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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 살던 곰은 여느 때처럼 겨울잠을 잘 준비를 한다. 기러기 떼가 남쪽으로 날아가고, 단풍 든 나뭇잎들이 하나둘씩 떨어지면 겨울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곰은 굴속에 들어가 편안하게 잠을 잔다.
그런데 곰이 잠을 자고 있는 사이에 사람들은 숲을 없애고 공장을 짓는다. 봄이 되어 곰이 잠에서 깨어 보니 깜짝 놀랄 일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곰이 서 있는 곳은 바로 연기를 내뿜고 있는 공장 한가운데였다. 곰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공장 감독, 인사과장, 부장, 상무, 부사장, 사장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그들은 곰을 ‘수염도 깎지 않고 더러운 털옷을 입은 멍청이’라고 부르며, 일하기 싫어서 그럴 듯한 핑계를 대는 일꾼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직위가 높을수록 점점 더 곰을 무시할 뿐이다. 인간의 손에 길들여진 동물원의 곰들과 서커스의 곰들마저 이 곰을 곰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곰은 일꾼들 틈에 끼여 일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공장은 문을 닫는다. 곰은 갈 곳이 없었다. 이제 곧 겨울이다. 곰은 겨울잠을 자야겠다고 생각하며 굴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하지만 자신은 수염도 깎지 않고 더러운 털옷을 입은 멍청이여서 겨울잠을 자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굴 앞에서 하염없이 눈을 맞고 앉아 얼어 죽을 것만 같다. 하지만 추위와 외로움에 떨던 곰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다. 그리고는 굴속으로 들어가 잠자리에 편안하게 누워 잠을 잔다. 여느 곰처럼 행복하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