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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
2. 남과 여 3. 붕어빵을 든 여자 4. 다섯 색깔 동그라미 5. 멈춰버린 세월 6. 홀로 우는 새 7. 바람에 실려 8. 외딴 집 9. 태풍 오던 날 10. 혹독한 계절 11.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눈앞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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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다는 아름다웠다. 말리 돌산대교 불빛은 수면을 타고 바로 눈 앞까지 미끄러져 와 있다. 저 작은 불빛은 어둠을 기다렸다가, 사람들이 모두 그 컴컴한 어둠 속에 묻히고 나서야 제 삶을 시작하고 있었다. 항만에 묶여 있는 크고 작은 배들은 하루동안의 노동을 끝낸 놈이나 여러 날째 마냥 쉬고 있는 놈이나 사이좋게 옆구리를 대고 잔물결에 출렁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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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홍합'
한겨레문학상이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합니다. 첫 회 수상작이 없었기에 <홍합>은 실제로 지난해 수상작 <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에 이어 두 번째 수상작인 셈입니다. 올해에 는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100편이 응모하였고 기성작가도 많이 참여하였습니다. 예심은 고종석·성석제(소설가), 김미현·방민호(문학평론가)가, 본심은 박완서(소설가), 김윤식·황광수(문학평론가)가 맡아 달포 동안 엄정하게 작품을 심사했습니다. 응모작의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다는 평가입니다.
응모작 가운데 이 작품은 단연 돋보였습니다. 능청스럽고 걸쭉한 입담으로 서민들의 건강 한 삶을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는 게 선정의 주된 이유였습니다. 작가는 '비주류' 작가로 꼽힙니다. 흔히 젊은 소설가들이 톡톡 튀는 도시적 감수성으로 중 산층의 삶을 다루지만 <홍합>을 비롯하여 그의 소설은 하나같이 하층민의 진솔한 삶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시 얘기는 남들이 다 쓰지 않습니까?" 작가가 왜 그런 대상을 선 택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홍합>은 여수의 한 홍합공장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건강 한 생명력을 토속적인 입담과 해학적인 문체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무능하기 짝이 없는 사내들을 위해 그들은 홍합공장으로 밭으로 뛰어다닙니다. 때로는 부부싸움도 걸판지게 하고 때로는 아주 '보잘것없는 일' 때문에 서로 으르렁거리기도 하지만 그들은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슬픔을, 고통을 읏음으로 승화시키는 강인한 힘이 그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까닭입니다. 심사위원이 말하듯 <홍합>은 여간 재미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포장식품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푸성귀의 자극을 잊지 못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