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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05 시인의 말

Ⅰ
13 새소리
14 제비꽃
15 흰 꽃
16 멸치
17 두루미
18 솔개처럼
19 버킷리스트
20 칸나꽃 생각
21 텅 빈 입
22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23 거미에게
24 안개에게
25 비명
26 어둠을 향해
27 흔적

Ⅱ
31 바닷가 시계방
33 털벌레
34 얼굴
37 볼
38 칼잡이
40 탐스럽고 아름답고 아득한 것
42 참 곱구나
44 방생
45 늙은 소년의 꿈 이야기
46 위층 개
47 명불허전
50 그놈과 함께 밤길을 걷다
51 땀
54 파밭에서
55 어리석구나!

Ⅲ
59 까치와 번개
61 탐미적인 어둠
62 그 웃음
64 군대처럼 일렬로
66 세상은 다시 평온해졌다
68 앞집 노인
70 기억들
72 죽음과 농담
74 기억에 관한 명상
76 삼국지 읽는 밤
77 큰 손
78 따뜻한 날
79 고마운 일
80 봄날

Ⅳ
83 뒤로 걷기
84 메꽃
85 늙은 왕
86 난감하고 쓸쓸한
88 절창(絶唱)
90 전투경찰 차일혁
91 시
92 맑고 그윽하고 유장한
93 편의점에서
94 중매대통령
96 저 화상
97 벌레들
100 횡액(橫厄)
103 무릉도원 답사기
107 지루한 오후

해설
109 ‘바깥’의 궁구(窮究) |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

저자 소개 1

194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울산대학교와 전북대학교를 거쳐 아주대학교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1986년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국제창작프로그램에 참가한 이래 미국 브리검영대학교, 볼링그린대학교,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대학교 및 체코 카를대학교에서 한국학 객원교수로 한국어와 한국문학을 강의했다. 현재 아주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1962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으로 소년한국일보 신인문학상에 응모한 동시 『팽이치는 아이들』이 당선하여 아동문학가로 데뷔, 그해 경희문학상도 수상하였다. 1963년 서울대학교 문리
194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울산대학교와 전북대학교를 거쳐 아주대학교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1986년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국제창작프로그램에 참가한 이래 미국 브리검영대학교, 볼링그린대학교,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대학교 및 체코 카를대학교에서 한국학 객원교수로 한국어와 한국문학을 강의했다. 현재 아주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1962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으로 소년한국일보 신인문학상에 응모한 동시 『팽이치는 아이들』이 당선하여 아동문학가로 데뷔, 그해 경희문학상도 수상하였다. 1963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였으며 196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신의 오른손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입선하였다. 1971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 1973년 [현대시학]지에 시 『연가』로 3회 추천 완료하였다.

시집 『빈집을 지키며』(1980), 『라자로 마을의 새벽』(1984), 『그때도 그랬을 거다』(1992), 『파랑눈썹』(1993), 『피보다 붉은 오후』(2001), 『수도원 가는 길』(2004) 및 시선집 『신의 날』(2005), 『황금빛 재』 등을 펴냈다. 이외에 학술논저 『한국현대시의 운율론적 연구』, 『한국시의 넓이와 깊이』, 『한국 현대시의 분석과 전망』 등과 산문집 『여행의 인문학』, 『2악장에 관한 명상』, 『시간의 두께』 등이 있다. 한국시인협회상(1985), 한국가톨릭문학상(2002), 경기도문화상(2003) 등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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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06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24쪽 | 118*184*20mm
ISBN13
9791193509432

