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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서른 살에 찾아온 공황장애 더불어 조울증 1장. 가볍게 말하자면, 전용차는 119, 제2의 방은 응급실 더위에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처럼 호흡, 놓치지 않을 거예요 지진, 또 하나의 공황발작 요인 월드컵이 너무해 멀미 한 번, 구역질 한 번 아이의 등장, 공황발작 적신호 비린내 안녕~ 다리가 세 개지요 듣보잡 공황 퇴치 요법! 일?! 도전?! 불안불안한 책장 사람 풍경, 자연 풍경 제 점수는요 샤워는 10분 이내 커피를 끊으라고요? 술을 끊으라고요? 무관심이 약입니다요 매복된 사랑니는 아픔을 싣고 공황이 먼저인가, 불어난 살이 먼저인가 코로나의 온도 아프면 약, 배고프면 밥, 졸리면 잠 또다시 실망했죠? 많이 우울했죠? 아프면 집에서 쉬기 2장. 그렇게 나는 조금 부족한 어른이 되었다 가족은 날 이해할까 이 모든 게 유년 시절 결핍 때문일 거야 충분히 미워하세요, 화내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용서하세요 가정사, 과거의 일은 과거로 묻기 몇 명의 친구가 필요하세요 나도 너를 이해할 수 있을까 사내 복지 체계 잘 활용하기 동정 말고 인정 헤어짐으로 아픈가요, 당신은 당신과 헤어지지 말아요 언젠가는 죽습니다 살아 있는 것들을 충분히 사랑해 주세요 의도치 않은 이별, 그게 당신 탓이라고 생각하나요 ‘내’가 아니라 ‘내 병’에 대한 관심에 지칠 때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먹고사는 데 빚을 졌다 나는 나를 용서한다 3장. 공황장애 마주하기 호흡(바이오피드백) 명상하기 감사일기 쓰기 약물치료 내 인생의 배경음악이 흐르는 산책 인지행동치료 심리상담 직면하기(노출하기) 개인적 활동(종이접기, 퀼트, 책 읽기, 글쓰기) 긍정적 사고 4장. 앞으로의 과제 밸런스와 타이밍 매일의 미션 수행 지속적으로 먹고사는 일상 체중 감량 사람 에필로그 덤벼라, 세상아! 공황장애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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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왜 이러지.”
한 직장에서 근무한 지 3년째 되었을까. 직장 복도에서 어지러움을 느끼고 앞이 뿌옇게 보였다. 숨이 가빠지고 똑바로 걷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왼쪽 어깨와 무릎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사무실로 들어가는 길에 비틀거리며 복도에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했다. 지나가던 직원들이 괜찮냐며 날 일으켜 세웠고 그 당시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일시적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여기며 넘어갔다. 시간이 갈수록 증세는 더 심해졌다. --- p.14 「서른 살에 찾아온 공황장애」중에서 공황이 오면 숨도 내 마음대로 못 쉰다. ‘호흡, 호흡해야지’ 하면서 몇 번 바이오피드백 호흡법을 따라서 했다가 숨을 토해내듯 마구 들이쉬고 내쉬고 마음대로 난리 뽕짝이 된다. 없는 호흡법을 만들어낸다. (중략) 남들은 모르는 통증에 슬프고 힘들지만 어쩌겠나. 병이 이 모양인 걸. 호흡을 놓치지 말자. 호흡 하나 괜찮으면 예기 불안이 오거나 발작이 오는 순간 꽤 많은 과정이 생략되고 현실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첫째도 호흡! 둘째도 호흡! 몇 번을 강조해도 넘치지 않는 과정, 호흡을 유지하자. --- p.33 「호흡, 놓치지 않을 거예요」중에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을 먹고 힘들어하지 말고 인정받은 기관과 의사를 찾아가자. 조금만 흔들리자. 나는 많이 흔들렸다. 나는 지금 주치의에게 꽤 만족한다. 나머지는 내 역할과 마음가짐인 것 같다. 물론 지금 주치의도 못 믿겠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다. 의심이 든 적도 있지만, 주치의는 내가 당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것조차 꿰뚫고 있었다. 전문가가 맞다. --- pp.58-59 「듣보잡 공황 퇴치 요법!」중에서 “왜 직장 갖는 걸 말리지 않으셨어요?” “좋아지는 것 같아서 한 번쯤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봤어요, 아직은 일러요.” 