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 물숨
2. 떠나는 길 3. 미역섬 4. 강치 5. 잠수 6. 가마니 집 7. 바다 건너편의 그림자 8. 순시선 9. 통나무 대포 10. 태풍 11. 독도 대첩 12. 안녕, 독도 에필로그. 제주 바다 추천의 말_상처를 넘어 새로운 삶으로_박현숙 작가 추천의 말_선물처럼 다가와 미래가 되는_김윤배 울릉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해설_물질의 연결: 몸으로 기억하기_황유지 문학평론가 작가의 말_희미해지지 않도록_정명섭 작가 일러두기_제주를 담아_정명섭 작가 |
정명섭의 다른 상품
|
애랑은 천천히 눈을 떴다. 파도 소리가 먼저 들렸다. 아직 눈도 뜨지 않았는데 귀에 익숙한 소리가 찾아왔다. 제주 바다는 늘 그랬다. 아침마다 파도가 먼저 일어나 사람을 깨웠다.
--- p.9 아버지. 애랑은 이불을 걷어차면서 그 생각을 억지로 지워 버렸다. 매일 아침에 하는 일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아버지 생각이 떠오르고, 그걸 지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아버지를 머리에서 지우고 나면 하루가 시작됐다. --- p.10 “무서우면 숨이 빠지고 몸이 굳는다. 몸이 굳으면 빨리 올라와야 한다. 그러니까 물 안에서는 무서워하지 말아야 한다.” --- p.13 물속은 조용했다. 애랑은 그 조용함이 좋았다. 그리고 바다는 아버지 생각이 나지 않는 곳이었다. 육지에서는 아무 때나 아버지 생각이 났다. 어머니와 밥을 먹다가도, 물허벅을 짊어지고 걸을 때도 생각났다. 집 뒤의 오름에 구름이 걸쳐져 있는 것을 봤을 때도 생각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런데 물속에서는 달랐다. 앞에 있는 것들만 보였다. --- p.16 다른 해녀들의 숨비소리 사이로 애랑의 숨비소리가 메아리처럼 바다 위로 퍼져 나갔다. 호오이! --- pp.16-17 “여기 있다고 뭐 좋은 수가 있습니까? 4·3으로 집안이 뒤집힌 데다가, 남동생이 산에 있었다는 이유로 경찰에 시달리고 있다고 들었어요. 한동안 멀리 있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전쟁은 작년에 끝났지만, 우리 전쟁은 끝나려면 아직 멀었잖아요.” --- p.21 사람 손이 닿지 않아서 몇 해를 자랐는지 모를 미역이 독도 바위 아래에 가득했다. 전복과 소라도, 성게도 있었다. 물 위에서는 보이지 않던 생명들이 빼곡했다. 애랑은 가까이 있는 미역을 한움큼 칼로 뜯어서 위로 올라갔다. --- pp.53-54 애랑은 뜨거운 전복 하나를 손에 들고 호호 불어가며 먹었다. 껍질 안에 갇혀 있던 진한 맛이 입안으로 퍼졌다. 짭짤하고 달고, 바다 냄새가 났다. --- p.176 “사람이 살면 그게 삶의 자리지. 그 자리가 쌓이면 그게 역사가 되는 거고.” --- p.179 동도 바위 꼭대기로 올라가니, 그동안 수비대원들이 새겨온 글자들이 보였다. 한국령(韓國領) 바위에 깊게 파인 글자였다. 정과 망치로 한 자 한 자 새긴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 p.179 파도가 오면서 배가 흔들렸다. 애랑은 흔들리면서도 넘어지지 않고 중심을 잡았다. 어머니의 말대로 배가 흔들릴 때는 몸을 낮추고 무릎에 힘을 뺀 채 흔들림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 p.183 물속에 들어간 애랑은 입안에서 길게 끝을 늘려서 숨비소리를 냈다. 호오이! 아무도 없는 새벽 바다에 퍼진 숨비소리가 파도 소리에 섞였다 사라졌다. --- pp.192-193 |
|
불편해도, 힘들어도, 그냥 하는 거
가장 일상적인 근면 성실함 『독도 비바리 애랑』은 성실함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해녀는 제주에서 흔한 직업이었고, 존중받지 못했던 일이다. 그리고 여전히 힘든 일로 취급되고 있다. 그러나 애랑과 애랑의 어머니 오순을 보면 힘든 물질과 하대받는 해녀라는 직업을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는지 알 수 있다. 오순이 ‘불편해도, 힘들어도, 그냥 하는 거’ ‘해야 하는 것은 해야 한다’라고 말하고, 이를 애랑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반복하는 데서, 그들이 얼마나 자기 일에 책임과 긍지를 느끼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독도 비바리 애랑』에는 6·25와 제주 4·3, 일본의 독도 침략과 이를 물리치는 독도수비대의 모습 등 한국사의 굵직한 장면도 등장하고, 이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울림을 줄 게 분명하다. 그에 더해 『독도 비바리 애랑』은 하루하루 성실한 오늘을 살아가는 해녀들의 일상을 통해 스스로 만족할 만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귀감이 될 만한, 성실하고 모범적인 ‘일’의 면면을 소중히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다. [작가의 말] 희미해지지 않도록 우연찮게 독도의용수비대에서 제주도의 해녀들을 고용해서 독도의 미역을 채취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비용을 독도를 지키는 데 사용했다는 얘기를 듣고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독도의용수비대는 홍순칠 대장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으로 비용을 자체적으로 조달해야만 했습니다. 