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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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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여는 글 _ 제2시집 마음의 나루터에 / 4
평설 _ 삶의 저편에서 별을 건져 올리는 마음 / 7

제1부 : 당신께 드리는 봄
잔 속의 매화 / 24
어머니의 눈물 / 25
나의 어머니 / 26
시인 / 28
고향 / 29
고추가 하는 말이 / 30
초가집 향수 / 32
당신께 드리는 봄 / 33
부침개 아침 / 34
달그림자(月影) / 36
달무리 / 37
달빛을 덮고 / 38
사랑의 샘 / 39
생각 / 40
두레박 한(恨) / 41
당신은 무슨 말을 그리 하십니까 / 42
당신의 기다림 / 44
봄비의 약속 / 46
잔 속에 다시 핀 매화 / 48
금의환향(錦衣還鄕) / 50

제2부 :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새해 첫날 해맞이 / 52
생각하는 아침 / 53
세종대왕마마 전상서 / 54
3.1절, 민족의 혼 / 56
소리 없는 언어 / 58
가자, 가자 / 59
가야만 하나 / 60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 62
마음속 우주 / 64
거울 속의 세월 / 66
찌 불의 풍류 / 68
갈 건가 말 건가 / 70
그는 촛불이었다 / 71
목치目癡 정치情癡 / 72
무심한 권리 / 74
내 일이여 / 75
꿈이 아닐 거야 / 76
다시 일어서자 / 78
불나비 / 80
다음 무대 / 82
지하도 / 84
날은 더운데 / 86
특별한 은총 / 87
욕심 / 88

제3부 : 수선화 필 때
아직도 잘 모른다 / 90
별 하나 달하나 / 92
들꽃 / 93
오는 봄 가는 봄 / 94
임의 향기 / 95
기억 속에 남은 정 / 96
하얀 그림자 / 98
좋은 날 / 99
천천히 / 100
너무나 아름다워 / 101
나를 지키신 할아버지 / 102
속삭임 / 104
그러면 안 되지 / 105
수선화 필 때 / 106
그대는 어디 가고 / 108
핑계 / 109
그리다 만 그림 / 110
그리움은 혼자 오지 않았다 / 112
그리운 사람 / 114
그리움이여 가거라 / 115
주마등 추억 / 116
도시의 야경 / 118
말 없는 사람 / 120

제4부 : 마음의 나루터에
그 남자의 비둘기 집 / 122
어느 비 오는 밤 / 124
길인 듯 아닌 듯 / 126
마량 까막섬 / 128
마음의 나루터에 / 130
가우도 출렁다리 / 131
남미륵사의 독경소리 / 132
창포 / 135
마음의 아리랑 / 136
내 마음 속모를 곳 / 138
만고풍상萬古風霜 / 140
백로의 고독 / 142
부두의 노래 / 143
청산도 / 144
여울목 물돌이 / 145
별을 따며 / 146
별지기가 별이 되던 날 / 148
청실홍실 / 150
별난 사람 / 151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 152
어머니 가슴 / 154
추억(追憶) / 155
가을 / 156

제5부 : 받아놓은 후회
요양원의 신부님 / 158
요양원에 핀 꽃 / 160
이 한 잔 받으시면 / 161
인생의 시간 / 162
나를 지키신 할머니 / 164
구름이라 여기시고 / 167
무정(無情) / 168
초대받지 않은 손님 / 170
먼대서 오신 손님 / 172
바람이 하는 말이 / 173
받아놓은 후회 / 174
바람 타고 오신 임 / 175
흰머리 소년과 꽃비행기 / 176
허공 속 메아리 / 177
허공 속의 인연 / 178
심중에 말 한마디 / 180
마지막 엽서 / 181
마지막 잎 새 / 182
어찌하랴 / 183
팔십오 세 / 184
대신 질 수 없는 짐 / 186
말마다 죽것네 / 188

