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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슴푸레한 빛줄기
2. 토요일 아침 3. 퍼즐 맞추기 4. 눈 5. 사라지다 6. 다른 사람들, 다른 장소들 7. 고양이도 아니고 쥐도 아니고 8. 수업을 빠지다 9. 할머니가 계단을 올라오다 10. 거울 속의 눈 11. 안나와 함께 12. 시럽 13. 한밤중의 갈증 14. 친할머니 15. 케이트가 돌아오다 16. 죽은 자의 이야기 17. 베개 두개 18. 딸기 따기 19. 계단 위의 석상 20. 집으로 돌아오다 21. 식당에서 22. 새틴 강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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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의 마음속 빈자리, 아빠…….
“나도 아빠를 알고 지낼 수 있었는데!” 케이트 트랜터에겐 아빠가 없다. 케이트에게 느껴지는 우울함은 아빠의 부재 때문일 것이다. 그것도 하필, 케이트가 태어난 날 돌아가셨다는 사실 때문에 케이트는 더욱 쓸쓸하다. 케이트는 아빠의 무덤이 있는 곳을 혼자만 알고 있다. 고양이 시럽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아빠의 성(트랜터)과 사망 날짜(케이트의 생일)를 보고 아빠의 무덤이라고 확신한다. 어쩌면 엄마와 할머니는 이곳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케이트는 그런 사실을 어른들과 공유하지 않고 혼자만 간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의 묘비가 사라져 버렸다. 그것도 학교 친구 안나를 진정한 친구로 인정하고 자신의 비밀장소를 함께하기 위해 데려간 날! 묘비가 사라진 것을 발견한 것이다. 너무나 절망스러운 이 감정을 누구에게 말해야 할까. 케이트는 오빠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아빠가 돌아가신 곳이 새틴이라는 것을 알게 된 다음, 새틴에 가 보기로 결심한다. 어린 소녀가 가기에는 제법 먼 길이었지만, 케이트는 수업을 빠지고 무작정 그곳에 다녀온다.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엄마는 케이트가 알고 있던 묘는 밥 삼촌의 것이며, 케이트가 태어나던 날 새틴에서 죽은 사람은 아빠가 아니라 밥 삼촌이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아빠는 “조금 더 있다가” 외국에서 돌아가셨다고 설명한다. 안 그래도 묘비에 아빠 이름도 함께 새겨 넣기 위해 묘비를 석공들이 가져갔기 때문에 지금 묘비가 없는 거라고. 케이트는 여전히 맘에 드는 답을 얻은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석공들이 묘비를 갖다 놓기만 하면 다시 아빠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안정을 되찾는다. 묘비가 도착하길 기다리며 매일 같이 그곳을 방문하다가 케이트가 결국 확인한 것은.... 묘비에 새겨진 아빠의 이름과 아빠가 돌아가신 날짜. 그것은 지난 1월이었던 것이다! 엄마가 말했던 “조금 더 있다가”란 말이 그해 1월이었다니! 수도 없이 많은 나날 동안, 아빠를 알고 지낼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묘비 앞에서 통곡하는 케이트의 모습은 독자들의 가슴을 울린다. 이 사실은 어린 케이트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겁다. 그렇다고 마음을 털어놓고 공유할 사람도 없다. “나는 케이트 트랜터이고 엄마랑 할머니랑 오빠 둘이랑 살아. 다른 식구는 없어……. 난 한 번도 아빠를 보지 못했고 아빠도 날 보지 못했어. 그러니까 아빤 나한테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어. 지금도 중요한 사람이 아니야. 이제 아빠는 죽었으니까 아빠를 생각할 필요가 없어. 다시는 생각하지 않을 거야. 다시는…….” 하며 자신을 위로하는 케이트의 단호한 모습은 너무나 안타깝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하면서 아이들이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어른들이 뭔가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는 걸 아이들도 느낀다. 그리고 아이들 또한 어른들에게 비밀을 만들어 간다. 어른들의 비밀, 아이들의 상처 감추어진 진실 케이트는 아빠가 죽은 걸로 알고 살아 왔지만, 사실 케이트의 아빠는 살아 있었다. 케이트가 태어나던 날 새틴 강가에서 죽은 사람은 아빠가 아니라 삼촌이었다. 하지만 케이트는 삼촌에 대해서도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 도대체 어떤 이유 때문에 엄마와 할머니는 아빠와 삼촌의 존재를 숨겨 왔을까. 케이트가 태어나기 전, 아빠와 삼촌(아빠의 동생)의 사이는 좋지 않았다. 어느 날 두 형제는 밤에 새틴 강가를 거닐다 동생 밥은 수영을 하러 물에 뛰어든다. 그러나 물이 너무 차서 쥐가 나는 바람에 물에 빠진다. 밥을 구한 아빠는 강가에 밥을 눕혀 놓고, 사람들을 데리러 마을로 급히 간다. 하지만 마을사람들과 함께 돌아왔을 때 밥은 이미 죽었다. 밀물이 들어오면서 밥의 입으로 물이 들어간 것이다. 아빠는 밀물이 들어오는 선 위로 밥을 옮겨 놓았다고 주장했으나, 그 말을 진심으로 믿는 사람은 없었다. 