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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현대작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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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천사 지브릴
2. 마훈드
3. 엘오엔 디오엔
4. 아예샤
5. 보이지만 안 보이는 도시

저자 소개 2

살만 루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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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man Rushdie,Ahmed Salman Rushdie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1975년 『그리머스』로 문단에 첫발을 내디뎠고, 1981년 출간한 두번째 작품 『한밤의 아이들』로 부커상,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 상을 수상했다. 특히 『한밤의 아이들』로 ‘부커 오브 부커스’(1993)와 ‘베스트 오브 더 부커’(2008)를 수상하며 부커상 3관왕이라는 문학사상 유례없는 기록을 세웠다. 1988년 출간한 『악마의 시』는 휫브레드 최우수 소설상을 받고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는 한편, 신성모독 논란에 휩싸이며 이란의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작가를 처단하라는 종교 법령 ‘파트와’를 선언했다. 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1975년 『그리머스』로 문단에 첫발을 내디뎠고, 1981년 출간한 두번째 작품 『한밤의 아이들』로 부커상,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 상을 수상했다. 특히 『한밤의 아이들』로 ‘부커 오브 부커스’(1993)와 ‘베스트 오브 더 부커’(2008)를 수상하며 부커상 3관왕이라는 문학사상 유례없는 기록을 세웠다. 1988년 출간한 『악마의 시』는 휫브레드 최우수 소설상을 받고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는 한편, 신성모독 논란에 휩싸이며 이란의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작가를 처단하라는 종교 법령 ‘파트와’를 선언했다. 이로 인해 1995년까지 영국 정부의 보호하에 도피생활을 하면서도 종교적 관용 및 문학의 사회적 역할을 역설했고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 미국으로 이주했고, 2007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회고록 『조지프 앤턴』, 2022년 피습 사건을 다룬 『나이프』, 장편소설 『무어의 마지막 한숨』 『키호테』 『승리 도시』 등으로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루슈디는 유럽과 미국의 대학교 여섯 곳에서 명예 박사학위와 펠로우십을 받았고, M.I.T 문과대학의 명예교수이자 에머리대학교 석좌교수이다. PEN 아메리카 회장을 역임했으며, 미국 문학예술아카데미 및 미국 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이다. 작품활동 외에 강연, 연설, 기고 등을 통해 우리 사회 이면의 진실에 대한 메시지를 피력하는 한편, 특유의 유머와 신랄한 목소리로 독자들에게 다양성의 세계를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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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에 태어났다. 연세대 사회학과 및 영문학과를 거쳐 미국 마이애미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스플릿 스커트』, 『브루스터 플레이스의 여인들』, 『도둑신부』, 『강한 딸 만들기』, 『서른 개의 슬픈 내 얼굴』, 『푸른 꽃』, 『유혹하는 글쓰기』, 『총, 균, 쇠』, 『페넬로피아드』, 『해상시계』, 『분노』,『시라노』,『한밤의 아이들』, 『롤리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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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430쪽 | 629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0752235

예스24 리뷰

--- 김정희 candy@yes24.com
텍스트 자체보다 그 저변의 이야기가 더욱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책들이 있다. 만약 그러한 책들의 목록을 만든다고 했을 때 살만 루시디의 『악마의 시』도 넉넉히 몇 페이지 정도는 할애해야 하는 책이다.

