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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할머니는 나를 기억하지 못했어요
‘어느 날 아침, 할머니는 나를 기억하지 못했어요. 갑자기 말이에요. 우리 집도, 할머니 방도, 그리고 할머니까지도요. 할머니는 할머니가 아가씨라고 생각했어요. 또는 물구나무서기를 할 줄 모르던 어린 소녀라고도 생각했지요.’ 사람이 나이가 들면 이따금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키게 되기도 합니다. 머릿속이 엉키면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어린아이가 되기도 하지요. 머릿속에는 수많은 기억들이 꼭 스웨터처럼 촘촘히 엮여 있는데, 이 스웨터가 올이 빠지거나 실이 끊어져 버렸을 때 이런 일들이 생기게 됩니다. 이러한 병을 ‘치매’라고 부릅니다.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요세피나 할머니가 걸린 병이지요. 글을 쓴 야프 로번은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그것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손자의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 냅니다. 치매를 주제로 한 다른 작품들이 치매 때문에 벌어지는 마음의 고통이나 가족의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을 다루었다면, 이 책은 할머니의 변화를 지켜보는 아이의 시선을 따라 시종일관 해맑은 분위기를 담고 있습니다. 할머니와 손자 사이의 따뜻한 교감을 잔잔하게 그려 내어 책장을 넘기는 모든 이들에게 가슴뭉클한 감동을 전해 줍니다. 할머니는 나중에 정원이 될 거예요 그림을 그림 메이럴 아이케르만은 기억 속에 머물러 있는 할머니의 시간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려 내어 감동을 더해 줍니다. 꼭 할머니의 흑백 사진 속에 현재의 손자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그림으로써 둘 사이의 교감을 나누는 순간을 나타냈고, 아기의 요람에서 엄마의 셔츠, 할머니의 원피스로 이어지는 체크 무늬, 피아노 의자와 양탄자와 찻잔의 꽃 무늬로 과거에서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을 표현했습니다. 구석구석 숨어 있는 공룡 인형을 찾는 것도 이 책을 보는 즐거움을 더해 줍니다. 할머니의 시간은 기억 속에 머뭅니다. 아직 남아 있는 기억 속에 오래 된 정원이 있고, 정원 안에는 젊은 시절의 할머니가 있지요. 그리고 할아버지와 피아노가 있고요. 아마도 모든 것을 잊어도 그 기억만은 간직하고 싶은 게 아닐까요. 이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은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