저자 소개 1

아호: 수월 전남 완도군 출생, 영광군 거주 동강대 경영정보과 졸업 로컬세계신문 선임기자(현) (사)문학그룹 샘문 부이사장 (사)한용운문학 편집위원 (주)한국문학 편집위원 (사)샘문학(구,샘터문학) 부회장 한용운문학 편집위원 한국문학 편집위원 (사)출판그룹샘문(샘문시선) 회원 공무원문학회 회원 전남문인협회 회원 완도문학회 회원 〈수상〉 샘문뉴스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등단 샘문뉴스 신춘문예 수필부문 당선 등단 샘문학상 신인문학상 시부문 수상 모산문학상 시 최우수상 한용운문학상 시부문 본상 샘문학상 시부문 우수상 〈저서〉 바람의 연서
아호: 수월
전남 완도군 출생, 영광군 거주
동강대 경영정보과 졸업
로컬세계신문 선임기자(현)
(사)문학그룹 샘문 부이사장
(사)한용운문학 편집위원
(주)한국문학 편집위원
(사)샘문학(구,샘터문학) 부회장
한용운문학 편집위원
한국문학 편집위원
(사)출판그룹샘문(샘문시선) 회원
공무원문학회 회원
전남문인협회 회원
완도문학회 회원

〈수상〉
샘문뉴스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등단
샘문뉴스 신춘문예 수필부문 당선 등단
샘문학상 신인문학상 시부문 수상
모산문학상 시 최우수상
한용운문학상 시부문 본상
샘문학상 시부문 우수상

〈저서〉
바람의 연서

〈공저〉
태초의 새벽처럼 아름다운 사랑
불의 시詩 님의 침묵
김동리 각문刻文
물돌이 문법
만해 문심지도 외 다수
<샘문시선/ 한국문학시선>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240g | 130*210*20mm
ISBN13
9791194817703

책 속으로

제1시집 「바람의 연서」가 출간된 지 채 1년도 못 돼서
두 번째 시집 「마음의 나루터에」를 내놓습니다.

시를 쓴다는 것이 쉬어질 줄 알았는데 쓸수록 어려움을 느낍니다.
아는 것이 힘이다, 라고 합니다만, 이제 보니 모르는 것이 더 힘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 선생님의 시집을 대하고 부터는 단어 하나 고르기가 더 힘들고 시에 대해 깊이 들어 갈수록 어렵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지금 나의 심정에 대한 훗날의 평가가 두렵기도 합니다만, 그럼에도 시에 매달리고 있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도대체 왜 시를 쓰느냐고?
혼자만의 독백이라면 굳이 어렵게 시를 쓰지 않아도 될 것이고 독자님들에게 보이고 싶다면 그건 과욕이 아닌가, 라고…

그러나 문헌으로 남기려는 건 아마 시인의 원초적 본성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마음속에 자신만의 우주를 만들어 가는 감성의 작업이 시인의 길이 아닐까요?

「시는 그렇게 아름답고 훌륭하더니 이제 보니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시를 대하는 독자들은 그 시의 감성으로 시인을 상상하고 해석합니다.
아마 한 분도 상상과 해석이 같은 분이 없을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두렵습니다.
그리고 기대도 됩니다.

사람의 일상이 어찌 수도하는 것처럼 살 수가 있겠습니까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저 역시 타인을 그런 기준으로 보기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시를 쓰는 마음으로 살아가자.
그러다 보니 시를 쓰기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단어 하나 고르기가 어렵고 앞뒤 문맥 살피기가 어렵고 더욱 두려운 것이 독자들에게 비춰질 내 자신의 평가입니다.

나는 오늘도 시를 씁니다.
종이 위에 나를 씁니다.
훗날 내가 독자가 되어 다시 내 시를 음미할 때 오늘의 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두려운 마음으로 시를 씁니다.

내가 해설하기도 벅찬 말의 유희 속에 빠지지 않았는지 돌아봅니다.
콩나물시루에 물주는 심정으로 시 방울을 가슴에 뿌리다 보면 생의 마지막 역에 도착하기 전에 덜 익은 내 가슴에도 시 꽃 하나쯤 열매로 맺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오늘도 시를 씁니다.

