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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펙토르가 뿜어내는 강렬한 빛]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첫 장편소설. 브라질 문학계를 뒤흔든 이 소설은 페소아, 카프카, 헤세의 융합이라고도 일컬어진다. 위험하고도 위태로운 비유와 표현은 우리를 무의식과 꿈의 세계로 끌고 가고, 신비한 빛을 마음에 품게 만든다. 문장의 허리케인 속으로 빨려드는 책. - 소설 PD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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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아버지 주아나의 날 어머니 주아나의 산책 숙모 주아나의 기쁨들 목욕 그 목소리를 가진 여자와 주아나 오타비우 2부 결혼 선생님에게로 도망치다 작은 가족 오타비우와의 만남 리디아 그 남자 그 남자에게로 도망치다 독사 떠나간 그 남자 여행 |
Clarice Lisp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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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은 나의 소명이라는 확신, 주아나는 생각했다.
--- p.21 물은 이제 맨발이 된 그녀의 발을 감싸고 철썩이며 발가락 사이에서 으르렁거리더니 투명한 짐승처럼 맑게 맑게 빠져나갔다. 투명하고 살아 있는…… 그녀는 그걸 마시고 싶었다. 천천히 깨물고 싶었다. 두 손을 오므려 모아서 물을 떴다. 작고 조용한 물웅덩이가 햇살을 받아 고요히 반짝이며, 따스해져 가고, 스르르 빠져, 달아났다. 그 물을 빠르게-빠르게 빨아들인 모래는 아무 일 없었던 양 시치미 떼고 제자리에 가만 앉아 있었다. 그녀는 물에 얼굴을 적셨고, 비어 버린, 짭짤한 손바닥을 혀로 핥았다. 소금기와 햇빛은 여기저기서 반짝이는 작은 화살들로 다시 태어났고, 그녀를 찔렀고, 젖은 얼굴의 살갗을 팽팽하게 당겼다. 커져 가는 행복이 공기 자루 같은 목구멍에 쌓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웃고 싶은 욕구가 들지 않는, 엄숙한 행복이었다. 거의 울어야만 하는, 오 제발, 그런 행복이었다. 그 생각은 천천히 다가왔다. 대담하게, 지금까지처럼 회색빛과 눈물을 통해서가 아니라, 태양 아래 흰 모래밭처럼 알몸으로, 소리 없이. --- pp.56~57 그동안 행복이나 불행은 늘 부질없었다. 심지어 사랑했던 것들조차 그랬다. 행복하지 않음, 혹은 불행은 너무 강력해서 그녀를 물질적으로 구성하는 원소들을 변형시켜 버렸으며, 진실을 향한 여정이 늘 그래야 하듯 그녀에게 단 하나의 길만을 제시했다. 난 계속해서 삶의 고리들을 열고 닫으며, 그것들을 내던지고, 시들고, 과거로 가득 채워진 채, 새로 시작한다. 그것들은 어째서 하나의 덩어리로 합쳐져 인생의 바닥짐이 되어 주지 않고 저렇게 각자 외따로 존재하고 있을까? 그것들은 각자인 채로도 너무 온전했다. 하나하나의 순간들은 너무도 강렬했고, 붉었고, 단단히 응축되어 있어서 존재하기 위해 과거나 미래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것들은 경험에 속하지 않는 지식을 가져다주었다 - 지각이라기보다는 감각에 가까운 직접적인 지식. 거기서 발견되는 진실은 너무도 진실해서,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유발한 사실 안에서만 존재했다. 너무도 진실하고, 너무도 치명적이어서 자신의 모체 주위를 공전하기만 하는 것이다. 삶의 한 순간이 끝나면 그에 상응하는 진실 또한 고갈된다. 나는 진실을 직접 만들어 낸 다음, 그렇게 제작한 진실을 다른 순간들 속에 삽입해 이전과 똑같은 영감을 이끌어 낼 수는 없다. 따라서 아무것도 나를 구속하지 못할 것이다. --- pp.160~161 음악은 연주되지 않을 때 어디로 갈까? -그녀는 자신에게 물었다. 그리고 무방비한 상태로 대답했다: 내가 죽으면 사람들이 내 신경으로 하프를 만들기를. --- p.2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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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로 빛을 창조하려 했던 작가가 내뿜은 첫 번째 광휘
1943년, 브라질의 무명작가 클라리시 리스펙토르는 인세 대신 책 100부를 받는 조건으로 첫 장편 소설 『야생의 심장 가까이』를 출간했다. 이듬해 이 소설은 브라질 문학계를 완전히 뒤흔들었고, 그해 최고의 데뷔 작품에 주어지는 그라샤 아랑냐상을 수상했다. 문학계 인사들은 그녀에게 ‘허리케인’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 작품이 충격을 안겨 준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과감한 천재성 때문이었다. 