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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힐리아로 돌아오다
2. 천사 아즈라일 3. 아라비아해 갈라지다 4. 신기한 램프 5. 옮긴이의 말 - 20세기 최고의 문제작 |
Salman Rushdie,Ahmed Salman Rush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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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희 candy@yes24.com
텍스트 자체보다 그 저변의 이야기가 더욱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책들이 있다. 만약 그러한 책들의 목록을 만든다고 했을 때 살만 루시디의 『악마의 시』도 넉넉히 몇 페이지 정도는 할애해야 하는 책이다.
1988년 『악마의 시』가 출간된 이듬해 이란의 정치 종교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는 이슬람교 모독 죄를 적용하여 루시디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이후 루시디는 수십 번이나 거처를 옮기는 도피 생활을 시작하였다. 이슬람 교도들은 『악마의 시』를 출판 판매하는 출판사와 서점에 폭탄 테러를 가했으며 인도, 파키스탄, 영국 등지에서 루시디 탄핵 시위를 빈번하게 일으켰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건은 정치적으로 확장되어 더욱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1990년 세계 문인 160여 명은 루시디 지지 성명을 발표하였고, 당시 영국 총리 존 메이저와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은 루시디를 접견하기에 이른다. 1998년 모하메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은 `루시디 사건'은 `완전 종결'되었다고 선언하였고 2000년 루시디는 자신보다 24살 어린 인도 출신의 전직 모델과 열애에 빠져 미국 뉴욕에 정착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 루시디는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이 되었고, 여러 나라의 유명 문학상을 휩쓸었으며 매년 노벨 문학상의 유력한 당선자로 거론되고 있다. 물론 이슬람 권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한 심사 위원회가 내분을 무릅쓰면서까지 번번이 탈락시킨다는 소문이 들려오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정작 『악마의 시』를 읽어 보면 이러한 일련의 사건이 소심하고도 과격한 일부 종교인이 만들어 낸 해프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물론 이슬람의 예언자 무하마드를 암시하는 인물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와 코란의 일부를 `악마의 시'로 언급한 것이 신성 모독으로 오해 받을 여지가 없지는 않지만, 작품의 맥락을 찬찬히 고려하면 어렵지 않게 선별할 수 있는 문제이다. 소설은 오히려 이슬람교보다는 런던과 영국을 매몰차게 비판한다. 그리고 그 이전에 작가의 관심사는 선과 악, 식민자와 피식민자, 강자와 약자 등 인간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대립과 갈등에 있다. 소설은 런던 상공에서 비행기가 폭파된 후 두 주인공이 낙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들이 지상으로 내려오면서 인도의 전설적인 영화배우 지브릴은 “머리 언저리에 희미한, 그러나 분명히 황금빛인 어떤 `광채'가 보이”게 되었고, 친영파 살라딘 참차의 양쪽 관자놀이에는 “찔리면 피를 볼 만큼 뾰죽한 한 쌍의 염소뿔”이 생기게 된다. 단지 겉 모습만 변한 사건이지만 지브릴의 후광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를 천사로 여기게 하고, 참차의 뿔은 그를 악마로 여기게 만들어 결국 그들의 삶을 바꾸어 놓는다. 단지 겉 모습만 달라졌을 뿐인데, 무엇이 그들을 선과 악의 대변자로 만들었는가? 사실 `무엇이 선이며, 무엇이 악이냐'는 문제는 성서의 「욥기」와 18세기 괴테의 『파우스트』를 중심으로 각종 신화와 전설을 통해 끊임없이 탐구되어 온 주제이다. 여기 20세기 작가 살만 루시디는 꿈과 현실을 넘나들며 그리고 신화와 문화, 정치와 사회적 문제를 거느리며 선과 악을 그려낸다.