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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택배 7p
에필로그 184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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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린 순간 화분과 함께 예화가 바닥에 쓰러졌다. 땅바닥에 머리가 부딪는 소리가 났다. 화분은 산산조각 나 바닥에 뿌려졌다. 쏟아진 흙이 여기저기로 튀었다. 흙 아래로 무엇이 스멀거리며 퍼지나 싶었는데 피였다. 예화의 뒷머리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화분으로 예화의 머리를 내리친 것이었다.
“예화야.” 한수는 예화의 몸을 흔들어 보았다. 예화의 몸이 속절없이 흔들렸다. 예화의 심장에 머리를 대봤다. 손가락을 코밑에 가져가 봤다. 그는 뒤로 털썩 주저앉았다. 예화가 죽었다. ---p.23~24 한수는 적재함 위로 올라갔다. 문을 살짝 닫고 시신이 든 캐리어에서 빈 캐리어로 옷가지를 옮겨 담았다. 마지막까지 확인한 후 지퍼를 잠갔다. 두 개의 똑같은 가방을 보며 한수는 손을 탈탈 털었다. 작업의 마무리와 함께 그의 죄도 사라질 것만 같았다. 차에서 내린 뒤 문을 닫았다. 철컹, 잠금장치도 걸었다. 그는 운전석 쪽으로 가기 위해 몸을 틀었다. 그때였다. 차가 가볍게 진동했다. 시동이 걸린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하기도 전에 차가 움직였다. 한수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운전석을 향해 달렸지만 차가 굉음을 내며 속도를 올렸다. 한수는 달렸다. 이게 무슨 일인지, 뛰어서 뭘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차를 따라 달렸다. 그럴수록 차와의 거리는 더욱 벌어질 뿐이었다. “어떤 새끼야!” ---p.52~53 택배차가 가끔 없어지는 경우는 있다. 바쁜 집배송 일정에 맞추기 위해 기사들은 시동을 끌 새도 없이 차에서 내리는 경우가 많다. 그걸 악용해 차를 훔쳐 타고 달아나는 놈들이 있었다. 그러나 모두 금방 잡힌다. 물론 신고만 하면. 한수는 핸드폰을 꺼냈다. 112를 누르려다 말고 손을 멈췄다. 확신할 수 없었다. 신고를 해도 될까? ---p.53 - 차에 재미있는 게 실렸던데? 목에 칼이 들어왔다. 그 순간 한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겨우 숨을 들이켜 터지려는 심장을 꾹꾹 눌렀다. 정신을 차려야 했다. 호랑이한테 물려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다. ---p.57 - 보기만 했겠냐. 내가 내렸지. 근데 뭐길래 그렇게 냄새가 나냐? “그거 택배 아니야, 이 새끼야!” 건물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그런 것으로는 터지려는 분노가 가라앉혀지지 않았다. 한수는 자신도 모르게 발을 이리로 움직였다, 저리로 움직였다 주체하지 못했다. 진구는 태평하게 대답했다. - 택배 송장이 붙어 있던데. “그거 어떻게 했어!” - 실었지. 지점 노선 차에. ---p.148 파일을 열었다. 자잘한 부분들은 휙휙 넘기고 보장 금액을 확인했다. 한수는 눈을 부릅떴다. 누군가 봤다면 그의 눈 안에서 타오르는 욕망의 불꽃을 발견했을 것이다. 상해 사망 시 5억 원. ---p.80 “당신 이거 뭐예요?” “사람 들어오자마자 인사도 없이 무슨 말이야?” 한수가 인상을 찌푸리며 대꾸하자 진호가 일어서서 다가왔다. 진호는 말도 없이 서류를 내밀었다. 그걸 받아 보는 순간 심장이 굳는 것이 느껴졌다. 몸에 힘이 들어갔다. 침이 바싹 말랐다. 경찰에서 보낸 출석요구서였다. ---p.99 “왜 날 죽였어.”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예화라는 것을 알았다. 예화, 하고 부르기 전에 그녀의 손이 한수의 목을 감싸 쥐었다 ---p.142 “내려야 해요. 절대 가면 안 된다고요.” “그게 뭔데?” 한수는 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뭐든, 가면 안 되는 거예요.” “그렇다고 여기서 뭘 어쩌자고. 뭔진 모르겠지만 여기서 까대기라도 하자는 거야? 이 갓길에서?” ---p.155 찾을 수 있다. 반드시 찾을 수 있다.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p.1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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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사망 시 보험금 5억원. 3억을 그놈에게 주면 2억이 남는다.”
