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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여자
작품 해설 |
Simone de Beauv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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孫章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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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보통 때 나를 두렵게 하지 않는다. 고독도 조금씩이라면 오히려 기분을 느긋하게 만들어준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으면 마음을 너무 쓰게 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얼굴을 한번 찌푸리거나 하품만 해도 벌써 불안해진다. 그리고 성가시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려고 - 혹은 우습게 보이지 않으려고 - 신경을 쓰다 보면 걱정거리가 있어도 입 밖에 낼 수가 없으며, 충동적인 기분이 일어나도 억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 pp.49-50 모리스가 내게 사실을 고백하던 밤, 나는 불쾌하기는 하지만 분명하게 드러나버린 상황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만일 내가 투쟁할 필요가 있다면 그것은 과연 무엇에 대해서며 왜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를 모르고 있다. --- p.54 “당신 언니는 외향적이야! 기교가 너무 지나치고! 가짜 보석과 같애. 당신이야 진짜 보석이지만.” 진짜라…… 그것은 당시에 유행하던 말이었다. 그런데 그는 나를 ‘진짜’라고 불러준 것이다. 어쨌든 모리스가 사랑한 것은 나였다. 그래서 나는 언니를 부러워하지 않았다. 나는 나 자신에 그대로 만족할 수 있었다. --- p.59 나는 그 일을 누구누구가 알고 있고, 누구누구가 모르고 있으며, 또 그게 언제부터인지를 알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동정하고 있을까, 비웃고 있을까? 소갈머리 없는 생각일진 몰라도 나는 그들이 몽땅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그들이 지금 내게서 그리고 있는 비참한 내 이미지를 깨끗이 지워버리기 위해서. --- p.73 남편은 왜 내게 거짓말을 했을까? 내가 지신을 감당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때문일까? 아니면 남편은 부끄러워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왜 그 얘기를 내게 했을까? 그것은 필경 노엘 리가 모리스와의 비밀 생활에 지쳐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나에게 닥쳐온 이 사건은 무서운 것이다. --- p.83 나는 자존심이 상했다. 노엘리는 딸의 이익을 위해 염려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편리하게 살고 있음이 분명하다. 나는 항상 그 반대로 생활해왔는데. --- p.91 남편은 왜 이젠 나를 사랑하지 않게 되었을까? 우선 그가 왜 전에는 나를 사랑했는가를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런 질문들은 자기 자신에게는 하지 않는 법이다. 설령 오만하지 않거나 나르시시스트가 아니더라도 본래의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것은 너무나 유니크한 일이라서 다른 사람에게도 역시 유니크하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 pp.116-117 그는 나를 사랑했었다. 그저 그뿐인 것이다. 그리고 그는 영원히 나를 사랑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영원히 나일 테니까. (그런데 나는 다른 여성들의 이런 맹목성에 놀랐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거울삼아서는 자신의 문제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이상한 노릇이다 - 다른 사람들의 경험은 내 문제는 아니며 내게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다.) --- p.117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새롭다는 점과 아름다운 육체 이외에 내가 모리스에게 줄 수 없는 무엇을 노엘리는 줄 수 있단 말인가? 여의사가 말했다. “타인의 연애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거랍니다.” --- p.121 아! 절망 그 자체보다도 더 괴로운 것은 이따금 마음속을 쑤시고 지나가는 희망의 가시이다. --- pp.121-122 자신의 한계를 알려면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어야만 한다. 즉 자신의 그림자를 뛰어넘는 것이다. 나는 항상 남이 내게 한 말과 내가 읽은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면 하나의 관념의 풍요함과 복잡성을 파악할 줄 모르기 때문에 너무 빨리 이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결합 때문에 나는 노엘리가 나보다 우월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 p.128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은 수시로 바뀌는 모리스의 친절과 우울증이다. 나는 어느 쪽 문이 열릴는지를 전혀 가늠할 수가 없다. 그는 마치 내게 고통을 준 것을 못 견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게 희망을 너무 안겨주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나는 절망 속에서 얼어붙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 p.146 나는 그 여자에게 상처를 주고 싶은 생각이 왈칵 치밀었다. 그런 짓은 여자 특유의 감정이며 옳지 못하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녀가 내게 진 빚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그런 기분이 든다. 사람들은 비겁하다. 발랭 부인이 노엘리에 대한 얘기를 했다는 그 친구를 만나게 해달라고 디아나에게 부탁하자 디아나는 난색을 표명했다. --- p.148 나는 나 자신의 영상을 잃어버렸다. 내가 그것을 자주 바라보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내 배경에는 그것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은 모리스가 나를 위해 그려놓은 이미지였다. 솔직하고 성실하고 ‘진짜’이며 교활하지 않고 타협을 모르면서도 이해심이 깊고 관대하며 감수성이 높고 생각이 깊은, 그리고 사물과 사람들에 대해서 자상하게 마음 쓰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정열적으로 헌신하며, 그들을 위해 행복을 창조해내는 여성의 이미지였다. 아름답고, 맑고, 모자란 데가 없는 ‘조화 있는’ 인생이었다. --- p.183 “그렇지만 평생을 사랑하며 사는 사람들도 있잖니.” “사랑하는 척하는 거겠죠.” “뤼시엔, 남들이 흔히 말하는 식의 일반론은 그만두고 대답해봐. 그건 정상이라느니 자연스럽다느니 하는 대답으로는 난 만족할 수 없어. 분명 내게 잘못이 있었던 모양인데 그게 어떤 것이었을까?” --- p.194 “그건 통계상의 문제예요. 부부간의 사랑에 일생을 걸었을 때에는 마흔 살에 빈손으로 버림까지 받게 되는 경우도 있는 거예요. 엄마는 제비를 잘못 뽑은 거죠. 그러나 그런 사람이 어디 엄마 혼자뿐인가요.” --- p.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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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여성들!
