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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이사한 집|그림자 연극|놀라운 소식|항암 치료|우리 엄마 아냐!|엄마! 미안해요|컴퓨터 속 일기|국토 순례|수술|편지|유언장|진짜 이별|마지막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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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쓰러졌다. 그리고 엄마는 괜찮지 않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면서도 생선을 태우고 학교 갔다 돌아와 인사를 했는데도 창밖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엄마를 보며 미진이는 별별 생각이 머릿속에서 뒤엉켰다. 결국 엄마는 입원을 하고, 미진이 혼자서 집안일을 다하고, 민철이까지 돌보느라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간 날, 미진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민철이가 오히려 부럽다.
“옛날 같으면 열한 살에 시집도 갔어. 이깟 집안일 왜 못해? 엄마 없으면 어떻게 할 거야? 엄마가 아직도 일일이 다 챙겨 줘야 하니?” “내 친구들은 집안일 같은 거 하나도 안 해. 왜 나만 해야 해?” 엄마의 실핏줄은 모두 막혀 버렸다. 탐스럽던 머리카락도 하나둘 빠져나가고 엄마는 미진이의 행동 하나하나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그리고 그동안 참았던 말들을 쏟아내는 미진이에게 엄마는 점점 부담스럽고 멀게만 느껴졌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4학년. 이런 것들을 다 감당하기엔 아직 어리다는 걸 엄마가 알아 주었으면 하는 미진이에게 엄마는 너무 많은 것들을 기대하는 것 같다. 어머니회 모임이 있는 날, 머리카락이 다 빠진 엄마를 학교로 오라고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친구들이 엄마를 보고 뭐라 할까, 웃을까, 아니면 불쌍하다고 동정을 할까. 어느 쪽도 내키지 않는 마음은 복잡하기만 하고 점점 살이 빠져 해골 같은 엄마의 얼굴을 볼 때마다 미진이는 죽도록 자신이 미워졌다. 그러다 문득 발견한 엄마의 일기. 어머니회에 엄마가 안 온 걸 다행으로 여기면서도 엄마한테 당당하게 분풀이했던 그날, 엄마는 아픈데도 먼 훗날을 위해 혼자 분장하고 사진을 찍어 놓았다. 살아서 못 보게 될 자식을 위해 준비한 엄마의 마지막 선물이었다. “사람은 모두 이렇게 만나고 헤어지는 거야. 근데 너희들은 그 경험을 너무 빨리 하는구나. 그래서 아빤 그게 제일 미안해.” 결국 엄마가 떠난 날, 세상이 미진이를 배신한 것만 같다. 하늘엔 별이 떠 있고, 새 한 마리가 날아가는 모습도 보이고, 사람들은 제각기 바쁘게 움직이는데, 엄마만 이 세상에 없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아픔이 아물고 상황을 편하게 바라보게 되었을 때, 엄마는 미진이네 가족을 하나로 묶어 주는 특별한 존재로 가족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있다. |