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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진화의 세계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 발견한 생존의 법칙
이정모
다산초당 20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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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지구의 생명이라는 수수께끼

1장 [바다] 거의 모르는 미지의 세계
어쩌다 머리만 투명해졌을까? [마크로핀나 미크로스토마]
암컷에게 기생하는 수컷의 삶 [초롱아귀]
펄펄 끓는 물 옆에서 사는 법 [폼페이웜]
육지에서 바다로, 거꾸로 이동한 식물 [잘피]
바다에서 숨 참고 사는 뱀 [벨처바다뱀]
바닷속에 초원을 이룬 식물 [포시도니아 오세아니카]

2장 [극지와 고산] 희박한 공기만으로도 산다
우주에서 살아남은 전설적 존재 [물곰]
마술에 가까운 균형감각 [알파인 아이벡스]
목숨 걸고 채집하는 가장 귀한 꿀 [히말라야큰꿀벌]
원하는 대로 휴면하는 이끼 [남극낫깃털이끼]

3장 [사막과 건조지대] 뜨거움과 갈증을 견디는 몸
암에 걸리지 않는 동물이 있다? [벌거숭이두더지쥐]
지구에서 가장 빠른 개미 [사하라은개미]
커다래서 더 귀여운 귀의 효능 [사막여우]
화산섬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나무 [오히아 레후아]

4장 [열대우림과 섬] 고립된 환경이 만든 진화
시든 잎사귀처럼 생긴 도마뱀 [사탄잎꼬리도마뱀붙이]
썩은 시체 냄새를 풍기는 이유 [타이탄 아룸]
바다의 영양을 외딴섬으로 옮기다 [푸른발얼가니새]

5장 [강과 호수] 물가라는 복잡한 생태계
오리인가, 너구리인가? [오리너구리]
세상에서 가장 작은 속씨식물 [남개구리밥]
수십 번 절단되어도 살아남는 비밀 [아홀로틀]
미국의 어느 웅덩이에만 산다 [데블스 홀 펍피시]

6장 [인간 세계] 문명이 만든 기이한 진화
멸종할까, 진화할까? [북극곰]
잡아먹혔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돼지]
너무 약해서 강해져야 했던 동물 [인간]
인간이라는 극한을 견디는 반려동물 [개·고양이]

참고문헌
도판 출처

저자 소개 1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5년, 서울시립과학관장 4년, 국립과천과학관장 3년, 총 12년을 ‘털보 관장’으로 재직하며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소개하는 데 앞장섰다. 연세대학교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9년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로 과학기술훈장 진보장을 받았다. 지구의 역사를 소설처럼 스토리텔링한 전작 『찬란한 멸종』은 출간 직후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대구시, 광양시, 창원시, 평택시, 시흥시에서 2025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2024년 출판문화진흥재단 ‘올해의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5년, 서울시립과학관장 4년, 국립과천과학관장 3년, 총 12년을 ‘털보 관장’으로 재직하며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소개하는 데 앞장섰다. 연세대학교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9년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로 과학기술훈장 진보장을 받았다.
지구의 역사를 소설처럼 스토리텔링한 전작 『찬란한 멸종』은 출간 직후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대구시, 광양시, 창원시, 평택시, 시흥시에서 2025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2024년 출판문화진흥재단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추천도서로 뽑히며 전 연령 필독서로 자리매김했다.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 EBS <취미는 과학>, JTBC <차이나는 클라스> 등의 교양 채널에서 과학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며 인기를 끌었다. 현재 펭귄각종과학관을 운영하며 집필과 강연을 통해 과학 대중화를 이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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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8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396쪽 | 152*215*30mm
ISBN13
9791130682952

책 속으로

나는 갈라파고스 열곡대 중앙해령의 수심 2500미터 영역에 산다. 나도 나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운 곳이다. 이곳에 1977년 처음 빛이 비추어졌다. 세 사람을 태운 미국 심해잠수정 앨빈(Alvin) 호가 이 깊은 곳까지 내려왔다. 수압 250기압까지 인간이 내려오다니 놀라운 일이다. 그들은 심해를 이동하다가 갑자기 수백 도에 달하는 영역에 도달하고는 환호했다. 예측만 되었던 열수분출구를 최초로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놀라운 일은 따로 있었다. 빛이 도달하지 못하는 곳, 수압이 엄청난 곳, 수백 도의 뜨거운 물이 지배하는 곳, 이곳에서 인간은 처음으로 태양 없이 살아가는 생명의 세계를 보았다. 나는 그들이 처음 만난 그 생명 가운데 하나다.
나는 환형동물 알비넬라 폼페야나(Alvinella pompejana)다. 편하게 ‘폼페이웜’이라고 부르면 된다.
---pp.46~47

