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작가의 말
너무 다른 형과 동생 세상의 모든 것이 바뀐 날 다시 돌아온 동생 너, 진짜 하준이 맞아? 넌 진짜가 아니야 그곳에 갈 수 있다 수수께끼 맞혀 볼래? |
고수산나의 다른 상품
해마의 다른 상품
|
“너 오늘까지 게임기 안 주면 죽을 줄 알아!”
서준이는 엄마가 보지 않을 때 하준이에게 꽉 쥔 주먹을 들어 보였다. 그때 서준이는 몰랐다. 불에 그을린 것처럼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흉터를 남기게 되는 말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서준이는 등 뒤에서 하준이가 뭐라고 투덜대는 소리를 듣지 않고 문을 쾅 닫고 학교로 뛰어갔다. 아파트 화단의 장미가 바람에 향기를 실어 보내는 화창한 오월의 아침이었다 --- p.18~19 서준이는 유리 벽 너머로 하준이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하준이는 더위를 많이 타는데.’ 땀이 많은 하준이의 목덜미에서 나던 시큼한 땀 냄새가 떠오른 순간, 서준이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떨어진 눈물이 하준이의 사진을 타고 흘렀다. 서준이는 눈물을 닦던 소매로 사진을 쓱쓱 닦았다. ‘다시는 하준이를 못 본다고? 진짜?’ 서준이는 대답해 줄 사람이 없는 질문을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계속했다. --- p.24 서준이는 자신의 마음을 보이지 않는 포장지로 싸고 또 감쌌다. 아무도 보지 못하게 꼭꼭 둘렀다. 그래서 좋아하지 않는 미역국을 엄마가 잔뜩 끓여 놓았을 때도 그냥 참고 먹었다. “미역국은 하준이가 좋아했잖아. 난 싫은데.” 한마디 대꾸로 하지 못한 채 미끌미끌한 미역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렇게 꾹꾹 참으며 하루를 보내면 머리가 윙윙 울리고, 뱃속이 유리 조각을 삼킨 것처럼 쿡쿡 쑤셨다. 눈물을 흘리지 못하니 머리가, 배가 대신 울어 주는 것 같았다. --- p.39 가끔은 어떤 것이 진짜 현실인지 헷갈렸다. 엄마도, 아빠도, 서준이도 안경을 벗기 싫어했다. 진짜 현실에서는 하준이가 없으니까. 그러면 다시 슬퍼해야 하니까. 추억은 과거의 일을 기억하는 일인 줄 알았다. 그런데 AI 안경 속 하준이는 가족들에게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자신이 가진 모든 자료를 이용해서. 그래서 가족들은 더 자주 하준이를 만나고 싶었다. --- p.66 AI 안경 속 하준이는 서준이가 기억하는 동생의 모습과 점점 닮아 갔고, 또 점점 달라졌다. 가족의 기억일까, 진짜 동생일까. 기계 속의 하준이에게도 마음이 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재생되어 나오는 화면일 뿐일까. 잠자리에 들 때마다 서준이는 헷갈렸다. ‘저 하준이가 내 동생이 아니라면, 내 진짜 동생은 어디에 있을까?’ 서준이가 눈물을 손등으로 쓱쓱 문지르며 잠드는 날이 계속되었다. --- p.87 |
|
‘저 하준이가 내 동생이 아니라면, 내 진짜 동생은 어디에 있을까?’
〈로그인, 동생을 만나러 갑니다〉는 죽은 동생을 다시 만난다는 특별한 설정에서 출발하는 이야기다. AI 안경 속 하준이는 살아 있을 때와 다르지 않다.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장난을 치고, 함께 웃는다. 마치 이별이 없었던 것처럼. AI 안경은 가족에게 멈춰 있던 시간을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AI 기술이 만들어 낸 기적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 남아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기억하고,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따뜻하게 들려준다. 과연 AI가 만들어 낸 하준이는 누구일까? 서준이가 사랑했던 동생일까, 아니면 동생을 닮은 또 다른 존재일까? 이 작품은 우리에게 ‘인공 지능’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통해 기억과 그리움, 사랑의 의미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 준다. ‘동생을 잃은 것이 가족 모두를 잃은 것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AI 기술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로그인, 동생을 만나러 갑니다〉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하준이를 잃은 뒤 서준이는 죄책감과 후회 속에서 살아간다. 엄마와 아빠 역시 깊은 상실을 견디고 있지만, 서로를 위로할 여유조차 없다. 같은 슬픔을 겪고 있으면서도 가족들은 점점 각자의 방으로 숨어든다. 서로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서로에게 어떤 위로를 전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 앞에서는 오히려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 이야기는 상실 이후의 시간을 섬세하게 그려 낸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에 겪게 되는 그리움과 후회,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 사이에서 멀어진 마음들이 다시 연결되는 과정이 서준이의 시선을 따라 이어진다. 그래서 〈로그인, 동생을 만나러 갑니다〉는 죽은 동생을 다시 만나는 이야기인 동시에, 남겨진 가족이 서로의 슬픔을 이해해 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간의 마음을 달래는 인공 지능 기술이 존재할까? 기술이 대신할 수 없는 마음은 무엇일까? 인공 지능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와 표정, 말투까지도 인공 지능으로 되살려 언제든지 다시 만날 수 있는 시대가 곧 올지 모른다. 〈로그인, 동생을 만나러 갑니다〉는 바로 그 가능성에서 출발한 이야기다. 고수산나 작가는 남겨진 사람들이 품게 되는 후회와 그리움에 주목하며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미처 전하지 못한 말들, 끝내 지워 내지 못한 후회,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그리움 말이다. 만약 떠난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우리는 정말 위로받을 수 있을까. 혹은 그 만남은 어떤 다른 질문을 남기게 될까. 여기에 해마 작가는 따뜻한 색감과 섬세한 표현으로 인물들의 감정을 더욱 깊이 전한다. 미묘한 표정과 몸짓 하나까지 놓치지 않은 그림은 이야기 속 그리움과 상실, 그리고 가족의 사랑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로그인, 동생을 만나러 갑니다〉는 인공 지능 기술을 긍정하거나 부정하지 않는다. 대신 죽은 동생을 다시 만나게 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기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차분히 보여 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마음이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 인공 지능 시대를 살아갈 어린이들에게 이 작품은 조용한 질문을 건넨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한다는 것은 남겨진 사람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마음은 무엇일까. 〈로그인, 동생을 만나러 갑니다〉는 AI 시대에 어떤 기술도 대신할 수 없는, 가장 인간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