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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눈금의 풍경에 기대어
박미서 저
도서출판샘문 2026.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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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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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여는 글 / 4
평설 _ 박미서 시(詩), 심상에 나타난 별, 새와 구원 / 6

제1부 : 같이 길을 걷는 별
티티새가 구름을 가를 때 / 28
훈훈한 모래성 / 29
열매 / 30
바람 주머니 / 31
얼굴의 둥지 / 32
머무는 시선 / 33
흙피리 새 / 34
같이 길을 걷는 별 / 36
봄의 전주곡 / 38
다시 개여뀌꽃을 / 39
어느 연못에 / 40
동고동락 / 41
씨앗의 이야기 / 42
어느 동굴벽화 / 43
아침이면 / 44

제2부 : 벗에게 쓴 촛불 엽서
파도타기 / 46
파란색 목도리 / 47
벗에게 쓴 촛불 엽서 / 48
푸른빛 속의 소녀 / 50
강줄기 / 51
두 작용의 만남 / 52
메아리 있기 전에 / 53
길의 대화 / 54
강에서 들판까지 / 55
여름의 노래 / 56
들판의 깃발 / 57
시선 / 58
나뭇잎과 강 / 59
동심원 / 60
두루미 / 61
봄빛 향고래 / 62
눈꽃 편지 / 63
봄의 관조 / 64
청신호 / 65
머무름 / 66

제3부 : 달빛 베틀
자명금 / 68
빗물 / 69
가난한 열매 / 70
기다리는 집 / 71
찻잔 / 72
독백 / 73
움직임 / 74
아담의 사과 / 75
필사 / 76
꽃피는 순서 / 77
무명지 / 78
달빛 베틀 / 79
가벼운 편지 / 80
일치점 / 81
새와 창문 / 82
가을 산 / 83
나비 생각 / 84
산세베리아의 송가 / 85
봄을 위한 항구 / 86
파랑의 질료 / 87
감은 눈 / 88

제4부 : 바위 눈금의 풍경
벗에게 / 90
하지夏至 망원경 / 91
바람의 대화 / 92
가을의 수확 / 94
촛불 아래 모든 것 / 96
바위 눈금의 풍경 / 97
파란 수반 / 98
일출의 직조 / 100
새 둥우리의 찬가 / 101
산수화 / 102
건축학 개론 / 103
지금 있는 출발점 / 104
하나로부터 / 105
그 후에 / 106
나무의 책 / 108
바뀐 손금 / 110
밝달 / 111
야생화 / 112
남은 반원 / 114
밤새의 단비 / 116
하얀 솜꽃 / 117

저자 소개 1

서울시 강동구 거주 부산광역시 출생 두원네임연구소 선임연구원 역임 (사)문학그룹샘문 이사 (사)샘문학(구,샘터문학) 이사 (사)한용운문학 편집위원 (주)한국문학 편집위원 (사)샘문뉴스 회원 이정록문학관 회원 (사)출판그룹샘문(샘문시선) 회원 계간 현대시선 회원 월간모던포엠 회원 계간한양문학 회원 〈수상〉 계간 현대시선 시 등단 2026 샘문뉴스 신춘문예 당선(시부문) 2026 한국문학상 우수상(샘문) 〈저서〉 거꾸로 된 글씨처럼 뒤돌아 쓴 별똥별의 말 (2020, 이든북 출판) 〈공저〉 물돌이 문법 〈컨버전스시선집/ 샘문시선〉
서울시 강동구 거주
부산광역시 출생
두원네임연구소 선임연구원 역임
(사)문학그룹샘문 이사
(사)샘문학(구,샘터문학) 이사
(사)한용운문학 편집위원
(주)한국문학 편집위원
(사)샘문뉴스 회원
이정록문학관 회원
(사)출판그룹샘문(샘문시선) 회원
계간 현대시선 회원
월간모던포엠 회원
계간한양문학 회원

〈수상〉
계간 현대시선 시 등단
2026 샘문뉴스 신춘문예 당선(시부문)
2026 한국문학상 우수상(샘문)

〈저서〉
거꾸로 된 글씨처럼 뒤돌아 쓴 별똥별의 말 (2020, 이든북 출판)

〈공저〉
물돌이 문법
〈컨버전스시선집/ 샘문시선〉

금관총에 잠든 김동리 문장
<한국문학시선집/ 샘문>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90g | 130*210*20mm
ISBN13
9791194817727

출판사 리뷰

[여는 글]

“다자의 작용 가운데 일자와 닿아 있는 느낌을 잃지 않게 해주소서.”-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새벽의 마당으로 여러 속보가 지나갔고 소담한 소용돌이 실바람을 알려준 가슴 아린 새와 밤새 무너지던 아픈 이야기는 고요한 정적의 수풀로 다 함께 정화되어 갔다.

