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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까지 비밀이야
안세화
한끼 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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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막
2막
작가의 말

저자 소개1

작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에서 영화 시나리오를 전공했다. 2016년 《한라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클레의 천사》로 당선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마땅한 살인》, 《남매의 탄생》, 《스타더스트 패밀리》, 《너의 여름에 내가 닿을게》를 출간했고, 다수의 웹드라마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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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240g | 122*190*14mm
ISBN13
9791175770034

책 속으로

주원은 언젠가 자신이 노인이 될 줄 알았다. 장수를 하리란 근거도 하겠단 소망도 없었지만, 막연히 그렇게 되리라 믿었다. 설마하니 서른다섯 나이에 객사하게 될 줄은, 그 사실을 반나절 전에 알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 p.9

“하여간 모든 동물 중에 인간이 제일 못됐어.”
다혈질인 그의 성미를 익히 아는 주원은 일부러 생글거리며 대꾸했다.
“그렇지만요. 버려진 동물을 돌봐주는 동물도 인간이잖아요.”
--- p.31

“됐어. 드디어 노선을 제대로 잡은 거야.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상혁 역시 낙관적으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연륜, 인맥, 재산, 능력, 어느 것 하나도 우리가 그깟 대학생에게 밀릴 게 없어. 심지어 수적으로도 우리가 우세해.”
주원은 일순간에 호기로워진 분위기에 편승하여 비장하게 다짐했다.
“우릴 건드린 걸 후회하게 만들어주자.”
--- p.56

“전 쫓아다닌 적 없어요. 그건 그냥 세 분의 착각이었다고요.”
(…)
“근데 왜 날 보자마자 도망갔어?”
“그야, 무서웠으니까요.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셨잖아요!”
백산은 결국 침착함을 잃고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 아까부터 자신이 무슨 말을 하건 미덥지 않단 표정을 짓고 있는 세 사람을 향해 외쳤다.
“왜 제 말은 덮어놓고 전부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못내 억울해하면서 소리쳤다.
“전 정말 연쇄살인마가 아니에요!”
--- p.164

갑자기 머릿속이 바글바글 들끓기 시작했다. 신경 줄 위에 참새처럼 앉은 병정 같은 세포들이 제각기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 늦지 않았어. 얼른 자수해. 이미 늦었어. 빨리 치워버려. 자수해야 한다니까. 그냥 치우라니까. 자수해. 치워. 자수해. 치워.

--- p.203

출판사 리뷰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는
모난 인간들의 험난한 여정


산에서 조난당한 세 친구와 한 청년은 동굴 안에서 죽음을 기다리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허심탄회하게 그동안 품어온 비밀을 털어놓기로 한다. 시작은 비교적 사소했다. “절대로 바람피운 건 아니었어.” 아내에게 들키면 곤란한, 재회한 첫사랑과 찍은 셀카. “있잖아. 사실은 나 소주 좋아한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건강한 이미지를 쌓아왔지만, 실은 음주 후에도 아이들을 지도해 온 수영 강사. “스릴 있는 일탈은 일종의 필요악이었어.”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합법적인 곳에서 즐긴 도박. 그리고, “저는요. 사람을 죽인 적이 있어요.” 세 번의 살인.

《무덤까지 비밀이야》는 연쇄살인마와의 목숨을 건 꼬리 밟기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진지함에만 기대지 않는다. 이 책은 처음부터 독자에게 묻는다. “이 상황, 웃어도 될까?” 이 책의 블랙코미디에서 비롯되는 웃음은 인간의 비겁함과 자기합리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다. 도덕적인 선을 아슬아슬하게 밟고 있는 세 친구의 불륜과 음주, 도박은 도덕의 범주를 완전히 벗어난 살인과 비교되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된다. 백산이 연쇄살인마라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지만, 그래서 아무도 그가 살인마라는 사실을 믿어주지 않지만, 그럼에도 세 친구는 자신의 직감을 믿고 일을 꾸민다. 휘몰아치는 상황 속에서 누가 미친놈이고 정상인지 분간하기 어려워지고, 죽음이 턱밑까지 다가온 순간, 윤리의 기준은 급격히 흐려진다. 끝까지 그의 죄를 주장하는 게 옳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나서서 내가 먼저 죽는 건 아닐까?’ 하고 계산하는 모습은 비겁하지만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그래서 더 웃프고, 씁쓸하다. 이런 세 친구의 선택을 과연 누가 쉽게 비난할 수 있을까?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라는
가장 간편한 자기합리화의 위험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다


악은 늘 이렇게 시작된다.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 ‘내가 직접 한 일은 아니잖아’, ‘나만 입 다물면…’. 악은 그 자체로 인간을 타락시키지 않는다. 인간 스스로 타락에 발을 들이지 않는다면. 불의에 침묵하고, 합리화를 반복하며 책임을 미루는 사이, 이 책의 인물들은 서서히 자신이 서 있던 윤리적 위치를 잃어간다. 《무덤까지 비밀이야》가 웃프다가도 섬뜩한 이유는 이 모든 과정이 너무도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살인을 저지른 사람만이 악인일까? 그럼 그 사실을 알고도 자신의 안위를 위해 침묵한 사람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묻는다. “무엇을 ‘악’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나는 어디까지 ‘괜찮다’고 말해왔는가?” 블랙코미디라는 옷을 입고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는 세계를 그려내는 《무덤까지 비밀이야》는 웃어넘기기에는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 읽고 나면 마음 한편이 소란스러워지는, 하지만 오히려 그런 매력에서 헤어날 수 없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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