양 “내가 좋아서 선택한 거니까 쪽이 못 난 거야.”
1985년 안양 “우리 딸은 아버지 없이 키우고 싶지 않았지.”
2022년 마포 “그거 하기 싫여.”
2022년 마포 “이미 먹은 물은 어쩔 수 없어!”
2022년 마포 “몰라. 저절로 됐어.”
1993년 안산 “그 인간도 곱게 죽진 못했을 거야.”
2022년 종로 “평발이라고 못 한 거 없어!”
1998년 안산 “40대 땐 샛노랬어.”
1998년 안산 “그때 그 냄새가 나.”

오춘실의 가을

2023년 마포 “사람 없어 좋다.”
2023년 마포 “행복이 별건가요.”
2002년 안산 “자존심으로 산 거야.”
2023년 송파 “원래 첫술에 배부른 거 아닌겨.”
2005년 안산 “내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오춘실의 겨울

2024년 마포 “물에 떠다니면서 이 사람 만나고 저 사람 만나고 좋잖어.”
2024년 중구 “재밌게 살아. 인생은 재밌게 사는겨.”
2015년 안산 “걔도 사정은 있어.”
2024년 마포 “여자라고 우습게 보는 거야.”
2024년 마포 “오늘도 시간 잘 갔다.”
2024년 종로 “나 가면 하나님이 그럴까. 우리 춘실이 잘 왔다.”
2024년 마포 “예전의 춘실이가 아니야.”

에필로그 먼 곳을 돌아 이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저자 소개 1

소설 읽고 수영하는 사람. 스트로크 9년 차, 소설책 판매직 16년 차, 폐지 수집 보조 4년 차, 오춘실 쫓아다니는 사람. 장래 희망은 자원 재생 활동가.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330g | 128*188*15mm
ISBN13
9791155251829

책 속으로

엄마의 여정도 어느덧 결말에 가까워졌다. 새로운 걸 배워 새로운 사람이 되기에 딱 좋은 나이다.
--- p.49

그해 봄 나는 물을 쥘 줄 아는 엄마와 떠날 여름휴가를 상상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물이 팔을 스치는 감각과 낯선 도시의 냄새에 대해 엄마와 이야기하고 싶다. 수영복 자국이 난 그을린 등을 접었다 펴며 팔을 뻗고 싶다.
--- p.54

내게도 좋은 선배가 있었다. 앞서간 사람들을 뒤에서 보면서 그들의 영법을 배웠다. 잘했다고,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라고 응원해 준 사람들은 엄마이고 선배이고 언니인 여자들이었다. 그들 덕분에 회피해 온 인생을 맨정신으로 마주 볼 용기가 생겨났다.
--- p.114

대학생이 된 후엔 그 아파트 단지들로 아르바이트를 하러 다녔다. 관리실에 3만 원을 내면 전단지를 붙일 수 있었다. 인기 많은 과외 선생인 척 전단지 맨 아래 오징어 다리처럼 붙여 둔 연락처 중 하나는 잘라 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엄마가 쭈그려 앉아 닦던 그 계단을 과외 선생인 내가 올랐다. 옛 유행대로 지어진 아파트 내부는 내가 상상한 것보다 낡고 소박했다. 이렇게 소박한 계단조차 엄마에겐 너무 높았다.
--- p.142

두브로브니크에서 아드리아해의 새카만 바다에 몸을 던지며 여행 가이드북에 적혀 있던 ‘사이다 같은 물’이 온몸에 닿아 오던 순간, 나는 내가 세상에 태어날 수 있게 한 모든 행운에 감사했다. 저마다 계절의 아름다움을 좋아하게 된 건 수영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엄마와도 목표 없이 낭비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물 잡는 기쁨을 나누고 싶다.
--- p.191