범죄를 덮기 위해 다른 범죄에 손을 대는 아이러니 주인공의 계획은 언제나 완벽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말이다 50대 택배 영업소장 백한수는 사람을 죽였다. 흔적을 지우고, 시체를 캐리어에 담아 자신의 택배차 짐칸에 실었다. 자신을 찍은 CCTV 영상에 대한 핑계도 생각했다. 이제 증거를 버리기만 하면 모든 게 끝난다. 하지만 짐칸을 잠그는 순간, 차가 출발해 버린다. 한수만 덩그러니 남겨둔 채. 신고만 하면 택배차는 찾을 수 있지만, 경찰이 택배차를 조사하기라도 하면 한수의 인생은 끝날 것이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이 도둑에게서 협박 전화가 걸려 오고, 사흘 안에 5억을 마련하라는 조건이 붙는다. 겨우겨우 흥정하여 3억으로 깎았지만, 상황을 타계할 방법이 없는 건 여전하다. 눈앞이 캄캄해진 한수는 아내의 보험 서류를 우연히 발견한다. 계획이 성공할 것 같은 아슬아슬한 순간마다 백한수는 꼭 미끄러진다. 보험금을 타기 위해 아내를 죽이려 할 때는 친척이 끼어들어 방해하고, 시체가 든 캐리어를 되찾기 일보 직전에는 그 캐리어에 송장이 붙어 어딘가로 발송되어 버린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도와주기는커녕 저마다의 비밀과 욕망을 숨긴 채 판에 뛰어든다. 차를 훔친 도둑은 살인자를 협박하고, 궁지에 몰린 살인자는 급기야 더 끔찍한 계획까지 꾸민다. 한 사람의 범죄가 또 다른 범죄를 부르며 방사형으로 터져 나가는 돌발 사건들은 이 이야기가 어떤 결말에 닿을지 짐작조차 못 하게 만든다. 정해연 작가는 편집자와의 인터뷰에서 “독자들이 벼랑 끝으로 계속 몰리는 한수의 모습을 고소하다는 즐거움을 느끼며 읽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오래전 택배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때 택배차 도난 사건을 목격했다. 탑차 한 대가 사라진 일로 지역 내 모든 택배사에 SOS가 퍼졌다. 이 소설은 거기서 출발했다.” _ 정해연 『불빛 없는 밤의 도시』의 경비실, 『우리 집에 왜 왔어?』의 지하철,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의 아파트처럼, 정해연 작가는 일상과 너무 가까워 오히려 들여다보지 않는 공간의 사람들을 이야기 한복판에 세워왔다. 『살인 택배』에서 그 무대는 바로 ‘택배 현장’이다. 택배 회사에서 일했던 작가의 경험은 작품 속 디테일로 되살아났다. 취합된 택배는 배송지에 도착하기 전 여러 단계를 거치고, 택배 기사는 배송 외에 분류 작업을 함께 도우며 서로의 평판을 관리한다. 구역 곳곳을 오가는 일인 만큼 운송 시스템은 철저하게 체계화되어 있다. 이 시스템을 잘 알고 있다고 자만한 주인공 백한수는 결국 이 시스템 때문에 발목을 잡힌다. “눈앞에서 택배차를 도난당한 택배 기사가 실은 살인범이라면, 그 당황한 얼굴은 얼마나 고소할까.” 이 짓궂은 상상에서부터 시작된 작품은 거대한 판 위에서 움직이는 인물들을 내려다보듯 지켜보는 색다른 재미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