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며 때로는 변명과 푸념을 늘어놓으며 난데없이 튀어나오는 화자와 역주가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 결코 일반적이라고 할 수 없는 살만 루시디의 현란한 문체가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내심을 지니고 호흡을 따라가다 결국 작품에 몸을 맡기게 되면 묵직한 주제에 쾌감을 느낌은 물론 작가의 생생한 유머까지 즐길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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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출발과 변신을 거듭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대체로 '연속적인'존재로 남고 싶어했다고, 즉 과거와 이어진 존재, 과거로부터 생겨난 존재이기를 바랐다고, 그는 죽음 직전에 이르는 질병도 원하지 않았고 변형을 야기하는 추락도 원하지 않았다고, 그리고, 사실 그가 무엇보다 두려워 하는 것은 바로 상황의 변화, 즉 꿈 속에서 생시로 새어나와 현실의 자아를 압도하고 자신을 스스로 원하지도 않는 천사 지브릴로 바꿔버리는 그런 변화라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 그렇다면, 적어도 이문제에 관한 한 그의 자아는 여전히 '진짜'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반면에 살라딘 참차는 '스스로 선택한' 불 연속성의 산물이고, '자의적으로' 역사를 거역한 그를 가리켜 '가짜'라고 부를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이처럼 자아가 가짜이기 때문에 참차는 더욱 지독하고 심각한 허위를 - '악'이라고 해도 좋겠다 - 자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바로 그것이 진실이라고. 그것이야말로 추락과 더불어 그의 내부에서 활짝 열린 하나의 문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한편, 우리가 지금까지 사용한 용어들의 논리에 비추어보건데, 그동안의 온갖 변천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불변의 인간으로 '남고 싶어한다' 는 점에서 지브릴은 가히 '선하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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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하루 일이 끝나고 여자들이 내시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그렇게 장난을 치고 있을 때였는데, 바알은 제일 어린 아가씨가 자기 손님인 식료품 장수 무사에 대해 말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 인간! 예언자의 마누라들에게 푹 빠져 있다니까ㅇ. 그 여자들을 너무 미워해서 일므만 꺼내도 흥분할정도예요. 그 사람 말로는 내가 아예샤를 쏙 빼닮았대요. 다들 알다시피 그 여자는 거물 나으리의 애첩이잖아요. 나참.” 그러자 오십대 창녀가 불쑥 기어들었다. “이봐, 그 하렘의 여자들 말인데, 요즘은 사내들이 온통 그 얘기뿐이란 말씀이야. 마훈드가 그 여자들을 가둬놓은 것도 당연한 일이지. 그런데 그것 때문에 사태가 더 심각해졌어.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온갖 상상을 하게 마련이니까.” 특히 이 도시에서는 더 그렇지, 하고 바알은 생각했다. 우리의 자할리아, 자유 분방한 도시, 마훈드가 그 규정집을 들이대기 전에는 여자들이 늘 화려한 옷차림을 하던 도시, 화제가 온통 성교와 돈, 돈과 섹스에 집중되어 있었고 또한 말만으로 그치지도 않았던 도시. 그는 제일 어린 창녀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그자를 위해 흉내를 내주지 그래?” “누구 말예요?” “무사. 아예사가 그렇게 짜릿한 쾌감을 준다면 그의 아예샤가 되어주는 것도 좋지 않겠어?” ---p.1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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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의 영원한 대결을 펼쳐보이는 마술적 리얼리즘의 대표작
이슬람교 모독죄로 이란의 정치, 종교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로부터 종교 법령 '파트와'에 의해 처형 명령을 받은 살만 루시디의『악마의 시』는 서구와 회교국간의 정치, 종교적 갈등을 불러일으키키도 하였지만, 이미 그 작품은 현 세대가 영어권에서 내놓은 20세기 최고의 소설이 되었다. 그러나 1988년도에 출간된 이 작품이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으면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여태까지 완역되어 출간되지 못하였다.『악마의 시』출간 당시 그의 책을 번역한 일본인 번역가가 살해당하고, 터키, 이탈리아인 번역가와 노르웨이의 출판인이 부상을 당하였고, 파키스탄에서는 루시디를 옹호한 사람에 대해 사형이 언도되었다. 이러한 정황은 국내에서의 출간을 지연시킨 한 요인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란 대통령에 의해 루시디에게 내려진 사형선고가 공식적으로 철회된 지금, 루시디에 대한 가십거리나 비극적 뉴스의 한 토막으로만 전해졌던『악마의 시』를 직접 뛰어난 문학작품으로서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그 책은 우리의 종교적 편견을 벗기고, 무수한 상징과 비범한 상상의 입구를 열어 놓고 있다.
