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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짜기 흐르는 맑은 물가에
이연수 저 이정록 감수
도서출판샘문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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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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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여는 글 / 4
평설 - 봄의 칸타타, 치유와 자성의 인생 비망록 … 손해일 / 6

1부 : 꽃잎이 바람 따라가네
봄이 오려나 / 24
봄은 / 25
봄을 기다리며 / 26
봄날을 기다리며 / 27
봄 1 / 28
봄 2 / 29
봄 길 / 30
기다리는 봄 / 31
봄맞이 / 32
봄의 소리 / 34
봄비 1 / 36
봄비 2 / 38
봄비 오는데 / 40
봄날의 잠시 / 42
4월의 노래 / 44
4월의 쉬어가는 길목 / 45
4월이 가려 하네 / 46
할머니의 봄맛 / 47
봄아! / 48
그리움 / 50
버들가지 보며 / 51
꽃비 내리는 날 / 52
봄의 화목 / 53
산골짜기 흐르는 맑은 물가에 / 54
꽃잎이 바람 따라가네 / 55
봄은 공평하다 / 56
추운 겨울 목련 / 57
라일락 꽃향기 / 58
라일락꽃 / 60
민들레꽃 / 61
5월을 기다리며 / 62

2부 : 은빛 계절, 저녁노을
세월은 간다 / 64
축복 / 66
인생은 흘러간다 / 67
노년의 가슴에 12월이 오면 / 68
이해도 이제 가는구나 / 70
어! 어! / 72
겨울 1 / 74
겨울 2 / 76
겨울은 춥다 / 78
눈 오는 겨울 / 79
눈이 내리네 / 80
이별 / 81
새해엔 / 82
사람과 때 바로 그사람 / 84
인생 황혼 길 / 86
행복을 알게 되는 순간 / 87
예원 1 / 88
자랑스런 예원이 / 88
예원 2 / 89
별에게 이어耳語하며 / 90
친구여 / 91
그리움이 사무쳐서 / 92
지나가는 것들 / 94
우리 모두 함께 / 95
난, 어색한 기분이 들었어 / 96
선물처럼 온 오늘 / 98
세월의 흐름을 읽어봅니다 / 100
은빛 계절, 저녁노을 / 101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 102
인생 / 104
안 회장님 / 106
여행자 / 107
겨울나무 / 108
한 해의 문턱에서 / 109
설국의 아침 / 110
무상無常 / 111
신명信命 / 114
새해 아침 / 116
갑진년에 나의 인사말 / 117
갑진년 새해에는 1 / 118
갑진년 새해에는 2 / 119
펑펑 쌓이는 눈 / 120
눈꽃 / 121
왔다가 가는 것들 / 122


3부 : 바람의 위로
오늘은 좋은 날 / 124
더 배우려니 / 125
바람의 위로 / 126
진실 / 127
나의 반성 1 / 128
나의 반성 2 / 129
거울 / 130
넋두리 1 / 132
넋두리 2 / 134
반장에게 / 135
오늘 하루도 감사 / 136
오늘 하루도 / 138
오늘 / 139
어느 날의 생각 / 140
조용한 그리움 / 142
비 / 143
응어리 / 144
숙제 / 146
식사 후 / 147
어느 날 / 148
투표를 하고 나니 / 149
날씨 좋은 날 / 150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152쪽 | 130g | 170*215*20mm
ISBN13
9791194817680

출판사 리뷰

〈평설〉

봄의 칸타타, 치유와 자성의 인생 비망록


- 손해일(시인, 문학박사, 국제펜한국본부 제35대 이사장)

[1] 머리말

이연수 시인(이하 이 시인)의 제3시집 『산골짜기 흐르는 맑은 물가에』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이 시인은 첫시집 『아직도 나는 초록빛 꿈을 그려요』를 내었다. 2023년에 이 시인이 발간한 제2시화집 『벼랑에서 건진 회춘』에 필자가 평설을 쓴 바 있는데, 이번 제3시집에도 평설을 부탁받아서 특별한 인연을 느낀다. 몇 년도 안 된 사이에 또 한 권의 시집을 내는 것은 이 시인의 문학에 대한 열정과 부지런함을 말해주는 것이어서 격려를 보낸다.