그 말이 위로가 되었다. 나는 아직 공황장애의 수순을 밟고 있는 것뿐 잘못된 게 아니구나. 그리고 주치의가 말했다. 짧은 시간 일하되 매일 출근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면 좋겠다고 말이다.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그 후로 주 5일,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의 업무는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꾸준히 할 수 있는, 근무 시간이 조금 짧은 업무를 찾아보기로 했다. --- p.65 「일?! 도전?!」중에서 “아버지, 나 공황 왔는데 왜 안 도와주셨어요?” “네가 혼자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서.” “아…….” 너무 의지하려고 했던 나 자신에게 경고를 한 번 주었다. 혼자 이길 수도 있는데 너무 의지하려고 들지 말자. 어쩌다 가끔 도와주지 않는 아버지를 보며 나와 내 병에 지쳐서 포기해 버렸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나를 위한 기다림을 포기로 지레 단정 짓고 힘들어하지 말기를. (중략) 무관심이 약이라는 것을 느낀다. 주위 분들이 경험을 통해 더 잘 안다. 그것이 무시가 아니라 내가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무관심이라면 나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무관심했을 때 내게 도움이 되는 부분은 확실히 있었다. 나조차도 자신의 병에 대해서 조금 덜 예민해질 때 공황이란 녀석도 재미없다고 느꼈는지 자주 찾아오지 않았다. 다행이다. --- pp.86-87 「무관심이 약입니다요」중에서 “힘내” “파이팅” “넌 할 수 있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말이다. 누가 난 할 수 없다고 했어? 누가 힘내고 싶지 않아서 안 내? 공황장애를 갖고 조울증까지 겹치면 마음이 울퉁불퉁하다. 그런 위로 따위는 듣고 싶지도 않다. 잠잠하던 공황을 깨우고 기분을 상하게 만든다. 위로는 해야겠는데 적절한 답을 찾지 못할 때, 책이나 음악을 선물해 보자. 조금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단어로 된 책이나 음악을. 그렇게 덤덤하게 기다려 주기를 바란다. 무엇을 더 해 주려고 애쓰지 말고 적당한 무관심도 도움이 될 터이다. 공황장애 환자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의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 공황장애는 생각하는 것보다 기한이 긴 싸움일 수 있다. 그 시간을 함께 버텨내려면 환자뿐 아니라 주변인들이 지치지 않아야 한다. 지치지 않길 바란다. --- pp.127-128 「나도 너를 이해할 수 있을까」중에서 오랜 시간 사람과 떨어져 자연에 기대어 살았다. 그게 편했고 필요한 삶이었다. 다시 홀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나니 같이 걸어갈 사람들이 그립다. 현재 살고 있는 마을의 이웃들은 내게 공황장애가 있음을 안 이후에 만나게 된 이들이다. 적당한 선을 지키며 산다. 글쓰기를 통해서, 책을 통해서, 그리고 우리 마을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함께 지내고 싶다. 많이 그리웠다. 또다시 누군가와 약속을 잡고 다양한 기회가 생겼을 때 공황으로 인해 무너지면 어떻게 하지? 또다시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것이면 어쩌지? 만나고 싶고, 만나기 싫고 늘 양가감정이 존재하지만 조금 더 다가가 보려고 한다. --- p.205 「사람」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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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비린내에 대한 예민함이 덜한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생선구이를 먹기 시작했고 강아지가 있는 집에 놀러 가는 것을 좋아하고, 강아지 발바닥에서 나는 꼬순내도 좋다. 그리고 비와 빗소리, 장마철이 두렵지 않다. 바닷가 여행도 좋아한다. 파도 치는 풍경, 바닷가에 있는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도 좋다. 바다가 선사하는 시원함, 그곳의 풍경들을 사랑한다.