성서에 버금갈 '찬란한 생명의 책'이라는 격찬을 받고 있는『악마의 시』는 온갖 언어와 신화와 상징들을 현란하게 구사하며 강렬한 희극 정신과 폭넓은 지식을 선보였던 루시디의 이전 작품에서보다 더 크고 빠른 상상의 회전문을 돌리고 있다. 이 소설은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가 교대로 진행되며 때로는 겹쳐지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작가는 기존의 언어와 사상에 연금술을 가한다. 루시디는 마치 언어의 새로운 창조자처럼 띄어쓰기를 무시하거나 문장부호를 생략하기도 하며, 낱말을 중간에서 뚝 잘라버리거나 몇 개를 합쳐 아예 신조어를 만들기도 하고, 문장구조를 비틀거나 같은 품사 여러 개를 병렬시키기도 한다. 타고난 이야기꾼인 루시디의 몽환적이면서도 요새처럼 견고하기 그지없는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때로는 거대한 흡인력을 내뿜기도 하지만 때로는 무서운 묘사력으로 독자를 압도하기도 한다. '신의 시'와 '악마의 시'가 뒤섞인 계시를 받는 이슬람의 예언자 무하마드처럼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현실과 비현실, 과거와 현재, 선과 악의 틈바구니 속에서 아찔한 독서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모두 아홉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홀수장에서 현실이, 짝수장에서 천사로 변신한 지브릴 파리슈타의 꿈이 교대로 진행된다. 물론 그 '현실' 속에서는 사람이 초자연적 존재로 둔갑하는 초현실적 현상이 아무렇지도 않게 발생하고, 또 종종 꿈과 현실이 겹쳐지기도 한다. 이 작품이 마술적 리얼리즘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까닭이 그것이다. 간단히 말해서『악마의 시』는 신의 묵인 아래 인간을 제물로 삼은 악마의 '실험'을 다루고 있다. 현재와는 다른 상황에 처했을 때 인간의 반응을 다루는 이 주제는 일찍이 세계 각지의 신화와 전설, 동화 등에서 자주 변주되었던 것인데, 이는 성서의 '욥기'와『파우스트』를 통해 비교해 볼 수 있다. 선과 악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만만찮은 분량의『악마의 시』는 수많은 삽입구와 삽입절로 때로는 미로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시종 경쾌하고 해학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작가의 현란한 말재간과 해박한 지식 그리고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는 무수한 상징과 은유들 때문이다. 1989년에 아야툴라 호메이니가 루시디의 작품『악마의 시』는 신성모독이라며 이슬람교 신자들에게 루시디를 추적해서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을 때 세인의 관심은 그 작품 자체에보다는『악마의 시』에 연관된 여러 사건들에 집중되었다. 영국 정부는 그를 보호하기 위해 거액의 돈을 지출하고, 회교국가에서는 루시디 살해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신장매각 각서를 작성하고, 작가는 멀쩡히 살아 뉴욕에서 인도 출신 미모의 전직 모델과 생명을 건 열애에 빠졌다는 등...... 사실『악마의 시』에는 이슬람의 예언자 무하마드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그의 예언에 대한 불신)와 그의 열두 명의 아내에 대한 불경한 비유(창녀들에 대비한 내용) 등이 묘사되어 있어 이슬람교인들의 분노를 살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또한 코란의 일부를 '악마의 시'로 언급한 것은 알라신에 대한 신성 모독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품 속에는 이슬람교에 대한 모독적 풍자보다는 영국과 영국인들에 대한 매몰찬 비판이 더욱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하나의 문학작품에 대한 誤讀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낳게 되는가는 '루시디 사건일지'를 통해 확인된다.『악마의 시』를 읽고 종교적 모독을 느끼는 사람들을 겨냥하여 밀란 쿤데라는 소설의 속성인 허구와 유머를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악마의 시』를 종교의 엄숙함으로서가 아니라, 허구와 유머로 얽혀진 하나의 문학작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