이 시인은 건국대학교 사회과학대학원을 수료하고 (사)아이코리아 충북대표 등 사회활동을비롯해 샘문예술대학에서 시창작과 시낭송을 공부하고 여러 편의 공저도 낸 바 있다. 제2시화집에선 고령의 이 시인이 오랫동안 고생하던 퇴행성관절염 탓에 외출도 못할 정도로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었다가 서서히 치유되었다고 한다. 다행히도 이번 시집엔 그런 고통의 흔적보다는 자연 교감의 기쁨과 성숙한 인생 문제에 집중되고 있다.

이 시인은 〈머리말〉에서 “시는 내가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의지할 수 있는 마지막 용기”라고 한다. “요즈음 한 집 건너 시인이라는 말도 있는데, 모자람을 끌어안고, 시인이라는 이름을 헛되이 할까 봐 두려워하며, 글을 읽는 모든 남의 가슴에 아름다운 설레임이 느껴지기를 희망해 본다”라고 시인으로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시창작 기법을 크게 ‘말하기’와 ‘보여주기’로 나눌 때 이 시인의 시는 진술과 감정토로 위주의 말하기에 가까우므로 시적 긴장은 덜하나 쉽게 익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81편을 수록한 이번 시집에 ‘봄’을 직접 제목으로 한 작품과 내용을 언급한 작품까지를 합하면 거의 30여 편이나 된다. 또 다른 큰 주제는 노년의 인생 반추와 삶의 의미 찾기이다. 이런 연유로 필자는 이번 시집의 특징을 “봄의 칸타타, 치유와 자성의 인생 비망록”이라 전제하고 논의를 시작한다.

[2] 봄의 칸타타, 설렘과 치유의 시학

앞서 언급했듯이 이 시인의 이번 시집엔 거의 3분의 1이 봄을 소재로 한 것이다. 봄이 오려나 봄을 기다리며 봄비 「봄의 화목」 「라일락꽃」 「꽃비 내리는 날」 「4월의 노래」 「봄 길」 「봄」 「봄비 오는데」 「봄은」 「버들가지 보며」 「5월을 기다리며」 「민들레꽃」 「봄비」 「라일락 꽃향기」 「4월이 가려 하네」 「봄아!」 「봄날을 기다리며」 「봄의 소리」 「봄맞이」 「날씨 좋은 날」 「기다리는 봄」 「봄」 등이다. 음악으로 치면 가히 ‘봄의 칸타타’ 봄의 향연이라 하겠다.

이 시인의 성격이나 개인적 취향이 특별히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심리학적으로는 특정 계절을 선호하는 공통적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시인은 고령임에도 봄을 유독 좋아하는 소녀적 감성이 충일하다. 일반적으로 봄은 여성의 계절이요, 가을은 남성의 계절이라고 가볍게 언급되곤 한다.

특정 계절만을 유독 좋아하는 성향을 심리학에서는 성격특성(big five), 자극 추구 방식, 정서 조절 기제로 분류한다. “봄만 유독 좋아하는 성향(Vernal Preference)” : 봄은 심리학적으로 상승, 시작, 확장의 에너지를 의미한다. 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경험과 자극에 열려있는 개방성과 외향성이 높은 경향이 있다. 추운 겨울에 억제되었던 활동성이 시각적 기온적 봄맞이로 도파민 분비를 촉진한다고 한다. 봄 선호자는 앞으로 펼쳐질 미래지향적 낙관성, 희망과 생동감을 선호한다고 한다.

참고로 “유독 가을만 좋아하는 성향(Autumnal Preperence)”: 외적 자극보다는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내향성과 깊은 감수성을 지닌다. 가을 특유의 고독감이나 낭만을 우울함이 아니라, 아름다움과 고요함으로 승화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 봄의 분주함, 여름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가을의 차분함에서 안정과 평온함을 얻는 경향이 많다. 가을은 심리적으로 수렴, 성찰, 정리의 에너지를 의미한다.