부러진 가지와 흩어진 잎사귀들을 쓸어내며 마음에 떠오른다. 자연에의 의미를 발굴하는 방식을 햇빛 머금어 노래하는 분홍 머리의 새가 순전한 밤빛을 받을 때, 청색의 보석처럼 빛나서 충만하기도 했다. 지난 6년간의 글 가운데에서 한 구절씩 골라낸 시의 낟알들을 정돈한다. 두 번째 거둠의 시집에 담는다.

좀 더 나은 세상과의 하나 된 희망에 반사되듯이 꽃들의 첫 노래로 숨 튼 별의 한 편마다 나직이 날아가기를, 시린 아픔들은 새로운 마당의 연못에 스며들어 초연히 맑아지기를 야생의 의식을 닮은 듯 풀풀 거리는 시구의 심연 위로 평화로운 등불이 오래도록 켜지기를 바란다.
이 시집의 어디쯤에서 날아온 신뢰의 새들이 고유한 행복을 가지고 왔다. 태양의 마당가에 앉아 환히 축복하고 솟아오른다.

이 시집이 독자 여러분의 마음 글방 한켠에 닿아, 따스한 온기로 머물기를 소망합니다.
두 번째 시집을 깊은 심안과 높은 품격으로 자상하게 읽어주시고 격조 높은 평설을 남겨주신 출판그룹 샘문의 문학선, ‘샘문시선’의 지율 이정록 교수님께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시집의 완성도를 위해 온 정성과 마음을 쏟아주신 출판그룹 샘문 출판기획부 에디터 선생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6. 가을 서재에서
박미서 올림

[평설]

박미서 시詩, 심상에 나타난 별, 새와 구원
(두 번째 시집 『바위 눈금의 풍경에 기대어』를 중심으로)

- 이정록(시인, 교수, 수필가, 소설가, 문학평론가)

시의 언어는 발달 된 근육이며 신체이다. 이는 어떤 이미지로부터 생성되는 것이며 그 이미지는 시인의 내면으로부터 온다. 시는 시인의 내면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독자들은 시인의 초대에 쾌히 입장하여 시인이 그려내는 마음의 여러 풍경을 이것저것 감상한다. 그 감상이 단순한 감상으로만 그칠 수도 있지만 시인이 그려내는 풍경에 젖어 자신도 모르게 시인의 시에 동화되어 오랜 여운을 가지게 된다. 분명히 한 권의 시집에서 시인이 보여주는 시 언어의 발달 된 근육은 그윽하고 풍성하며 때로는 섬광과 같은 한 줄기의 뇌수를 쪼개는, 하늘에서 내려온 듯한 영험한 말, 신의 언어일 수도 있다.

한편, 시인의 초대가 마냥 기쁘지만은 않을 수도 있고 불편할 수도 있는 것은 시인의 시 언어를 따라가지 못할 때 오는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시인은 자신의 내면세계나 정신세계의 풍경을 어떤 식으로 그려내어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을까, 하는 문제는 시 쓰기 전략의 중요한 요소일 것 같다. 정신의 스케치, 그것도 장식된 정신의 스케치는 자칫하면 시의 본질을 언어의 장식 속에 묻어버릴 수도 있는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 시 언어에 대하여 철저히 고민하는 시인일수록 이러한 오류에 빠져들기도 하고, 그리고 시의 주제 의식을 지나친 장식의 잎사귀에 함몰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시인은 그 임계점에서 고민하기도 한다.

