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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신비 … 21
경이로움으로의 초대 | 결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 누군가가 되어가는 과정 | 썰물이 드러낸 세계 | 여름밤, 내가 생각하는 것들 | 깊은 감정에 따라 살 때 살아 있는 소리 … 53 1977년의 녹음실 | 지구의 소리들 | 새만금의 소리들 | 살아 있는 동안 꾸는 꿈이 찬란하다 살아 있는 몸 … 73 현실의 단어들 | 미래의 단어들 | 몸의 단어들 |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을 것들 | 만일 당신이 바뀌었다면 축하를 보내고 싶어 살아 있는 말 … 103 발기 종말 기념 여행 | 우리 시대 인간의 가능성 | 삶이 만약 선물이라면 | 누군가 눈물을 흘린다면 살아 있는 관계 … 135 안토닌이 흘린 두 번째 눈물 | 그러곤 서로를 껴안았다 | 개울가 항아리 정원 꽃들의 합창 살아 있는 빛 … 153 카카포 중심주의자 | 초록색 새벽의 성모자 | 검은 숲에서 한 점 초록색을 보았다 | 불탄 숲 산책자 살아 있는 이야기 … 173 바빌로프 | 바빌로프와 동료들 | 어두운 세상에 말을 거는 법 | 이헤레와 뭉흐자르갈 | 우리가 모두 살아 있는 동안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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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마코스처럼 살기를 하면서 알게 된 것들이 있다. 세상은 어둠이 있는 것만큼이나 빛나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적어도 어둠이 있기 때문에 무엇이 진짜 빛인지 알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것이 더 중요한데 세상은 내가 필요로 하는 이야기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런 이야기가 필요한지조차 몰랐는데 뒤늦게 알고 보니 먼 훗날 내가 필요로 하게 될 빛나는 이야기가 많은 장소이기도 하다.
---p.7 나는 평택 대추리, 제주 강정마을에서 군산 미군 기지까지 아픔과 분쟁의 현장에 풍악을 울리며 꽃차를 타고 나타나 순식간에 주위를 환하게 밝히며 끝까지 함께할 줄 알았던 그들의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지 늘 궁금했다. 어떻게 그들은 들썩들썩 춤을 출 것만 같은 걸음걸이로 걸어올 수 있단 말인가? 그 진한 향기 나는 생명력은 어디서 오는가? 어떻게 그렇게 봄날처럼 웃는가? 어떻게 그렇게 눈물도 진짜, 웃음도 진짜, 환희도 고통도 진짜인가? 그 비밀을 알게 된 것만 같았다. ---p.14 뜻하지 않은 순간에 만난 경이로움에 얼마나 많은 빚을 졌는지 모른다. “오늘 뭐 할 거야?” 누군가 묻는다면 “뜻밖의 경이감을 맛볼 준비가 되어 있지!”라고 대답하고 싶다. 카슨은 어쩌면 경이가 경이임을 알려주려고, 우리 삶에 경이로움을 섞어 넣으려고 일생에 걸쳐 에너지를 썼는지 모른다. 생명의 신비와 경이에 대한 감탄이야말로 그를 글쓰기로 이끈 힘이고 사는 동안 내내 계속 힘을 내게 한 원천이었을 것이다. ---p.27 나는 이 자의식이 없는 세계가 너무 좋다. 누가 썼느냐 하는 것은 우리가 그 책으로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가에 비하면 훨씬 덜 중요하다. 나 자신의 정체성도 나는 매개체, 전달자라는 것이다. 내가 책을 읽는다면 나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삶으로, 말로 세상에 내놓을지 고민한다는 뜻도 된다. 어쩌면 우리 모두 매개체일 것이다. 어떤 생각도, 어떤 말도 우리를 통과해서 전달되고 살아남는다. ---p.30 나는 가끔 아무런 이유도 없이 녹음실에 들어가 음성 파일로 가지고 있던 오동필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는 같이 있으면 세상이 달라 보이게 만드는 힘을 가진 사람이다. 전부를 걸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가 하는 거의 모든 말이 사랑의 실현이다. 내가 특히 자주 듣는 것은 도요새들의 날갯짓 소리를 흉내 내는 “슉- 슉- 슉- 슉-”, “무겁게 쉬익, 무겁게 쉬익”, 그리고 조수 파도의 소리를 흉내 내는 “두두두두두” 같은 의성어들이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작은 녹음실에서 하늘로, 먼바다로 얼마나 멀리 여행을 했는지 모른다. ---p.70 사람마다 품고 있는 욕망이 다를텐데, 나에게는 ‘살아 있는 말’에 대한 강력한 욕망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살아 있는 말을 들어야 살 것 같았다. 살아 있는 말을 듣고 그 살아 있는 말에 대답할 줄 알아야, 나도 살아 있는 말을 할 줄 알아야 내 삶이 진짜가 되고 선물이 되는 것 같았다. ---p.125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는 말이 참 좋다. 바빌로프와 동료들은 단순하게 죽어갔다. 우리는 단순함이 부족한 채 죽어갈 것이란 말이 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바빌로프와 동료들을 읽으면서 조금 이해했다.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혼란스럽게 죽어갈 수 있다. 그들은 살아 있는 동안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그 일을 하면서 죽어갔다. ---p.184 이야기를 만드는 자, 이야기를 만들면서 자기 자신도 만들어진다. 변화와 회복을 위한 이야기의 씨앗은 뿌려졌다. 모든 좋은 이야기는 뭔가가 시작될 것이라는 느낌을 주고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은 뭔가가 바뀔 것이라는 뜻이고 어쩌면 우리는 모두 살아 있는 동안 이런 씨앗을 위해 살고 있는지 모른다. ---p.1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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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는 새로운 이야기의 물결이 간절하다.”