1988년 『악마의 시』가 출간된 이듬해 이란의 정치 종교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는 이슬람교 모독 죄를 적용하여 루시디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이후 루시디는 수십 번이나 거처를 옮기는 도피 생활을 시작하였다. 이슬람 교도들은 『악마의 시』를 출판 판매하는 출판사와 서점에 폭탄 테러를 가했으며 인도, 파키스탄, 영국 등지에서 루시디 탄핵 시위를 빈번하게 일으켰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건은 정치적으로 확장되어 더욱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1990년 세계 문인 160여 명은 루시디 지지 성명을 발표하였고, 당시 영국 총리 존 메이저와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은 루시디를 접견하기에 이른다. 1998년 모하메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은 `루시디 사건'은 `완전 종결'되었다고 선언하였고 2000년 루시디는 자신보다 24살 어린 인도 출신의 전직 모델과 열애에 빠져 미국 뉴욕에 정착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 루시디는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이 되었고, 여러 나라의 유명 문학상을 휩쓸었으며 매년 노벨 문학상의 유력한 당선자로 거론되고 있다. 물론 이슬람 권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한 심사 위원회가 내분을 무릅쓰면서까지 번번이 탈락시킨다는 소문이 들려오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정작 『악마의 시』를 읽어 보면 이러한 일련의 사건이 소심하고도 과격한 일부 종교인이 만들어 낸 해프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물론 이슬람의 예언자 무하마드를 암시하는 인물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와 코란의 일부를 `악마의 시'로 언급한 것이 신성 모독으로 오해 받을 여지가 없지는 않지만, 작품의 맥락을 찬찬히 고려하면 어렵지 않게 선별할 수 있는 문제이다. 소설은 오히려 이슬람교보다는 런던과 영국을 매몰차게 비판한다. 그리고 그 이전에 작가의 관심사는 선과 악, 식민자와 피식민자, 강자와 약자 등 인간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대립과 갈등에 있다.

소설은 런던 상공에서 비행기가 폭파된 후 두 주인공이 낙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들이 지상으로 내려오면서 인도의 전설적인 영화배우 지브릴은 “머리 언저리에 희미한, 그러나 분명히 황금빛인 어떤 `광채'가 보이”게 되었고, 친영파 살라딘 참차의 양쪽 관자놀이에는 “찔리면 피를 볼 만큼 뾰죽한 한 쌍의 염소뿔”이 생기게 된다. 단지 겉 모습만 변한 사건이지만 지브릴의 후광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를 천사로 여기게 하고, 참차의 뿔은 그를 악마로 여기게 만들어 결국 그들의 삶을 바꾸어 놓는다. 단지 겉 모습만 달라졌을 뿐인데, 무엇이 그들을 선과 악의 대변자로 만들었는가?

사실 `무엇이 선이며, 무엇이 악이냐'는 문제는 성서의 「욥기」와 18세기 괴테의 『파우스트』를 중심으로 각종 신화와 전설을 통해 끊임없이 탐구되어 온 주제이다. 여기 20세기 작가 살만 루시디는 꿈과 현실을 넘나들며 그리고 신화와 문화, 정치와 사회적 문제를 거느리며 선과 악을 그려낸다.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며 때로는 변명과 푸념을 늘어놓으며 난데없이 튀어나오는 화자와 역주가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 결코 일반적이라고 할 수 없는 살만 루시디의 현란한 문체가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내심을 지니고 호흡을 따라가다 결국 작품에 몸을 맡기게 되면 묵직한 주제에 쾌감을 느낌은 물론 작가의 생생한 유머까지 즐길 수 있다.

책 속으로

하늘에서 곤두발질치며 지브릴 파리슈타가 노래했다.

'다시 태어나려면 먼저 죽어야 한다네. 이야호! 야호! 젖가슴같은 대지에 내리려면 먼저 날아야 한다네. 파닥! 파다닥! 먼저 울지 않는다면 어찌 다시 웃을 수 있으랴? 한숨없이 어찌 연인의 사랑을 얻을 수 있으랴? 바바, 그대 다시 태어나고 싶다면......'

새해 첫날 무렵이나 그 무렵의 어느 겨울날 아침, 동트기 직전의 쾌청한 하늘에서 멀쩡히 살아있는 두 명의 성인 남자가 자그마치 이만구천이 피트라는 까마득한 높이에서 낙하산도 날개도 없이 영국 해협을 향해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나 그대에게 말하건대 죽어야 한다네, 말하건대, 말하건대.'