시의 긍정적 기능 중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제시한 ‘카타르시스(catharsis)’ 개념이 중요하다. 순화, 정화, 또는 배설의 의미도 있다. 이것은 마음속에 억압된 감정의 응어리를 언어나 행동으로 외부에 표현함으로써 정신적, 심리적 안정을 찾는 일을 말한다. 이 시인이 유독 봄을 통해 느끼는 정서적 만족감도 이런 경우로 생각된다. 이른바 치유의 시학이다. 서두가 길어졌지만, 이런 논의를 전제로 ‘봄의 전령사’인 이연수 시인이 작품을 살펴본다.

쉬운 시들이므로 필자의 설명보다는 시 본문을 음미해보면 이 시인이 얼마나 봄을 좋아하고 경도되어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한 장 남은 달력은/ 어제이고/ 12장의 달력은 희망찬 내일이니까.../ 봄이 오네//
바람은 길을 가르듯/ 긴 겨울의 어둠에서/ 헌 땅 허물고/ 강 건너 그리움 안고/ 오려 하는가//
봄 향기 길 가르며/ 행복의 나라로/ 노오란 산수유꽃 나래 펴//
봄빛 어우러지는 저 멀리서/ 날아오르네//
봄은 겨울의 어둠에서/ 차디찬 어둠 깨고/ 강 건너 남풍 타고 내게로 오네//

- 「사람과 때 바로 그 사람」 일부

이 작품은 긴 겨울의 어둠에서 봄을 기다리는 ‘대춘부(待春賦)’이다. “봄이 오네/ 헌땅 허물고/ 강건너 그리움 안고” “봄 향기 길 가르며 산수유꽃 나래 펴고” 행복의 나라로, 차디찬 어둠 깨고, 강 건너 남풍 타고 봄이 내게로 온다.

봄이 내리는 숨소리에/ 가슴이 두근대는//
오순도순 살아가는/ 마을 할머니들//
쑥부쟁이 새봄이 숨 쉬는 곳에/ 나이는 먹으면 먹을수록/ 왜 그리움만 커갈까요?//
쑥버무리 진달래꽃 화전 싸 들고/ 봄나들이 가지요/
예쁜 꽃이 입으로 들어가선 꽃이 되어요//

-「할머니의 봄 맛」전문

이 작품 역시 한마을에서 오순도순 살아가며 봄이 오면 가슴이 두근대는 할머니들의 봄맞이 풍경을 그리고 있다. “쑥부쟁이 새봄이 숨쉬는 곳에/ 그리움만 커져/ 쑥버무리 진달래 화전 싸들고 나들이 간다.” 농익은 봄과 깊이 교감하는 이 시인의 독특한 정서를 보여준다.

벚꽃이 지고/ 이 봄도 가고//
그래도/ 내년이면/ 벚꽃은/ 다시 오겠지만//
보고 싶어라/ 내 친구여/ 그대들은/ 다시 오지 않으리니//
벚꽃잎 바람에 날리는 하늘을/ 내 목이 빠질세라/
바람에 실린 꽃잎만/ 소식을 대신하고/ 지는 봄을 붙잡듯/
그리움만 하늘에 흩날린다/

-「꽃비 내리는 날」전문

이 작품은 꽃비 내리듯 “벚꽃이 지고/ 이 봄도 가고// 내년이면 벚꽃은 다시 오겠지만” “가버린 친구들은 다시 오지 않으리니” 내목이 빠질세라, 지는 봄을 붙잡아 보지만 그리움만 하늘에 흩날린다.

가끔 느낀다/ 바람이 노래를 하네/ 리듬을 타듯/ 춤을 추는 듯/
꽃들도 나무도/ 리듬을 타며 합창을 하네//
바람결에 취하여/ 나도 모르게/ 자연의 일부가 되어/ 그 숨결 속에/
어느새 스며드는 나를 보네//
내 뜨락에도/ 저마다 꽃들은/ 봄의 색깔로 물들이며/ 벌 나비와/ 재미있게 놀이를 하나 봐//
이제 4월의 봄날이 가려는가보다/ 4월의 바람은 참으로 따사롭고 신기하여라/
노래하는 그 멜로디 속에 내가 있네.//

-「4월의 노래」전문

여기서도 이 시인이 봄을 진정으로 느끼고, 꽃과 벌 나비와 교감하며, 봄을 만끽하고 있다. 그런데 그 4월의 봄날이 벌써 가려는가 보다 하고 조바심친다. 따사롭고 신비한 멜로디 속에 내가 있다고 행복해한다. 이상에서 몇 편을 살펴보았거니와 서정적이면서 어려운 작품들도 아니므로, 예시하는 본문을 음미하기를 권하며 더 이상 설명은 생략한다.

