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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
세계사 2000.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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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제1부
이순원 장편소설 첫사랑
작가 후기
작품해설/장석주

2. 제2부
나의 소설론/이순원
문학적 연대기/박진
작가론/정호웅
주제비평/이경호
작가연구자료/박진

저자 소개 1

李舜源

1958년 강릉 출생. 198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소」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그 여름의 꽃게』 『얼굴』 『말을 찾아서』 『은비령』 『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 『첫눈』, 장편 소설 『우리들의 석기시대』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수색, 그 물빛 무늬』 『미혼에게 바친다』 『아들과 함께 걷는 길』 『순수』 『첫사랑』 『19세』 『나무』 『흰별소』 『삿포로의 여인』 『정본 소설 사임당』 『오목눈이의 사랑』 등이 있다.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허균작가문학상, 남촌문학상, 녹색문학상, 동리문학상, 황순원작가상 등을 수
1958년 강릉 출생. 198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소」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그 여름의 꽃게』 『얼굴』 『말을 찾아서』 『은비령』 『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 『첫눈』, 장편 소설 『우리들의 석기시대』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수색, 그 물빛 무늬』 『미혼에게 바친다』 『아들과 함께 걷는 길』 『순수』 『첫사랑』 『19세』 『나무』 『흰별소』 『삿포로의 여인』 『정본 소설 사임당』 『오목눈이의 사랑』 등이 있다.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허균작가문학상, 남촌문학상, 녹색문학상, 동리문학상, 황순원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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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77쪽 | 416g | 150*215*20mm
ISBN13
9788933801215

예스24 리뷰

--- 서평위원 김갑수
이번만은 속아넘어 가지 않으련다 했지만 또 속고 말았다. 번번히 당하면서도 또 당한다. 도대체 내 궁금증이자 결심이란게 얼마나 유치한 것이던지!『수색』 시리즈에서 내내 그랬고『은비령』에서 그랬고,『말을 찾아서』,『19세 』에서도 또 그랬다. 일단 강원도가 배경이고 유년시절이 나오고 '나'라는 화자가 등장하면 이순원 소설이 지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하기가 정말 어렵다. 소설을 두고 얼마만큼이 실제 체험인지를 따지는게 가장 우둔한 독법이라는걸 모르는 바 아니건만 그의 소설은 참 이상하다. 언제나 자전소설류의 실물감을 벗어나기가 힘드니 말이다.

이순원의 새로 나온 짧은 장편 [첫사랑]. 강원도 두메산골 가랑잎 국민학교 동창생들이 30여년만에 재회하면서 펼쳐지는 작은 이야기다. 화자인 '나'는 역시 실제 작가의 상황과 똑같이 일산에 사는 전업작가이며 텔레비전과 신문에 얼굴이 비쳐 옛친구들이 알아보게 된 존재이며 또 뭐라나, 하여간 내가 아는 이순원과 [첫사랑]의 정수는 똑같다. 줄거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동창 가운데 카센터를 하는 은봉이와 그가 사모하는 첫사랑 공주 자현이를 맺어주고자 동분서주하는 이야기.

그 깡촌에서 은봉이는 중학교도 진학하지 못하고 곧장 트럭 조수가 됐다. 또 한편으로 권투선수를 지망하여 도내체전에 출전하기도 하며 못 배운 한을 통신강좌로 메꿔 온 억척인생이다. 그에게는 마음 속 연인이 있었다. 자현이. 하지만 은봉으로서는 감히 넘볼 수도 없는 별같은 동창생일 뿐이었다. 그의 얘기를 옛친구 '나'가 들어주며 감동한다. 은봉은 나름대로 성공하여 카센터 사장님이 되었건만 6년전 아내와 사별한 처지였다.

가랑잎 국민학교의 별이었던 자현이는 어떤가. 뜻밖에 그녀는 두 번의 결혼에 실패하고 강릉에서 딸을 키우며 잡화점 아줌마가 되어 있었다. 동창회에도 나오지 않을만큼 그녀는 영락한 신세였다. 그 역시 자현을 사모했던 '나'는 두말 않고 강릉행을 택해 그녀에게도 역시 은봉에 대한 오래된 호감이 있었음을 전해 듣는다. 그 애처로운 첫사랑은 중년이 되어 다시 맺어질 수 있을까. 결말은 모른다. 자현은 이미 한 남자에게 인생을 의탁해야 살 수 있는 여자가 아니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영화 타이타닉의 여주인공처럼 "씩씩하다"고 묘사한다.

"이 소설의 어디에도 인간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나 이기주의, 산업화 시대의 물신숭배가 키웠음직한 영악한 잇속 챙기기와 같은 공리주의적 태도 따위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 장석주의 작품평은 옳다. 그런 순수 또한 우리 모두의 '첫사랑'일 테니까.

