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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사물 사진 몸 장소 코다 |
Brion Dil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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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그곳에 거주하는 이들을 익숙한 자세 속으로 얼어붙게 만드는 습성이 있는 듯하다. 마치 지루하게 이어지는 가족사진 촬영을 위해 억지로 의자에 붙들려 앉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몸은 그 자세에 저항하지만, 그 자세를 오래 유지할수록 앉아 있는 이들은 그 자세에서 스스로 빠져나올 힘을 점점 잃어 간다. 우리는 마치 빅토리아 시대 사진관의 피사체들 같다. 기발한 금속 틀에 의해 고정된 채 노출 시간이 끝날 때까지 꼼짝 없이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기에, 우리가 드러내 보일 것은 오직 고통뿐이다.
---pp.50-51 어머니는 늘 이 집이 저주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하니, 그 저주를 품고 있던 사람은 바로 나였다. 저주는 내가 과거를 되돌아보며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었다. 나는 내가 이 집을 얼마나 증오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이 집을 버리고 떠나던 그날 아침까지는. ---p.80 부모의 죽음이라는 이중의 장벽은 철저히 밀봉된 방을 만들어 냈다. 저 바깥에 있는 모든 것을, 애도라는 두터운 관문 너머로 언뜻 비칠 뿐이기에 더욱 매혹적이어 보이는 그 모든 것을 꿈꾸도록 만드는 밀실. 그곳이 내 기억의 저장소다. 내가 지금 묘사하려는 사물들은 마치 명료한 회상이라는 부식성 공기 속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듯 바다 깊숙이 가라앉아 있다. 그러므로 그것들은 기이한 해저의 안식처에 표류하다가 가라앉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사물들은 그렇게 점점 다가가기 어려운 것이 되어, 마침내 신화로 굳어져 간다. ---p.99 그 어떤 목록도, 아무리 철저한 것일지라도, 결국 훨씬 무질서하고 광범위한 현실 가운데 일부의 기록일 뿐이다. 나 자신의 과거를 의미 있는 물건들로 이루어진 포괄적인 아카이브 안에 몰아넣을 수 있으리라는 상상이 얼마나 허황한 것인지 나는 잘 알고 있다. 내 앞에 놓인 이 몇 안 되는 연약한 물건들의 진정한 의미는, 그것들이 과거에 대해 무엇을 말해 주느냐가 아니라, 그것들이 단순히 그리고 대체로 우연히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에 있다. ---p.151 아버지의 어린 시절을 찍은 이 사진은 정확하게 복사하기가 불가능했다. 복사기 불빛 아래 놓이자 이미지가 거의 사라져 버린 것이다. 스튜디오는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상태로 침몰했고, 아버지의 정장은 주변의 어둠보다 아주 약간 더 짙을 뿐 길쭉하고 텅 빈 형태가 되어 버렸다. 어둠 속에서 몇 가지 세부적인 요소만이 반짝거렸는데, 그건 마치 아버지의 존재라는 죽은 세계를 중심으로 공전하는 밝은 위성들처럼 보였다. 작고 새하얀 반점 몇 개는 고집스럽게 남아 있었다. 꽃의 가장자리, 양말 한 짝, 손수건의 희끗한 끝자락, 장미 모양 리본, 그리고 새것처럼 깨끗한 목깃 같은 것들. 아버지의 손은, 마치 몸에서 절단된 듯한 모양으로, 이제는 어둠 속에서 흐릿해진 탁자 모서리를 여전히 붙잡고 있었다. 그것은 아예 새로운 이미지, 어둑하고 기묘한 그 무엇이었지만, 나는 그 기묘한 변형물을 보고서야 처음으로 알아볼 수 있었다. 이 몇 안 되는, 외따로 반짝이는 저 작은 파편들 위로 희미하게 어른거리는 그 얼굴은 분명히 내 아버지의 얼굴이었다. 원본 사진에서는 60년 전 카메라를 응시하던, 누군지 알 수 없는 어린 소년의 얼굴이었지만, 복사본에서 본 그 얼굴은 반쯤은 어리둥절하면서도 반쯤은 자부심에 찬, 내가 익히 아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pp.242-243 사실 나는 아버지의 시신을 닮아 가고 있었고, 그런 유사성은 생각보다 그리 섬뜩한 게 아니었다. 그날 아버지의 시신은 슬픈 진실을 감추기 위해 공들여 연출된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p.3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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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과거를 이해하려는 시도
그리고 그 이해가 실패했을 때 얻게 되는 것 『어두운 방에서』는 그가 십 대 중반일 때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대학 입학 직후에 갑작스러운 심장 문제로 작고한 아버지에 관한 기억을 다룬다. 이 기억들은 늘 어떤 공간이나 사물을 통해 발현된다. 어떤 매개체가 그의 내면에 인상을 불러일으키고 나면, 그는 그 인상의 형태와 함께 그것이 호출된 경위를 추적한다. 이는 과거를 불러일으키는 사물과 공간이 품고 있는 규칙과 주제 의식을 살펴 봄으로써 파편처럼 흩어져 버린 자기 과거에 어떤 경향을 부여하려는 본능적인 시도다. 예를 들어 그와 가족들이 함께 살면서 슬픔과 우울을 이겨내야 했던 집은 특정 공간이 인간의 내면에 어떤 종류의 압력을 가하는지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고, 그의 부모님이 남긴 쪽글과 메모 들은 언어를 손으로 직접 쓴다는 행위 자체가 담고 있는 의지와 욕망에 관한 탐구로 연결된다. 이러한 탐구 가운데 가장 신비로운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사물은 사진이다.