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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도착
1장 계획하는 사람 2장 나쁜 별 3장 푸르른 들판에서 4장 박싱데이 5장 44분의 대혼란 6장 히라이스 7장 작은 상실들 8장 공포 9장 유령 열차 10장 해바라기 11장 롤러코스터 12장 믿음직한 두 손 13장 각본 14장 또 한마리 비둘기 15장 흰 국화 16장 종말 에필로그 / 시작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주 |
Lucy East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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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재난, 신체의 연약함, 상실과 애도에 관한 책이다. 하지만 희망과 재생과 웃음에 관한 책이기도 하며, 우정과 회복 탄력성, 사랑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 p.17 혼란스러운 처음 몇시간 동안은 일을 ‘더 단순하게’ 처리하고자, 사망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처했던 개별 상황을 들여다보는 대신 전체적인 사망 시간을 추정해서 기록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재난 상황에서 죽음은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찾아오며, 유가족들에겐 자기 가족의 이야기를 알아낼 권리가 있다. 작은 디테일이 얄궂게도 얼마나 큰 위로를 주는지, 직접 그러한 상실을 겪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으리라. --- p.20 힐스버러 참사 이후 몇달 동안 나는 세상에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으며 책임자들, 곧 국가와 정부 기관도 끔찍한 실수를 저지른다는 걸 이해하게 됐다. 그로 인해 손가락질받는 대상은 이미 국가가 저버린 지역사회라는 사실도. --- p.34 한번은 찢어진 바지에서 발견된 영수증이 비탄에 잠긴 어머니 손에 쥐여졌다. 그녀는 아들이 그날 아침으로 커피와 크루아상을 먹었다는 사실을 알고 약간이나마 위안을 얻었다. 때로는 종이 뭉치를 펼치면 건물 안에 갇혀서 적은 글이 나왔다. 어떤 메모에는 단순히 이렇게 적혀 있었다. 84층 서쪽 사무실 12명 갇힘. 메모에 피 묻은 지문 얼룩이 남아 있었고, 나중에 DNA 검사 결과 우리는 한 가정의 아버지였던 랜디 스콧이 죽기 전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유가족에게 확인시켜줄 수 있었다. --- p.58 재난 사망자를 잘못 대하여 유가족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사례는 이밖에도 많다. 디재스터 액션의 구성원들은 이런 상황을 거듭 목격했다. 모린 캐버나가 들은, 아들이 충돌의 순간에 자고 있었다는 선의의 거짓말. 마셔니스호 피해자 션 록우드크로프트의 어머니 마거릿은 정부에서 관을 열지 못하게 한다는 이유로 여전히 관에 든 시신이 션이 아니라고 믿고 있다. 나중에 법의학 서류에는 관에 든 남자가 대머리였다고 적혔는데, 션은 검은 머리칼이 풍성한 청년이었다. 마거릿은 지금까지도 관을 땅에서 파내서 열어보기 위해 싸움을 벌이고 있다. --- p.103 7·7 테러 유가족을 위한 첫번째 인도적 지원 센터는 시의회 레저 센터에 졸속으로 세워졌다. 그곳은 위치로 보나 음향으로 보나 심히 그릇된 선택이었다.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소식을 듣고 유가족이 울기 시작하면 그 소리가 벽에 부딪혀 온 사방으로 울렸다. 설상가상으로 건물 안에서는 수영장 냄새가 났는데, 후각적 트라우마와 기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던 디재스터 액션에서는 가족을 잃은 부모나 아이가 휴식을 취하고자 수영장이나 수영장 딸린 호텔을 찾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재난에 대한 후각적 기억에 수영장의 염소 냄새를 더하는 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지적이었다. --- p.123 내가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업계 선배들에게 배운 교훈 하나는, 죽음과 재난을 줄곧 마주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그렇게 산다는 것이었다. 인생은 대단히 귀중하고, 언젠가는 끝나며, 무척 연약하다. 이를 잊지 않고 살아야 한다. --- p.188 나는 만장일치나 집단 사고를 원하지 않는다. 엉망진창이고 진실하며 복잡한 인간의 반응을 원한다. 나는 비상계획관이지만, 언제나 계획만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 p.253 초기 언론 발표에서는 사망자들이 중국 국적이라고 언급했지만, 증거가 밝혀질수록 그들은 베트남 출신일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대응요원들은 이 실수가 자칫 성의 부족이나 인종차별로 비칠까 걱정했다. 아시아인이 다 똑같이 생겼다는 편견을 가졌다고 오해받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사실 이번 실수의 원인은 대응요원들이 인종적 감수성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의도적인 속임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망자들과 함께 발견된 서류들은 모두 위조된 중국 신분증이었다. 초동 대응요원들은 신분증이 위조된 것이라고 생각지 못해서 잠시 잘못된 답을 내놓았던 것이다. --- p.316~17 나는 언제나 팬데믹이 불가피하다고 느꼈다. 