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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사람이 자기 힘으로 무엇인가를 하겠다는 마음을 철저히 포기한다면, 결국은 자기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에 부딪치는 삶의 현장에서 자신을 하나님의 품 안에 던지게 된다. 그렇게 될 때, 거기서 자신의 고난으로부터 벗어나게 되고, 오히려 이 세상의 고난을 짊어지고 세상과 함께 고통하는 그리스도의 고난을 진실로 만나게 된다. 그때 우리는 겟세마네 동산의 그리스도와 함께 깨어 있게 된다. 생각하건대 이것이 바로 믿음이요, 회개이며, 이렇게 하여 참 인간이요 참 그리스도인이 된다. 사람이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고난을 당하며 동참하다 보면, 어찌 성공했다고 교만해지고, 실패했다고 좌절할 수 있겠는가?
--- p.5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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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예수님은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마 27:46)라고 외치셨습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언젠가 한번 자신의 생애 가운데 이러한 질문을 하게 됩니다. 모든 일이 거꾸로만 돌아가고 있을 때, 이 땅의 모든 소망이 사라질 때, 저항할 힘도 없이 원수의 손에 넘겨질 때. 누구나 다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안에서 하나님을 보고 만난 자는 하나님께서 얼마나 신기한 방법으로 이 세상 한가운데 숨어 계시며, 이 세상에서 걸어 나와 십자가로 향하시는지 보게 됩니다.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겟세마네 동산에서 말씀하신 대로 ‘한시도 나와 함께 깨어 있을 수 없느냐?’고 우리에게도 경고하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고난을 나누도록 부르고 계십니다. 개인적인 필요, 개인적인 문제, 죄와 걱정, 자기 중심적인 사유와 관심을 벗어나서 예수님의 길에 동행하도록 부르십니다. 낮아짐의 길이요 고난의 길이기는 하지만 사랑과 용서의 길 말입니다. 그리하여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는 말씀이 성취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불가능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 불가능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의 어떤 권력도 세력도 하나님의 뜻이 없이 우리를 다치게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러한 위험과 환난은 우리를 하나님께 가깝게 나아가게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께 요구할 수는 없으나, 모든 것을 기도드릴 수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고난 속에 기쁨이 숨어 있고, 죽음 속에 생명이 숨어 있는 것이 진리입니다. 이 안에 하나님이 우리를 안고 가는 연합과 교제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예수님 안에서 우리를 향하여 ‘예 그리고 아멘’이라고 선포하셨습니다. 예, 그리고 아멘이 우리가 서 있는 든든한 기초입니다.” --- p.604 “본회퍼의 마지막 설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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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독일에 저항하다가 39세의 나이에 순교한
천재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의 신앙과 사랑, 교회, 투옥, 죽음, 가족…… 이야기! “하나님의 진노가 독일에 임할 것이야. 언젠가 우리는 이 진노의 잔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마셔야만 할 거야!” 제2차 세계대전의 서막이 된 폴란드 전쟁의 참상을 지켜본 본회퍼의 어머니 파울라의 눈에는, 독일에 임할 하나님의 진노하심이 그대로 그려졌다. 히틀러가 벌여 놓은 잔혹한 전쟁터에서 독일 청년들이 목숨을 잃는 동안, 독일 교회는 히틀러를 옹호하는 ‘독일적 교회’(본문에서는 나치 친위대원들의 갈색 제복을 상징하는 ‘갈색 교회'로도 표현됨)와 하나님 중심을 부르짖는 ‘고백교회’로 나뉜다. 하지만 고백교회는 ‘아리안법령’에 따라 무참히 죽어 가는 유대인들을 보고도 그저 침묵하고, 본회퍼는 고백교회의 목회자로서 이런 교회의 행동에 너무나 고통스러워한다. “히틀러 암살만이 유일한 길이라 할지라도 ‘검을 쓰는 자는 검으로 망한다’는 마태복음의 진리는 여전히 유효해. 그러나 이 시대는 비상한 행동을 요구하고 있고, 매형과 같이 힘든 결단을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 필요해. 비록 그것이 ‘죄’라 할지라도 자기 몫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필요한 건 사실이야. 그 짐을 스스로 지는 사람 말이야. 결과는 하나님만이 판단하실 수 있는 문제야.” 본회퍼는 마침내 ‘죄’의 짐을 지기로 결심하고 ‘히틀러 암살 계획’에 투신한다. 그러나 여러 차례에 걸친 암살 시도는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본회퍼를 포함한 저항 동지들은 게슈타포에게 체포되고 만다. 그리고 종전을 목전에 둔 1945년 4월 9일, 히틀러의 특별 명령에 의해 그들의 사형이 집행된다. 제2차 세계대전 무렵, 디트리히 본회퍼는 젊은 나이에 벌써 명망 있는 신학자로 인정받고 있었다. 본회퍼의 학자적 면모를 높이 산 베를린 대학장 테오도르 헤켈 교수는 그를 ‘독일적 교인’으로 포섭하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썼다. 본회퍼는 그렇게 나치 정권의 특혜를 누리며 얼마든지 학문에만 전념할 수 있었지만, 성령의 인도하심을 좇아 신앙의 양심을 지켰다. 그의 도움으로 수많은 유대인들이 스위스 국경을 넘어 새 삶을 시작했고, 위험을 무릅쓰고 나선 에큐메니컬 활동을 통해 전쟁의 참상과 독일 교회의 안타까운 현실을 세계에 알렸다. 그는 듣는 데서만 그치는 교회의 설교나 대학 강단에서만 오가는 신학이 아닌, 주님을 의지하고 담대히 일어나 자신의 신앙과 신학을 행동으로 보여 주었다. “두말이 필요 없으신 분은 오직 예수님 한 분 아니십니까? 율법의 주인이신 예수님만이 법을 재해석하실 수 있습니다. 그분께 마지막 판단을 맡겨야 합니다.” 그리고 교수형 틀 아래 무릎을 꿇는 순간에도 본회퍼는 ‘멀리 철조망 너머 어둠이 가신 땅에 밝아오는 하나님 나라의 여명’을 보았다. 《진노의 잔》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람을 사랑하고, 기독교 신학과 교회를 지키려는 젊은 하나님의 사람 디트리히 본회퍼의 뜨거운 열정의 시간들을 참으로 사실적으로 그려 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