나는 물속에서 살지만 아가미가 없다. 나는 파충류이고 폐로 숨을 쉰다. 내 폐는 길다. 길이가 1미터까지 자라는 내 몸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길게 이어진 기관이다. 나는 그 안에 공기를 저장해 두고 잠수한다. 덕분에 다른 육상 뱀들보다 훨씬 오래 물속에 머물 수 있다. 때로는 1시간을 넘기기도 한다. 피부를 통해서도 약간의 산소가 스며들어 온다. 그러나 그것은 보조 수단일 뿐이다. 결국 나는 수면으로 올라가 공기를 들이마셔야 한다. 바다에 적응했지만 완전히 바다에 동화되지는 못했다.
나는 수면으로 향한다. 몸을 좌우로 흔들며 어두운 푸른 층을 밀어내고 더 밝은 곳으로 올라간다. 바다는 나에게 헤엄치는 자유를 주었지만 그 자유 속에 내가 숨 쉴 공기는 없다. 바다는 내게 활동의 자유를 주는 동시에 나를 질식시킨다. 아! 시간이 다 되어 간다.
---p.74

사막여우는 여우들 가운데서도 몸집이 매우 작은 편이다. 이것도 우연이 아니다. 사막에서는 몸이 클수록 에너지도 더 많이 필요하고 물 소비도 늘어난다. 큰 몸을 유지하려면 더 많은 먹이가 필요하다. 반대로 작은 몸은 적은 먹이로도 버틸 수 있고 좁은 굴에 숨기도 쉽다. 사막에서는 작다는 것이 약하다는 뜻이 아니다. 적게 쓰고 오래 버틴다는 뜻이다. 어린 여우는 자기 몸을 내려다보았다.
“작아서 살아남은 거네요.”
“그렇단다.”
나는 꼬리를 몸에 감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이 꼬리도 그냥 있는 것이 아니야.”
사막의 밤은 매우 차갑다. 모래가 열을 오래 붙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낮의 더위뿐 아니라 밤의 추위도 견뎌야 한다. 두껍고 긴 꼬리는 몸을 감싸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 몸의 생김새는 모두 사막과 관계가 있지.”
---p.195

나를 처음 본 사람들은 내 존재를 믿지 않았다. 몸은 수달처럼 부드러운 털로 덮여 있고 꼬리는 비버처럼 넓고 납작했으며 입은 오리의 부리처럼 펼쳐져 있었다. 마치 서로 다른 동물에서 한 부분씩 떼어 와 억지
로 이어 붙인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나와 같은 동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나를 해부했다. 털을 들어 올리고 부리를 잡아당기고 몸의 경계를 따라 칼을 넣었다. 혹시라도 꿰맨 부분이 있는지, 서로 다른 가죽이 이어진 자국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이 찾고자 한 것은 생명의 구조가 아니라 조작의 흔적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실패했다. 어디에도 이음새는 없었고 부리는 아무리 잡아당겨도 떼어지지 않았다. 내 몸은 처음부터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나를 처음 본 인간들은 내 이름부터 익숙하게 지어 보려 했다. 내 학명은 오르니토링쿠스 아나티누스(Ornithorhynchus anatinus)다. 속명은 그리스어에서 온 말로 ‘새의 주둥이’를 뜻하고, 종소명은 ‘오리 같은’이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나를 편하게 ‘오리너구리’라고 부른다.
내 존재는 잘못이 없다. 문제는 생명을 나누는 인간의 방식이다. 그들은 털이 있으면 포유류, 부리가 있으면 조류, 알을 낳으면 파충류나 조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그 단순한 경계를 차례로 무너뜨린다.
---pp.258~259

