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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저녁 식사
초대장 거짓말 무덤 복숭아 쿠쿠, 웬디, 캡사이신, 장 폭로 정체 아수라장 미워하는 마음 친구 하나 한 뼘 사이 고백 선인장을 안은 아이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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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하면 꼭 불행해졌다. 아주 작은 거짓말도 단단한 돌이 되어 날아왔다.
--- p.13 누구나 자신이 가진 비밀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내가 끙끙 앓고 있는 이 비밀을 타인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가능하기는 할까? --- p.29 “규칙은 간단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일 것, 개인정보를 말하지 않을 것, 채팅방 안의 일을 바깥으로 퍼트리지 않을 것, 서로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을 것. 지킬 수 없다면 지금 채팅방을 나가도 돼. 나갈래, 계속 있을래?” --- p.38 익명의 공간에선 때로 나는 내가 아니게 된다. 아니, 어쩌면 어느 때보다 더 나 자신이 된다. --- p.39 모두가 다온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것 같았다. 이곳에선 무엇도 잘못인 것 같지 않다. (....) 자신에게도 친구가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얼굴도, 나이도, 이름도 모르지만 어쩌면 다온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을 아이들이었다. --- p.59-60 다온은 아무것도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괜찮음을 소문내고 싶지 않았고, 엄마의 두 번째 결혼이 자신을 위해서라는 소리도 그만 듣고 싶었다. 조금만 우울해도, 조금만 목소리가 작아도, 피곤해서 하루만 가족 모임에 참석하지 않으려고 해도 사람들은 어김없이 다온에게 말했다. 다 널 위한 일이니까 이해해야지. --- p.101 “아-율.” 조용한 병원 복도에 아율의 이름이 번졌다. 이름에는 힘이 숨어 있다.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불러 주는 것만으로도 존재가 선명해지는 것 같다. 다온은 아줌마가 아율의 이름을 가장 많이 불러 주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이름을 부르는 일에 망설임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p.143 아이들은 누군가를 조금씩 미워하며 자랐다. 그 마음을 표현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표현하지 않거나 표현할 수 없는 아이들도 있었다. --- p.146 “서로 비밀을 쥐고 있어야 유지되는 관계가 아니라, 그런 거 없이도 이해해 주고 함께 있어 주는 친구가 되자는 말이야.” --- p.159 비밀이라는 건 뭘까. 비밀은 서로를 아주 멀리 떨어트려 놓기도 하지만 아주 가깝게 붙여 놓기도 한다. 비밀을 공유한다는 건 서로의 약점을 쥐고 있는 일이라던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됐다. 서로의 약점을 보살펴 주는 것. --- p.177 좋은 모습만 보여 주고 좋은 말만 해야 하는 게 아니라, 때로 미워하고 싸워도 괜찮다. 가족이니까. 다온은 자신이 오랫동안 그런 가족을 가지고 싶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 p.190 어두운 마음에 별이 되어 준 아이들은 그렇게 오래도록 반짝일 것이었다. --- p.201 비밀은 나를 더 성장하게 합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서 말하지 못하는 비밀은 나를 더 강하게 합니다. --- 본문「작가의 말」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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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이 된 ‘다온’은 두 번의 유산을 거쳐 아이를 임신한 언니를 위해 아이의 태몽을 꾸었다고 거짓말했지만, 실은 태몽을 꾸지 않았다. 거짓말을 하면 나쁜 결과가 찾아온다고 믿기에 마음이 무겁던 다온은 우연히 ‘거짓말 무덤’이라는 익명 채팅방의 초대장을 발견한다. 답답한 마음에 들어간 채팅방에서, 입양되었기에 동생과의 차별을 느끼며 남몰래 동생을 미워하는 ‘쿠쿠’, 외국인인 새엄마가 미워서 일부러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척하는 ‘캡사이신’, 어릴 때부터 하던 일을 그만두고 싶지만 잘해야 한다는 엄마의 기대를 무겁게 느끼는 ‘웬디’,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부모님이 싫어서 원하는 대학에 간 뒤에 자퇴하고 떠나겠다는 ‘장’까지 네 명의 아이들을 만난다. 서로 비밀과 거짓말을 털어놓으며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듯했던 어느 날, 학교에서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누군가의 입양 사실이 소문나게 되고, ‘쿠쿠’는 채팅방에서 비밀이 새어 나간 것이라고 의심하며 화를 낸다. 아이들은 혼란스러워하며 익명 뒤에 숨은 서로의 정체와, 채팅방을 만든 ‘장’의 정체를 찾아 나가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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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채팅방에 모인 다섯 개의 거짓말