출판사 리뷰

시간을 가지고 노는 소년

조창환 시인은 『바닷가 시계방』의 「시인의 말」에 이렇게 적었다. “시간 속에서/ 그네 타듯 흔들거리면서/ 지나온 기억과 인연 돌이켜보는 일이/ 이즈음 내가 혼자 노는 방식이다.” 반세기를 넘겨 시를 지어 온 시인이 새 시집 첫머리에 내놓은 고백이 ‘노는 방식’이라는 데에 먼저 눈이 간다. 이 시집에는 회고가 있고 죽음이 있고 사라진 얼굴들이 있지만 시인은 그것들을 엄숙한 성찰의 진열장에 가두지 않는다. 흔들어 보고 뒤집어 보고 때로는 장난을 건다.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는 예술가의 후기 작품에서 화해와 평온으로 나아가는 경우와 끝까지 모순과 긴장을 놓지 않는 경우를 구별한 바 있다. 『바닷가 시계방』은 어느 한쪽에 깔끔하게 들어가지 않는다. 새소리 앞에서 읍하고 물러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슴에 칼을 품고 허공의 멱을 따겠다는 사람도 있다. 이 두 얼굴을 하나로 묶는 이름이 시집 한가운데 놓여 있다. ‘늙은 소년’이다.
이 시집의 놀이가 명랑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털벌레」는 「시인의 말」의 그네를 그대로 불러온다. “그네에 나를 얹어 흔들거리면/ 털벌레 된 것 같다”. 그러나 시의 끝은 쓸쓸하다. “측은해하지 않는다, 아무도/ 그러니 혼자서 논다, 그게 편하다”. 그 놀이는 넘치는 기운에서 나온 유희가 아니라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자리에서 스스로를 달래는 방식이다. 놀이는 고독의 다른 이름이다. 다만 시인은 그 고독을 비탄으로 끌고 가지 않고 자기 몫의 자유로 받아들인다.

첫 시 「새소리」에는 이 시집의 시선이 거의 다 들어 있다. 세상을 환하게 하는 짧은 새소리 앞에서 화자는 “슬쩍 비켜서서// 읍(揖)하고 물러나” 세상을 우러른다. 세계 앞에 자기 감정을 덧씌우는 대신 몸을 낮추고 오래 바라보는 자세다. 그렇게 오래 바라보면 「제비꽃」의 보랏빛 안에서 「두루미」가 외발로 버티던 얼음 위의 고립이 흔적으로 떠오르고 「얼굴」에서 먼발치로만 훔쳐보던 여배우의 얼굴은 길가 달개비꽃 빛깔처럼 잊히지 않는다. “아슴아슴하고 애틋하고 아스라하다”처럼 형용사 셋을 잇는 시인 특유의 연쇄도 같은 쪽을 향한다. 세 개의 형용사는 하나의 정의로 모이지 않고 대상의 둘레를 세 번 돌면서 끝내 이름 하나로 못 박지 않는다. “새 날아간 흔적 들어 있다”처럼 조사를 덜어 낸 문장도 사물을 문법의 손길에서 놓아준다. 오민석 평론가는 해설에서 이 지점을 모리스 블랑쇼(Maurice Blanchot)의 ‘바깥’으로 읽으면서 「따뜻한 날」의 허공이 어깨를 움츠리는 장면을 “즐거운 ‘바깥 놀이’”라고 불렀다. 그 ‘놀이’ 쪽으로 무게를 옮기면 시집은 사뭇 다른 표정을 드러낸다.

표제작 「바닷가 시계방」에서 그 놀이는 가장 유쾌한 형태를 얻는다. 화자는 은퇴하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시계방을 차리고 싶어 하는데 그 가게는 시간을 재는 기능을 하나씩 망가뜨리는 곳이다. 시침만 있는 시계와 분침만 있는 시계와 초침만 있는 시계를 팔고 “글자판도 없는 시계”를 팔아 사람들의 약속을 어긋나게 하겠다는 것이다. 약속이 깨져 사람들이 고독해지기를 바라는 대목은 「털벌레」의 고독과 은밀히 이어진다. 혼자 노는 사람이 남들에게도 조금의 고독을 선물하려는 것이다. 숫자로 쪼개진 시간이 물러난 자리에는 “시간 속에 흔들리는 목숨들”이 들어온다. 시인은 시간에 맞서지 않는다. 진짜 시간은 따로 놀게 놓아두고 장난감 시계를 만지작거리다가 시간이 졸음을 깨우러 오면 “코 깊이 골면서 잠든 척할 거다”. 시간을 이길 수는 없지만 속일 수는 있다. 「뒤로 걷기」도 같은 문법을 따른다. 뒤로 걷는 사람들을 딱하게 여기던 화자는 자기도 뒤로 걸어 보고는 “어라? 이거 재미있네?” 하고 탄성을 지른다. 시간이 흐르며 가까웠던 것들이 멀어지는 일은 대개 상실로 받아들이기 쉽지만 시인은 그것을 “뒤집어진 세상”을 구경하는 재미로 바꾼다.