인간은 돼지의 몸을 직접 바꾸지 않았다. 다만 어떤 몸이 다음 세대로 이어질지를 결정했다. 그 선택이 수백, 수천 세대 반복되자 우리의 성질과 생김새가 달라졌다. 자연이 환경에 잘 맞는 생명을 남기는 ‘자연선택(自然選擇)’을 하듯이, 인간은 자신에게 필요한 생명을 골라 남기는 ‘인위선택(人爲選擇)’을 했다.
가축화도 진화다. 그 흔적은 내 얼굴에도 남아 있다. 조상의 주둥이는 길고 곧았다. 단단한 코로 흙을 뒤집고 돌을 밀어내며 땅속의 뿌리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머리와 어깨의 앞부분도 튼튼했다. 숲을 헤치고 적과 싸우려면 몸의 앞쪽에 힘이 필요했다.
내 주둥이는 조상보다 짧고 약간 굽었다. 두개골의 모양도 달라졌다. 몸통은 커지고 살이 붙었으며 숲에서 몸을 지키던 단단한 앞부분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p.331

인간의 진화는 몸 안에서 끝나지 않았다. 인간은 몸 밖에 또 하나의 몸을 만들었다. 옷은 피부의 확장이고, 집은 둥지의 확장이고, 불은 위장의 확장이고, 도구는 손톱과 이빨의 확장이고, 책은 기억의 확장이고, 과학은 감각의 확장이다. 망원경은 눈을 우주 끝으로 보내고, 현미경은 눈을 세포 안으로 들여보낸다. 배는 다리가 닿지 못하는 바다를 건너게 하고, 비행기는 날개 없는 인간을 하늘로 올린다. 인간은 참 뻔뻔하다. 날개도 없으면서 날고, 아가미도 없으면서 바닷속으로 들어가고, 우주복을 입고 지구 밖으로 나간다. 몸은 약한데 상상력은 한계가 없다.
---p.348

출판사 리뷰

“지구 생명체의 90퍼센트는
인간이 절대 살 수 없는 곳에서 산다!”

눈을 없애고, 호흡을 멈추고, 먹이를 포기하고…
상식을 뛰어넘는 극한 진화의 법칙

출간 즉시 과학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고 대구시, 광양시, 창원시, 평택시, 시흥시에서 2025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전국을 휩쓴 『찬란한 멸종』의 저자 이정모가 돌아왔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5년, 서울시립과학관장 4년, 국립과천과학관장 3년, 총 12년을 ‘털보 관장’으로 재직하며 대중 독자에게 과학 이야기를 유쾌하게 소개해 온 ‘국내 최고의 과학 스토리텔러’ 이정모는, 이번 신작 『극한 진화의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26종의 동식물을 통해 진화의 비밀을 밝혀낸다.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 EBS 〈취미는 과학〉 등의 방송과 317만 유튜브 채널 ‘보다’에 출연해 누적 조회 수 4000만 뷰를 기록하는 동안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진화’ 이야기를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풀어낸 과학 교양서다.

인간의 일상은 대체로 평온하다. 수도꼭지를 돌리면 맑은 물이 나오고, 냉장고 안에는 음식이 들어 있고, 벽과 지붕이 바람과 비를 막아준다. 그러나 지구의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의 상상력을 아득히 뛰어넘는 ‘극한’의 풍경이 펼쳐진다. 영하 80도까지 내려가는 극지,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미지의 심해, 굳은 용암으로 뒤덮인 화산섬, 물 한 방울 찾아보기 힘든 메마른 사막까지, 인간의 기준에서 이곳들은 한순간도 버틸 수 없는 죽음의 지대다.

그러나 이곳에도 생명이 존재한다. 400도로 펄펄 끓는 물 옆에 사는 폼페이웜, 수직에 가까운 절벽을 가로지르는 야생 염소 알파인 아이벡스, 진공 상태의 우주에서도 생존하는 물곰, 남극의 추위를 휴면상태로 이겨내는 남극낫깃털이끼 등 무수히 많은 생명이 극한 환경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진화해 살아가고 있다. 『극한 진화의 세계』는 바로 그들의 이야기다. 눈을 없애고, 호흡을 멈추고, 먹이를 포기하는 등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살아남은 ‘극한 진화의 세계’가 펼쳐진다.

“살아남는다는 것은 얼마나 기상천외한 일인가!”