비밀 뒤에 숨은 진정한 나를 찾아서 창비 영어덜트소설상 대상 수상 작가 강은지 신작 소설 『루시드 드림』으로 제5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소설상 대상을 수상한 작가 강은지가 신작 장편소설 『소란한 비밀』(창비청소년문학 143)로 돌아왔다. 저마다의 비밀을 품은 다섯 명의 청소년이 익명 채팅방 ‘거짓말 무덤’에 모이며 펼쳐지는 미스터리 성장소설로, 서로의 정체를 찾아 가는 스릴러적인 긴장감이 읽는 재미를 더하며 비밀과 상처를 딛고 나아가는 청소년 인물들의 성장이 공감 가게 표현된 작품이다. 『소란한 비밀』은 누구나 한 번쯤 품어 봤을 ‘비밀’과 ‘거짓말’이라는 소재를 통해 재혼, 입양, 국제결혼 등 변화하는 가족의 형태 안에서 청소년들이 실제로 겪는 내밀한 갈등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이희영 소설가의 추천사처럼 ‘청소년의 목소리를 세밀하게 대변하고 그들을 위로하는 작품’이자, 청소년소설을 왜 읽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정확한 해답을 보여 주는 이야기’가 되어 줄 것이다. 사람들은 종종 거짓말을 하며 비밀을 만든다. 그건 혹여 지금 너무 힘들다는 진실의 외침이지는 않을까? 그런 이들에게 감히 말하고 싶다. 가끔은 조금 못돼도 상관없다고, 지금보다 더 소란스러워도 된다고. 청소년의 목소리를 세밀하게 대변하고 그들을 위로하는 작품이 탄생했다. 청소년소설을 왜 읽어야 하는지, 그 질문에 정확한 해답을 보여 주는 이야기를 만나 감사하다. 이희영(소설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가능하기는 할까?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나를 이해해 주는 친구들을 만났다 중학교 2학년 ‘다온’에게는 열 살 때 처음 만난 아빠와 언니 ‘다희’가 있다. 오랫동안 엄마가 전부였던 다온의 세계에 새로 나타난, 마냥 어른스러워 보이는 언니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두 번의 유산을 겪고 새로운 아기를 임신한 다희의 불안함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기 위해, 다온은 자신이 아이의 태몽을 꾸었다고 거짓말한다. 다희는 예상보다 더 기뻐했고, 둘은 다온이 원했던 것처럼 가까운 자매가 된다. 하지만 다온의 마음속에선 “거짓말을 하면 꼭 불행해”(13면)진다는 서늘한 두려움이 점점 존재를 키운다. 하루하루 마음이 무겁던 다온은 우연히 ‘거짓말 무덤’이라는 익명 채팅방의 초대장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또 다른 거짓말을 가진 네 명의 아이들을 만난다. “규칙은 간단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일 것, 개인정보를 말하지 않을 것, 채팅방 안의 일을 바깥으로 퍼트리지 않을 것, 서로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을 것. 지킬 수 없다면 지금 채팅방을 나가도 돼. 나갈래, 계속 있을래?” (본문 38면) 입양되었기에 느끼는 차별과 동생을 향한 미움을 숨기는 ‘쿠쿠’, 외국인인 새엄마가 못 먹는 매운 음식을 일부러 좋아하는 척하는 ‘캡사이신’, 엄마의 과한 기대에 버거워하면서도 어릴 때부터 해 온 전공을 그만두지 못하는 ‘웬디’, 무관심한 부모님에게 복수하기 위해 좋은 대학에 합격한 후 자퇴를 꿈꾸는 ‘장’까지. “무엇도 잘못인 것 같지 않”(59면)아 무엇이든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익명의 공간에서 오히려 아이들은 “어느 때보다 더 자기 자신”(39면)이 된다. 얼굴도, 이름도, 정확한 나이도 모르지만 누구보다 자신을 잘 이해해 주는 것 같은 아이들에게서 다온은 묘한 위안과 해방감을 얻는다. “한 명이라도 여길 나간다면 난 다 말할 거야.” 익명 채팅방에서 털어놓은 비밀이 드러났다 속마음을 고백하고 얻은 평화도 잠시, 다온의 반에서 생일을 맞은 아이의 케이크가 없어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몇몇 아이들이 같은 반인 ‘하나’를 범인으로 몰아가며 하나의 입양 사실을 들먹인다. 그날 밤, 거짓말 무덤에서 ‘쿠쿠’가 이 채팅방 때문에 자신의 비밀이 새어 나갔다고 의심하며 크게 화를 내고, 다온은 하나가 ‘쿠쿠’였음을 알게 된다. 하나가 채팅방을 나가겠다고 하자, 돌변한 ‘장’은 자신을 제외한 채팅방 멤버들의 실명을 모두 언급하며 한 명이라도 채팅방을 나가면 모든 비밀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다. 그리고 그날 채팅방을 나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이들은 혼란스러워하며 익명 뒤에 숨어 있던 서로를 의심하고, 채팅방을 만든 ‘장’의 정체를 찾으려 한다. 