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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7쪽
2부 : 79쪽 3부 : 193쪽 에필로그 : 299쪽 작가의 말 : 302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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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져 있는 남자의 상처를 침착하게 마저 꿰맸다. 특별히 남은 몇 땀은 공들여 작업하기도 했다. 응급실에서는 모든 환자를 동등하게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가끔은 의사가 실력 발
휘를 못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서우는 성의를 다해 삐뚤빼뚤 바늘을 휘둘렀다. --- p. 13 세 종류의 연쇄살인 시그니처 중 하나를 택해서 카피해야 한다면 단연 첫 번째 것이었다. 두 번째 것은 십자가 낙인을 찍을 도장이 없었고, 세 번째 것은 죄목을 적어온 종이가 없었다. 그렇지만 붉은 립스틱만은 늘 핸드백 속에 소지하고 다니니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서우는 립스틱 뚜껑을 열어 새빨간 본체를 길게 뺐다. 그의 짓이겨진 머리 바로 아래, 핏기 없이 빳빳하게 굳은 흰 고목 같은 목 위에다가 자그마한 하트를 그려 넣었다. --- p. 40 서우는 빙빙 돌리지 않고 바로 궁금한 질문을 던졌다. “저한테 원하는 게 뭐예요?” 여자가 슬슬 물을 줄 알았다는 듯 선선히 대답했다. “오늘 새벽 4시쯤 응급실로 교통사고 환자가 들어갈 거예요. 이미 죽었다면 상관없지만 혹시라도 살아있다면…… 죽여줘요.” --- p. 56 아무 상념 없이 잠잠하기만 하던 그녀의 눈동자에 갑자기 두려움이 드리우며 떨리기 시작한 건, 약물을 모두 옮긴 서우가 입모양으로 이렇게 말했을 때였다. “미안해요.” --- p. 70 “이런 레스토랑에서는 갖가지 얘기가 오가죠. 정치, 사업, 연애, 뒷담화 등등.” 그는 메뉴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살인은 연쇄살인 속에 숨기는 게 좋듯이, 살인 모의는 갖가지 모의가 판치는 장소에서 하는 게 좋아요.” --- p. 89 그녀의 고개가 돌아간 곳에는 아까부터 두 사람의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던 새파란 시체가 있었다. 서우는 시체의 새파란 눈동자와 자신의 눈을 맞추고 말했다. “일단은 저것부터.” --- p. 101 “그런데요. 청부살인이란 건 큰 죄 아닌가요?” 그 말에 수호보다 빨리 베니가 대답했다. “엄청 큰 죄지. 돈을 받고 생명을 뺏는 일이잖아.” “죽어 마땅할 정도로 큰 죄야?” “개인적으로 난 그렇다고 생각해. 죽어 마땅하지.” --- p. 180 콩깍지가 벗겨진 그녀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총명해 보였다. 유별나게 총기가 어린 눈을 빛내며 지나가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그 사람을 죽일 수 있게 도와줄래요?” --- p. 212 괴짜 연구자와 미친 상속녀의 때 이른 장례식은 그들의 결혼식보다 더 흥미로운 가십거리였다. 다양한 사람들이 주목하고 몰려드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들의 공식 사인은 추락사였다. --- p. 228 “이 재판은 무조건 질 겁니다. 법정 최고형이 확실하죠. 그리고 저는 지는 변호는 하지 않아요.” “현명한 처사예요. 하지만 결정은 제 얘기를 다 들은 후에 해도 늦지 않잖아요?” “도대체 무슨 얘기인데요?” 서우는 잠시 뜸을 들인 후,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연쇄살인에 대한 얘기예요. 저는 지금까지 44명을 죽였어요.” --- p. 2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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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교수, 경찰, 오너 셰프…한국 엘리트들의 팀 워크
“살인은 연쇄살인 속에 숨기는 것이 좋다.” 이 소설은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이야기창작발전소에 선정된 안세화작가의 스릴러 장편소설이다. 대학병원 응급실 전문의이자 여성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중산층 엘리트인 응급실 의사가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연쇄살인에 휘말릴 수 있으며 그 과정을 통해 독자에게 ‘살인’의 의미를 묻는다. 단순한 복수가 아닌, 세상에는 죽어 마땅한 살인이 존재할 수 있는지 말이다. 공공을 위한 것이라면, ‘사회적 살인’은 도덕적으로 정당할 수 있는지 묻고 있다. 음주 뺑소니, 성폭력, 가정폭력, 아동유괴… 흉악범죄를 단죄하지 않는다는 현실의 목소리는 높다. 뉴스와 인터넷, 심지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에서 범죄의 처벌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진지는 오래다. 이 소설은 여기서 출발한다. 의사, 경찰, 교수, 요리사, 셀럽이자 상속녀 등 연쇄살인을 실행하는 자들은 모두 한국의 중산층 이상의 엘리트들이다. 각자의 직업과 능력에 따라 역할을 분담하고 사사로운 복수가 아닌, ‘공공을 위한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시그니처를 남긴다. 한국적 스릴러라는 장르소설에 새로운 캐릭터와 이들이 펼치는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중산층 이상 엘리트의 안락한 삶이 어떻게 ‘마땅한 살인’을 통해 파국에 이르는지, 이 과정은 한국적 현실에서 무엇을 상기시키는지, 한국형 스릴러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