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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소개의 글

1. 시작
2. 우리가 노숙인이야?
3. 첫 번째 정기 공연 D-119

2장. 등장인물

1. 서울역에서 만난 사이
2. ‘노숙인 극단’이라고 안 하면 안 될까요?

3장. 기획 의도

1. 우리가 만드는 연극은
2. 사람들은 떠나고

4장. 출연

1. 연극이 너무 와 버렸다
2. 너를 받아 준 사람들이잖아
3. 이러자고 연극하는 게 아닌데
4. 다시 무대로

에필로그

덧붙이는 글
1. 극단 연필통 공연 기록
2. 화양연화-연필통 사람들/전기송
3. 자리를 지켜 내고자 했던 사람들/이주희
4. 자기 속의 자기가 풀어지는 희열/지연화
5. 배우가 된 거리의 사람들/박상병
6. 영화로, 다시 책으로 말하기/노여래

저자 소개1

숙명여대 국어국문학과와 서강대 영상대학원을 졸업하고 다큐멘터리 구성 작가 및 독립 영화 감독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영화를 비롯한 문화예술 및 과학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문화예술교육사이자 에듀케이터이다. 저서 『KT-1 프로젝트』 『수리온』을 펴냈고, 영화 〈슈퍼맨의 희망사항〉 〈연극하는 날〉의 연출을 맡았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290g | 130*190*17mm
ISBN13
9791175010505

책 속으로

언론 노출 문제를 놓고 벌어진 이날의 토론은 공연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격렬했다.
“실제로 언론에는 극단 연필통이라고 하기보다 그냥 ‘노숙인 극단’이라고 많이 나왔단 말이죠. 우리가 지금 노숙인이야?”
“그런데 노숙인 극단이라는 게 전혀 안 맞는 이름은 아니다 이거지.”
마당쇠의 하소연에 또래인 은하별이 곧바로 대꾸했다.
“나중에는 노숙인이라는 딱지는 사라지고 연필통만 남지 않을까요?”
“뉴스에서도 노숙인 ‘출신’이라는 표현을 썼던데, 아무리 잘해도 ‘노숙인’이라는 타이틀은 계속 따라올 거 같다는 거죠.”
--- 「시작」 중에서

뜻밖의 일격에 당한 항아리가 별수 없이 의자에서 일어나자 다른 단원들이 웃으며 박수를 쳤다. 항아리에게서 뺏은 의자에 앉은 은하별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다음 도전자를 기다렸다. 제비를 뽑아 다음 차례가 된 늘보는 고민하는 얼굴로 은하별에게 다가갔다.

늘보 아저씨, 열차 시간 끝났습니다. 여기 서울역 대합실이니 나가 주세요. 새벽엔 문 닫아야 돼서요. 보니까 노숙자 아저씨 같은데… 대합실 청소를 해야 되니까요.
은하별 서울역? …내가 서울역 대합실에서 늘 느끼는 건데… 우리가 여기 의자에 앉아 있으면 안 되는 거야?
늘보 이… (말을 잇지 못한다. 어딘가를 향해) 여기 이 사람 쫓아내요! (호루라기 부는 시늉)
은하별 (누울 듯이 앉아 뻗대며) 여 봐! 나도 여기 앉을 자격 있는 사람이요. 서울역이 특별한 곳이요?
--- 「서울역에서 만난 사이」 중에서

올레의 질문을 받은 시나브로는 복잡한 표정이 되더니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연락이 왔어요. 선생님들한테 인사나 하고 가라고 했는데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냉정한 면이 있더라고. 잘하는데 아까워요. 걔는 거기가 끝인가 봐요.”
(…)
“시나브로 쌤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이번 공연 후에도 연극을 계속하실 건가요?”
“저는 너무 와 버렸어요. 연극이 너무 와 버렸어. 연필통이 안 좋은 일로 없어지면 슬플 거 같아요. 여자 친구가 날 버린다고 해도 슬프지 않을 것 같은데 연극을 못 한다면….”
--- 「연극이 너무 와 버렸다」 중에서