지금까지 곁에서 조용히 지켜봐 주는 나의 아내 김행엽 여사에게 평소에는 못하던 감사하다는 말을 이 지면을 빌어서 올리며, 한국문단의 이정록 교수님을 비롯하여 여러 선생님 그리고 사랑하는 저의 가족들, 친구들, 저를 아시는 모든 분의 너그러운 격려를 부탁드리며, 감사와 존경을 드립니다.

2026년 9월 30일

水月 시인 이남규 배상

출판사 리뷰

삶의 저편에서 별을 건져 올리는 마음
- 은설 강소이(시인, 교수, 소설가, 문학평론가)

1. 들어가는 말
이남규 시인의 이번 시집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한 사람의 생애가 하나의 긴 길로 펼쳐지는 것을 보게 된다. 그 길에는 어린 시절의 고향과 초가집, 장독대와 개울, 솔밭길이 있고, 바다와 섬과 부두가 있으며, 함께 살아온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있다. 때로는 역사와 사회의 현실이 그 길을 가로막고, 어느 순간에는 늙음과 죽음이라는 삶의 근원적인 문제가 앞을 가로놓는다. 그러나 시인은 그 모든 시간을 지나면서도 끝내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집은 특정한 정서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운 작품집이다. 고향과 가족, 사랑과 이별, 자연과 역사, 노년과 죽음, 신앙과 인간관계가 서로 얽혀 있으며, 그사이에 생활의 해학과 소박한 웃음까지 자리한다. 따라서 이 시집을 단순히 ‘그리움의 시집’이나 ‘노년의 시집’ 혹은 ‘회고의 시집’이라고 부르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이것은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그 안에 남아 있는 사람과 사물과 기억을 하나씩 건져 올리는 ‘생애의 시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생애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시적 상징 가운데 하나가 ‘별’이다.
「별을 따며」에서 시인은 하늘의 별을 하나씩 따면서 그 별 속에서 할머니와 어머니, 동생, 아버지와 큰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런데 자신의 별은 아직 따지 않는다. 언젠가 누군가의 손안에 영롱하게 내려앉을 수 있도록 자신의 별은 조금 더 하늘에 남겨두겠다는 마음이다.

이처럼 이남규의 시에서 기억은 과거에 머문 행위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게 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2. 시편 들여다보기
가. 기억의 풍경, 고향의 시간
이 시집에서 가장 따뜻한 부분은 지나간 시간을 거창한 사건으로 복원하지 않고 사소한 생활의 풍경을 통해 되살려낸다는 데 있다. 〈기억 속에 남은 정〉에서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은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추억〉에서는 큰아버지의 등에 업혀 서낭당길을 넘던 어린 시절의 체온과 큰아버지의 온기가 되살아난다. 〈초가집 향수〉에서는 초가집과 장독대, 백일홍과 맨드라미, 어머니와 할머니의 손길이 하나의 오래된 풍경처럼 펼쳐진다.

이러한 작품에서 고향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다. 그것은 시인의 삶이 시작된 최초의 세계이며, 한 사람이 인간으로 성장하기 이전에 이미 마음속에 새겨진 원초적 기억의 공간이다.

나. 웃음과 해학, 삶을 견디는 또 하나의 힘
이 시집을 읽으면서 주목할 부분은 의외로 ‘웃음’이다. 〈말마다 죽겠네〉, 〈고추가 하는 말이〉, 〈목치(目癡) 정치(情癡)〉, 〈별난 사람〉, 〈욕심〉 등의 작품에서는 무거운 삶의 문제를 지나치게 비장하게 끌고 가지 않는다.

특히 〈욕심〉에서 주먹을 꼭 쥔 채 넘어졌는데 그 손안에 떡 한 조각이 들어 있었다는 장면은 인간의 욕망을 아주 익살스럽게 보여준다. 인간이 얼마나 작은 것까지도 놓지 못하는 존재인가를 웃음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해학은 시인의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도 연결된다. 따라서 이 시집의 해학은 주변적인 장식이 아니다. 오히려 삶의 무게를 견디게 해주는 또 하나의 정신적 힘이다.