--- p.15

그들이 유일한 생존자였다. 파괴된 보스탄 호에서 떨어져 뮤사히 살아남은 사람은 그들뿐이었다. 두 사람은 어느 해변으로 밀려가서 발견되었다. 둘 중에서 말이 더 많은 쪽, 그러니까 자줏빛 셔츠를 입은 자는 정신없이 횡설수설하는 과정에서 자기들이 물 위를 걸었으며 파도가 자기들을 태워 가만히 해변까지 데려다주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무슨 마술처럼 여전히 젖은 중산모를 쓰고 있던 또 한 사람은 그 말을 부인했다.

“우리는 운이 좋았을 뿐이지요.이렇게 운이 좋을 수도 있습니까?”
물론 나는 진실을 알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으니까. 지금으로서는 무소부재니 무소부지니 하는 것들을 주장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이것만은 말할 수 있다. 그 일은 참차가 의지력으로 원했고 그 의지에 따라 파리슈타가 이룩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기적을 일으킨 사람은 어느 쪽인가? 파리슈타의 노래는 어떤 것이었나, 천사의 노래, 악마의 노래? 나는 누구냐고?

--- p.25

“날아, 노래해.”
참차는 지브릴를 붙잡고 늘어졌고, 지브릴은 처음에는 천천히, 그러다가차츰 속도와 힘을 증가시켜 두 팔을 파닥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더 힘껏, 더 힘껏 파닥거렸고, 그렇게 파닥거리는 동안에 입에서는 노래가 터져나왔는데, 레카 메르찬트의 유령이 불렀던 노래처럼 자신도 알지 못하는 언어였고 들어본 적도 없는 곡조였다. 지브릴은 이 기적을 거부하지 않았다.

이성을 통해 그것을 무화하려 한 참차와는 달리 지브릴은 나중에도 이 노래가 정말 아름다웠으며 노래가 없었다면 퍼덕임도 쓸모가 없었을 것이며 그 퍼덕임이 없었다면 두 사람은 틀림없이 돌멩이나 그 무엇처럼 곧장 떨어져 파도에 부딪쳤을 것이고 저 팽팽한 북 같은 바다에 닿는 순간 산산이 박살나고 말았을 것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하게 될 터였다.

그런데 그들은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 지브릴이 점점 더 힘껏 퍼덕이며 노래할수록, 노래하며 퍼덕일수록 추락 속도는 더욱 뚜렷하게 줄어들었고, 마침내 두 사람은 산들바람에 날린 종잇장처럼 해협 위로 사뿐히 내려앉고 있었다.

그들이 유일한 생존자였다. 파괴된 보스탄 호에서 떨어져 뮤사히 살아남은 사람은 그들뿐이었다. 두 사람은 어느 해변으로 밀려가서 발견되었다. 둘 중에서 말이 더 많은 쪽, 그러니까 자줏빛 셔츠를 입은 자는 정신없이 횡설수설하는 과정에서 자기들이 물 위를 걸었으며 파도가 자기들을 태워 가만히 해변까지 데려다주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무슨 마술처럼 여전히 젖은 중산모를 쓰고 있던 또 한 사람은 그 말을 부인했다.

“우리는 운이 좋았을 뿐이지요.이렇게 운이 좋을 수도 있습니까?”
물론 나는 진실을 알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으니까. 지금으로서는 무소부재니 무소부지니 하는 것들을 주장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이것만은 말할 수 있다. 그 일은 참차가 의지력으로 원했고 그 의지에 따라 파리슈타가 이룩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기적을 일으킨 사람은 어느 쪽인가?
파리슈타의 노래는 어떤 것이었나, 천사의 노래, 악마의 노래?
나는 누구냐고?

---pp.24-25

“날아, 노래해.”
참차는 지브릴를 붙잡고 늘어졌고, 지브릴은 처음에는 천천히, 그러다가차츰 속도와 힘을 증가시켜 두 팔을 파닥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더 힘껏, 더 힘껏 파닥거렸고, 그렇게 파닥거리는 동안에 입에서는 노래가 터져나왔는데, 레카 메르찬트의 유령이 불렀던 노래처럼 자신도 알지 못하는 언어였고 들어본 적도 없는 곡조였다. 지브릴은 이 기적을 거부하지 않았다.