몸들은 가지각색의 사연과 사정을 품고 있어서 몸에 따라 수영도 달랐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왼쪽 다리가 약간 짧은 나처럼 어떤 몸은 한쪽으로 기울었고 어떤 다리는 한쪽만 힘차게 찰 수 있었다. 나는 이 연약하고 상한 몸들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이 바짝 붙어 치거나 위협하지 못하게 뒤에서 지켜 주는 수영장의 파수꾼. 그렇게 나는 절대 앞사람 발을 치지 않는 사람, 느리게 가는 여자들 뒤에서 느리게 평영 발차기를 하는 사람이 됐다. 나는 내게 난 구멍으로 세상을 봤다. 구멍 난 자리엔 바람이 잘 통했다. 나는 엄마 같은 사람들, 수영을 잘 못하고 수영장 통행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을 좋아하게 됐다. 수영장은 필연적으로 맨얼굴로 섞일 수밖에 없는 공간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싫은 사람이 내뱉은 물을 내가 마신다.
--- p.232

나는 변변찮은 여자 선배를 한 명도 알지 못했다. 오래 일한 여자들에겐 다 저마다의 곡절이 있었다. 그제야 좀처럼 비켜 주지 않고 당당하게 길을 막고 수영하는 할머니들이 왜 그렇게 좋았는지 알 것 같았다. 변변치 않을지라도 헤엄치고 싶다. 나도 꼭 길 막는 여자가 될 것이다.
--- p.250

아기들도 현실과 픽션이 다르다는 걸 구분할 수 있게 될 때는 마음이 많이 무너지고 찢어질 것이다. 하지만 괜찮아. 언젠가 상처로 숨을 쉴 수 있으니까. 벌어진 자리로 우리는 말할 수 있다.
--- p.253

막연한 행운이 먼 곳에 있다는 게 그리 싫지 않았다. 물에 잠길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누구 좋으라고 비켜. 사는 게 이렇게 좋은데. 사는 게 정말 좋다는 건 엄마가 내게 가르쳐 준 것이다.

--- p.254

출판사 리뷰

엄마와 나는 물에서 새롭게 만났다. 일하는 여자라는 공통점으로 말문을 텄다. 165개월을 근속한 직장을 그만두고 이제 엄마는 43개월째 헤엄치고 있다. 엄마가 물을 잡았다 놓으며 이야기처럼 졸졸 흘러가면 나는 그 말을 좇아 엄마를 따라갔다.

“사는 거 힘들었어?”
“힘들어도 할 수 없지 뭐.”

좋아도 할 수 없고, 싫어도 할 수 없고. 엄마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엄마는 그렇게 할 수 없는 일은 지나가길 기다리며 살았다. 자주 엎어지던 엄마는 넘어져서 된통 깨진 자리에서 다시 시작했다. 땅 짚고 헤엄치는 것 같은 행운이 엄마에게 허락된 적은 한 번도 없다. 비바람이 불어도 엄마는 낙심하지 않았다. 그 복스러운 얼굴을 기록하고 싶다. _「프롤로그」에서