살아생전에 분명히 팬데믹을 겪게 되리라 생각했다. 그것이 과학이 우리에게 알려준 사실이었으므로. 하지만 회의에 참여한 일부 사람들은 우리가 팬데믹을 막을 수 있다는 오만에 빠져 있었다. 그들은 팬데믹이 시작되면 바로 막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물론, 우리는 막지 못했다. --- p.326 피터는 말한다. “너희보다 작은 것들을 전부 돌봐줘.” 그러자 가장 작은 아이 ‘투 스몰’이 묻는다. “그럼 나는 누구를 돌봐야 해?” 피터는 런던의 집으로 날아가기 전, 그에게 대답한다. “네버벅스. 작은 벌레들을 돌봐줘. --- p.3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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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의 현장에
가장 오래 머무는 사람 리버풀에서 태어나 자란 루시 이스트호프는 10살이 되었을 때 힐스버러 축구장 압사 사고를 아주 가까운 곳에서 겪었다. 가까운 가족과 친구를 잃은 지역사회의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그는 “누군가는 해결을 해야지”라는 아버지의 울분을 마음에 새기고 어린 시절부터 재난과 사회적 대의에 관련된 활동을 시작했다. 케니언 인터내셔널 응급 서비스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20여년 동안 9·11 테러, 인도양 지진해일, 런던 7·7 테러, 그렌펠타워 화재, 코로나19 팬데믹 등 세계 곳곳의 재난 현장에서 활동하며 ‘재난 이후’를 책임지는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역할은 단순히 잔해를 치우거나 시신을 수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실수 없이 망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일, 유가족에게 유류품을 어떤 상자에 담아 전달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 따듯한 음료와 안심이 되는 미소를 건네는 일. 이런 작고 구체적인 것들이 모여 재난 복구라는 과정을 완성해간다. 이스트호프는 업계 최고의 전문가로서 이 모든 과정을 세심하게 지휘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복구의 디테일’이야말로 고통을 견디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된다고 말한다. 이스트호프의 일은 사망자와 남겨진 이들의 존엄을 지키며,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의 시스템을 점검하고 대비책을 세우는 일, 그리고 망가진 지역사회의 재건을 돕는 일까지 무한히 확장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재난 복구란 단순한 수습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과정이자, 절망의 끝에서 다시 희망을 세우는 시간임을 증명한다. 밤마다 깨어 있는 이유, 멈추지 않는 책임 재난은 언제나 압도적이고 사회 전체의 문제로 다가오지만, 그 파장은 개인의 삶 깊숙이 파고든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재난이 남긴 상처가 공동체의 비극인 동시에 개인의 삶 전체를 뒤흔드는 아픔임을 생생하게 증명한다. 무너진 현장을 떠난 뒤에도 남겨진 이들의 시간은 결코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 진상규명과 제도 개선을 위해 누구보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유가족이 사실은 ‘더이상 밤에 잠을 잘 수 없어서’ 모든 일을 밤에 할 수 있다고 고백하는 순간, 재난은 끝난 후에도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든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애도는 때로 평생의 그림자처럼 이어진다. 그러나 이스트호프의 시선은 거기에 머물지 않는다. 개인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작은 일이 곧 사회의 시스템을 다시 구축하는 출발점이 된다는 사실을 그는 끊임없이 강조한다. 반복되는 비극을 막기 위해 제도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또다시 닥칠 재난을 대비하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지, 현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묻고 답한다. 나아가 그는 재난 복구가 단순히 과거를 수습하는 일이 아니라, 미래의 사회를 더 안전하고 존엄하게 만들기 위한 집단적 약속임을 보여준다. 재난의 끝에서 시작되는 그의 이야기는 곧 공동체 전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는 하나의 나침반이 된다. “어떤 재난은 그저 압도적이다 하지만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 한국 사회는 수많은 재난을 겪어왔다. 재난은 늘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짐은 희미해지고 슬픔은 일상의 한 부분처럼 굳어졌다. 우리는 추모와 애도의 자리를 만들었지만 정작 무너진 삶을 어떻게 다시 세울 것인지는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다. 과연 우리는 단 한번이라도 진정으로 ‘복구’해본 적이 있었을까. 루시 이스트호프의 이 책은 바로 이 질문을 우리 앞에 놓으며, 재난이 남긴 상처 앞에서 우리가 여전히 해야 할 일, 그리고 아직 배우지 못한 일이 무엇인지 차분히 일깨운다. 『먼지가 가라앉은 뒤』는 단순한 수습의 기록이 아니라, 존엄을 지키고 희망을 준비하는 인간적인 여정을 담은 책이다. 