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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우울
최영미의 유럽일기
최영미
창비 199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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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런던
2. 빠리
3. 브뤼셀
4. 쾰른
5. 밀라노
6. 로마 / 아씨지
7. 마드리드
8. 니스
9. 피렌체
10. 뮌헨
11. 프라하
12. 빈
13. 베네치아
14. 에필로그

저자 소개1

Choi Young Mi,崔泳美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서양사학과와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속초에서」 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꿈의 페달을 밟고』, 『돼지들에게』, 『도착하지 않은 삶』, 『이미 뜨거운 것들』, 『다시 오지 않는 것들』, 『The Party Was Over』, 장편소설 『흉터와 무늬』, 『청동정원』, 산문집 『시대의 우울: 최영미의 유럽일기』,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화가의 우연한 시선』,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아무도 하지 못한 말』, 명시를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서양사학과와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속초에서」 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꿈의 페달을 밟고』, 『돼지들에게』, 『도착하지 않은 삶』, 『이미 뜨거운 것들』, 『다시 오지 않는 것들』, 『The Party Was Over』, 장편소설 『흉터와 무늬』, 『청동정원』, 산문집 『시대의 우울: 최영미의 유럽일기』,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화가의 우연한 시선』,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아무도 하지 못한 말』, 명시를 해설한 『내가 사랑하는 시』, 『시를 읽는 오후』 등이 있다. 『돼지들에게』로 이수문학상을 수상했다. 시 「괴물」 등 창작 활동을 통해 문단 내 성폭력과 남성 중심 권력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확산시켜 성 평등에 기여한 공로로 2018년 서울시 성평등상 대상을 받았다. 2019년 이미출판사를 설립했다.

1994년 당시로서는 이례적으로 일간지 1면 6단 통광고를 내는 파격을 보이며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출간했다. 이 시집은 역시 시집으로는 이례적으로 오십 만 부 이상이 팔려가며 그 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러나 문학평론가 신수정은 "아무도 날 쳐다보지 않았다. 숨을 크게 들이쉬며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여자가 담배를 피운다고 수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없었던 것이다."로 시작하는 시인의 산문집 『시대의 우울』 발문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최영미의 유럽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시대의 우울』을 통해 한 예민한 자의식이 세계와 벌이는 치열한 고투를 본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눈으로 진정한 자아를 찾고자 한다는 점에서 그의 여정은 소설 주인공의 모험에 가득 찬 행로에 가깝다. 그러기에 런던∼파리∼쾰른∼밀라노∼니스∼빈∼베네치아 등 이방의 도시를 향한 순례 끝에 정작 그가 도달하게 되는 것은 「내가 어떤 인간인지,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는 게 무엇인지, 얼마짜리 방이면 만족할 수 있는 인생인지,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그리워하는지」에 대한 정직한 깨달음이다.

자신의 성격에 잘 맞을 것이라던 에스파냐와 한때 동경의 대상이었던 프라하에서 다만 무시무시한 광기와 참을 수 없는 합리만을 감지하는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가 아니다. 오히려 그의 맨얼굴은 독일의 편리한 문명과 파리 시민의 거칠 것 없는 자유, 니스의 화려한 햇빛과 베네치아의 개방성에 대한 매혹 속에 깃들여 있다. 근대주의자의 모험. 나는 이 시인의 여정에 이런 이름을 붙인다. 80년대에는 마르크스주의자와 화해하지 못하고 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과 손잡지 못하는 그의 당혹감은 바로 이 시대 30대의 `우울`한 초상이다. 나와 당신에게, 그리고 그에게 `잔치`는 아직 한번도 없었던 것이다."

『그리스 신화』(1999 시공주니어 “D’Aulaires’ Book of Greek Myths”)를 번역했고, “Francis Bacon in Conversation with Michel Archimbaud”를 한글로 번역해 『화가의 잔인한 손: 프란시스 베이컨과의 대화』(1998 도서출판 강)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2002년 미국에서 출간된 3인 시집 『Three Poets of Modern Korea』는 2004년 미국번역문학협회상의 최종후보로 지명되었으며, 2005년 일본에서 발간된 시선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일본 문단과 독자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축구에세이 『공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시집 『공항철도』 등을 출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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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1999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148*210*20mm
ISBN13
9788936470388

책 속으로

차창가에 기대앉아 떠올리는 육중한 문의 기억들...유럽의 문들은 기차의 칸과 칸을 연결하는 문이든 화장실 문, 상점이나 미술관의 문이든 간에 한결같이 무겁고 단단하다. 여간 힘을 주지 않고는 잘 열리지 않는다. 창문 또한 겹겹이 여러 층으로 되어 있어 다 열려면 한참을 수고해야한다. 유럽에서 내가 경험한 '문의 완고성'은 그네들의 개방적인 문화와 관련지어 생각하면 얼핏 모순된 듯 보인다.

