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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제1부 제2부 제3부 제4부 제5부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인간의 필멸성과 불멸성의 역설 추천의 글 작가 소개 책 소개 |
Simone de Beauv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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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아 있지만, 내겐 생명이 없어요. 나는 절대 죽지 않을 테고, 따라서 나한테는 다가올 날들이 없어요. 난 그 누구도 아녜요. 내게는 역사도 얼굴도 없어요.”
“나는 죽는 것이 무섭네. 하지만 영원한 인생이란 너무나 길어!” “순간순간 그들의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어떤 불길이 있습니다. 바로 그것을 그들은 삶이라고 부릅니다.” “만일 당신이 필멸할 존재였다면, 나는 세상 끝까지 당신 안에서 살았겠지. 당신의 죽음은 나한테 세상의 끝이 될 테니까. 하지만 나는 끝나지 않을 한 세상 속에서 죽게 돼.” 결국 죽겠지만 우선 그들은 살고 있었다. 개미도 돌도 아닌 사람들이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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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 않으려 애쓰는 시대에 다시 읽는 보부아르의 질문
오래 사는 것을 넘어 늙지 않고 죽지 않는 법이 진지하게 이야기되는 시대다. 보부아르는 80년 전 이 소설에서 이미 그 꿈의 끝을 그려 보였다. 포스카는 불멸을 얻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기근을 이겨내고, 도시를 키우고, 제국을 세우고, 세계를 이성으로 다스리려 한다. 그러나 수백 년을 거치며 그가 확인하는 것은 모든 승리가 언젠가 패배로 바뀐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이 누구와도 같은 시간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이다. 보부아르가 그리는 것은 불멸자의 비극만이 아니다. 축제가 끝날 때까지 자기 죽음을 숨겨 달라던 아들 안토니오, 중국으로 가는 물길을 찾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탐험가 카를리에, 끝나지 않을 세계 속에서 혼자 죽어야 하는 아내 마리안, 이길 희망이 없는 방어벽을 지키다 쓰러지는 혁명가 가르니에. 포스카 곁을 스쳐 간 필멸의 인간들은 저마다 자기 삶과 죽음을 스스로 선택한다. 끝내 그들의 일원이 되지 못한 포스카는 깨닫는다. 그들이야말로 자유로운 인간이었다고. 죽음을 마주하기에 인간은 살아간다 “저 여자가 노래하는 것을 들어봐요. 만일 저 여자가 언젠가 죽을 사람이 아니라면 저 노래가 그렇게 감동적일 수 있을까요?” 중세 이탈리아의 공성전과 페스트, 종교개혁과 농민전쟁, 잉카 제국의 몰락, 계몽주의 시대의 살롱, 7월혁명과 2월혁명에 이르는 600년의 서사는 그 자체로 장대한 역사소설로 읽힌다. 동시에 이 소설은 보부아르가 철학 에세이 『피뤼스와 시네아스』(국내에는 『모든 사람은 혼자다』로 번역)에서 펼친 실존주의 윤리를 이야기로 옮긴 작품이기도 하다. 인간은 미래를 향해 자신을 던질 때 비로소 지금 이 순간을 의미 있게 산다. 영원을 가진 포스카가 잃어버린 것이 바로 그것이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주어진 여건과 관습에 따라 기계처럼 존재하고 작동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을 투신하여 주어진 한계를 초월함으로써 존엄한 개인으로서 ‘실존’하려는 인간의 투쟁을 긴 호흡으로 그려낸, 실존주의의 문학적 형상화다. 작가는 이 작품을 평생의 동반자였던 실존주의 사상가 장폴 사르트르에게 헌정했다. 독자가 만든 표지로 다시 태어난 고전 이번 개정판은 2014년 삼인에서 펴낸 변광배의 번역을 그대로 살리고, 추천사를 받고,판형과 장정을 새로 했다. 특히 표지는 독자 공모로 만들었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를 저마다의 시선으로 해석한 응모작 가운데 당선작을 골라 표지에 실었고, 입상자 20인의 이름을 책에 함께 새겼다. 입상작 20점은 전시로도 독자를 만난다. 80년 전에 쓰인 고전이 오늘의 독자들의 손을 거쳐 다시 태어난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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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지금 이 순간을 값지게 느끼는 까닭은 다가올 미래가 있어 오늘에 희망을 걸 수 있고, 지나온 과거가 있어 지금이 그 연장선 위에서 의미를 얻기 때문이다. 과거와 미래 사이에 붙들린 단 한 번의 현재이기에 이 순간은 비로소 귀하다. 그런데 영원히 사는 포스카는 바로 그 시간의식을 가질 수 없기에 붙들어야 할 순간도 걸어야 할 미래도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의 삶에서는 그 무엇도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것, 이것이 불멸이 품은 아이러니이다. 늙지 않으려고, 영원히 살고자 안간힘을 쓰는 현대인들에게 이 소설은 새삼 묵직하게 다가온다. 이 소설은 우리 각자가 자신의 인생을 의미 있게 완성할 유일한 존재라는 것을 일깨우고 있다.
- 최희진 (동덕여대 문화예술경영 전공 조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