심지어 막 작품을 탈고한 리스펙토르 본인도 이 작품이 소설이 아니라 메모 뭉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의심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당시 그녀의 연인이었던 작가 루시우 카르도주는 ‘이것은 새로운 문학’이라며 그녀를 간신히 설득했고, 제임스 조이스가 쓴 『젊은 예술가의 초상』 속 한 구절을 이 작품의 제목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몇몇 비평가들은 버지니아 울프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리스펙토르는 그때까지 조이스와 울프를 읽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고, 자신의 스타일은 정밀한 무의식 속에서 만들어졌다고 대답했다. 이후 사람들은 이 놀라운 데뷔작에서 더 많은 작가들의 흔적을 읽어 냈다. 페르난두 페소아, 프란츠 카프카, 헤르만 헤세……. 그 총합이 바로 이 작품의 정수였다. 하지만 『야생의 심장 가까이』는 단순한 모자이크가 아니라 서로 다른 곳에서 모은 것들을 모두 녹이는 용광로였다. 재료들이 불타고 녹으면서 피워 내는 빛과 열이 이 작품의 진정한 형태였다. 리스펙토르를 번역하면서 ‘빛에 피폭’되었다고 말한 배수아 작가의 후기는 이 작가만의 특별한 매력을 정확히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야생의 심장 가까이』의 논리적 도약과 시적 묘사, 성경 속 서신처럼 응축된 선언 등은 유럽 모더니즘 문학보다 강렬하고 과감하다. 작품 속 사고의 궤적은 의식의 흐름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작품들만큼 위태로운 커브를 그리고, 리스펙토르의 비유는 우리가 알던 단어들을 생경한 방식으로 충돌시킨다. 마치 화려한 원색으로 가득한 꿈 또는 무의식 속으로 위험하리만치 빠르게 빠져드는 듯하다. 특히 다른 작품에 비해 유독 이미지를 통한 비유를 많이 사용한 『야생의 심장 가까이』는 리스펙토르가 남긴 가장 감각적인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리스펙토르의 시작이자 모든 것 한편, 『야생의 심장 가까이』는 리스펙토르의 작법과 세계관을 조망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후의 작품들이 틔우게 될 씨앗이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 속에는 리스펙토르 특유의 전개 방식, 즉 안온함 속에서도 불안의 징후를 찾아내는 천부적인 감각과 그 불안 속에서 홀연히 시작되는 철학적 독백, 또 그렇게 달라진 인식 속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피어나는 세계의 풍경이 반복해 등장한다. 그리고 그 풍경과 사색들은 완전히 해설되지 않고 수수께끼인 채로 남겨진다. 이 수수께끼에 대해 작품의 주인공 주아나는 생각이 언어로 정리되는 순간 그 생각이 생명력을 잃기 시작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리스펙토르 자신의 세계관이기도 했다. 따라서 그녀가 문장과 문단 틈에 뚫어 놓은 구멍은 언어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저 너머의 세계를 직관적으로 엿볼 수 있도록 준비된 창문이다. 그녀가 추구하는 목적지는 언어가 아니라 언어의 구멍을 통해서만 목격할 수 있는 것이었다. 『야생의 심장 가까이』는 작가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주아나를 통해 이 주제 의식을 열렬히, 또한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방황의 끝에 다다른 주아나가 10여 페이지에 걸쳐 읊조리는 독백은 이후의 리스펙토르 문학을 이해하기 위한 열쇠가 된다. 그 독백은 스물세 살의 작가가 스스로에게 던진 예언이었고, 그 예언에 따라 ‘리스펙토르 문학’이라는 우주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신비한 작가를 알아 가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단서가 바로 여기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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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만든 이미지는 그 의미가 가장 모호할 때조차 눈부시게 빛난다. 그리고 경멸하는 것들에 대해 쓰는 그녀는 명료함 그 자체가 된다. - 『더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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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펙토르를 읽는 것은 불타는 세상을, 아니, 그보다는, 순식간에 폭발하고 주변의 모든 것을 평평하게 쓸어버릴 수 있는 수많은 불타는 세상들을 건네받는 것과 같다. -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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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카프카가 여자인 것처럼, 릴케가 우크라이나 출신 브라질 유대인 여인인 것처럼, 만약 랭보가 어머니였다면……. 바로 그 지점에서 리스펙토르의 글쓰기는 시작된다. - 엘렌 식수 (작가,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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