그렇다면 혹시 그들의 공적인 삶의 개방성을 단단한 문으로 표상되는 개인의 철저한 사생활 보장을 바탕으로 형성된 게 아닐까? 즉 어떤 일정한 규범이나 특이 있어 그 안에선 어떤 짓을 해도 좋으나, 일단 그 틀을 벗어나면 엄격한 조치가 취해지는 사회. 개인과 개인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투명한 창문을 통해 서로 대화를 나누나, 그 이상의 간섭을 할라치면 커튼을 드리우는 사회.

타인에 대한 불필요한 개입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사회. 친구를 만들과 자유로이 넘나들기엔 너무도 두터운 에티켓의 관문들을 통과해야 한다. 여기에 비하면 우리의 문들은 얼마나 허술한가. 우리 사회에는 만인의 동의를 전제로 한 일상의 규율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 단지 수시로 바뀌는 '법'이 있을 따름이다.

--- p.147

'나는 렘브란트의 마지막 자화상을 보았다. 추하고 부서진, 소름끼치며 절망적인, 그러나 그토록 멋지게 그려진 그림을, 그리고 갑자기 나는 깨달았다.(...) 거울 속에서 사라지는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 스스로를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그릴 수 있다는 것, 인간임을 부정하는 것, 이 얼마나 놀라운 기적인가, 상징인가.' --- 오스카 코코슈카

나는 내가 지평선 저 너머를 이미 보아버렸다고 집짓 한탄했다. 문학이니 학문이니 하는 것들도 아무쓸모 없는 , 일종의 정신적 딸딸이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왜 시를 계속 안쓰냐는 물음에 '나는 시쓰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강변하며 그런 상투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을 속으로 경멸하곤 했다. 텔레비전과 신문에선 비자 폭로니 전직 대통령 소환이니 떠들어댔지만 나는 그 모든 시끌법석이 결국은 한판의 깜짝쇼로 끝날 거라고 체념했다.

하얀 고무신과 포승찬 손목을 클로즈업해 터지는 가케라 플래시들. 채널마다 수없이 되풀이 보여주는 정지화면에 분노와 동시에 염층이 치밀었다. 지금은 온 나라가 떠들썩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뻔한일 아닌가. 그리고...또 있다. 나는 잔치가 끝났다고 말한적이 없다. 내 시에 가해지는 어처구니없는, 공공연한 오역들에 대해 나는 대로 침묵하고 때로 맞섰다. 그러나 그 또한 헛되지 않았던가.

--- p. 10

기차를 타고 미지의 도시에 다가갈 때의 느낌은 서투른 연애의 메커니즘과 비슷한 데가 있다. 우리가 어느 한 장소의 혹은 한 사람의 본질을 가장 잘 깨닫게 되는 것은 그 속에 머물 때보다는 오히려 그것에 다가갈 때, 혹은 그것을 떠날 때인지도 모른다. 기대 이상의 즐거움울 경험할 것인가, 아니면 환멸을 맛볼 것인가는 어느정도 변덕스런 날씨나 그때그때 당신의 컨디션과 같은 우연의 폭력에 의해 좌우된다.

--- p.149

그해 겨울 런던의 히스로우 공항에 도착해 피웠던 첫 담배의 맛을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하리라. 아무도 날 쳐다보지 않았다. 숨을 크게 들이쉬며 주위를 둘러 보았지만 여자가 담배 피운다고 수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없었던 것이다. 내겐 최초의 유럽 여행인데다가 첫 기착지였음에도 불구하고 긴장되기는 커녕 안도감과 해방감이 밀려 들었다.

--- p. 7

그들의 공적인 삶의 개방성을 단단한 문으로 표상되는 개인의 철저한 사생활 보장을 바탕으로 형성된 게 아닐까? 즉 어떤 일정한 규범이나 특이 있어 그 안에선 어떤 짓을 해도 좋으나, 일단 그 틀을 벗어나면 엄격한 조치가 취해지는 사회. 개인과 개인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투명한 창문을 통해 서로 대화를 나누나, 그 이상의 간섭을 할라치면 커튼을 드리우는 사회.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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