사람마다 별난 모습 몇 개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나만의 별난 모습이라고 생각하며 지금은 차분하게 생각한다. 언젠가 나아지겠지. 비처럼 바다처럼. -「비린내 안녕~」 부분 최은주 작가는 언젠가부터 후각이 더 예민해졌다. 바다에 가면 짠 내에 코가 적응할 때까지 두통을 겪곤 했는데 공황장애를 겪으면서부터는 좋아하던 비에서 비 비린내가 느껴져 구역질을 하게 되고, 잘 먹던 홍어도 어느 날 갑자기 먹지 못하게 되고, 날것을 아예 먹지 못하게 되는 사태에 이르고 만다. ‘더 예민’해짐으로써 겪게 되는 온갖 두통과 스트레스. 작가는 이 때문에 자기 혐오에 시달리기도 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이런 예민함과 불안, 공황 등을 해결하고자 명상하기, 감사일기 쓰기, 약물치료, 산책, 인지행동치료, 심리상담, 직면하기(노출하기), 긍정적 사고, 종이접기, 퀼트, 책 읽기, 글쓰기 등을 하며 그는 조금씩 나아졌다. 그까짓 병이 사람을 이길 수는 없다고, 병에 지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 애썼고 그러다 보니 책까지 내게 되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충분히 사랑받지 못하고 지낸 어린 시절, 그리고 어른이 된 후 공황장애를 겪으며 고군분투하는 시간 등 작가 생애의 아팠던 기억들과 그것으로부터 나아지기 위한 노력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밖으로 내뱉기 힘든 이야기지만 작가는 특유의 경쾌한 화술로 읽는 이로 하여금 부담스럽지 않고 술술 읽히는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작가의 말 9년 차 공황장애 경험을 토대로 이 글을 썼으며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입니다. 앞으로의 삶도 행복하기를 바라며, 저는 지금도 공황장애와 살고 있습니다. 2023년 봄 최은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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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도 첫인상이라는 게 있다면, 나는 최은주 작가님의 글을 처음 만난 그 순간을 아주 생생하게 기억한다. 공황장애 에세이라는 이 책을 무심히 펼쳤을 때, 「커피를 끊으라고요? 술을 끊으라고요?」라는 제목의 페이지가 나왔다. 조금 궁금해서 읽어 보았다. 커피 한잔으로 이렇게 이야기를 흥미롭게 끌고 가다니? 갑자기 속독 능력이라도 생긴 것처럼 문장이 미끄러지듯 빠르게 읽혔다.
“언젠가는 곱창에 소맥 한잔 말아서 시원하게 벌컥벌컥 들이켜는 상상을 해 본다. 난 나을 거니까.” 난 나을 거니까, 이 문장은 나에게 깊이 박혔고, 바로 목차를 확인했다. 삶을 구성하는 크고 작은 일들을 어떻게 하나하나 감당하고 있는지, 너무나 경쾌한 제목들로 펼쳐 놓는 저자의 태도에 다시 한번 반했다. 심리학자와 같이 치유의 글쓰기 모임을 진행한 적이 있다. 참가자들은 자신에게 힘이 된 책으로 의사가 쓴 책이 아닌 공황장애 당사자의 책을 꼽았다. 경험의 말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다. 이 책에는 호흡법부터 도움이 되었던 다양한 훈련들, 헤어드라이어 사용법까지 친절하게 담겨 있다. 지금 어딘가에서 비슷한 증상을 겪을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나에게도 전해진다. 그 밖의 무수한 이유로 나는 정말 최은주 작가님의 글을 좋아한다. 첫 책을 읽은 후부터 작가님의 신간이 나오면 모두 샀다. 한 작가의 책을 모두 사서 읽은 건 나에게 드문 일이다. 한 번도 실망한 적이 없고, 또 다음 책을 기다릴 뿐이다. 그 무수한 이유들이 궁금하다면 우선 이 책의 목차를 열어 보길 바란다. - 김은지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