그 때문에 이 시집은 전체적으로 슬프면서도 어둡기만 하지는 않다. 죽음을 이야기하면서도 웃음이 있고, 늙음을 이야기하면서도 내일이 있으며, 이별을 이야기하면서도 다시 만날 가능성을 바라본다. 이러한 균형감이 이남규 시인의 시 세계를 한층 인간적으로 만든다.

다. 사람을 향하는 시선과 ‘낮은 곳’의 윤리
이 시집에서 가장 중요한 또 하나의 특징은 ‘사람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 마음’이다. 시인은 떠난 사람을 기억하고, 늙어가는 사람을 바라보며, 가난한 사람을 바라보고, 요양원의 노인을 바라본다. 이름 없는 사람과 작은 생명, 자연의 사물까지도 마음의 시야 안에 들여놓는다.

〈지하도〉에서 냄비 앞에 놓인 몇 닢의 동전과 남루한 그림자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가난한 사람을 대상화하지 않고 바라보는 연민이 있다. 〈요양원의 신부님」은 더욱더 인상적이다. 평생 다른 사람을 돌보고 하나님을 섬기던 신부가 이제는 요양원의 환자가 되어 다른 환자를 섬기는 모습은 삶의 역설을 보여준다. 그러나 시인은 이 역설을 비극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마지막까지 다른 사람을 향해 손을 내미는 인간의 모습을 따뜻하게 바라본다. 이러한 시적 태도는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에서 하나의 정신적 명제로 발전한다. 바람은 바람대로 불고 꽃은 꽃대로 피고 지는 가운데, 화자는 계곡의 물처럼 낮은 곳으로 흐르고 싶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낮음’은 패배가 아니다. 그것은 겸손이며, 타자를 받아들이기 위한 마음의 자세다. 이남규의 시에서 낮은 곳은 결국 인간애가 시작되는 자리다.
〈수선화 필 때〉는 이러한 정신을 매우 아름답게 보여준다.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결국 수선화 앞에서 허리를 굽힌다. 이 장면은 단순한 자연 관찰을 넘어선다. 결국, 시인은 꽃 앞에서 허리를 굽힘으로써 세계와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그 낮아짐 속에서 오히려 인간의 존엄이 드러난다.

라. 바다, 떠남과 귀환의 공간
이남규의 시에서 바다는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그 바다는 언제나 같은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바다는 떠남의 공간이기도 하고 돌아옴의 공간이기도 하며, 그리움을 실어 나르는 공간이기도 하다. 때로는 인간의 작은 생을 바라보는 거대한 침묵이기도 하다.

〈부두의 노래〉에서 하루의 흔적은 바다와 함께 기억 속으로 가라앉고, 〈마음의 나루터〉에서는 그리움이 배가 되어 마음의 나루터에 닻을 내린다. 부두와 나루터, 배와 바다는 모두 이동의 이미지다. 사람은 떠나고 돌아온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이별이 있으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그런 의미에서 바다는 이 시집에서 단순한 자연 풍경이 아니라 인간의 생애를 비추는 거대한 은유다.

섬과 바다, 바람과 돌은 지나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따라서 장소는 곧 기억의 저장소가 된다. 이러한 공간 특성은 시집에 공간적인 깊이를 더한다. 시인이 바라보는 바다는 단순히 아름다운 바다가 아니라 그곳에 살았던 사람과 떠난 사람, 역사와 전설, 개인의 기억이 함께 잠겨 있는 바다다.

마. 그리움에서 놓아줌으로
이 시집의 가장 빈번한 정서 가운데 하나는 ‘그리움’이다. 〈그리운 사람〉에서는 늘 곁에 있던 사람이 어느 순간 그리움이 되어버린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움은 혼자 오지 않았다〉 에서는 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과거의 시간과 여러 사람의 얼굴을 한꺼번에 불러온다. 그리고 〈그리움이여 가거라〉에서는 마침내 그 그리움을 떠나보내려 한다.