작가를 만난 길에 멍청하게 줄거리의 사실 여부를 물었더니 실실 웃으며 특유의 강원도 억양으로 말한다. "내 동창들도 그런 애들이 언제 있었냐고 묻더라구요." 하, 그래도 이 '첫사랑'의 이야기는 실화라고 나 스스로 결정했다. 암 그렇고 말고. 그런 유년의 까마득한 순수가 우리들 가슴 어딘가엔들 숨어있지 않을라구.

책 속으로

'그릇 때문에 그랬다. 운동선수 밥이라고 그냥 네모난 도시락이 아니라 그보다 조금 더 큰 동그란 찬합에다 밥을 싸주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노란 알루미늄 찬합이지만 그때 나는 그렇게 이쁜 그릇을 본 적이 없었다. 얼마나 이뻤냐면 뚜껑에 사과하고 포도하고 복숭아 그림이 그려져 있던 건데 그걸 수돗가에서 씻으며 그런 생각을 했던 거야. 이다음 이런 이쁜 그릇 많은 집에 시집가서 하루종일 그릇만 씻고 싶다고. 그러니 그 도시락을 내가 얼마나 깨끗이 씻었겠나. 씻다가 혹시 어디 긁히기라도 할까 봐 일부러 볏닢만 끊어 만든 야들야들한 쑤세미로 씻고 또 씻고, 아마 그렇게 열 번도 더 씻고 물기까지 말린 다음 다시 보자기에 곱게 싸 니 책상 속에 넣어두곤 했지.'

--- p.70

그런데 나는 왜 그것을 선생님이 발라주었다고만 기억하고 있을까. 무릎이 깨어지듯 아팠던 것도, 상처에 흐르는 피를 씻어내기 위해 과산화수소를 부었을 때 살을 태우듯 끓어오르던 거품 때문에 한결 더 겁을 먹고 놀랐던 것도 어제의 일같이 기억하고 있는데, 그 기억 속 어디에도 미선이의 손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아니, 상처에 약을 발라주던 손은 분명 있었다.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 크긴 했겠지만 그래도 아이의 손과 어른의 손은 분명 달랐을 텐데 나는 그것을 여직껏 5학년 여자 선생님의 손으로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번 동창 모임 때 다들 어린 날의 내 기억력에 혀를 내둘렀다. 그런데도 미선이의 일만은 나와 관계된 일조차 이렇게 어두운 것이었다.

--- p.72

그 말이 내겐 좋았다. 그리고 늦은 밤, 바다에서 시내로 돌아올 때 다시 처음처럼 편해진 지현이가 ' 정말이야. 언제 은봉이를 보면 내가 꼭 한번 안아줘야 겠어' 하고 말하는 것도 내게 다시 좋았다. 그 말을 듣고도 조금도 질투가 나지 않는 내 첫사랑이, 자동차를 타면 늘 아내가 앉던 내 옆자리에 앉아 잇었다. 나는 그런 자현이에게 언제까지나 늘 그렇게 씩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타이타닉'의 그 여자처럼..... 이제, 그 여자만큼이나 씩씩한 자현이가 내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 p.163-164

"전에는 안 그러더니 이제 머리가 굵어져서 그렇나, 요즘 들어 재혼 얘기도 그 놈이 부쩍 더 꺼낸다. 속마음으로야 안 그러겠지만, 내가 해주는 밤이 싫다고 그러고, 내가 싸주는 도시락이 싫다 그러고, 내가 밥하고 설거지하는 걸 보면 우리집에도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대놓고 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그런다. 밖에서 늦게 들어온 걸 야단이라도 치면 엄마도 없는 집에 일찍 들어오면 뭘 하느냐고 되려 나한테 뭐라 그러고, 즈 고모하고 작은아버지한테도 전화를 걸어 그런 얘기를 하는 모양이다. 어떻게 보면 누누하고 주봉이가 애한테 그렇게 시키는 건지, 아니면 이 녀석이 먼저 어른들을 축축거리는 건지."

"네 생각은 어떤데?"

"앞으로의 일이야 장담할 수 없겠지만 아직은 그래. 집 안에 들어가도 그렇고, 가게를 나와도 그렇고 내 생활의 절반을 승일이 엄마가 일으킨 건데, 그게 어디 쉽나? 지겨워서 서로 정 끊다가 헤어진 사람들도 아니고."

참 할말이 없었다. 뒤늦게 어떤 위로를 할 수도 없었고, 또 아이처럼 말하거나, 은봉이의 뜻처럼 말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먼저 자현이에 대한 얘기도 했지만, 은봉이야말로 마음속에 그보다 더 깊은 사랑 하나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30년이란 세월이 그런 것인지도 몰랐다. 우리는 그 세월의 바람 속에 이렇게 휘날리고 저렇게 휘날리다 어느 구석에 다시 모인 두 장의 가랑잎처럼 저녁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우리 집사람도 운전 쉬는 날 나하고 이렇게 맥주 한잔 마시는 거 참 좋아했는데."