정신이 없어서 밀물선 위로 옮겨 놓는 것을 잊었거나, 아니면 아빠가 일부러 그랬을 거라고까지 말했다. 두 형제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걸 사람들은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이 사건을 견디지 못한 아빠는 멀리 떠나 버리고, 원래 아빠를 탐탁치 않아 했던 외할머니는 케이트의 엄마와 아이들을 입슨에 있는 자기 집으로 데리고 온 이후, 아이들에게 아빠의 존재를 숨긴 채 살아 왔던 것이다. 그해 1월, 할머니 앞으로 온 편지 한 통은 아빠가 외국에서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아빠가 다른 사람들이 생각도 하지 못할 때 가족들에게 돌아오기 위해 꾸민 거짓말이었음이 나중에 드러난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주제 가족에 대한 사랑과 용서, 그리고 성장 여기 그림 퍼즐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어른들은 그림 퍼즐 한 조각을 아이들 몰래 숨긴다. 케이트는 그 한 조각을 어른들이 가져간 줄도 모른 채,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퍼즐 조각들을 이렇게 저렇게 짜 맞추려 노력하지만, 어른들이 되돌려 주기 전에는 퍼즐을 완성할 수가 없다. 케이트가 아빠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는 일들이 이와 같다. 《새틴 강가에서》는 가족의 상처와 오해, 그리고 사랑과 용서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혼자 감당하기 버거웠던 수많은 의문의 매듭을 풀며 한 소녀가 성장해 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찾지 못했던 케이트의 생각의 퍼즐 한 조각은 결국 아빠가 돌아오면서 찾게 되고, ‘가족’이라는 퍼즐은 완성된다. 진실을 알게 되면서 어딘가 암울했던 케이트네 가족 관계는 회복되고, ‘아빠를 알고 지낼 수도 있었다’며 묘비 앞에서 슬피 울던 어린 케이트의 상처는 치유 받게 된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아이의 성장과 더불어 자연의 섭리와 같은 인생의 흐름을 엿보는 듯하다. 시간은 모든 진실을 밝혀 주며, 진실만큼 상처를 주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 하지만 마지막에 삼촌을 죽게 한 결정적인 사람이 웨스트 씨라는 사실을 케이트가 말할 수 없었던 것처럼 때론 감추어 둘 수밖에 없는 일들도 있다는 현실을 말이다. 인생을 가르쳐 주는 새틴 강가. 케이트에게 수수께끼처럼 알 수 없는 장소이면서도 모든 비밀을 품고 있는 곳이자,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준 장소, 그곳이 바로 새틴 강가이다. 이렇듯 작가는 바다와 강이 만나는 강어귀라는 장소를 통해 이야기의 주제를 전달한다. “케이트가 들이마신 공기에는 바다 냄새가 실려 있었다. 실제로 바다는 보이지도 않고 바닷물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케이트는 바닷물이 강어귀로 들어와 새틴 강가 너머까지 올라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바다에서 올라오는 물은 강에서 흘러 내려가는 물과 만났다. 그 만남에는 충돌도, 소란도 없었다.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서 섞이고…….” (본문 303쪽에서) 어린이들의 감정을 깊게 이해하는 작가의 짜임새 있는 구성과 섬세한 글 그림 처음에 할머니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하면서 케이트네 집에는 케이트가 이해할 수 없는 의문의 사건들이 많이 일어난다. 아빠의 묘비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던 일, 감추어졌던 친할머니의 존재, 시럽이 없어졌던 일, 할머니가 다락에 숨겨 놓은 많은 돈, 그리고 아빠의 생존 사실까지. 아빠에 대해 어른들이 숨기고 있는 것(결국은 아빠가 살아 있다는 것!)은 케이트를 계속 혼란스럽게 만들고, 케이트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 이 이상했던 일들은 처음에는 모호한 채로 있다. 하지만, 결국 아빠는 살아 있었고, 엄마와 할머니가 그 사실을 숨겨 왔다는 것이 밝혀지며 모든 사건들이 하나로 얽혀 있는 것임이 드러났을 때, 독자들은 이야기의 탄탄한 짜임새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이 작품에는 케이트의 감정의 흐름이 갖가지 수수께끼와 사건 들 속에 섬세하게 드러난다. 객관적이면서도 따뜻하게 묘사하고 있는 작가의 필체는 필리퍼 피어스의 작품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또한 작가는 《새틴 강가에서》에서 예리한 장소 감각과, 인생에 있어서 절정의 순간을 포착하는 놀라운 재주를 보여 준다. 어린이책 평론가 존 로 타운젠드가 “피어스는 어른의 낡은 눈이 아니라 어린이의 새로운 눈으로 꿰뚫어 보고, 어른으로서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 독자들과 공감하는 재능을 갖고 있다.”라고 말한 것처럼, 필리퍼 피어스는 객관적인 작가의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어린이의 심리를 깊게 이해하는 글재주로 독자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