‘한국의 빌 브라이슨’ 이정모의 전매특허 스토리텔링
소설처럼 읽는 유쾌한 과학 교양

최신 과학에 놀라운 상상과 유쾌한 스토리텔링을 더해 ‘한국의 빌 브라이슨’이라 불리는 이정모는 인간 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칠흑같이 어둡고 우주처럼 넓은 심해에서 생존하기 위해 암수 한 몸이 되는 초롱아귀, 원하는 대로 휴면에 접어들어 우주공간이나 극지방의 치명적인 추위에도 살아남는 최강의 생존자 물곰, 나약한 포유류에서 전 지구적인 포식자로 진화한 인간과 그런 인간을 견뎌 낸 개와 고양이까지, 다양한 생물체의 이야기가 110여 컷의 고화질 사진들과 함께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정모 특유의 기발한 스토리텔링은 인간의 시선 밖에서 진화의 법칙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우리는 흔히 ‘진화’라고 하면 더 강하고, 더 크고, 더 완벽한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압도적인 힘으로 생태계를 지배하는 포식자들을 보며 강력한 신체 능력이 생존의 유일한 정답이라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에 따라서 이러한 ‘강함’은 때로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되기도 한다. 극심한 가뭄이나 빙하기처럼 자원이 극도로 부족해진 순간, 거대한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 강자들은 가장 먼저 무너져 내린다. 반면 남들이 보잘것없다고 여긴 작은 몸집과 적은 에너지로 끈질기게 버텨낸 생명체들은 그 지옥 같은 환경을 이겨내고 끝까지 살아남는다. 그래서 자연은 언제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 지구 생명이 38억 년간 지속된 이유다.

인간이 당연하게 여기는 먹이, 감각, 성별, 호흡까지 포기하며 기상천외하게 살아남은 생명들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묘한 안도감을 준다. 진화의 세계에서는 강자로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볼품없이 퇴보하는 듯 보이는 현상도 결국 생명을 지속하기 위한 자연의 전략임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극한은 환경과 몸이 치열하게 맞부딪치는 자리다. 오래 써 온 방법이 더는 통하지 않는 곳, 살아남기 위해 몸의 모양과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하는 경계다. 그렇기에 살아남는다는 것은 단순히 버티는 일이 아니다. 『극한 진화의 세계』에 담긴 생존 드라마는 우리 인간에게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한다. 진화란 죽음이라는 결말이 기다리는 자연의 법칙 안에서 존재를 이어가기 위해 생명이 펼쳐 보이는 놀라운 예술이라는 사실을.

”이상한 건 오리너구리가 아니라,
사실 인간이 아닐까?“

‘극한 환경’이 되어버린 인간에게
지구의 생명이 던지는 질문

46억 년 지구의 역사가 흘러오는 동안 수많은 생명체는 화산 폭발이나 빙하기, 극심한 가뭄 같은 혹독한 자연환경에 맞서 끈질기게 생명의 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오늘날 지구상에서 다른 모든 생물에게 가장 가혹하고 예측 불가능한 극한 환경은 다름 아닌 우리 인간이 되고 말았다.

인간은 삶의 터전을 만들기 위해 자연을 개발하고 가축을 사육하고 반려동물을 키우며 도시라는 생태계를 이루었다. 숲에 나무와 풀이 있고 바다에 플랑크톤과 물고기가 있듯이, 도시에는 아파트와 하수구와 전깃줄이 있고 그사이를 비둘기, 쥐, 모기, 길고양이, 반려견이 오간다. 이들은 모두 우리가 만들어 낸 ‘문명’이라는 이름의 생태계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이 세계는 인간 중심으로 만들어졌기에 다른 생명체들에게 가혹하다. 인간은 식량으로 이용하기 위해 동식물의 유전자를 변형하고, 곁에 두기 좋은 형태로 ‘반려’동물을 길들이며, 환경오염을 일으켜 기후변화를 가속화한다. 기후변화로 터전을 잃고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극곰, 좁은 축사에서 짧은 생을 살아가는 돼지, 인간의 취향과 편의에 맞춰진 개와 고양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생명이 자연의 법칙 대신 인간이라는 거대한 조건 속에서 살아간다.

『극한 진화의 세계』는 단순히 기이하고 신기한 생물들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데 그치지 않고, 포식자로서 인간의 역할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가혹한 환경에 적응해 온 극한 생물들의 지혜를 관찰하는 일은, 결국 거대한 생태계 속에서 인간의 위치를 돌아보고 우리가 타자에게 어떤 환경이 되어 주고 있는지 성찰하는 계기가 된다. 이를 통해 동식물은 먼 곳의 구경거리가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웃이 된다. 지구가 46억 년에 걸쳐 써 내려간 그 이야기들은 자연에 대한 깊은 경외감은 물론, 이 지구를 지탱하고 있는 뜨거운 생명력을 회복시켜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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