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사들인 관광지 사진첩 속에 있는 한 여성의 뒷모습이 그 무렵의 어머니와 거의 똑같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는 그 사진이 찍혔을 무렵 어머니가 그곳에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도출해 내지만, 그러면서도 마음속에서는 어머니가 그곳에 마치 기적처럼 현현한 것 같다는 부조리한 믿음을 지워 버리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 관광지는 몸이 아픈 자들에게 기적을 베푼다는 루르드였고, 수년째 면역 질환을 앓고 있던 그의 어머니는 그곳에 가면 지병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을 품곤 했었기 때문이다. 이 기억은 불치병을 이겨내고 싶었던 어머니의 마음과 그런 어머니를 무기력하게 바라보던 딜런 자신의 마음을 동시에 불러내고, 그 과거의 마음들은 현재의 딜런 자신과 충돌하면서 수수께끼 같은 순간을 선사한다. 이미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품고 있던 한 줌의 희망, 이미 실패한 것으로 확인된 그 희망이 현재의 딜런에게 이상한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그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그 원리를 설명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대신에 바르트와 나보코프, 벤야민과 프루스트를 순차적으로 호출해 보지만, 그들의 증언 역시 일관적이다. 사진이 지닌 힘은 완전히 비논리적이라는 것이다. 딜런의 과거가 묻어 있는 다른 사물들과 공간들 역시 사진과 비슷한 경험을 가져다준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통지를 전해 들었던 그의 침실과 그곳의 창문, 가족을 위해 학업을 포기한 아버지가 쓴 두 편의 시, 푸른 유리로 만든 재떨이, 어머니가 애용하던 아름답고 파란 볼펜…… 이 모든 사물은 그의 이해를 거부하지만, 그렇게 수수께끼로 남음으로써 더욱 신비하고 애틋한 것이 된다. 결국, 『어두운 방에서』는 무언가를 이해하고 장악하려는 지성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삶 그 자체를 스케치하는 책으로 변한다. 거의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그의 부모님 묘비처럼, 딜런에게 삶은 서술이 아니라 묘사하는 것으로 변해 간다. 하지만 『어두운 방에서』가 더욱 진솔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럼에도 그가 모든 과거를 수용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많은 어둠이 밝혀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특히 그가 가족의 과거를 끊임없이 파고들면서도 두 동생을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위화감을 느끼게 할 정도다). 달리 말하자면 삶 자체가 지닌 경외감은 그 삶을 살아온 딜런 자신보다 더 커다란 것이어서, 이제 막 첫 번째 책을 탈고한 이 젊은 비평가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 하지만 이 첫걸음 속에는 훗날 삶을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된 그가 다시는 마주치지 못하는 순수한 불가능들이 거의 만져질 것처럼 가까이 다가와 있다. 오직 미약한 이들에게만 다가오는 이 신비는 딜런의 모든 글 가운데 이 책 안에 가장 짙게,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형태로 담겨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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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서가에는 불행했던 어린 시절을 다룬 회고록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비평가 브라이언 딜런의 이 첫 저서처럼 지적이고 엄밀한 작품은 드물다. 이 책은 단순한 개인적 서술이라기보다는 기억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고뇌에 찬 기념비와 같다. - 인디펜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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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에 빠지거나 회피하지 않고 삶의 복잡성 속에 담긴 기쁨과 필연적인 고통을 깊이 있게 증언하는 책. 덧없는 많은 것들에 맞서, 이 책은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다. - 존 밴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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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물리적 공간의 관계, 즉 방 안의 작은 구석이나 한 줄기 빛이 어떻게 깊숙이 묻혀 있던 감정과 감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책. 데뷔작 특유의 솔직하고 진지한 태도 속에서 제발트의 영향력이 느껴진다. 또한 딜런의 산문은 마치 법의학처럼 정밀하면서도 명상적인 나른함을 선사한다. - 아이리시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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