시몬 드 보부아르가 그려낸 존재의 균열과 감정의 진실 그리고 정신적 위기를 극복하려는 한 여성의 고뇌의 기록! “문제는 그런 데 있는 게 아니랍니다. (…) 타인의 연애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거랍니다.” 여성의 정체성과 존재론적 고뇌를 탐구하며, 보부아르의 철학적 통찰과 문학적 감성이 결합된 걸작 시몬 드 보부아르는 사랑에서 남녀 간의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를 중요시했고 그런 자신의 독특한 결혼관을 사르트르와 계약 결혼을 통해 실천했다. 이 작품은 보부아르가 60세에 발표한 소설로 여성이 억압적인 현실을 인식하고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는 과정을 냉정하게 그려나간다. 당시 프랑스와 서구 사회는 사회적 변화에 대한 욕구가 강하게 분출되고 있었고, 보부아르는 이 작품에서 전통적인 성 역할 속에서 억압받는 당시 여성의 삶을 비판하며 여성 해방과 자아실현을 탐구했다. 또한 여성의 감정적 복잡성과 존재론적 고뇌를 심도 있게 탐구하며 자신의 철학적 통찰과 문학적 감성을 결합했다. 이방인이 되어버린 남편과 남편의 애인을 통해 비로소 자신을 돌아보게 된 한 여자의 고뇌와 좌절의 기록 애인이 생겼다는 남편의 고백에 충격을 받고 질투와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여주인공 모니크, 두 여자의 틈바귀에서 양심의 가책과 사랑의 갈등으로 번민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남편 모리스, 남편을 사로잡은 육감적이며 지적인 변호사 노엘리, 도움이 되려 하나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는, 결국 제3자일 수밖에 없는 자녀들과 친구들, 그리고 마침내 별거 생활로 들어가는 과정……. 이 작품에는 이 모든 것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모니크는 한 번도 남편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고 현모양처로 살아왔지만 남편의 애인이라는 타인의 침입을 계기로 부부 사이의 도덕성과 결혼제도에서 여성의 종속성에 대해 되묻는다. 그리고 여성으로서 자신의 삶을 자각하고 자아를 재발견하며 나아가 인간 실존 의식에 눈뜬다. 아내라는 전통적인 여성의 행복을 끊임없이 열망하면서도 자기 존재를 송두리째 흔들어버린 남편의 애인과 남편 사이에서 자신을 구원하는 길은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간다. 사랑과 배신, 상실 그리고 나를 마주하는 순간을 일기체로 써 내려간 영혼의 고백 보부아르는 대화를 주로 하는 일인칭 화법을 즐겨 사용하는데,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보부아르는 일인칭 일기체 형식으로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뉘앙스를 쉽고 섬세하게 표현하여 실존주의 문학이 흔히 풍기기 쉬운 현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냄새를 중화했다. 작품의 등장인물과 줄거리로만 보면 남편의 불륜, 삼각관계, 중년의 위기 같은 통속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보부아르는 통속적인 내용 속에서도 인간 실존 의식과 여성의 자아 성찰, 결혼제도와 사회 속 여성의 억압 문제를 놓치지 않고 사실적이고 설득력 있게 그려나간다. 그리고 인간 존재에서 시작된 고통과 위기의 순간에 드러나는 진실한 자신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실존주의 문학의 거장답게 시몬 드 보부아르는 통속적인 이야기 속에서도 치열한 성찰의 끈을 놓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