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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생활 소녀와 생활밀착형 스파이의 은밀한 업무일지 7
보너스_내가 사랑한 스파이 193 작가의 말 249 옮긴이의 말 252 |
Kei Tokunaga,とくなが けい,德永 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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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미안합니다. 늦었네요!”
수업에 지각한 고등학생 같은 말을 내뱉으며 등장한 사람은 낯선 중년남자였다. 뭐야 저 녀석은, 하고 생각하는데 저 볼품없는 회색 양복, 백발이 섞인 머리. 글쎄, 어디선가 본 것 같다. 머리를 갸웃한 채 굳어 있는데 그 아저씨가 나를 보고 환하게 웃는다. “아! 오늘 아침은 미안.” 호, 혹시……! 내가 기억을 더듬는 것과 동시에 오늘 아침 두번째 술렁거림이 센터 안에 퍼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잠깐, 뭐야 저 아저씨! 아야카, 무슨 일 있었어?” 히로미가 뒤에서 내 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녀가 소란을 피우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지만 나는 경직된 채 움직이지 못했다. 원고를 보이고 말았다! 혹시 여기까지 협박하러 왔나? 온갖 생각이 난무하는 내 머리는 완전히 기능이 정지되었다._35쪽 “우리에게 센터장의 사생활을 캐라는 거죠?” “뭐?” 지금 얘기가 그런 거였어! 흥분하는 나와는 전연 상관없이 흐흠! 하고 기침하는 여사. “뭐, 굳이 얘기하자면, 그런 거지.” 아니, 굳이 얘기하자면? 자기가 한 말의 의미를 알고는 있는 거야? 그거 스토킹이라는 범죄 아니야? “좋아요.” 시원하게 받아들이는 히로미를 보고, 나는 다시 한 번 말을 잃었다. “자, 잠깐 히로미…….” 옆에서 다운코트를 잡아당겼지만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고 협상을 진행했다. “그 대신…….” “알았어. 그동안의 지각은 없는 걸로 할게.” “좋았어요. 거래 성립!” 어둠 속에서 브이 사인을 그리는 히로미의 실루엣이 보였다. 이어서 여사의 목이 빙그르 내 쪽을 향한다. “구에다 씨. 자기도 물론, 해줄 거지?” 어둠 속에서도 로즈핑크 색을 칠한 입가가 씩 올라가는 게 보였다. 등줄기가 얼어붙을 정도의 공포. 히죽, 이라는 의태어가 이토록 와 닿을 수 있을까. 자……잠깐만!_69쪽 “…… 사람의 인생이란, 하룻밤만 공연되는 쇼 같은 거라고 생각해.” “예?” “자네처럼 젊은 사람은 아직 실감 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 같은 나이가 되면, 뭐랄까 나만의 ‘인생철학’ 같은 게 생기거든.” “아, 예.” 또 느닷없이 무슨 말을 하나 싶어서 나는 애매하게 맞장구쳤다. “내 철학에 따르면 말이야, 인생은 즐겁거나 즐겁지 않거나가 아니야. 즐거워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지. 딱 한 번뿐이니까,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니까,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아깝잖아? 무대 위의 연기자처럼 진검승부를 내야 하는 거지. 게다가 전력을 다하는 데 있어서는 본인이 즐거워야 하고, 그게 제일 중요해.” 바로 그즈음에서 그는 왼팔을 크게 휘둘렀다. “……그게, 센터장님의 인생철학.” 혹시, 이것이 조금 전 내 고민에 대한 대답인가.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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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도 현실도 어중간한 직장인 “경계대상 1호가 떴다, 그의 정체를 밝혀라!”