「늙은 소년의 꿈 이야기」의 제목은 이 시집을 여는 열쇠다. 늙음과 소년은 쉽게 한자리에 놓이지 않는 말인데 시인은 그 둘을 한 몸 안에 겹쳐 놓았다. 물고기 떼가 하늘 높이 머무는 꿈속에서 “늙은 소년은 꿈 밖으로 나오지 않으려 했는데…”. 문장의 마지막 어미는 그 바람이 지켜지지 않았음을 내비치고 시인은 그 뒤를 말하지 않는다. 늙은 소년의 소년성은 깨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꿈속에 조금 더 머물려는 버팀에서 온다. 꿈이 끝나리라는 것을 아는 사람만이 그 끝을 미루고 싶어 한다. 소년의 기억은 시론으로도 이어진다. 「그 웃음」의 화자는 어린 시절 빈 음악실에서 혼자 노래하고 빈 벽에 큰절을 올리던 음악 선생님과 창밖에서 눈이 마주친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한다. 들킨 선생님의 어색한 웃음을 떠올리며 시인은 이렇게 쓴다. “부끄럽고 쑥스러우면서 들키기 싫은/ 그 웃음 같은 시, 내 시.” 아무도 보아 주지 않는 무대에서 혼자 노래하는 일이 곧 그의 시 쓰기다.

그러나 이 소년은 순한 소년만은 아니다. 「솔개처럼」의 화자는 “가슴에 칼을 품고” 허공의 멱을 따겠다고 하고 「위층 개」의 화자는 호랑이 울음소리를 녹음해 위층 개를 겁준 뒤 “세상 다 가진 듯 지금 기고만장한 것들”이 오줌 지릴 날을 떠올리며 “피식 미리 웃어 둔다”. 「벌레들」과 「저 화상」에 이르면 그 칼은 세상을 향한 풍자로 벼려진다. 이 계열의 중심에 「칼잡이」가 있다. 학창 시절 가방에 잭나이프를 넣고 다니던 P는 평생 칼싸움을 보여 주지 않으면서 칼날만 무섭도록 진지하게 갈았다. “찌르려는 게 아냐. 쫓으려는 거지.” 새소리 앞에서 읍하고 물러나던 화자와 칼을 갈던 P는 다른 사람이 아니다. 물러섬은 힘이 없어서 하는 일이 아니라 힘을 아는 사람의 선택이다. 그 풍자의 칼끝은 자기 쪽으로도 돌아온다. 「벌레들」의 화자는 의기양양한 벌레들 앞에서 오히려 자기가 괴롭고 추잡스럽다고 털어놓는다. 환한 소년과 칼을 품은 소년은 한 사람이다.

이 시집에서 죽음은 드문 손님이 아니다. 「세상은 다시 평온해졌다」에서 한 여인이 숨을 거두는 순간 가쁜 숨과 창밖 바람과 나뭇잎이 함께 멎는다. 그리고 잠시 뒤 바람은 다시 불고 나뭇잎은 다시 흔들린다. 그 무심한 지속 때문에 죽음의 자리는 오히려 또렷해진다. 그런데 죽음은 이 놀이에도 끼어든다. 「죽음과 농담」에서 아이 둘이 꼼짝 않는 고양이를 손가락으로 쿡 찌르자 고양이는 화를 내며 일어나 떠나 버리고 그 자리에 온기만 남는다. 시는 이렇게 끝난다. “많은 날을 혼자서 왔다 갔지만/ 이날은 농담하듯 키득거려 보았다// 주인을 기다리는 빈 의자 같은/ 죽음도 가끔은 놀아 보고 싶어서”. 혼자 오가다 이날 키득거린 쪽은 죽음이다. 언젠가 거기 앉을 우리를 기다리며 날마다 홀로 오가던 죽음이 고양이 곁에 잠깐 누워 아이들을 속였다. 시인은 죽음을 공포로 그리지 않고 「털벌레」의 화자처럼 외로운 존재로 그린다. 죽음을 오래 곁에 두고 지낸 사람만이 죽음의 외로움까지 헤아린다.

