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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2. 생일 3. 외출 4. 동치미 5. 선물 6. 끝은 다시 시작 7.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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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니까! 이 정도도 힘들어서 못 걸으면 밥숟가락 놔야지. 당신은 거울이나 한 번 더 봐!”
“거울은 무슨….” “어허!”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 여사도 여자이긴 한가보다. 가방 속에서 손거울을 꺼내 얼굴을 들여다보더니 이내 신경이 집중 돼서는 입술을 움직이고, 옷매무새를 만지고, 머리도 단정히 하는데 빠져든다. 그 사이 카메라 액정으로 정 여사를 바라보던 김 선생은 뭐가 그리 흡족한지 조용히 동작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는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김 선생에게 있어 정 여사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와도 같았다. 하지만 정 여사의 단장이 끝나자 괜히 호통을 친다. “이런 제기랄, 입술 한 번 다시 그려! 먹을 게 없어서 입술연지를 먹는 거야?” “네?” 김 선생의 호통에 정 여사가 얼른 입술연지를 새로 바른다. “이젠 좀 나아요?” “호박에 줄 그린다고 수박 돼? 그냥 찍어!” “으이구!” 말을 던져놓고 김 선생은 ‘이럴 땐 어째서 말이 생각대로 나가지 않는 걸까?’ 하고 자신을 책망한다. 이럴 때 기분 좋게 한마디라도 건네면 정 여사가 얼마나 기뻐했을까 하고 생각이 드니 방금 전 던졌던 말을 냉큼 주워 담고 싶지만 이미 나간 말이다.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들킬까 싶어 툴툴대며 말을 하는 김 선생이지만 정 여사는 남편이 유난히 퉁명스러워질 때면 그건 자신에게 쑥스럽거나 부끄러운 마음을 감추려고 그런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예전에는 그런 것에 서운한 적도 있기는 하였지만 오랜 세월 나름 남편의 언어를 해석하는 능력이 생기다보니 이제는 남편의 그런 말들이 달콤하게 들리기도 한다. 남편의 수줍은 마음을 이해하는 정 여사도, 카메라 액정으로 정 여사를 바라보며 구도를 재는 김 선생도 각자의 흐뭇한 감정으로 미소를 짓는다. “반듯이 좀 앉아! 고개는 바른쪽으로 좀 세우고!” “사진 한 번 더 찍다가는 사람을 아주….” “입 다물고! ‘동치미’ 하면서 좀 웃어봐.” “입 다물고 ‘동치미’를 어떻게 해요?” “엉? 어디서 뭐라 말대꾸야! 그냥 해! 동치미!” “동치미.” “그래, 그래, 좋아 좋다고!” 동치미 하고 활짝 웃는 정 여사를 보며 여전히 새댁같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김 선생이다. “이뻐요?” “뭐가 이뻐! 자, 빨리 한 번 더! 동치미!” “동치미.” “그래, 좋아, 좋아 움직이지 말아. 자, 찍습니다. 하나, 두울, 서이!” “됐어요?” “아이고, 우리 정 여사, 잘 나왔네. 아주 잘 나왔어! 양귀비 같아요. 양귀비. 천하일색, 양귀비!” 방금 전까지만 해도 속마음과는 다르게 표현하던 김 선생이었지만 활짝 피어나는 정 여사의 환한 얼굴을 보자 기분이 좋아져 순간 무심결에 입에서 마음속 감탄이 튀어나온다. 의외의 칭찬에 놀랐는지 정 여사는 잠시 동안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있더니, 이내 활짝 웃는다. “무슨 양귀비까지.” “잠깐만, 한 번만 더 찍자구.” “그나저나, 당신은 안 찍어요?” “말이 많아! 나는 내가 다 알아서 한다고! 다시 동치미 하면서 웃어봐.” “동치미.” “그래, 바로 그거야. 그대로 가만히 있어, 움직이면 안 돼!” 이번엔 같이 찍으려는 듯 김 선생이 타이머를 맞춰 놓고는 비틀대는 힘없는 걸음으로 정 여사의 곁으로 서둘러 다가온다. 