겨울 추위를 벗어나/ 봄을 맞이하려나/ 꽃샘추위를 벗어나/ 얼어붙은 세포를 깨우며/
내 마음에 언어들이/ 질서 없이 자유롭게/ 흐트러지는 것 같다/
봄 햇살이 참 곱다/ 겨울의 흔적에서/ 벗어나지 못한 옷차림이/ 조금은 어색하구나/

- 「봄날의 잠시」 일부

비좁은 돌 틈 사이에/ 제비꽃이 피었네요/
그 옆자리 노란 민들레꽃/ 비집고 들어앉아/
방긋 웃고 있어요/ 사이좋은 남매같이/ 행복해 보여요/
봄 햇살 방긋 웃고 있어요/ 아름다운/ 봄빛이 두루 비치고 있어요//

- 「봄의 화목」전문

나이도/ 지위도/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돌아오는 봄/
어머니 품과 같은 자연의 배려/ 이제 봄이 서서히 우리 곁을 떠나/

- 「봄은 공평하다」 일부

온갖 꽃이 피어있는/ 나의 산책길// 꽃을 마주 보며/ 이름을 부르면//
봄볕이 예쁘게 꽃잎을 건드린다//... 기쁨을 담은 행복이/ 꽃으로 피어나/
여린 햇살 사이에서/ 나를 부른다//
봄길은 아름다운 길/ 나의 산책길 행복이어라//

- 「봄 길」 전문

봄이 오면 산과 들이 시를 씁니다//
겨울 동안 가슴속에서/ 굴리어 오던 노래를/ 꽃으로 초록으로 풀어냅니다//
해님의 사랑이 가슴 벅차서/ 새들은 노래하고/ 나무는 꽃 피우고/
풀잎은 초록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러나 시인은/ 마음의 샘이 막혀/ 한 줄의 글도 못 쓰고/ 하늘만 봅니다/

- 「봄」 일부

봄은 화가인가 봐/ 그래서 모든 이가/ 봄을 그리도 기다리나 보지/...
생동하는 만물들에/ 풍성한 화풍/ 봄은 참 화려하고/ 예쁜 계절이지요//
봄은 내 마음에도/ 꽃을 그려 주어요// 내 마음에도 지금 꽃이 피어요//
--「봄은」 일부

봄바람아/ 꽃잎 떨구고/ 가지 마라//
아무리 싱그러움 가득 실은/ 5월이 온다 해도/ 그 꽃잎 그립지 않으리//
녹색 빛깔 향기/ 기다림은 길었지만/ 욕심 많은 나의 마음/ 아쉬움 또한 크단다//

- 「5월을 기다리며」 일부

새싹이 파릇파릇/ 봄비를 맞는다//...
반짝이는 이슬이/ 나를 이끈다/ 곱고 예뻐라/ 이슬 젖은 잎새들//...
소록소록 내리는 봄비가/ 천지를 적시며/ 아름답게 빛난다//
봄비가 예쁘니/ 세상이 다 깨끗하고 아름답다/

- 「봄비」 일부

가슴 깊이 곱게 피었다가/ 시들고/ 다시 피어나는 봄//
봄이 가려 하니/ 서러움 사무친다// 봄아! 내년에 또 만나자.//
“한 마리 참새는 봄을 나를 수 없다(고흐의 말)”
그러나 진짜 봄이 오면/ 무리의 참새들이 봄을 나른다/