「흔적」에서 떠남에 대한 물음은 자기에게로 돌아온다. 밤새 누가 다녀간 듯한데 흔적이 없는 아침에 화자는 묻는다. “그렇게 흔적 없이 떠날 수 있나/ 좋은 날 좋은 시에 자취도 없이”. 여기서 ‘시’는 때(時)다. 그리고 마지막 연에서 시선은 거울로 향한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거울 앞에서/ 웃음 없이 울음 없이 남긴 것 없이”. 밤사이 다녀간 누군가의 이야기는 거울 앞에서 화자 자신의 이야기가 된다. 그것을 두려워하는지 바라는지 시는 말하지 않는다. 이 시집에서 가장 고요한 자화상이다.

가장 깊은 자기 성찰은 「시」에 있다. 시인은 평생 지어 온 시를 “쭈그러진 젖꼭지 같은 시, 늪 속에 빠진 달 같은 시”라 부르며 자책하지만 끝내 이렇게 맺는다. “이제부터 또다시 고치 속에 웅크려 천년을 더 기다려 부화를 꿈꾸는 일, 아직도 내 시가 가야 할 길이겠구나”. 그네에 얹혀 꼼지락거리던 털벌레가 여기서 고치를 짓는다. 혼자 노는 일은 부화를 기다리는 일이었고 아무도 측은해하지 않는 고독은 고치의 다른 이름이었다. 「시인의 말」 끝에 적힌 “더 환해지고 깊어지고 싶다”의 ‘더’라는 부사도 같은 자리에 있다.

「절창(絶唱)」에서 시인은 시 좀 아는 사람들의 일을 “이런 시구(詩句) 한 줄 뽑아내고 돌아서서 메마르게 건들거리는 일”이라 부른다. 바로 앞 시집의 제목이 『건들거리네』였고 거슬러 올라가면 첫 시집의 제목은 『빈집을 지키며』였다. 『바닷가 시계방』에도 빈방과 빈 벽과 빈 의자가 곳곳에 놓여 있다. 반세기 가까이 시인은 빈 곳을 지키며 흔들려 왔고 그 흔들림이 곧 시였다.

시집의 첫 시가 말하듯 “새소리는/ 공기를 빛으로 채워 준다”. 그러나 그 빛은 머물지 않는다. 시도 시간을 붙들어 두지 못한다. 지나가는 한순간을 조금 더 환하게 만들 뿐이다. 바닷가 언덕의 작은 시계방에서 바늘 하나짜리 시계를 만지작거리며 시간 앞에서 슬쩍 비켜서는 사람이 있다. 그 일을 멈추지 않는 한 그는 여전히 시간을 가지고 노는 소년이다.

추천평

인간의 의식은 명료한 것, 확실한 것, 뻔한 것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인간의 의식에도 늘 포착되지 않는 바깥이 존재한다. “기억하지 못하는 전생”, “윤곽 없는 기억들”, 그 모든 “갑갑하고 막막하고 흐릿한 것들”이야말로 의식적 존재의 바깥에 있는 무의식적 존재이다. 존재는 이렇게 규정 불가능하고 재현 불가능하며 설명 불가능한 “안개”의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 조창환 시인은 이렇게 주체와 언어 뒤에 숨어 있는 “끔찍한 아득함”을 계속 소환한다. - 오민석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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