박미서 시인의 시문은 한 마디로 언어적 측면에서 시인 나름대로 철저한 이미지 연상법으로 얻어낸 표현들이라고 생각된다. 그만큼 표현의식에 철저히 하려고 많이 궁굴려왔다는 것이 전 시편들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그녀의 시에는 결코 전술한 바와 같은 오류를 범하지는 않는다.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 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궁굴려온 것들을 정밀하고 세밀한 언어로 표현해내는 것 같다. 그러기에 한 편 한 편의 시가 지니는 중량감과 표현력이 높은 수준을 골고루 유지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박미서 시인의 시의 경향은 묶인 데로부터 자유로운 비상을 꿈꾸는 것이다. 그 묶인 것의 정체를 잘 파악하여서 그것이 뿔이라면 튀어나온 부분의 추함을 바라보면서 뿔이 사라지도록 해야 할 것이었고 상처라면 새살이 돋아나올 때까지 아픔을 지긋하게 견디면서 나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런 과정에서 종교적 영성의 힘으로 그걸 견디고 희망적인 빛을 발견했다.
마음의 못난 뿔이 황금의 뿔이 되는 순간까지 시인은 오랫동안 마음을 갈고 갈았다. 묶인 것은 상실일 수도 있고 상처일 수도 있고 인생의 반고개를 지나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일 수도 있겠다. 중요한 것은 이 속에서 그녀는 결코 자기 주체를 잃어버리지 않는다. 상실과 아픔이라는 묶임은 추억 속에서 드러나지만, 그것이 지나면 더욱 막막해져 오는 미래의 비전은 어디에 다시 길을 열어둘 것인가가 그녀에게는 더욱 난감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불교적이거나 그리스도교적인 ‘일/ 하나’ 합일, 일체를 꿈꾸므로 지향점(「하나로부터」)을 발견했다.

그녀가 시를 쓰는 이유는 이 묶임(어둠)으로부터 자유로운 영혼, 자유롭게 가벼워진 영혼으로 천상의 세계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것이 종교적인 영성에서 오는 것이든 아니면 시적인 요소로서 오는 것이듯 구별 짓지는 않는 것 같다. 시가 이끌어주는 자유와 종교 영성에 의해 구원을 이루는 자유는 그녀에게 동일한 것일 수도 있고 상보적일 수도 있으며 어쩌면 표현에서의 구원, 구원에 이르는 길의 표현, 시의 사원에 이르는 과정이 아니겠나 추측이 되는 것이다.

박미서 시인의 시가 받드는 세 기둥은 별과 새, 그리고 뿔일 것이며 종국에는 “님의 말씀” 즉 신의 언어로 이르게 되는 길을 드러낸다. 새가 상징하는 것은 어둠, 상실, 아픈 기억으로부터 묶인 자아의 해방이며, 묶인 모습의 자아가 지니는 내적 부정성, 추함을 극복하는 경우이다. 이 내적 부정성, 비뚤어짐, 아수라의 모습에서 발생한 추함일 것이며 이것으로부터 비상하는 것이 새의 상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새는 어디로 비상하는가 하는 문제, 새는 하늘로 향하고 하늘을 거처로 하여 난다. 높은 나무에다 둥지를 지어놓고 새는 나무처럼 하늘을 꿈꾸고 하늘을 향한다. 시 「동심원」에서 “파도의 새들”이라고 하여 역동성과 반복성을 지닌 파동치는 물결에서 무리를 지은, 새들을 보았고 “인내심의 나래를 고르고 있는 순백의 새”라고 하여 새를 높이 찬탄하고 있다. 새는 죽은 자의 혼령이라는 의식도 있는 만큼 천상계와 지상계를 잇는 존재이다. 시 「흙피리 새」에서 노래하는 새에 대한 시인의 의식을 짚어보자.

잔톱니 잎사귀 같은 엉겨버린 노래먹구름 가듯 잦아들고,
얼핏 설핏 뒤틀린 높은 파도의 안개 바위 수족들,
마당의 돌, 느긋한 하늘 눈으로 은근히 그림자를 걷어 올리네

흙피리새처럼 참별의 꼭대기에서 반사하는 눈부신 숨 가쁜 꽃들은
사뭇 달라져 순박한 여명을 구르릉거리게 하고,
높디높은 밤이 훤할 뿐인 달의 가슴을 전하네

하얀 고리 무지개 열어오는 긍지의 어느 날
물보라 은은한 엷은 메 숲의 메아리는
한 무리 새를 데려와 움쑥 도드라진 등허리마다
은청색 마음 구멍들, 방울방울 터트리네

속 깊은 심해에 향고래와 머물기도 했을 강물에서
고귀한 첫 자락 연록으로 솟아오르고

- 「흙피리 새」 부분

이 시에서 나타나는 새는 하늘과 연결되는 존재이다. 새는 참별과도 이어지며 「자명금」에서 “파란 물병자리”로 구체적으로 별자리 이름으로 명시되는가 하면 「나비 생각」에서 나비가 되어 “통나무 옹이에서 나온 나비 나풀거려라”라고 하여 상처가 나아서 만들어지는 옹이의 모습으로, 나비의 모습으로 날아서 어둠과 자기 한계를 뛰어넘으라고 한다. 그것은 날개에 의해 천상으로 향한다.