넘어질 듯 불안하게 자리에 앉더니 덥석 하고 정 여사의 손을 잡는다. “왜 이래요? 망측하게….” “어허, 꽉 잡어!” 얼떨결에 정 여사도 김 선생의 손을 꼬옥 잡는다. 오랜만에 다정하게 잡아보는 손이기에 좋아서… 꼭 잡은 두 손이지만 서로에게 전해지는 힘이 예전만 같지 않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함께인 것이 좋아 둘은 눈물이 핑 돌았지만 애써 참으며 그저 가슴으로만 운다. “꽉 잡아. 놓치면 죽는 거야. 꽉!” “더 꽉!” “꽉…!” “조기, 조기, 빨간 불 보이지? 저기를 봐, 알았지?” “네.” “자, 하나 두울 셋, 동치미!” “동치미” 찰칵.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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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 애쓰셨어요 … 고마워요 … 보고싶어요
2009년 4월 27일 초연을 시작한 연극 동치미는 2013년 대한민국 창조문화예술대상 작품상 수상, 2014년에는 대한민국 창조문화예술대상 대상은 물론이고 특별상. 인기상. 공로상. 남녀신인상 등 거의 전 부문을 석권하며, 2015년 대한민국국회대상 올해의 연극상을 수상한 7년 장기공연을 이어가는 국내창작연극이다. 이 작품은 원로 시조시인 김상옥 님의 별세가 모티브가 됐다. 고 김 시인은 어느 날 넘어져 다리를 다친 뒤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다 병든 자신을 정성껏 돌봐주던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자 곧바로 식음을 전폐하고 지내다 엿새만에 아내의 길을 따라 간 기사를 보고 감동을 받은 작가가 본인의 자전적 이야기와 결합하여 쓴 픽션이다. 이 작품은 어쩌면 너무나도 평범한 이야기를 가장 한국적인 방식으로 풀어놓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효와 사랑, 특히 부모님의 사랑은 끝이 없고 깊고 곰삭은 맛이라는 것을 동치미라는 제목으로 매우 잘 표현하고 있다. 결혼하여 자식을 낳고는 평생을 아내와 자녀들을 위해 살다가, 은퇴를 하고서도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하나 뿐인 집까지 담보로 잡혀 사업자금으로 지원하다 잘못되어 현재는 임대 아파트에 살면서도 얼마 남지 않은 몇 푼의 돈 마저도 연극을 하는 막내딸을 위해 지원하며 겨우겨우 숨죽이며 살아가는 이 시대의 속 깊은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또한, 부인에게는 사랑하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해 본 적이 없고, 남편에게 고맙다는 인사말 한번 제대로 들어 본 적 없어도 남편, 자식을 끊임없이 맹목적으로 사랑해주시는 자애로운 우리들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너무 평범해서 특별하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너무나 눈물이 나고 또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항상 무뚝뚝하고 아내에게 함부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정 깊은 남편의 모습에서 웃음이 나오고, 겉으로는 야단만 치는 것 같지만, 아들 사업이 안되서 힘들하는 모습을 보며 괴로워하고, 큰딸의 시집살이가 힘들어보여 괴롭고, 철없는 막내딸의 생활비에 방값까지 아내 몰래 지원해 주는 딸을 보면서 자연스레 우리의 가정과 비교해보며 웃고, 울고 하며 결국 따뜻한 희망을 사랑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소설 『동치미』는 정말 따뜻한 휴먼드라마다. 웃음과 따뜻한 감동과 애잔한 눈물이 숨어있다. 7년 동안 장수하며 연극을 이어가고 있는 극단 대표이자 작가인 김용을 대표는 대한민국 모든 자녀들이 모두 동치미를 보는 날까지 계속 연극을 올릴 것이라고 얘기하면서 동치미 전용상영관을 만드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