이러한 흐름은 중요하다. 처음의 그리움이 떠난 것을 붙잡으려는 마음이라면, 시집의 후반부로 갈수록 그리움은 조금씩 놓아주는 마음으로 변한다. 그러나 이것은 잊는 것이 아니다. 잊지 않은 채 놓아주는 것. 사랑했던 사람을 기억하면서도 그 사람을 붙잡지 않는 것, 떠난 사람을 마음속에 간직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계속 살아가는 것. 이것이 이 시집이 도달하는 성숙한 그리움의 모습이다.

바. 죽음과 늙음, 그리고 다시 켜는 등불
이 시집에서 죽음은 중요한 주제이지만, 죽음에 대한 태도는 의외로 담담하다. 〈허공 속의 인연〉에서 삶은 잠시 머물다가는 길이 되고, 〈별지기가 별이 되던 날〉에서는 떠난 사람을 기다리던 별지기마저 결국 별이 된다. 여기에서 죽음은 단절이 아니라 변환이다. 사람은 떠나지만, 별이 되고, 기억이 되고, 남은 사람의 마음에 흔적으로 남는다.

〈팔십 오세〉에서도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죽음을 생각하지만 지나친 비장함으로 빠지지 않는다. 오히려 목적지를 향해 가는 여행자의 마음으로 삶의 끝을 바라본다. 〈거울 속의 세월〉에서는 거울 속에서 낯선 얼굴을 발견한다. 세월은 얼굴을 바꾸어 놓았지만, 시인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파도에 맞서는 바위섬의 등대처럼 다시 내일을 향해 불을 밝힌다.

이것은 이 시집에서 반복되는 중요한 정신인 ‘다시’와 연결된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봄을 맞고, 다시 기억하고, 다시 별을 바라보고, 다시 불을 밝힌다.
늙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사. 말과 침묵, 그리고 시인의 자의식
이남규의 시에는 ‘말’에 대한 관심도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말 없는 사람〉, 〈심중에 말 한마디〉, 〈소리 없는 언어〉, 〈속삭임〉, 〈세종대왕마마 전상서〉 등의 작품에서 말은 인간관계를 이루는 중요한 매개로 등장한다.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때로는 하지 않은 말이 오히려 더 깊은 의미를 남긴다.

〈세종대왕마마 전상서〉에서는 이러한 언어에 대한 관심이 우리말과 한글에 대한 사회적 관심으로 확장된다. 또한 〈시인〉에서는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본다. 세상의 화려한 수식어를 모두 걷어내고 몇 마디 말 속에 삶의 긴 사연을 담아내는 사람이 시인이라는 인식이다. 이 작품은 결국 시인이 자신의 시적 존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보여주는 자의식의 작품이다.

아. 평이한 언어의 힘과 퇴고의 과제
이남규 시인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는 언어가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전문적인 시어를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고 생활어와 구어체, 민요적 리듬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가느냐 오느냐〉, 〈내 일이여〉, 〈마음의 아리랑〉에서는 민요의 호흡이 느껴지고, 〈말마다 죽겠네〉나 「고추가 하는 말이」에서는 일상적인 말투가 그대로 시적 리듬이 된다.

이러한 평이함은 독자와 가까이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시집이 앞으로 더 깊어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
언어가 평이할수록 한 문장 한 문장이 더 정확해야 한다. ‘사랑’, ‘그리움’, ‘슬픔’, ‘행복’, ‘은혜’, ‘인연’, ‘희망’과 같은 추상어를 직접 제시하는 순간 독자가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여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더 아름다운 말을 덧붙이는 일이 아니다. 이미 좋은 장면 뒤에 붙어 있는 설명을 덜어내는 일이다.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침묵할수록 오히려 시의 울림은 커질 것이다. 좋은 시는 독자에게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모두 가르쳐주는 시가 아니라, 한 장면을 보여준 뒤 독자가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그 안에 넣을 수 있도록 여백을 남겨주는 시이기 때문이다.