- 「봄아!」 일부

이제 봄이 오겠지요.// 행복도 함께 올 거예요.//
우리의 삶이/ 이제 따뜻해질 거예요./

- 「어느 날」 전문

그리움처럼/ 그 옛날 새싹 같은/ 첫사랑처럼/ 봄비가 내린다//...
창밖에 봄비가/ 행복을 꿈꾸듯/ 소리 없이 내 마음 적시며/
하염없이 내린다/ 봄비가 내린다/

- 「봄비」 일부

아직도/ 환청처럼 들려오는/ 봄의 소리는/
어디서 들리는 듯/ 봄이 왔다고 떠드는/ 내 마음의 소리/
어슴푸레 보이는/ 봄 아지랑이가/ 꽃샘추위인가/...
아직은 추워라/ 겨울인 것을/ 억지로 봄이라고/
이름 짓는 것은/ 그렇게도 봄을 기다리는/ 내 마음이 아닐까/

- 「봄의 소리」 일부

말없이 떠나기 아쉬운/ 겨울이/ 기억이라도 하라는 듯/
눈도 내려주고/ 바람도 불게 하고/ 심술을 좀 부리는구나//...
살짝 새봄 소식 오거들랑/ 돋아나는 새싹들/ 맞이하면서/ 예쁜 봄을 안아봐야지//
봄맞이하려니/ 어떻게 맞을까?/ 설레어서/ 문가에 서성이네 봄맞이//

- 「봄맞이」 일부

센 바람이/ 길을 막아서도/ 봄날은 온다//
봄바람이 녹이지 못하는/ 찬 겨울 언제 있었나/
행복하고 여유로운 시간/ 기다리는 봄빛//

- 「기다리는 봄」 전문

봄이 오려나/ 꽃향기가 코에 들어오네/...
살랑살랑/ 봄바람이 꽃향기 풍겨요/ 노란색 울타리에/
나비가 팔랑팔랑/ 봄소식 전하러 다녀요/ 봄이 오나 봐/
-
「봄」 일부


[3] 삶의 의미 찾기와 노년의 인생 자성록

이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 주로 추구하는 것은 삶의 의미 찾기이다. 온갖 세상 풍파를 겪으며 살 만큼 살아 낸 노년에 느끼는 인생무상과 허무함, 그리고 이에 대한 자각으로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는 인생 자성록이기도 하다. 이런 류의 작품이 「무상(無常)」 「그냥 사는 거지요」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오늘 하루도」 「응어리」 「나의 반성」 「어느날의 생각」 「우리 모두 함께」 「여행자」 「선물로 받은 오늘」 「오늘 하루도 감사」 「거울」 「바람의 위로」 「신명(信命)」 등이다.

세계 인류가 각자 천차만별인 인생관으로 살고 있지만, 보편적인 것은 성경 말씀이나 불교의 화엄경에서 발하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가 아닐까 한다. 세상만사 ‘새옹지마’요, 각자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니까. 이 시인은 가톨릭신자로서 신명(信命)이라는 작품도 쓰고 있다.

가버린 세월/ 그립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득한 채/
지난날이 인생의 전성기였구나/ 회한이 온다//
젊은 날은 가고/ 노인이 되고 보니/ 인생은 허무하고
야속한 세월은/ 뒤도 돌아보지 않으니//
황혼길 저물어가는 길목에/ 서러움 사무치는구나/

- 「넋두리」 전문

가버린 세월은 추억으로 가득하지만 “젊은 날은 가고/ 노인이 되고 보니/ 인생은 허무하고”
황혼길 저물어가는 길목에/ 서러움이 사무친다“고 넋두리를 한다.

내 안에 가득한 응어리/ 응어리로 토해낸다//
한의 소리/ 새가 운다/ 새가 울어/ 나도 운다/ 허무한 세월이여//
피맺힌 세월/ 내 청춘 다 어디 갔나/ 서글퍼라, 다시 못 올 청춘이여//
무정한 임이여/ 나를 두고 어디 갔나//
애달파라/ 뜨거운 눈물이여/ 한 맺힌 눈물이여//

- 「응어리」 일부

이 시인은 ‘넋두리’에 이어 내 안에 가득한 ‘응어리’를 토해낸다. 새가 우니 나도 울고, 피맺힌 세월 다시 못올 청춘이 서러워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인생은 느끼는 자에겐 비극이요, 생각하는 자에겐 희극“이라는 서양 격언이 있다. 나이 들고 아픈 이 시인의 정서는 비극 쪽에 가까운 듯하다.