다온은 위로가 되어 주었던 거짓말 무덤이 서로 의심하고 미워하는 공간으로 변해 버린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쿠쿠’의 비밀은 정말 거짓말 무덤에서 새어 나간 것일까? 과연 아이들은 ‘장’이 누구인지 찾고, 숨겨 온 비밀을 지켜 낼 수 있을까? 비밀의 무게를 견디며 어른이 되어 가는 아이들 서로의 약점을 보살펴 주는 관계 『소란한 비밀』은 “다 널 위한 일이니까 이해해야지.”(101면) 같은 말들을 내세우며 이루어졌던 어른들의 결정 아래, 항상 적응하고 받아들여야만 했던 청소년의 입장을 들여다본다. 작품 속 아이들은 급작스럽게 변한 환경이나 적응하기 버거운 일상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거짓말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거짓말을 한 아이들에게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밀며 잘못을 추궁하거나 벌을 주지 않는다. 대신 그 거짓말의 이면을 가장 따뜻한 시선으로 비추며, 어떤 마음으로 그런 거짓말을 하게 되었는지를 섬세하게 살펴본다. 비밀이라는 건 뭘까. 비밀은 서로를 아주 멀리 떨어트려 놓기도 하지만 아주 가깝게 붙여 놓기도 한다. 비밀을 공유한다는 건 서로의 약점을 쥐고 있는 일이라던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됐다. 서로의 약점을 보살펴 주는 것. (본문 177면) 비밀을 외로이 품고 지키며, 때로는 아프게 들통나기도 고백하기도 하는 소란스러운 과정을 거쳐 아이들은 차차 알게 된다. 가족이든 친구든, 가까운 관계란 서로 좋은 모습만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가끔은 조금 못나고 못된 모습을 마주하더라도 곁을 지켜 주는 것임을, 때로 싸우고 미워할 수도 있음을. 그리고 비밀을 공유하는 일이 서로의 약점을 쥐고 흔드는 게 아니라 “보살펴 주는” 일이 될 수 있음을. 강은지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말 못 할 비밀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독자에게, “당신의 곁엔 늘 듣는 귀와 등을 쓸어내려 줄 손이 분명히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그러니 “혼자 끙끙거리지 말라고” 다정히 말을 건넨다. 비밀 뒤에 숨은 진실을 억지로 끄집어내는 대신 조금 더 소란스러워도 괜찮다고 가만히 귀를 기울여 주는 이 작품은, 자신의 자리에서 조용히 무언가를 견디고 있는 이에게 든든한 위로를 전해 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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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제게 늘 그런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너무나 거대했지만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 들키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면서도 사실은 어서 들켰으면 좋겠는 것들. 그런 마음의 충돌이 언제나 제 안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그러한 시절을 돌이켜 보니 아이들의 비밀이 소란스럽길 바라게 되었습니다. 거짓말을 했다고 벌을 받지도 않았으면 했어요. 비밀은 때론 너무 무거워서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 숨이 차기도 합니다. 웃고 떠들기도 바쁜 아이들이 비밀이 가득 든 주머니 때문에 무언가를 망설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소란한 비밀』의 독자들께, 특히 말 못 할 비밀로 속앓이를 하고 계신 당신께 더 이상 혼자 끙끙거리지 말라고, 온 세상이 떠들썩하도록 소란스러워도 된다고, 당신의 곁엔 늘 듣는 귀와 등을 쓸어내려 줄 손이 분명히 있다는 걸 잊지 않길 바란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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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악의적인 거짓말도, 선의의 거짓말도 있다. 그런데 나는 이 소설을 통해 깨달았다. 생존을 위해 하는 거짓말도 있다는 사실을, 지금도 누군가는 말 못 할 비밀을 품은 채 스스로를 괴롭힌다는 사실을. 우리는 유독 아이들의 거짓말에 대해 엄히 따져 묻는다. 왜 속였는지, 무엇 때문에 속였는지. 하지만 이 소설은 우리에게 말한다. 어떤 마음으로 속였는지, 그 후에는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를 가장 먼저 물어야 한다고.
사람들은 종종 거짓말을 하며 비밀을 만든다. 그건 혹여 지금 너무 힘들다는 진실의 외침이지는 않을까? 그런 이들에게 감히 말하고 싶다. 가끔은 조금 못돼도 상관없다고, 지금보다 더 소란스러워도 된다고. 청소년의 목소리를 세밀하게 대변하고 그들을 위로하는 작품이 탄생했다. 청소년소설을 왜 읽어야 하는지, 그 질문에 정확한 해답을 보여 주는 이야기를 만나 감사하다. - 이희영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