이성을 통해 그것을 무화하려 한 참차와는 달리 지브릴은 나중에도 이 노래가 정말 아름다웠으며 노래가 없었다면 퍼덕임도 쓸모가 없었을 것이며 그 퍼덕임이 없었다면 두 사람은 틀림없이 돌멩이나 그 무엇처럼 곧장 떨어져 파도에 부딪쳤을 것이고 저 팽팽한 북 같은 바다에 닿는 순간 산산이 박살나고 말았을 것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하게 될 터였다.

그런데 그들은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 지브릴이 점점 더 힘껏 퍼덕이며 노래할수록, 노래하며 퍼덕일수록 추락 속도는 더욱 뚜렷하게 줄어들었고, 마침내 두 사람은 산들바람에 날린 종잇장처럼 해협 위로 사뿐히 내려앉고 있었다.

그들이 유일한 생존자였다. 파괴된 보스탄 호에서 떨어져 뮤사히 살아남은 사람은 그들뿐이었다. 두 사람은 어느 해변으로 밀려가서 발견되었다. 둘 중에서 말이 더 많은 쪽, 그러니까 자줏빛 셔츠를 입은 자는 정신없이 횡설수설하는 과정에서 자기들이 물 위를 걸었으며 파도가 자기들을 태워 가만히 해변까지 데려다주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무슨 마술처럼 여전히 젖은 중산모를 쓰고 있던 또 한 사람은 그 말을 부인했다.

“우리는 운이 좋았을 뿐이지요.이렇게 운이 좋을 수도 있습니까?”
물론 나는 진실을 알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으니까. 지금으로서는 무소부재니 무소부지니 하는 것들을 주장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이것만은 말할 수 있다. 그 일은 참차가 의지력으로 원했고 그 의지에 따라 파리슈타가 이룩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기적을 일으킨 사람은 어느 쪽인가?
파리슈타의 노래는 어떤 것이었나, 천사의 노래, 악마의 노래?
나는 누구냐고?

---pp.24-25

출판사 리뷰

선과 악의 영원한 대결을 펼쳐보이는 마술적 리얼리즘의 대표작
이슬람교 모독죄로 이란의 정치, 종교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로부터 종교 법령 '파트와'에 의해 처형 명령을 받은 살만 루시디의『악마의 시』는 서구와 회교국간의 정치, 종교적 갈등을 불러일으키키도 하였지만, 이미 그 작품은 현 세대가 영어권에서 내놓은 20세기 최고의 소설이 되었다. 그러나 1988년도에 출간된 이 작품이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으면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여태까지 완역되어 출간되지 못하였다.『악마의 시』출간 당시 그의 책을 번역한 일본인 번역가가 살해당하고, 터키, 이탈리아인 번역가와 노르웨이의 출판인이 부상을 당하였고, 파키스탄에서는 루시디를 옹호한 사람에 대해 사형이 언도되었다. 이러한 정황은 국내에서의 출간을 지연시킨 한 요인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란 대통령에 의해 루시디에게 내려진 사형선고가 공식적으로 철회된 지금, 루시디에 대한 가십거리나 비극적 뉴스의 한 토막으로만 전해졌던『악마의 시』를 직접 뛰어난 문학작품으로서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그 책은 우리의 종교적 편견을 벗기고, 무수한 상징과 비범한 상상의 입구를 열어 놓고 있다.