자. 좋은 작품들이 서로의 빛을 가리지 않도록
이번 시집에서 분명히 눈에 띄는 것은 좋은 작품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특히 〈별을 따며〉, 〈수선화 필 때〉, 〈요양원의 신부님〉, 〈초대받지 않은 손님〉, 〈욕심〉, 〈거울 속의 세월〉, 〈부침개 아침〉, 〈별지기가 별이 되던 날〉, 〈팔십 오세〉, 〈그 남자의 비둘기 집〉, 〈마음의 우주〉, 〈허공 속의 인연〉 등은 이 시집의 개성을 만들어주는 작품으로 읽힌다. 이 작품들은 서로 다른 소재가 있으면서도 공통으로 구체적인 장면을 통해 시인의 삶과 인간에 대한 태도를 보여준다.

반면 ‘그리움’, ‘사랑’, ‘바람’, ‘구름’, ‘별’, ‘눈물’ 등의 이미지가 비슷한 방식으로 반복되는 작품들은 조금 덜어내거나 서로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은 작품의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좋은 작품이 많기 때문에 필요한 선택이다. 좋은 시가 너무 많으면 때로는 서로의 빛을 가린다. 한 편의 시가 강하게 남기 위해서는 그와 비슷한 정서를 가진 작품이 지나치게 가까이 배치되지 않아야 한다. 특히 한 권의 시집에서는 작품 하나하나의 완성도 못지않게 작품 사이의 거리와 호흡이 중요하다.

3. 맺음말 ― 별이 되기 전의 마음
이남규 시인의 이번 시집을 읽고 난 뒤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슬픔’이 아니다. 물론 이 시집에는 많은 이별이 있고, 떠난 사람들이 있으며, 늙음과 죽음에 대한 성찰이 있다. 그러나 이 시집의 바탕에는 무엇보다 사람을 잊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다. 떠난 사람을 기억하고, 늙은 사람을 바라보고, 가난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으며, 함께 살아온 가족을 돌아보고, 한때 사랑했던 사람의 흔적을 간직한다. 자연의 작은 존재들까지도 마음의 자리에 들여놓는다. 그것은 결국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그리고 이 인간애는 ‘낮은 곳’과 ‘별’이라는 서로 다른 이미지 속에서 하나의 방향으로 만난다. 낮은 곳으로 흐르겠다는 마음은 자신을 낮추어 다른 존재를 바라보겠다는 뜻이고, 별을 바라보는 마음은 다른 존재의 삶에서 빛을 발견하겠다는 뜻이다. 자신을 낮추었을 때 비로소 타인의 삶을 오래 바라볼 수 있다. 오래 바라본 사람의 삶은 어느 순간 하나의 별이 된다. 그래서 이 시집의 별은 하늘에만 있는 별이 아니다.

그것은 할머니의 별이고, 어머니의 별이며, 아버지의 별이고, 떠난 동생의 별이다. 큰아버지의 별이며, 함께 웃고 울었던 사람들의 별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시인의 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아직 자신의 별을 따지 않는다.
누군가 그리운 사람의 손안에 영롱하게 내려앉을 수 있도록 조금 더 하늘에 두겠다는 마음. 그 마음이야말로 이 시집이 도달한 가장 아름다운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많은 시간을 살아낸 사람이 여전히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꽃 앞에서 허리를 굽히고, 바다를 바라보고, 오래된 기억을 꺼내고, 사람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때로는 자신의 욕심을 웃음거리로 만들면서 다시 시를 쓴다. 그것은 늙음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생명의 기록이다. 시인은 지나간 날들을 붙잡기 위해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지나간 날들이 오늘의 자신에게 무엇으로 남아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시를 쓴다. 그래서 이 시집의 시간은 뒤로만 흐르지 않는다.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다시 미래로 흐른다. 결국 이남규의 시에서 ‘다시’는 삶을 향한 작은 의지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바라보고, 다시 사랑하고, 다시 기억하고, 다시 한 송이 꽃 앞에 허리를 굽히고, 다시 별을 바라보는 것. 그것이 한 생을 살아온 시인이 마지막까지 선택하는 삶의 방식일 것이다. 그리하여 이 시집은 한 사람의 생애가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서 다시 빛나는 자리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감수 지율 이정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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