새에 대한 이미지들을 깃털이나 날개, 부리 등으로 새의 각각의 부위의 의미들을 박미서 시인은 시의 효과로 적절히 잘 쓰고 있다. 이와 연쇄되는 시구절은 “한 핏줄의 날개를 맞대어”(「얼굴의 둥지」), “눈 밝은 여정을 묵상하는, 백로 깃털을 닮은 교량에서”와 같이(「바람 주머니」) 새가 지니는 지상과 천상을 이어주는 중간자 역할을 시인은 주목하여 새가 지상의 어둠과 묶임으로부터 영혼을 자유롭게 해주고 천상으로 이어주는 존재가 되게 하였다. 시 「두루미」에서는 비상하는 생의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선상의 열린 창으로
동행의 소망을 수분受粉 해주는 두루미,
하늘에서 흠 없이 고인 마음 하나하나
영롱하게 몰고 가는 비행을 합니다

순전한 날갯짓으로 틔울 꽃씨앗도
하얀 고목이 굳세게 지켜주는 등대에 가까이 오면,
유연하게 변모하는 야생의 의지가 삽시간에
환해져 미지의 아스라함을
붉디붉게 채우는 밀어를 가지고 비상합니다

- 「두루미」 전문

두루미는 “동행의 소망”을 가지고 “흠 없이 고인 마음 하나하나”와 “꽃 씨앗과 낟알들”과 “붉디붉게 채우는 밀어”를 가지고 하늘로 비상한다. 새에 대한 비상의 이미지는 현실 세계를 초극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현실 세계가 지니는 부조화와 한계, 죄의 어둠으로부터, 존재의 불완전함에서 오는 어둠으로부터 초월하기 위한 시인의 발버둥은 인내와 견딤, 자기 바라보기, 절대자나 참 진리에 대한 귀의 등의 길을 통하여 도달하고자 한다.

현실 세계에 대한 초극이 곧 자기 자신을 초월하는 것과 동일해진다. 그것은 「봄빛 향고래」에서 “봄빛 향고래가/ 평화로운 바다와 마주할 때까지” 향고래가 넓은 바다를 회유하듯이 박미서 시인 또한 회유하게 될 것이다. 넓은 바다는 어둠이나 죽음일 수도 있고 머무는 장소일 수도 있으며 초월 된 자아, 자기 주체를 다시 탄생시킬 수 있는 생명의 자궁일 수도 있겠다. 향고래가 들려주는 피리와 향고래가 피우는 향내를 맡으며 시인은 시구절을 가지고 즐거운 글쓰기의 향유를 하게 된다.

그러나 성찰은 아픈 것이다. 상처와 상실을 보듬는 시간이다. 그래서 「봄의 관조」에서 ‘묘성’이라는 샛별을 동경하면서 “개화하는 상처의 층계를/ 경계 없는 열쇠 꽃 송두리째 열리듯이 내딛는다”라는 표현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성찰 속에서 지난 시기의 상실과 아픔을 보듬고 이 과정을 거쳐서 새가 되어 어둠으로부터 자유로워져서, 자유로운 영혼의 표상인 새가 되어 하늘로 날아오르는 비상하게 되는 과정에 이른다.

그리고 천상에는 별이 있다. 별은 시인에게 그리움, 이상, 동경이며 순수이다. 그리고 영원히 변치 않는 고귀함과 영원성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이 새들은 「독백」에서 청다리도요새에게서 소생을, 「감은 눈」에서 “다정한 박새와 서서히 올라라”라고 하여 비상의 이미지를 이끌고 「일치점」에서 “강물 소리” “친밀한 새” “선의 베푸는 숨결” “허공의 강”과 더불어 “보이지 않는 마음 볼 수 있는” 온유함이다. 「봄을 위한 항구」에서는 “나비의 비상”이라고 하여 주체적인 나비의 비상을 새 이미지의 연장선상에서 형상화하고 있다. 더 나아가 새들은 천사, 님의 화신으로 비유되어 상징적 의미를 확장 발전하여 나간다.