“한 가지는 확실하지? 여기 단원인 건 확실한 거지?”
“네, 네.”
힘주어 대답하는 또치에게 정 목사가 당부했다.
“너는 그동안 소속감이 없었잖아. 너는 여기 연필통 사람들한테 감사해야 해. 다른 사람들은 다 널 버렸지만 여기선 널 품어 줬잖아. 열심히 뭔가를 했으면 좋겠어. 아주 작은 것이라도.”
--- 「너를 받아 준 사람들이잖아」 중에서

촌놈도 숨겨 왔던 진심을 꺼내 보였다.
“나는 나간 사람이 다시 온다면 고맙게 받아 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열 명이 새로 왔다가 한 명이 남더라도 일단은 들어오게 하자고. 생활고가 있어서 힘들겠지만, 남을 사람은 남겠지.”
--- 「다시 무대로」 중에서

영화는 2020년 ‘DMZ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출품되어 장편 영화 한국경쟁 부문에 선정되었다. 월드 프리미어 상영이었지만, 코로나19로 상영 제한이 걸린 상태라 영화제에서는 단 2회, 회당 서른 명의 관객만 받을 수 있었다. 극단 연필통 단원들은 준비했던 마지막 공연 대신 DMZ 영화제 현장에서 관객을 만났다.
--- 「에필로그」 중에서

그때는 모든 문제가 우리가 노숙인 극단이기 때문인 줄 알았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모든 어려움은 사람 사는 세상이면 어디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었더군요. 다만 노숙 생활, 혹은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맞닥뜨린 난관이 우리를 너무 쉽게 쓰러지고, 배신하고, 도망치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우리처럼 약한 사람들이 연대하여 문화예술을 하고자 할 때 우리의 경험담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연극을 배우고 공연하는 과정이 참여자의 삶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궁금하신 분들께 우리의 이야기를 기꺼이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 「영화로, 다시 책으로 말하기」 중에서

출판사 리뷰

독자들은 연필통의 험난하지만 의미 있는 여정에 동행하며, 가난이 동반하는 피로와 외로움에 지친 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반복되는 좌절과 비관을 넘어서려는 개인을 위해 공동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되새겨 보게 된다. 또한 극단 활동을 위해 연극 교육과 사회 복지를 맡았던 이들의 생생한 경험담은 지역문화예술교육사업의 현실과 사회 복지 현장에서 예술이 지니는 의미를 함께 돌아보게 한다.

그리하여 『연극하는 날』은 극단 연필통의 역사를 기록한 책인 동시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공동체란 무엇인가를 묻는 또 하나의 작업으로 완성된다. 극단 연필통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삶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따뜻한 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극단 연필통

‘연’극으로 ‘필’이 ‘통’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2012년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와 교육연극연구소 프락시스가 함께 진행한 노숙인 연극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이 만든 아마추어 극단이다. 연극을 비롯해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함께하며 공동체와 소통하고 서로 치유하고자 한다.

추천평

집과 가족과 일상을 떠난 분들에게 극장은 지붕이 되었고, 배우와 스태프 들은 가족이 되었고, 대사 외우기가 일상이 되었습니다. 노숙인 센터에서 만나 극단을 만들게 된 ‘연필통’ 사람들의 연극 만들기 과정은 연극이 되었고, 영화가 되었고, 책이 되었습니다.

그사이 누군가는 세상을 떠났고, 누군가는 결혼했고, 새로운 아이들이 태어났습니다. 1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고 합니다. 이 긴 시간이 만약 한 편의 연극이라면, 삶은 그저 거짓말처럼 지나가 버렸을 뿐이라고, 꼭 그렇게 극적(劇的)이지만은 않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기록 덕분에 서울역 광장에서 ‘또치’를 발견하고, 무심코 지하도를 걷다가 ‘마당쇠’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이 세계가 보여 주지 않았던 존재를 볼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한 사람의 존엄은 서서히 침식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서서히 세워질 수도 있음을 『연극하는 날』을 통해 배웠습니다. - 우연 (前 남산예술센터 극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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