『살아 있는 동안에』의 시작은 『앞으로 올 사랑』이다. 코로나가 한창인 2020년에 출간된 『앞으로 올 사랑』은 시대의 비극과 절박함에서 비롯되었다. 코로나 초기부터 인수 공통 감염병을 취재한 저자는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백만 명이 넘게 사망한 디스토피아 시대에 인간적 가능성을 모색했다. 그리고 2026년, 저자는 이 책을 다시 고쳐 쓰기로 했다. 『앞으로 올 사랑』에서 강조한 "새로운 상황은 새로운 이야기를 필요로 한다"는 말처럼, 지금—기후 위기, AI 로봇에 의한 인간의 대체, 불평등, 노동의 가치 추락, 가짜 뉴스, 혐오가 넘치는 이 시대에 우리에게는 새로운 이야기의 물결이 간절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동안에』에서는 코로나와 인수 공통 감염병에 대한 인문학적 배경 설명을 덜어내고 그 자리에 새로운 이야기를 넣었다. 어둠을 헤쳐나갈, 생명력이 꿈틀대는, 살아 있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 인간이 가장 인간다운, 삶이 가장 빛날 수 있는 이유와 방법을 담고 있는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삶의 힘을 발견할 수 있다. “어두움은 내가 여기 도착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살아 있는 동안에 할 수 있는 가장 놀라운, 좋은 일에 대한 이야기다. 어둠과 빛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 어둠 속에서 자신만의 깊이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저자의 말을 빌려 말하면 마음은 어두움투성이지만 눈으로는 빛을 찾고 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면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65년 경력의 해녀 조순희는 자신의 터전이었던, 하지만 지금은 황폐해진 바다를 앞에 두고 기도문처럼 외친다. "그래서 바다에 갈 때마다 빌어. ‘돌아오라, 돌아오라’." 여든다섯 살에 첫 해외여행을 한 이춘숙은 광활한 대자연 앞에서 자신의 생일을 맞이한 가슴 벅찬 순간에 소원을 하나 품게 된다. 노령 연금을 모아 네팔 소녀들에게 염소를 사주는 것. 레이첼 카슨은 암과 싸우는 과정에서 『침묵의 봄』을 집필한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믿고, 그 일을 제대로 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몽골의 유목민인 뭉흐자르갈은 풀 한 포기 없는 고비사막에 나무를 심는다. 이 나무가 사막화와 한파로부터 양과 염소를 지켜주리라고 믿으면서. 그녀는 절망 속에서도 행복하다. 사랑하는 것을 지키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저자는 이 빛나는 이야기들을 기억하며 말한다. "내가 앞에서 말한 사람들은 모두 그들에게 딱 맞는 소원을 품고 딱 맞는 말을 하고 딱 맞는 일을 하고 딱 맞는 사람들과 함께 있다. 살아 있는 동안 내가 살고 싶은 모습이다. 그들의 빛나는 이야기들을 따라 살아야겠다." “‘놀라면서 길 찾기’는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어쩌면 유일한 삶의 방식이다.” 삶이 혼란스러울 때는 어떻게 하는가? 저자는 참조할 것을 찾는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을 찾는 과정에는 놀라움이 담겨 있어야 한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고?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고? 이런 것이 가능하다고? 그런 놀라움은 사람을 끌어당긴다. 그렇게 놀라움과 경이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생각보다 멀리 와 있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어둠 속에서 빛을 찾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동시에 삶의 경이로움과 신비를 발견하는 이야기다. 없을 것 같은, 있음직하지 않은, 설마 기대할 수 없는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 발견 속에서 신이 나게 달려가는 이야기다. 페소아 시인의 말처럼, “아름다운 것은 숨어 있을 리가 없다. 언젠가 활짝 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