돌아보면 젊은 날들/ 굽이굽이 눈물겨운 날들//
그 길고도 험난했던/ 고난의 세월/ 어떻게 지내 왔는지...//
무심한 세월 속에/ 파도에 밀려/ 이미 여기까지 왔구나//
온몸은 쑤시고/ 여기에 저기에/ 아픈 곳 투성이 눈물이 난다//...
무거운 발걸음 이끌고/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는 모든 것 다/ 풀어놓고/
내 인생 다스리며/ 후회 없이 살면 되지/ 욕심은 금물...//
가슴에 묻어둔 아픔, 억울함/ 미련 없이 다 떨쳐버리고/ 편안하게 살자//...
늘 하느님의 뜻으로/ 편안하게 펴놓고 살자!

- 「어느 날의 생각」 일부

이 작품에서 이 시인의 돌아본 자신은 “돌아보면 젊은 날들/ 굽이굽이 눈물겨운 날들// 그 길고도 험난했던/ 고난의 세월”이다. 파도에 밀려 여기까지 왔으나 “온몸은 쑤시고/ 여기에 저기에/ 아픈 곳 투성이 눈물이 난다”라고 한다. “가슴에 묻어둔 아픔, 억울함/ 미련 없이 다 떨쳐버리고.../ 늘 하느님의 뜻으로/ 편안하게 펴놓고 살자! 고 다짐한다.

지나간 세월은/ 아무리 채우려 해도/ 그냥 갔을 뿐/ 이미 가버린 그때는/ 지금의 우리가 아닌데/...
흘러간 시간 속에/ 그리운 내 얼굴/ 네 얼굴/ 찾을 길 없구나//...
욕심을 부려 본다면/ 서럽든 말든// 그리 많지 않은 시간이/ 아쉽고 귀하다/
그나마 좀 더 건강하게/ 더 살고 싶은 마음에 /
건강도 체크하고/ 약도 먹으며/ 하루를 운동도 하고/ 영양도 챙기며//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어느 때는/ 눈물겹게/ 자신이 서럽기도 하다//

- 「무상(無常)」 일부

그냥 흘러가 버린 지난날은 이미 우리의 것이 아니다. 그리운 내 얼굴, 네 얼굴도 찾을 길 없다.
그리 많지 않은 시간이 아쉽고 귀하여, 영양도 챙기고 운동도 하며 건강을 챙기지만, 이런 하루하루가 눈물겹게 서럽다고 느낀다. 그러나 이것은 이 시인뿐 아니고 노년에 느끼는 보편적 정서일 것이다.

인생이란/ 왕복이 없는/ 승차권 한 장만/ 손에 쥐고 떠나는/ 한 번뿐인/ 여행이라네요//...
인생 여행 떠나기 시작하면/ 다시 못 올 여행길이니/ 즐겁게 여행하자//...
가자/ 인생 여행길은/ 가는 속도가 모두 같으니/ 순리대로 가자//
예쁘게 예쁘게/ 사람들이 세상에 와서 받은/ 삶의 속도는 모두 같은데/
각자의 생각이 다를 뿐이야.//

-「인생」 일부

이 작품에서는 왕복이 없는 ‘편도 승차권, 원웨이 티킷’ 인생이지만, 모두 속도가 같은 여행길이니 순리대로 즐겁게 살아가자고 권면한다.