독도에는 미역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해녀들을 고용해서 그걸 채취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습니다. 먼저, 독도에 의용수비대뿐만 아니라 해녀들도 거주하면서 독도가 우리나라 땅이라는 사실을 공고히 했습니다. 그리고 미역을 채취하는 활동을 통해 경제성을 입증했죠. 해녀들이 독도의용수비대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도 한몫했습니다. 특히, 가짜 대포로 만들 목재를 운반할 때 해녀들의 자발적인 도움이 컸다고 합니다. 『독도 비바리 애랑』은 가상의 이야기지만, 상당 부분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독도에서 채취한 미역을 사겠다고 한 일본인들에게 판매를 거절하는 모습은 명백한 역사 기록입니다. 사람들에게 비바리라고 무시당하고 여자라고 업신여겨졌던 제주 해녀들이 독도의 소중함을 알고 당당히 맞선 행동입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희미해져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이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갈매기조차 오가기 힘든 동해 한복판 어느 작은 섬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독도의용수비대원들과 그들을 헌신적으로 도왔던 제주 해녀들의 이야기를 말이죠. 여러분! 독도는 잊으면 빼앗기고, 기억하면 영원히 우리 땅입니다. 부디 독도를 기억해 주십시오. _정명섭 작가 [해설] 물질의 연결: 몸으로 기억하기 성장의 목표를 상처의 극복에 두지 않는 방식으로 성장의 개념을 이상화하지 않는 정명섭의 성장소설은 그 구체적인 삶의 감각으로 말미암아 역사 역시 더 이상 개인의 바깥에 있는 추상어로만 남지 않게 한다. 아버지의 세계가 역사적 폭력에 의해 부재할 수밖에 없었던 자리에서 어머니와 여성 공동체가 전수하는 몸의 감각을 통해 애랑은 더 넓은 세계와 연결되면서 역사적 주체로 성장한다. 이때 역사적 주체란 모든 과거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기보다 자기 삶을 이루고 있는 조건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그 안에서 움직일 줄 아는 사람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험하는 여자아이’의 의미를 단지 여자아이의 모험이라는 젠더적 전복에만 두어서는 안 된다. 역사적 폭력이 청년의 이동과 성장을 좌절시켜 온 한국 성장 서사의 한 계보 위에서 이 소설은 여성 청소년의 몸을 통해 다시 세계 쪽으로 나아갈 수 있는 성장을 상상한다. 성장이란 홀로 설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몸으로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독도 비바리 애랑』은 말하고 있다. 어떻게든 살아갈 방법을 궁구하는 사람들의 모습 뒤로 남는 것은 그들이 생을 대하는 방식이다. 해녀들과 독도의용수비대 그리고 강치무리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살아간다는 일을 흔들리지 않는 상태에 도달하는 것으로만 생각해 온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된다. 그러나 이 소설이 묘파하는 삶은 흔들림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역사의 상처가 낫지 않아도,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아도, 바다가 잠잠해지지 않아도 살아야 한다. 배는 여전히 세차게 흔들린다. 그러나 애랑이 배운 것은 파도를 멈추게 하는 법이 아니다. 힘을 빼고, 흔들리는 배 위에서 파도를 몸으로 타는 법이다. 물질을 배우는 일과 두려움을 아는 일, 역사를 기억하는 일은 따로 있지 않다. 파도를 없애지 않고 파도의 힘을 감각하며 몸을 움직이듯, 두려움을 껴안은 채 물질하고, 과거의 상처와 함께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세계가 더 이상 흔들리지 않게 된 뒤에야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는 와중에도 중심을 잡는 몸을 갖는 것. 애랑은 그렇게 물질을 배우고, 물질과 만나고, 물질로 연결되면서 온몸으로 시간과 장소를 통과한다. 그것이 이 소설이 애랑을 키워내는 방법이다. 그것은 온몸으로 살아내는 기술이다. _황유지 문학평론가 |
|
선물처럼 다가와 미래가 되는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등재 10주년, 제주해녀의 독도 출어 역사를 상징하는 협재 ‘울릉도출어부인기념비’ 건립 70주년이 되는 해에 제주해녀의 독도 출어를 담아낸 ⟪독도 비바리 애랑⟫은 삶의 터전으로 독도 바다를 일구었고, 독도 수호의 조력자였으며, 독도 바다의 생태학자인 수많은 애랑에게 바치는 뒤늦은 헌사라 할 수 있다. 애랑의 이야기가 보다 많은 청소년에게 전해졌으면 한다. - 김윤배 (울릉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
|
상처를 넘어 새로운 삶으로
소설을 읽고 나서 한참을 애랑의 숨비소리에 잠겨있었다. 나 또한 나만의 숨비소리를 만들며 내 몸이 기억해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나뿐 아니라 소설을 읽고 나면 모든 독자 또한 그러하리라. 어제와 오늘은 맞닿아 있고 오늘은 내일에 그리고 내일은 그다음 날과 연결된다는 삶을 배워가고 있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소설이다. - 박현숙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