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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과 햇살이 빚어낸 달콤하고 긍정적인 인내의 시간
튼실하고 팽팽했던 주황색 감은 처마 밑에 대롱대롱 매달려 조금씩 나이를 먹습니다. 맨몸으로 비바람과 햇살을 맞는 동안 초록빛 머리는 갈색으로 마르고 몸에는 하얀 분이 내려앉지요. 하지만 속은 더욱 말랑말랑해지고, 내면 깊은 곳에는 단맛이 가득해집니다. 비로소 곳감 할매는 나뭇가지나 처마 밑이 아닌 내가 있고 싶은 곳을 찾기로 합니다. 세월의 흐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곶감 할매의 모습은 나이가 든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합니다. 온전히 나만의 시선으로 나를 보고, 누군가의 간섭 없이 내가 가고 싶은 길을 뚜벅뚜벅 걷는 곶감 할매의 걸음은 익어가는 과정을 맞고 있는 모두에게 뭉클한 응원을 건넵니다. 쉼표를 찾아 떠난 길에서 마주한 더 넓은 세상과 연대의 온기 “이젠 좀 쉬어야겠다”며 지친 몸을 이끌고 탕을 찾아 나선 곶감 할매의 온천 여행은 예상치 못한 만남과 눈부신 경험들로 가득 채워집니다. 긴 세월을 인내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품이 한결 넓어지고 넉넉해진 할매의 눈에는, 낯선 여행길에서 만나는 모든 존재가 그저 애틋하고 소중합니다. 왁자지껄한 ‘식혜탕’에서는 즐겁게 노는 아이들을 위해 흔쾌히 발길을 돌려 배려하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피곤한 와중에도 ‘팥죽탕’에서 위기에 빠진 하얀 새알심을 지나치지 않고 기꺼이 지팡이로 구해냅니다. 그리고 마침내 도달한 은은한 갈색빛의 ‘수정과탕’에서는, 몸이 깨져 물을 더럽힐까 봐 우물쭈물하는 작은 아이를 향해 “난 괜찮단다. 너만 괜찮으면.”이라며 상처 입고 위축된 마음까지 다정하게 어루만집니다. 할매의 온천 여행은 쉼을 위해 홀로 떠난 길이었지만, 도리어 더 많은 이웃과 친구를 만나고 약한 이들을 품어내는 아름답고 가슴 벅찬 연대의 여정이 됩니다. 전통 간식들의 유쾌한 변신, 상상력이 돋보이는 따뜻한 그림책 곶감 할매가 쉬기 위해 찾아가는 온천들은 모두 우리가 즐겨 먹는 전통 간식들로 꾸려졌습니다. 고들고들한 밥알들이 왁자지껄 뛰노는 식혜탕, 동글동글한 새알심이 징검다리처럼 놓인 팥죽탕, 생강과 계피의 알싸하고 달콤한 향이 풍기는 수정과탕 등 익숙한 옛 먹거리들을 목욕탕과 연못으로 재탄생되었습니다. 전통 간식들을 의인화한 서선연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깊이감이 느껴지는 글, 다채롭고 포근한 질감으로 생동감 넘치게 묘사된 김지영 작가의 화풍은 독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으며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깊은 여운을 선사합니다. 곶감 할매와 함께 여행을 떠나 보아요. 마음까지 뜨끈해지는 훈훈한 온천 여행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