‘우리 모두의 오춘실’에게 바치는 가슴 벅찬 찬가
“당신은 위대한 삶을 살아왔다.”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개의 장으로 나뉜다. 오춘실이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시점부터 수영장에서의 여러 해가 흘러가는 한편, “중학교에 가는 대신 산골 집에 혼자 남아” 집안일을 돕다 상경해 결혼하기까지(봄), 출산 후 공장, 식당, 병원, 과수원 등을 옮겨 가며 본격적으로 밑바닥 노동을 하는 고난의 시절(여름), 청소부로 일하던 중년(가을), 폐지를 수집하며 수영과 함께 맞이한 노년(겨울)에 이르기까지의 긴 세월이 맞물려 돌아간다. 좀체 늘지 않는 수영처럼, 오춘실의 인생엔 대단한 반전도 발전도 없다. 그저 “굽이굽이 삶의 곡절을 통과해 수영장까지 도착”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 보잘것없는 여정이 “사실 세계”에서 놀랍도록 선명하게 생동한다. 작가는 엄마의 인생을 “한국 사회의 보편적인 불행”으로 간단히 요약하는 대신, 더없이 풍성하고 디테일한 드라마로 복원해 낸다. 월남하며 남편을 두 번이나 잃은 노순일의 “분하고 억울한” 화를 물벼락처럼 맞으며 자란 오춘실은 무뚝뚝하지만 세심한 구석이 있던 “까맣고 반질반질한” 남자와 만나, 주례 목사가 신랑 이름을 내내 잘못 부르던 결혼식을 마치고 부부가 된다. “메리야스를 새하얗게 삶아” 놓고 남편의 퇴근을 기다리는 “흡족한 시절”이 잠깐 이어지지만, 곧 도박에 빠져 한 직장에 진득하게 붙어 있지 못하는 남편 대신 생계를 책임지는 “맵고 신 진짜 삶”이 시작된다.

하지만, 오춘실은 미끄러지는 삶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커다란 하수구 관이 집 안을 관통하던 지하방, 바닥 수평이 맞지 않아 연필이 저절로 굴러가고 자연 전집에서나 보았던 지렁이가 갈라진 벽 틈으로 기어 나오던 단칸방을 전전하면서도 불평하기보다는 남들보다 한참 늦게 갖게 된 세탁기에 감동하고, 가정부로 일하던 집에서 “자기네 치과에서 사은품으로 주는” 칫솔에 손대지 말라는 말을 들었을 땐 급여를 올려 준다는 제안에도 미련 없이 때려치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작은 행복을 찾아내고, 아무리 궁해도 자존심만은 내려놓지 않았던 엄마에게서 작가는 실패 대신 “생의 의지”를 읽어낸다. “삶에서 도망치지 않으면서 그 삶을 손에 쥐는 법”을 “유산 대신 받아 적는다”. 그저 누군가의 엄마일 뿐인 오춘실이 우리에게 깊은 존재감과 뭉클한 감동을 남기는 것은 ‘보통 사람의 비범함’을 새롭게 환기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은 위대하다고, 위대한 삶을 살아왔다고.”

엄마는 복수를 바라지도 기다리지도 않았다. 삶에서 도망치지 않으면서 그 삶을 손에 쥐는 법을 알아 나갔다. 엄마의 비법, 나는 그것을 오래 두고 배울 참이다. _217쪽

“괜찮아. 언젠가 상처로 숨을 쉴 수 있으니까.”
“우리는 회복되지 않은 채로도 헤엄칠 수 있다.”

오춘실이 육체노동을 하다 몸을 다칠 때, 작가는 책상노동을 하며 마음을 다쳤다. “일주일에 일곱 번 술을 마셨고, 새벽 5시까지 술을 먹고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면 또 출근이었다”. 가방 속에 소주병을 넣고 다니며 인두처럼 달아오른 마음을 수영장에서 식혔다. 정신과를 다닌다는 말에 엄마는 “내 딸 착한 건 내가 알아”라고 말한다. 그 말이 작가를 살린다.

엄마가 그렇게 말해 주자 내가 미련하게 버티며 증명하고 싶었던 게 뭔지 알게 되었다. 남이 나를 싫어하든 말든 나 자신만은 그런 말들에 속아 나를 미워하고 싶지 않았다. 고약하면 고약한 대로 나를 덜 미워하며 살고 싶었다. _32쪽