어스름한 저녁, 넓디넓게 뻗은 도덕의 가지 위에
숨죽인 수천수만의 황금빛 감각들

살아 숨 쉬는 화답의 바람으로 자라난 천사들이
눈꽃 녹아내린 빈자리를 세 배쯤 늘려 놓은 염원,

흐뭇하게 다다라 우뚝 솟은 산과도 같은 님,

신성한 초승달 그 너머까지 이어질, 꿈꾸는 미래를

- 「새 둥우리의 찬가」 부분

새들의 둥지는 나무 위에 있다. 새들은 하늘을 거처로 삼는다. 나무와 같이. 그 하늘에는 천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천사는 하늘의 주인인 ‘님’이 보낸 사자인 것처럼 다가온다. 하늘, 우주를 운행하는 님, 우주의 주재자이자 이 세상을 만든 조물주, 그님이 거하는 곳인 천상계. 인간이 죽어서 간다는 하늘, 지상의 삶을 뒤로하고 인간은 천상계로 간다. 그러나 인간에게 날개가 없다. 그래서 새가 되어 날갯짓이나 “활갯짓”(「나뭇잎과 강」)을 하여 하늘에 간다. 박미서 시인이 생각하는 하늘, 은하 우주는 황도 12궁이다.

아침이면 십이궁 태양의 기분을 배태하고
꽃망울 떠오르는 저 새의 기쁨이고 싶어요

후박나무에 인내심 강한 줄기의 빛,
기다림에 내맡긴 순간이 더한 통로를 내어
가없는 변주, 파묻히도록 헤아리고요

- 「아침이면」 부분

은하 우주는 황도 12궁으로 되어 있는 천상계이며 거기에는 태양을 중심으로 질서 있게 운행된다. 마음에 그리는 빛의 체계는 박미서 시인의 내면에는 황도 12궁이다. 거기에서는 모든 생명체의 아버지인 빛이 흘러나온다. 별에서 흘러나오는 빛은 강줄기에 흘러내리기도 한다. 천상에서 지상으로 흐르는 이 교감, 흐름은 우주의 운행이다. 그곳에도 신비한 새가 기쁨을 노래한다. 그 새처럼 시인의 영혼은 묶인 것에서 자유로워지고자 한다.

「파랑의 질료」에서 “날갯짓의 목소리 슬피 숨은” “고운 향기의 성체”라 했듯이 성체 안에 감추인 그리스도의 존재와 새의 날갯짓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그것은 ‘나’인 시인과 새의 비상을 꿈꾸는 자아와 꿈꾸는 자의 고난이 성체로 쪼개어지고 숨겨져 있는 그리스도의 고난과 일치한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그래서 「새와 창문」에서 “청띠 나비의 시간을 만나서”라고 하여 나비의 비상에 이르는 과정의 인내와 고통의 시간 이후의 비상을 상상하게 한다.

이름 없이 비출 수 없는
저쯤엔 그림자 자욱이 굽혀져 있는 것들의
족족 지은 무게의 뭉게구름
흩어져 물러나고 있네

여기서부터 마냥 되살아난 자정(自淨)의 아리랑 발을 띄우고,
설렘의 스리랑 함께
청띠 나비의 시간을 만나서,
모두어 끌어안은 시시詩詩꽃, 명창明窓꽃,
바깥 화사한 곳곳에 두네

보이지 않는 모퉁이 돌담 지워져
그대로의 변화가 좋을 오로라빛 선善을 짓고서
정오의 느긋한 해시계를
칠각별만큼 만든 당신, 문득문득 돌아오는

- 「새와 창문」 부분

시 「푸른빛 소녀」에서 “내 잃어버린 별 하나 찾았네”라고 시인은 고백하듯이 자신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과정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임과 동시에 어쩌면 잃어버린 순수와 영원성, 동경, 고귀함을 회복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어떤 의미에서 인생의 중년기 이후라는 것은 바로 살아온 삶을 되돌아봄으로써 잃어버린 지향점을 다시 찾는 계기가 되는 시간이다.