천사의 마음속에는/ 악마도 함께 산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난 정말 착하게 살고 싶은데/ 내 마음속엔/ 미운 사람도 많고/
내 것을 빼앗아 간 사람도 밉다/ 이제 남은 노을 인생/
착한 마음만 남았으면 좋겠다//
착하게 살고 싶으니/ 날 다스리자 다스리자//

- 「나의 반성」 일부

불완전한 인간의 마음속이라 천사와 악마가 공존한다. 지킬 박시와 하이드가 같이 산다. 이 시인의 마음속에도 미움과 사랑이 공존하지만, 착한 마음만 갖도록 자신을 다스리자고 다짐한다

생각해 보면/... 더불어 살아갈 때 행복하고/ 더욱 빛나는 우리들의 삶/...
서로를 위로하며 길에는/ 서로가 손잡는 힘이 있습니다/ 즐거움이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의 인생/ 선물같이 또다시 찾아온 삶//
감사하며 주어진 삶/ 값있게 꾸며가며/ 빛나는 내일을 향하여/ 힘차게 살아봅시다//

- 「선물처럼 온 오늘」 일부

우리 인생이나 선물처럼 주어진 오늘 하루는 ”함께일 때 의미 있고, 서로가 서로를 손잡고 위로할 때 즐거움이 있다고 깨닫는다. 감사하며 주어진 삶을 힘차게 살아보자고 권면한다.

우리가 이렇게/ 하루하루/ 복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음은//
천지 창조주/ 하나님의 뜻이라//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면/ 정말로 행복한 마음은/ 내 것이 될지니//
하느님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

- 「오늘 하루도」 일부

이러한 다짐과 반성 끝에 “우리가 이렇게/ 하루하루/ 복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음은//
천지 창조주/ 하나님의 뜻이라”고 깨닫는다. 귀한 오늘 하루하루는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감사함의 나날이다.


쓸쓸한 삶의 거리/ 나도 모르게/ 외로움 다가오네//
인간은 누구나/ 혼자이고/ 외로운 것이거늘//
빈자도 부자도 다 혼자인 것을/ 내 마음속엔 언제나/ 쓸쓸함이 존재한다//
어느 날 문득/ 흰머리 알아보고/ 가슴이 찡해져/ 울던 날 있었지//...
인간의 본질적 정체성을 찾아서/ 사람이란 어느 날엔가는/ 죽기 때문에/
내면에 늘 외로움이 정체해 있다// 언젠가는 죽는다//
나는 열심이지 못한/ 가톨릭 신자다/
그러나 하나님을 믿는다// 오로지 하나님은 아신다//
대답은/ 하나님의 영역이다//
하나님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빌 뿐이다

- 「신명信命」 일부

이 시인이 방황 끝에 내린 결론은 신명(信命)이다. 쓸쓸한 삶의 거리에선 빈자도 부자도 모두 쓸쓸하고 외롭다. 문득 나이 먹고 흰머리에 찡해져 울던 날도 있었지만 결국 돌아갈 곳은 ‘하나님 품’이라는 자각이다. “나는 열심이지 못한 가톨릭 신자”이지만, 하나님을 믿는다. “하나님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빌 뿐이다.”

[4] 맺는말
지금까지 이연수 시인의 제3시집 『산골짜기 흐르는 맑은 물가에』의 작품세계를 살펴보았다. “봄의 칸타타, 치유와 자성의 인생 비망록”이라는 전제로 고찰해 보았다. 81편의 수록 작품 중 30편 가까이가 ‘봄’ 소재이기에 작품과 함께 심리학적인 고찰을 해보았다. 봄은 심리학적으로 상승, 시작, 확장의 에너지를 의미한다. 새로운 경험과 자극에 열려 있는 개방성과 외향성이 높은 경향이다. 추운 겨울을 싫어하고 “유독 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성향”은 새로운 경험과 자극에 열려있는 개방성과 외향성이 높다. 유독 이 시인이 봄을 좋아하는 것은 성격이나 환경 탓도 있겠지만 노년임에도 소녀적 감성이 충만하고, 생동하는 봄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둘째, 삶의 의미 찾기와 노년의 인생 반추 차원에서 살펴보았다. 나이가 들수록 인생이 허무하고, 건강도 여의치 않는 게 인지상정이다. 이런 감정들이 여과 없이 표출된 작품들이 있으나, 스스로 자성하고 하나님을 의지하는 종교적 안정감도 보였다. 글은 곧 사람이라는 말도 있다. 인간은 나면서부터 행복할 권리가 있다. 과거의 아픈 기억이나 노년의 불편한 현실도 매사 마음먹기에 달렸으므로 시를 통해 행복한 노년 가꾸기를 바라며 평설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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