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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론에서 길을 잃다
김윤배
문학과지성사 200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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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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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석포리 가는 길
제2부 서안에서는 사람이 빛난다
제3부 부론에서 길을 잃다
제4부 그 여자는 시간을 건너뛴다

해설 시간의 슬픔과 소멸의 아름다움 김병익

저자 소개 1

1944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수학하고 인하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6년 『세계의 문학』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문단 생활을 시작했다. 시집 『겨울 숲에서』 『떠돌이의 노래』 『강 깊은 당신 편지』 『굴욕은 아름답다』 『따뜻한 말 속에 욕망이 숨어 있다』 『슬프도록 비천하고 슬프도록 당당한』 『부론에서 길을 잃다』 『혹독한 기다림 위에 있다』 『바람의 등을 보았다』 『마침내, 네가 비밀이 되었다』 『언약, 아름다웠다』 『그녀들의 루즈는 소음기가 장착된 피스톨이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고백했던 말은』, 장시집 『
1944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수학하고 인하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6년 『세계의 문학』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문단 생활을 시작했다. 시집 『겨울 숲에서』 『떠돌이의 노래』 『강 깊은 당신 편지』 『굴욕은 아름답다』 『따뜻한 말 속에 욕망이 숨어 있다』 『슬프도록 비천하고 슬프도록 당당한』 『부론에서 길을 잃다』 『혹독한 기다림 위에 있다』 『바람의 등을 보았다』 『마침내, 네가 비밀이 되었다』 『언약, 아름다웠다』 『그녀들의 루즈는 소음기가 장착된 피스톨이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고백했던 말은』, 장시집 『살아남은 사람들, 시베리아 횡단열차』 『사당 바우덕이』 『시베리아의 침묵』 『저, 미치도록 환한 사내』, 산문집 『시인들이 풍경』 『최울가는 울보가 아니다』, 평론집 『김수영 시학』, 동화집 『비를 부르는 소년』 『두노야 힘내』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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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202g | 128*205*20mm
ISBN13
9788932012940

책 속으로

석남사 솜양지꽃 물속 같은 세월 지키고 있다

그 조용한 시간의 켜 속에
길고 느린 그림자 절집 오른다
허물고 다시 세우기를 거듭하는 절집
시간이 소멸로 가는 정적 깊게 쌓는다
느린 그림자 정적에 들어 움직이지 않는데
봄 석남사에는 꽃잎이 시간을 밟는다
- <봄>전문

--- p.82

내가 시대를 잘못 읽었다. 모든 사물들의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있다. 시대의 뒤안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충혈되어 있는 것들은 언젠가는 안으로 피 흘리게 마련이다. 내출혈로 벙그는 시대의 꽃숭어리들, 나는 그것들이 두렵다. 충혈된 시대의 모순은 모순이 아니다.

충혈은 절망이며 희망이다. 절망이 절망을 향해 가고 희망이 희망을 향해 가나 그 끝은 혼돈과 광기의 공간이다. 내 시는 거기서 일어선다. 충혈된 시가 충혈된 시대를 건널 수 있을 것이다.

추천평

김윤배의 시는 아름답고 정밀(靜謐)하다. 홍정선은 10년 전의 그의 시집 『강 깊은 당신 편지』에 대해 “언어들의 소리와 빛깔과 형용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중요시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거기에 시의 핵심적인 덕성인 은유의 아름다움을 더하여 뛰어난 시집을 만들고 있다. 나는 그가 근래 깊이 매여 있는 ‘시간’이란 것의 존재성을 형상화하는 데 시선을 모았지만, 그의 따뜻한 서정이 찾아가는 곳곳과 사람들, 처음에 든 ‘소요와 비예’의 시들에 대한 감동을 고백해야 했을 것이다. 가령 “오랜 세월을 두고 깊어져/바이칼 호수처럼 장엄”해진 “아내의 시간”에 대한 시인의 시선(「깊고 슬픈 강물」), 시인 김명인을 보러 간 곳에서 복사꽃의 낙화를 보며 “꽃눈 밀어올리던 힘은 이처럼 허망하여/낙화로 더러운 세상 미쁘게 건너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 슬픔(「조치원」), 아마도 김지하의 시를 읽으며 느꼈을, “뭉텅 잘린 가지에 슬픔 뭉쳐 새순 돋고/뭉텅 잘린 가지에 분노 솟구쳐/죽음 부르는 저 극단의 선택/그것이 꽃이고, 열매”임을 깨닫는 전율(「무화과나무의 힘」), 그리고 할머니?어머니?동생 등의 혈육(아버지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왜일까?)에 대한 애정과 연민이 그렇다. 그리고 시간과 소멸이 가져다주는 슬픔의 정서들과 쓸쓸한 정경들, 그러니까 칼국수 파는 가게만 있을 뿐 이제는 사라져버린 “배론, 슬픔 많은 땅”(「배론을 찾아서」)을 비롯한 시인의 순례지들도 방문하여 나의 감동을 고백해야 했다. 그러나 나는 “사과나무 전정을 하며” 「상실이 오랜 후에」 힘이 되는 것을 깨닫는 시의 마지막을 다시 읽는 것으로 이 시집이 일구는 소멸에의 슬픔에 대한 나의 감동을 대신해야겠다.


분신으로 한 시대를 꽃피웠을 때
상실이 오랜 후에 힘이 될 것을 의심하지 않았던
그대 죽음 기리는 일이란
그대 다녀간 이 세상은 봄이면 온갖 꽃들 피어
긴 겨울 눈꽃 생각케 하지만 상실이
더 오랜 후에 소멸인 것을
--- 김병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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