이 되새김질 하는 시간 또한 시인에게는 시적 사유를 궁굴리고 언어의 구체화, 즉 언어 근육을 더욱 발달시켜서 장대한 신체가 되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박미서 시인의 이 내면 작업은 어디까지나 고요와 머뭄, 시선의 머뭄 속에서 지속되는 시간에서 이루어진 정신적 산물이다. 이 고요함과 머뭄의 시간은 어디까지나 자신을 응시하는 시간일 것이며 자신에게 머물러 있는 시간일 것이며 시를 창조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어둠을 밝히고 내면을 닦아서 피어오르는 명창(明窓)꽃일 것이며 “모두를 끌어안는 시시(詩詩)꽃이다.

시문학 창조의 길은 성찰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 길이며 “오로라 빛 선(善)을 짓”는 일이다. 「들판의 깃발」에서도 ‘별의 뜻매김’이라고 하였듯이 그녀는 별에게 시선을 머물게 하여 별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발견한다. 천상계에서 해와 달, 그리고 별은 은하 우주의 천체이다. 우리 인간이 도달하기 어려운 하늘의 둥지이다. 그 영원하고 머나먼 거리를 지니기에 그러면서도 매일 사람들 가까이 있기에 동경과 그리움을 갖게 한다. 별을 지닌 마음은 순수하다. 순수로 돌아가는 것, 시인의 길이며 감성이다. 그래서 박미서 시인은 자신이 황도 12궁으로 설명되는 우주의 운행 질서에 순응하고 참다운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새라는 장치를 끌어들인 것이다. 왜냐하면 새는 지상과 천상을 이어주는 가교자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시인에게 시 「아침이면」에서와 같이 그녀의 현실이 “둥지 없는 가슴”이기 때문이다. 천상의 영원한 집, 둥지를 그리워하고 동경하며 지향점으로 하는 시인의 적극적이며 창조적인 상상력과 시 의식 확장은 이 지상에서 시인에게는 둥지가 없는 가슴을 지녔기 때문이다. 둥지는 무엇인가. 새들과 짐승들의 거처이다. 인간의 거처 집과 같이. 박미서 시인에게는 어떤 연유로 둥지가 없다. 마음이 거할 곳이 없을 수도 있을 것이고 있었던 것을 상실하였을 수도 있다.

그 어느 쪽이든 시인에게 현실은 공허하고 고독하여 시인의 전 존재를 품어줄 둥지가 필요해진다. 그래서 박미서 시인은 시의 언어에 매달려 형상화를 위해 이미지, 상징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았다. 사물이 비추어주는 자신 모습 속에서 시인은 자신을 더욱 알아가게 되었고 이 공허함과 고독을 메워갈 수가 있지 않았을까. 이러한 상실감은 비단 박미서 시인만이 느끼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은 누구나가 느끼고 있는 감정들이다.

시 「파란색 목도리」와 「푸른빛 속의 소녀」는 ‘나’의 정체성을 깨닫고 난 후의 시편일 것이며 「시선」의 ‘눈물’과 「강에서 들판까지」에서 “곡옥처럼 합장하는 눈물의 강”을 시인은 지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메아리 있기 전에」에서 만나는 “석불의 그윽한 얼굴의 눈”은 곧 “세 개의 별”이 된다. 이러한 여러 사물과의 만남과 시선의 머뭄은 그녀에게 머리말에서 타고르가 말을 인용한 부분, “다자의 작용 가운데 일자와 닿아 있는 느낌”이 될 것이다.

「길의 대화」에서 “자유로운 생의 꽃을 수분하고 있는 신뢰의 공간에 이릅니다”라고 하여 영원의 삶, 상생의 삶에 의해 받들어진다는 깨달음을 구하게 되었다. 영혼이 흘리는 참다운 눈물은 여러 가지를 함유한다. 슬픔과 아픔의 눈물, 기쁨과 슬픔의 눈물, 회한의 눈물, 고통의 눈물, 후회의 눈물 등 여러 가지이다. 이 눈물의 과정은 종교적인 “곡옥처럼 합장하는 눈물”로 될 때 순수한 눈물이 되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이 순수한 눈물은 “샘물 빛 아침”(「청신호」)일 것이며 「빗물」에서 “부활하는 일곱 개의/ 그토록 사랑스런 광채”로서 생성된 투명함, “침묵의 오솔길” “저녁의 기도” “정열적인 진줏빛 고독이 있는 가슴 곳곳에” 흐르는 눈물일 것이며, 「기다리는 집」에서 “그대의 길고 긴 외마디”일 것이다. 그러나 시 「눈꽃 편지」에서 “세례가 푸르른 은밀한 선물을 회전하며 쉬어가는 새가/ 차가운 눈꽃이 따뜻한 흰 모자의 눈구름 아래에서/ 활공의 하늘을 또다시 키질합니다/ ‘아픔 세상’을 돕는 봄이 스며들도록”이라 하여서 신생을 바라본다.