그 말을 할 때 은봉이의 눈에도 언뜻 물기가 비쳤고, 은봉이가 바라본 내 눈에도 그것이 비쳤을 것이다. 세상의 물줄기들은 왜 그렇게 우리가 바라지 않는 쪽으로 너무 쉽게 흘러갈 때가 있는 것인지. 왜 그 작고도 큰 사랑을 방해할 때가 있는 것인지 ….

--- pp.124-125

"전에는 안 그러더니 이제 머리가 굵어져서 그렇나, 요즘 들어 재혼 얘기도 그 놈이 부쩍 더 꺼낸다. 속마음으로야 안 그러겠지만, 내가 해주는 밤이 싫다고 그러고, 내가 싸주는 도시락이 싫다 그러고, 내가 밥하고 설거지하는 걸 보면 우리집에도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대놓고 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그런다. 밖에서 늦게 들어온 걸 야단이라도 치면 엄마도 없는 집에 일찍 들어오면 뭘 하느냐고 되려 나한테 뭐라 그러고, 즈 고모하고 작은아버지한테도 전화를 걸어 그런 얘기를 하는 모양이다. 어떻게 보면 누누하고 주봉이가 애한테 그렇게 시키는 건지, 아니면 이 녀석이 먼저 어른들을 축축거리는 건지."

"네 생각은 어떤데?"

"앞으로의 일이야 장담할 수 없겠지만 아직은 그래. 집 안에 들어가도 그렇고, 가게를 나와도 그렇고 내 생활의 절반을 승일이 엄마가 일으킨 건데, 그게 어디 쉽나? 지겨워서 서로 정 끊다가 헤어진 사람들도 아니고."

참 할말이 없었다. 뒤늦게 어떤 위로를 할 수도 없었고, 또 아이처럼 말하거나, 은봉이의 뜻처럼 말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먼저 자현이에 대한 얘기도 했지만, 은봉이야말로 마음속에 그보다 더 깊은 사랑 하나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30년이란 세월이 그런 것인지도 몰랐다. 우리는 그 세월의 바람 속에 이렇게 휘날리고 저렇게 휘날리다 어느 구석에 다시 모인 두 장의 가랑잎처럼 저녁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우리 집사람도 운전 쉬는 날 나하고 이렇게 맥주 한잔 마시는 거 참 좋아했는데."

그 말을 할 때 은봉이의 눈에도 언뜻 물기가 비쳤고, 은봉이가 바라본 내 눈에도 그것이 비쳤을 것이다. 세상의 물줄기들은 왜 그렇게 우리가 바라지 않는 쪽으로 너무 쉽게 흘러갈 때가 있는 것인지. 왜 그 작고도 큰 사랑을 방해할 때가 있는 것인지 ….

--- pp.124-125

출판사 리뷰

작가의 삶과 문학을 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작품
이순원의 『첫사랑』은 작가의 고향인 강릉 지방을 배경으로 유년시절의 학창생활을 추억하는 성장소설의 구도를 간직하고 있다. 이순원은 다양한 소설의 주제와 서술양식을 추구해온 <전방위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1996년 『수색, 그 물빛무늬』라는 연작장편소설을 펴내고 이 소설에 수록된 중편 「수색, 어머니 가슴속으로 흐르는 무늬」로 같은 해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이래로 고향의 가족사와 농촌생활의 공동체적 가치를 복원해내는 작업에 매진해오고 있다. 『첫사랑』은 1998년과 1999년에 문예지를 통해 발표되었던 연작소설을 500매 분량의 경장편으로 정리하여 출간된 것이다.

모두 네 개의 章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작품에는 화자인 <나>를 포함하여 네 명의 시골 초등학교 동창생들이 살아온 신산한 삶의 여정이 추억담으로 서술되고 있다. 산간 벽촌의 궁핍한 생활환경으로 인하여 끼니는 물론이거니와 교육의 기회마저 온전히 누리기 힘들었던 삶을 포기하지 않고 밝고 꿋꿋한 의지를 가꾸어나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에 대한 선의와 그에 대한 작가의 단단한 믿음"을 확인할 수가 있다. 평론가 장석주의 <작품론>에서 분석되고 있듯이 "이 소설의 어디에도 인간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나 이기주의, 산업화 시대의 물신숭배가 키웠음직한 영악한 잇속 챙기기와 같은 공리주의적 태도 따위는 나타나지 않는다". 작가는 오늘날의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실되어가는 삶의 순수성과 인정을 아쉬워하고 그것을 과거의 추억 속에서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첫사랑』은 그러한 점에서 상실된 세계의 질서를 꿈꾸는 <동화>이거나 상실된 세계를 슬퍼하는 <애가>일 것이다.

리뷰/한줄평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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