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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드림 어게인
2. 뭐야 저 인간? 3. 쇼 타임! 4. 비장의 무기 5. 규칙 위반 6. 고해 성사 7. 집에 가고 싶다 8. 와이파이 건배 9. 나쁜 X 10. 비공개 고백 11. 블라인드 데이트 12. 아바타 셰프 13. 벽견례 14. 악몽의 시작 15. 나잇값 16. 제 2차 소음 대전 17. 브이로그 18. 사과와 애플의 차이 19. 가출 청년 20. 메시지 21. 무대 22. 발상의 전환 23. 실패 스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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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데?”
음악 하는 놈이 소리를 내지 않는 순간이 있다면, 그때 그놈은 필시 가오를 부리고 있을 것이다. 지금의 나처럼. 옮기느라 제법 고생하긴 했지만 막상 다 정리해놓고 보니 이 작고 낡은 방도 꽤나 그럴 듯했다. 손바닥만 한 창에서 들어오는 달빛은 꽤나 고즈넉했으며 방 한구석에 놓인 기타는 그 자체로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이 되어 주었다. “느낌 있어.” 괜스레 뿌듯한 기분이 들어 혼잣말을 뱉었다. 멋있어 보이려고 산 건 거의 없고 다 실제로 쓰는 악기들인 것도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웃음을 바보처럼 흘리며 얇은 싸구려 이불을 펄럭였다. “어, 근데 진짜….” 텅 빈 손에 이불을 꼭 쥐고, 방 안을 둘러보았다. 힙한 감각으로 디자인한 아마추어 밴드 시절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괜찮네?”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은은하게 빛나는 오렌지 빛 무드 등이 긴장감을 자연스레 풀어주었다. 그러다 보니 잠이 솔솔 왔다…고 하고 싶었으나,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어디선가 끼익 끽 대는 소리가 들렸다. 꿈인가 하고 눈을 살짝 떠보았을 때 내 온몸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꿈인가 싶어 놀란 마음 추스르고 다시 자려고 했으나, 이상하게 그 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한층 더 심해졌다. 어디서 들려오는지 모를 여자 울음소리 같은 것이 계속해서 귓가를 맴돌았다. 무언가 뚜둑, 부러지는 듯한 소리도 들리더니 벽이 긁히는 소리가 이어졌다. 그 순간. 아주 뒤늦게나마 낮에 들었던 소리가 생각났다.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지금 그게 무슨 소리였는지는 분명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도 벽을 긁는 소리였나? 여자 비명 소리? 아니면…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 달각거리는 소리는 끊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설마, 설마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으나 애써 끊어냈다. 설마 그럴 리가. “아, 아씨, 진짜… 세상에 귀신이 어딨어….” 입으로는 그렇게 읊조리면서도 눈으로는 허공을 살폈다. 벽을 살피고 바닥을 살폈다. 소리가 날 수 있는 모든 곳을 눈으로 쫓으면서, 제발 뭐라도 좋으니 이 소리의 원인이 밖으로 드러나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없어, 귀신! 없고말고!” 제발 이 소리를 듣는 이가 나밖에 없기만을 바라면서 허세 가득 담긴 말을 뱉었다. 하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도 어딘가에서 여자 비명 소리가 매섭게 울려 퍼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이미 건물 밖이었다. 어디로 갈지도 알 수 없어 집 앞을 좌우로 마구 헤매다가 일단 대충 정한 방향으로 미친 듯이 내달렸다. 슬리퍼 한 짝만 덩그러니 손에 쥔 채 달리고 또 달렸다. 아닌 밤중에 이거 무슨 일이람. 그래도 한참 달리다 보니, 무서움은 금세 가라앉았다. 아무리 무서웠어도 체력적인 한계를 이길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숨이 차서 더 이상은 달릴 수가 없었다. 대충 주차되어 있는 트럭 뒤에 몸을 숨기고 주저앉아보니 쪽팔림이 밀려왔다. 뒤이어 현실적인 문제가 따라왔다. 오늘 이사 왔는데 바로 방을 빼? 일단 그 고생을 벌써 또 해야 한다는 데서 눈앞이 하얘졌다. 친구들은 또 무슨 염치로 부르나. 고생시켜서 미안하지만 여기 귀신이 있는 것 같으니 또 이사를 가야겠다? 이번에야말로 윤성에게 한 대 안 맞으면 다행이겠다. 거기에 이 집 말고 내 예산으로 갈 곳도 없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없던 용기가 다시 살아났다. 오천 원짜리 곰돌이 파자마 차림으로 삼선 슬리퍼를 신은 채 다시 한 발짝을 내디뎠다. 무릎도 못 펴는 화장실에 귀신까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내 꿈의 시작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던 그 초라한 공간으로. 결국 그 공간은 내 꿈의 시작이 되기는 했다. 문제는 그 꿈이 악몽이었다는 거다. 이 이야기를 실패 스토리로 만든, 지상 최악의 이웃이 선사한 악몽.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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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씨. 진짜… 세상에 귀신이 어딨어…. 없어, 귀신! 없고말고!”
『빈틈없는 사이』는 방음이 전혀 안 되는 벽을 사이에 두고 각각의 이웃이 된 뮤지션 지망생 ‘승진’과 피규어 디자이너 ‘라니’의 이야기다. 먼저 이사 온 라니가 먼저 방음에 대한 그 심각성을 깨닫고 후에 이사를 오는 옆집에게 귀신 소음을 비롯한 각종 현란한 음향을 동원하여 계속 쫓아내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온 승진은 더 이상 갈데도 없는 상황이다 보니 도망갈 수도 없어 버티다 결국 옆집의 소행임을 깨닫고 마침내 반격을 한다. 이후 서로 만나자고 하지 않기, 연락처 물어보지 않기 등등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시간을 서로 나눠쓰는 방향으로 상황을 반전시킨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서로의 상황을 알게 되면서 도와주고 싶고, 이해해 주면서 점차 상대방의 상황에 참여를 하게 되며 일이 복잡해진다. 결국 얼굴도 모르고 연락처도 모르는 동거인 듯 동거 아닌, 연인인 듯 연인이 아닌 이런 상황에 한계 상황이 찾아오고 두 주인공은 앞으로를 결정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로 촉발한 비대면 시대에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비대면 연애를 소재로 재밌게 상황을 만든 작품으로 실제로 중요한 고민이 있을 경우 주위 친한 상대에게 보다는 오히려 잘 모르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한다는 얘기처럼 주연 배우인 이지훈도 얼굴도 모르는 상대에게 고민과 조언의 말을 듣게 된다면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최근 정확하고 빠른 디지털화 된 세상에서 벽을 사이에 두고 예전 아날로그 감성인 편지, 전화, PC통신 같은 느낌의 사랑 이야기가 반갑다. 책에서는 각 장마다 승진, 라니의 1인칭 시점으로 교차로 구성하여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한 속마음과 여러 이야기가 추가되어 있어 영화와 또 다른 보는 재미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