신생을 이루어 낼 수 있는 것은 시 「필사」에서 “님의 말씀”, “시냇물의 적토색 맑은 문장의 메아리”이며 「달빛 베틀」에서 “흰 북채”이거나 “조화로운 합주” 그리고 “접동새”가 된다. 시 「강줄기」에서 이 모든 것의 지향점은 ‘그대’에게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여기서 ‘그대’는 에로스 사랑의 대상일 수도 있겠지만 ‘너’ 또는 ‘타자’를 지향점으로 하고 있을 수도 있고 절대자나 위대한 진리, ‘님의 말씀’일 수도 있겠다.

그대에게 머나먼 강줄기를 돌아오는 신호음 있으니
폭포를 쪼아 충동이는 돌고래와
황도 12궁의 꿈길을 따르는 용기,

등이 뚜렷한 딱따구리의 상아색 부리로
봄 마중하는 진달래의 언덕에서 만나리라

고스란히 지탱하는
나무의 느긋한 안녕의 등불 맵시,
부족함 없이 굽이치며
순응하는 빛들을 가졌어라

- 「강줄기」 전문

폭포를 쪼는 돌고래와 황도 12궁의 꿈길을 따르는 용기와 딱따구리의 상아색 부리로 봄 마중하는 진달래의 언덕에서 언젠가는 다시 만날 것을 예정하는 것은 바로 머나먼 강줄기가 되어 다시 돌아오는 것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이 신념은 어디에서 생기는 것인가. 그것은 은하 우주의 이법과 질서를 깨닫고 거기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것, 은하 우주의 영원한 생명에 대한 귀의와 영원한 복락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하다.

나무의 등불과 맵시, 강줄기 굽이치며 순응하는 빛들은 바로 시인이 사물을 통하여 우주의 이치를 깨달아가고 있기에 가능한 것 같다. 이렇게 되기까지 타자와 사물과 ‘나’가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이야말로 시인으로서 가장 적극적인 자기 던짐, 자기 버림이 아닐까 한다. 자신의 만심慢心으로부터 벗어나서 자유로워지면 인간관계에서도 자유로워지고 모든 사람이 친구가 된다.

시인은 이러한 경지로 들기 위해서 오랫동안 자신을 성찰하고 시의 언어를 부여잡으면서 사유를 궁굴려왔을 것이다. 그래서 「꽃피는 순서」에서 가시연꽃을 알 수 있는 깨달음은 “필요한 용서 못 하고 있는 나를/ 우선 먼저 용서해야 만이 가시연꽃을 알 수 있다고” 하여 묶인 데에서 자유를 얻을 수 있고 계박繫縛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마음의 걸림이 없는 것 너그럽고 관대해지는 것이다.

가벼운 율동으로 느긋한 방랑가는
망설임에 앞서 서투른 번민도 회오리치지 않도록
비릿한 무서리 녹은 연못에
기우뚱한 꽃 울음을 데리고
강변에 굽은 무지개를 갈 곳 없이 기다린다

필요한 용서를 못 하고 있는 나를
우선 먼저 용서해야만이
가시연꽃을 알 수 있다고

- 「꽃피는 순서」 전문

“망설임에 앞서 서투른 번민도 회오리 지지 않도록”하는 것이야말로 참 진리에 드는 길이다. 참 진리는 「하지의 망원경」에서 “만다라 빛”이나 “파랑 나비”이다. 극락과 같은 곳에 살고 있다는 신비한 파랑새와 파랑 나비는 바로 초월한 사람을 암유하는 표현이다. 만다라화의 꽃비와 파랑 나비 떼가 어우러지는 신비경이야말로 초현실의 세계이고 박미서 시인의 시에서 축조하는 이계異界일 것이며 이것은 종교적인 어떤 신비적인 세계이거나 시인의 내면에 생성된 새로운 창조의 지평을 드러내는 표현일 것이다.