VS 느긋하게 현실을 즐기는 스파이 “빈틈없이 처리하고 흔적 없이 사라진다!” 낮에는 택배회사 콜센터에서 상담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만화가를 목표로 열심히 만화를 그리는 스물다섯 살 아야카 구에다. 만화잡지의 공모전 마감이 코앞에 닥친 어느 날, 원고를 발송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다 낯선 중년남자와 부딪혀 넘어지고, 급기야 찢어진 봉투 사이로 삐져나온 만화 원고를 보이고 만다. 창피한 마음에 급하게 자리를 뜨지만 이게 웬걸, 아야카의 직장으로 그 남성이 떡하니 걸어 들어오는데, 그가 바로 신임 센터장! 연애와 사랑에 대한 각종 망상을 그림으로 구현한 만화를 다른 사람에게 드러낸 것은 남자가 성인비디오를 들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여기는 아야카는 자신의 원고를 목격한 유일한 인물인 센터장을 감시하기에 이른다. 싸구려 양복을 입으면서도 BMW를 몰고, 허술한 중년 아저씨 같다가도 어려운 클레임을 단숨에 해치우는 센터장은 보면 볼수록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자칭 ‘스파이’라는 뜬금없는 고백까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센터장의 정체에 이상하게 더더욱 관심이 기울고, 그럴수록 아야카의 마음에는 수상한 감정이 일렁이는데…… 이것은 설마, 사랑?! 희망과 불안을 함께 품고 내일로 성큼성큼 나아가는 청춘에게 바치는 산뜻한 성장 드라마 “인생은 즐겁거나 즐겁지 않거나가 아니야. 즐거워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지. 딱 한 번뿐이니까,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니까,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아깝잖아? 게다가 전력을 다 하는 데 있어서는 본인이 즐거워야 하고, 그게 제일 중요해.”_본문에서 《이중생활 소녀와 생활밀착형 스파이의 은밀한 업무일지》는 만화와 스파이라는 전혀 다른 두 소재에 재치 어린 엉뚱함을 가미해 짜임새 있게 엮어낸 드라마이다. 만화는 오랜 노력에도 손에 잡히지 않는, 젊은이들의 꿈을 대변한다. 콜센터 상담원은 꿈을 위한 자구책일 뿐 만족스런 직업이 아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갈등은, 이십대라면, 나아가 꿈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법한 성장통이다. 그 아픔에 손을 내밀어 위로하는 인물이 뜻밖에도 산업 스파이이다. 현실에서는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만화가 지망생과 스파이라는 캐릭터의 조합이 묵직한 주제를 경쾌하고 산뜻하게 이끌어간다. 중년남성 기무라는 누가 봐도 농담 따먹기나 즐기는 한량 같지만, 스파이에 대한 확고한 직업의식을 가진 녹록치 않은 인물이다. 그의 가벼운 듯 하지만, 인생에 대한 통찰이 담긴 한마디는 아야카의 주된 고민이었던 꿈과 현실의 틈새를 메운다. “불안과 희망을 함께 품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나아간다. 살아간다는 건, 아마도 그런 것이리라.” 이십대 중반의 고민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어느덧 모든 이의 삶을 관통하는 큰 위로가 되어준다. 보일드에그즈 사단이 선택한 차세대 스토리텔러 도쿠나가 케이 보일드에그즈는 일본 최초의 작가 에이전시로 재능 있는 신인을 발굴하기 위해 매년 문학상을 수여하고 있으며, 올해로 17회를 맞았다. 만화적인 상상력과 흡인력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유명한 미우라 시온, 마키메 마나부 등이 보일드에그즈의 대표적인 작가로 문단은 물론 독자에게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바로 이 계보를 잇는 작가가 《이중생활 소녀와 생활밀착형 스파이의 은밀한 업무일지》로 ‘제12회 보일드에그즈 신인상’을 수상한 도쿠나가 케이이다. 본 작품은 미우라 시온의 《격투하는 자에게 ○를》과 비견되는 수작이란 평가와 함께 ‘새로운 재능의 출현’이라는 심사평으로 주목을 받았다. 만화가 지망생이자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했던 작가 자신을 모델로 집필한 만큼, 상황 설정과 묘사가 생생히 살아 있고, 주인공을 포함한 모든 캐릭터가 현실감 있게 표현되었다. 특별히 한국어판에는 처음 만나는 한국 독자에게 보내는 작가의 인사가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실렸다. 작가의 뛰어난 그림 실력을 확인해볼 수 있는 한국어판만의 소소한 재미를 놓치지 말기를. 성공적인 데뷔에 이어 《가타기리 주류점의 부업》《내 이름은 에스페란자》를 연이어 발표하면서, 작가로서의 명성을 확고히 다졌다. 작가 자신의 경험에서 건져낸 소재, 평범함 속에 녹아든 개성 넘치는 캐릭터, 일상적이면서도 따듯한 위로 등 ‘도쿠나가 케이 월드’를 차곡차곡 축조해나가고 있는 작가의 미래가 강력히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