성서에 버금갈 '찬란한 생명의 책'이라는 격찬을 받고 있는『악마의 시』는 온갖 언어와 신화와 상징들을 현란하게 구사하며 강렬한 희극 정신과 폭넓은 지식을 선보였던 루시디의 이전 작품에서보다 더 크고 빠른 상상의 회전문을 돌리고 있다. 이 소설은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가 교대로 진행되며 때로는 겹쳐지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작가는 기존의 언어와 사상에 연금술을 가한다. 루시디는 마치 언어의 새로운 창조자처럼 띄어쓰기를 무시하거나 문장부호를 생략하기도 하며, 낱말을 중간에서 뚝 잘라버리거나 몇 개를 합쳐 아예 신조어를 만들기도 하고, 문장구조를 비틀거나 같은 품사 여러 개를 병렬시키기도 한다. 타고난 이야기꾼인 루시디의 몽환적이면서도 요새처럼 견고하기 그지없는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때로는 거대한 흡인력을 내뿜기도 하지만 때로는 무서운 묘사력으로 독자를 압도하기도 한다. '신의 시'와 '악마의 시'가 뒤섞인 계시를 받는 이슬람의 예언자 무하마드처럼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현실과 비현실, 과거와 현재, 선과 악의 틈바구니 속에서 아찔한 독서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모두 아홉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홀수장에서 현실이, 짝수장에서 천사로 변신한 지브릴 파리슈타의 꿈이 교대로 진행된다. 물론 그 '현실' 속에서는 사람이 초자연적 존재로 둔갑하는 초현실적 현상이 아무렇지도 않게 발생하고, 또 종종 꿈과 현실이 겹쳐지기도 한다. 이 작품이 마술적 리얼리즘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까닭이 그것이다. 간단히 말해서『악마의 시』는 신의 묵인 아래 인간을 제물로 삼은 악마의 '실험'을 다루고 있다. 현재와는 다른 상황에 처했을 때 인간의 반응을 다루는 이 주제는 일찍이 세계 각지의 신화와 전설, 동화 등에서 자주 변주되었던 것인데, 이는 성서의 '욥기'와『파우스트』를 통해 비교해 볼 수 있다. 선과 악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만만찮은 분량의『악마의 시』는 수많은 삽입구와 삽입절로 때로는 미로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시종 경쾌하고 해학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작가의 현란한 말재간과 해박한 지식 그리고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는 무수한 상징과 은유들 때문이다.

1989년에 아야툴라 호메이니가 루시디의 작품『악마의 시』는 신성모독이라며 이슬람교 신자들에게 루시디를 추적해서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을 때 세인의 관심은 그 작품 자체에보다는『악마의 시』에 연관된 여러 사건들에 집중되었다. 영국 정부는 그를 보호하기 위해 거액의 돈을 지출하고, 회교국가에서는 루시디 살해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신장매각 각서를 작성하고, 작가는 멀쩡히 살아 뉴욕에서 인도 출신 미모의 전직 모델과 생명을 건 열애에 빠졌다는 등...... 사실『악마의 시』에는 이슬람의 예언자 무하마드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그의 예언에 대한 불신)와 그의 열두 명의 아내에 대한 불경한 비유(창녀들에 대비한 내용) 등이 묘사되어 있어 이슬람교인들의 분노를 살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또한 코란의 일부를 '악마의 시'로 언급한 것은 알라신에 대한 신성 모독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품 속에는 이슬람교에 대한 모독적 풍자보다는 영국과 영국인들에 대한 매몰찬 비판이 더욱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하나의 문학작품에 대한 誤讀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낳게 되는가는 '루시디 사건일지'를 통해 확인된다.『악마의 시』를 읽고 종교적 모독을 느끼는 사람들을 겨냥하여 밀란 쿤데라는 소설의 속성인 허구와 유머를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악마의 시』를 종교의 엄숙함으로서가 아니라, 허구와 유머로 얽혀진 하나의 문학작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추천평

엄청난 작품이다. 눈부실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매혹적인 말솜씨와 놀라운 인물 묘사를 자랑하는 『악마의 시』는 『아라비안 나이트』같은 재미와 철학을 함께 담고 있다. 루시디는 마치 천 개의 눈을 가진 듯 우리들 마음 속의고뇌와 우리의 욕망에 깃든 허영을 꿰뚫어보지만 그 속에는 위트와 따뜻한 애정이 담겨 있다. - 나딘 고디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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