엄마 말에 귀 기울이자 눈이 트였고, 엄마가 보는 풍경이 보였다. 거기엔 가지각색의 사연과 사정을 품은 연약하고 상한 몸들이 있었다. 각자의 산전수전이 허물없이 섞이고 “어디가 아프셔?”라는 물음이 인사인 나이 든 여자들의 세계에서 작가는 상처 난 틈으로 숨을 쉬고, 벌어진 자리로 말할 수 있음을 알아 간다. 독자들은 먼 곳을 돌고 돌아 “갈라진 마음을 항불안제로 메”운 딸과 “금 간 뼈를 공구리로 붙인” 엄마가 물 위에 나란히 누운 수영장 풍경을 떠올리며 “우리는 회복되지 않은 채로 헤엄칠 수 있다”는 작가의 말을 진심으로 믿을 수 있게 된다. 회복되지 않은 채로도 나아갈 수 있다는 말이 회복할 수 있다는 말보다 더 큰 위로를 주며 누구의 삶도 녹록지 않다는 단순한 진실을 다시금 일깨운다.

추천평

김효선 MD가 쓴 리뷰를 읽고 나면 나는 언제나 울고 싶어졌다. 소설을 쓰는 동안 나를 스쳐 간 크고 작은 마음의 충격과 실금들을 바라봐 주기 때문이었다. 《오춘실의 사계절》에서 이제 그의 눈은 엄마와 자기 자신을 향해 있다. 소설적 부양 없이도 얼마든지 헤엄쳐 나갈 수 있는 ‘사실 세계’의 힘과 아름다움에 대해 나는 경이롭게 깨달았다. 세상의 수영복 숫자만큼이나 각양각색의 인간들을 다 품어 내는, 이 너른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해내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나 자신이 가득 찬다. 그러한 마음의 부상은 좋은 책들만이 지니는 특별한 위엄이다. - 김금희 (소설가)
김효선의 ‘장래 희망’ 중 하나는 “엄마 같은 여자가 되는 것”이다. 나는 이 놀라운 꿈 앞에 골똘했다. 내게 엄마와 엄마의 삶은 참고문헌이라기보다는 반면교사였다.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애쓰면서 시절을 지나왔다. 만만한 게 엄마여서 그랬다. 그 만만함이 사랑으로 물들어 있음을 깨닫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딸 김효선에게 엄마 오춘실의 삶도 뒤늦게 도착했다. 두 사람은 수영장에서 몇 번이고 새롭게 다시 만난다. “물 잡는 기쁨”은 뭍에서 만들어진 굴곡진 삶의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 주었다. 불행을 압도하는 오춘실의 ‘생의 의지’를 김효선은 유산 대신 받아 적는다. 세상은 오춘실을 업신여겼지만, 오춘실은 세상을 업신여기지 않았다. 오춘실에게 행복은 설탕에 재어 놓은 토마토처럼 별것 아닌 데 있다. 그 대수롭지 않음이 내게도 질문을 남긴다. 엄마의 행복이 어디에 깃들어 있는지 나는 모른다. 그 당혹감이야말로 오춘실이 내게 건넨 최고의 선물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생의 비밀이 물처럼 밀려온다. 그렇게휩쓸린 당신의 마음은 무엇일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다. - 장일호 ([시사IN] 기자)
타인의 책이 제대로 대접받기를 꿈꾸며 추천평을 써 온 김효선, 그가 이제는 작가의 자리에서 독자를 만난다. 온 우주에서 가장 사랑하는 존재, 오춘실을 위해. 작가는 내 단편소설 『문래』를 보며 “소설 속 엄마가 꼭 우리 엄마 같았다”고 썼는데, 《오춘실의 사계절》을 읽으며 나는 ‘오춘실이 보았던 풍경이 내 엄마의 것이기도 하다고 그러니 앞으로 내가 보는 풍경도 그 다정함의 면적만큼 확장되겠다’고 생각했다. 평생 노동으로 딸을 먹이고 살렸으며, 부당한 처우에는 바짝 날을 세우지만 세상 한가운데선 여전히 호기심 많고, 매순간 타인의 사정을 살펴온 사랑스러운 당신, 김효선의 오춘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오춘실에게 전하고 싶다. 당신은 위대하다고, 위대한 삶을 살아왔다고. - 조해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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