그래서 「벗에게」에서 “사랑스런 새들도 마시는/ 한낮의 샘물은/ 우리들의 사랑으로 만들자”라고 하여 새와 샘물이라는 생명수, 그리고 ‘우리들’이라는 너와 나의 사랑만이 어둠과 묶임에서 풀어줄 수 있는 길, 영원한 생명의 길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이것이야말로 「산세베리아의 송가」에서 말하는 “물아일체 투혼의 극에 맞닿을 때”이며 시인의 비상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시인은 「바위 눈금의 풍경」에서 “낯익은 극기”를 바위의 눈금에서 가늠하고 있지 않겠는가.

불꽃 바퀴 움켜쥔 자국 안에 발자취 꽃,
잊지 못한 가슴을 칠성별 파란 국자는 잔잔히 담고 있지
무화과나무가 깜박여 듣고서
목어의 눈으로 다가와 움트지 않을 쇠뜨기 풀과
아지랑이 둘러싼 헛달,
아토초 찰나의 그물로 끄집어내어 가고

지구와 동갑인 황금 장대,
계절의 오음五音이 배인 당김줄 사이에
예스런 미소들
슬쩍 돌아보는 은하가 평온하지

어느새 벗들이 휘감은 순정한 화음和音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만고의 양달이 깃들고
물고기 떼 솟아오른 오롯한 기억들,
싱그러운 수초들처럼 온통 일렁이지

청청히 닿은 바위 눈금 위에
궁음宮音의 지축地軸,
낯익은 극기의 종소리 뜨겁게 사로잡힌 물결,
걷고 걷다가
푸른 새벽 궁글려 틔우고 있는

- 「바위 눈금의 풍경」 전문

박미서 시의 전체 경향은 내면 바라보기, 성찰, 종교 영성적 사상이 시의 근간을 이루고 있고 ‘새’로 상징되는 자아의 자유와 해방을 표현하였으며 여기에는 지상계와 천상계를 잇는 새의 이미지를 강화하였다. 그것은 극락에 산다는 ‘파랑새’를 통해 신비하고 초월 된 세계에까지 상상력을 이끌어 간다. 이렇게 해서 시적 언어의 이미지 연쇄 고리는 확장되고 시인이 얼마만큼 사유를 하였는가가 깊이 다가온다.

두 번째 시집의 이름이기도 한 「바위 눈금의 풍경」은 바위의 눈금에서 천상계를 들여다본 것 같다. 그것은 사물 속에서 자신의 사유 속에 있는 천상계로 보이는 것이다. 그곳에는 아토초 찰나의 그물로 끄집어낼 만큼 정밀하다. 거기에는 어떤 에너지가 생성되고 있을까. 시인의 사유는 그곳에서 머물러 있으면서 성의 길을 걷고 또 걷는다. 걸으면서 사유를 단단하게 하고 확장시킨다.

그리고 푸른 새벽이 올 때까지 시의 세계를 창조하기 위하여 궁굴린다. 그곳에도 12궁의 소리가 닿는 바닷가 바위가 있다. 그 바위에서 “낯익은 극기의 종소리”를 듣는다. “낯익은 극기”란 시인이 견뎌오고 한계를 초월한 후 느껴지는 신생의 종소리일 것이다.

“칠성별 파란 국자” “황금 장대”는 각각 은하수의 생명수를 뜨는 파란 국자, 북두칠성, 지향점을 상징하고 “황금 장대”는 12궁의 지축인 걸로 보아 영원성과 만물의 중심인 은하 우주 세계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 상징물이다. “불꽃 바퀴”를 움켜쥐었을 때의 발자취 꽃, 잊지 못한 가슴은 파란 국자에 담고 있다. 생의 “불꽃 바퀴”는 시를 품고 살아온 생의 열정일까. 박미서 시인은 이 삶의 경험을 파란 국자에 담아놓고 하나하나 아토초의 찰나와 같은 촌각의 시간 속에서 변화하는 자취를 지켜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떤 형태로든 변화할 것이며 현상계의 모든 것들이 소멸해 가듯이 시인은 그 소멸해 가는 것으로부터 기억을 복원하고 새로운 시의 생명력을 창조하기 위해서 극기로서 머물고 바라보며 시선 고정할 것임을 알 수 있다. 박미서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출간을 축하드리며 애독자들로부터 사랑받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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