무너진 자리에서 어떻게 다시 시작할 것인지, 상실을 넘어 어떻게 삶을 이어갈 것인지, 그리고 절망 속에서도 끝내 희망을 놓지 않는 법은 무엇인지. 이스트호프가 전하는 ‘복구의 언어’는 재난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며, 반복되는 비극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무너진 자리에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힘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뜨거운 증언이다. 작가의 말 어렸을 적, 나는 아빠가 툭 하고 내뱉은 “누구든 해결을 해야지” 한마디를 내 삶의 지침으로 삼았다. 지금 시간을 돌려 그 꼬마 아이를 만날 수 있다면, 네가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 여정 자체에 의미가 있을 거라고도 알려주고 싶다. 네가 누군가에게 준 자그마한 도움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목적이 된다고. 혹독한 시간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음료와 안심이 되는 미소를 건네는 일에는 가치가 있다고. 나는 그 꼬마 아이에게 망자를 존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고인에게 작별 인사를 할 기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죽음 자체는 무엇을 뜻하는지 이야기해줄 것이다. 사랑하는 이의 유해 조각뿐만 아니라 그들이 몸에 지니고 있던 물건에도 가치가 있다고, 도기로 만든 코끼리 인형이 누군가에겐 신성하게 느껴질 만큼 중요할 수 있다고, 대응요원들에게 알맞은 돌봄과 지원을 제공한다면 깊은 상처를 입지 않고서 사망자를 돌볼 수 있다고 알려줄 것이다. (…) 어릴 적의 나에게 계속 나아가라고 이를 것이다. 순간순간을 버티라고 말해줄 것이다. 재난은 어김없이 일어날 것이고, 그때마다 언제나 도우려 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테니까. 고통도 계속되겠지만 회복도 계속될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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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같이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진다. 이윽고 우리의 마음은 잃어버린 삶에 대한 그리움으로 산산조각이 난다. 그런 일을 한번쯤 경험한 사람이라면, 20년 넘게 테러, 자연재해, 팬데믹 등의 현장에서 재난 복구 전문가로 활동한 루시 이스트호프의 이 책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인간의 삶이 얼마나 연약한지, 상실이 얼마나 쉽고도 무자비하게 다가오는지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 책은 따뜻하고 희망적이다. 재난이든 개인적 불행이든, 그 이후의 삶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저자의 태도 덕분이다. 거대한 사회적 고통으로 시작된 책은 일상의 가장 작은 돌봄으로 끝난다. 그렇게 이후의 삶은 계속 이어진다. - 김연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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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의 여진을 관리하고 처리하는 데 바친 삶에 대한 이스트호프의 솔직하고 불안하며 때로는 어둡고 재미있는 이야기. -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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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책. 암울한 유머를 곁들인 이 생생하고 인간적인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유난히 어두운 곳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 『옵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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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으로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우리를 고양시키는 책. 이는 온전히 저자가 보여주는 인간적 품위 덕분이다. - 『메일 온 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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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이라는 말을 들으면 언제부턴가 무기력과 무감각이라는 말이 자동으로 따라붙는 것을 느낀다. 어제의 참사는 새로운 참사로 덮이고 잊히기 쉬운 까닭이다. 마음이 무뎌질 때마다 이 책을 곁에 두고 정시에 알약 먹듯 읽었다.영국의 재난 복구 전문가 루시 이스트호프는 재난이 휩쓸고 간 자리를 재건하는 방법과 태도를 제시해준다. 그것은 아주아주 작은 것이다. 작은 눈빛, 작은 돌봄, 작은 이야기. 작은 것들이 먼지가 가라앉은 땅을 다시 일구며 새로운 길을 낸다. 그 과정을 천천히 따라가니 밖이었다. 여전히 아픈 바깥을 똑바로 바라볼 힘을 비로소 낸다. - 안희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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